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 우리가 함께 만드는 세상 1
비니 아담착 지음, 윤예지 그림, 조대연 옮김 / 고래가그랬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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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40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

 비니 아담착 글

 윤예지 그림

 조대연 옮김

 고래가그랬어

 2019.11.11.



공장들은 한결같이 세 가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떻게 생산해야 하는지, 무엇을 생산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38쪽)


공장은 다른 공장이 다리미를 더 싸게 파는 것을 참고 봐주지 못해요. 다리미를 더 많이 판다는 것도 그래요! (48쪽)


사람들은 달라졌어요. 지시하는 상관들 없이,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했어요. 그들은 더더욱 똑똑해졌어요. (78쪽)


큰솥 관리자들은 필요한 물건을 대부분 얻어서 만족해요.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 오직 큰솥 관리자들만 알기 때문에, 그들은 만들어지는 물건들의 종류와 양에 쉽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리하여 큰솥 관리자들은 점점 부유해지고 권력도 가져요. (87쪽)


“이제 우리 이야기는 그만 좀 하죠. 다음 일은 우리가 결정해요. 이야기는 이제 우리 것이고, 역사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 테니까요.” (106쪽)



  어린이는 무엇을 누려야 좋을까 하고 누가 물으면 언제나 “하루”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하루란 ‘틈’입니다. 이 틈이란 ‘날’이요, 이 날이란 ‘시간’입니다. 놀고 싶을 적에 마음껏 놀 하루를, 그림을 그리고 싶을 적에 하루 내내 그릴 수 있기를, 수다를 떨고 싶을 적에 하루로 모자라면 이틀이든 사흘이든, 책을 펴고 싶을 적에 며칠이고 쉬잖고 책을 펼 틈을 누릴 수 있어야지 싶어요.


  푸름이도 하루를 누릴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도 하루를 즐길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 수 있어야지 싶어요. 마음껏 일하고 마음껏 놀 틈이 있어야지 싶어요. 어른이 된 몸은 일만 하는 기계일 수 없어요. 어른이 된 사람은 일만 하는 톱니바퀴일 수 없어요. 어린이하고 푸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는 길이란, 나라일꾼이나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공장일꾼이나 가게일꾼이 아닌, 저마다 하루를 오롯이 누리면서 즐겁게 삶을 그리는 사람으로 가는 길이어야지 싶어요.


  어린이 눈높이로 ‘코뮤니즘’을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비니 아담착/조대연 옮김, 고래가그랬어, 2019)을 읽으며 이 하루를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이 책은, 처음에는 스스로 하루를 누리면서 삶을 짓고 살림을 나누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우두머리나 벼슬아치가 나타나면서 하루를 빼앗긴다는 줄거리를 다룹니다. 하루를 빼앗긴 사람(어른)들은 나라지기나 벼슬아치가 시키는 일만 하면서 돈을 받지만, 어쩐지 돈이 없이 하루를 누릴 적하고 대면 쉴 틈도 놀 틈도 어울릴 틈도 없는데다가 살림이 자꾸 팍팍하다고 느낍니다.


  팍팍한 살림을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웅성웅성 모여서 얘기하지요. 판을 바꾸어야겠다고. 그런데 새로운 판이 되어도 살림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다시금 북적북적 모여 얘기를 하고, 새로운 판으로 갈지만 영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어린이인문 《기상천외한 코뮤니즘 실험》은 판갈이를 하는 사람들이 맞닥뜨리거나 겪는 살림을 여러모로 빗대어 들려줍니다. 이러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가 생각해서 우리가 살아갈 길을 찾으려 한다’는 이야기로 매듭을 짓습니다.


  이 책에서 짚기도 하듯, 어른이나 어린이 모두 하루를 스스로 생각해서 누릴 적에 넉넉하면서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시키는 일을 하는 톱니바퀴가 아닌, 스스로 하루를 짓고 살림을 가꿀 적에 즐겁겠지요. 대통령이나 시장·군수한테 맡기는 살림이 아닌, 사람들 스스로 가꾸는 살림이 될 적에 홀가분하면서 흐뭇할 테고요.


  그런데 어린이인문으로 다루려는 ‘코뮤니즘’은 무엇일까요? 영어라서가 아니라, 굳이 이런 말을 써야 할는지 궁금해요. 이를 한자말로는 ‘공산주의’라 할 텐데, 어린이가 배우며 생각할 길이란 ‘주의’가 아닌 ‘살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를테면 ‘두레살림’이나 ‘함께살림’을, ‘나눔살림’이나 ‘사랑살림’을 그린다면 더없이 아름다우면서 즐겁지 않을까요? 어른인문일 적에도 말부터 쉽게 쓰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주의주장이 아닌, 함께 풀어갈 살림이란 길을 바라본다면 한결 수월하게 밝은 앞날을 그릴 만하리라 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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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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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43


《여행의 이유》

 김영하 글

 문학동네

 2019.4.17.



우리의 중국 여행에 돈을 댄 재벌 기업들은 사회주의의 현실을 본 젊은 운동권들이 ‘정신을 차리’고 투항하기를 바랐을 테지만, 우리는 그들의 의도대로는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36쪽)


집은 의무의 공간이다. 언제나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띈다. 설거지, 빨래, 청소 같은 즉각 처리 가능한 일도 있고, 큰맘 먹고 언젠가 해치워야 할 해묵은 숙제들도 있다. 집은 일터이기도 하다. 나는 컴퓨터 모니터만 봐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만 봐도 그렇다. (63∼64쪽)


서울로 올라와서부터는 내내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셰퍼드 같은 대형견은 다시 키우기 어려웠다. (211쪽)



  어떤 분은 아침연속극에 푹 빠져서 삽니다. 아침부터 치고받고 거친말·거짓말이 춤추는 줄거리를 다루는 방송을 안 보면 하루가 꽉 막힌다고 여기곤 합니다. 어떤 분은 미국연속극(미드)이나 일본연속극(일드)을 좋아합니다. 하나하나 챙겨서 볼 뿐 아니라 본방사수나 재방송에 디브이디까지 알뜰히 건사합니다. 어떤 분은 연속극을 아예 안 봅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집에 텔레비전을 처음부터 안 들여놓습니다.


  어떤 분은 베스트셀러만 읽습니다. 어떤 분은 베스트셀러하고 스테디셀러를 읽습니디다. 어떤 분은 베스트셀러는 안 읽습니다. 어떤 분은 스테디셀러조차 안 읽습니다. 어떤 분은 남이 무어라 비평하든 안 따지고 스스로 마음에 꽂히는 책만 읽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종이책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이요, 다른 터전에서 다른 보금자리를 일구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여행의 이유》(김영하, 문학동네, 2019)를 무척 재미있게 읽으면서 올해책으로 꼽을 수 있고, 어떤 분은 안 쳐다볼 뿐 아니라, 애써 읽었으나 몹시 따분할 뿐 아니라 종이가 되어 준 숲한테 몹쓸 짓을 했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저는 두멧시골에서 살며 이모저모 이야기꽃을 펴려고 나라 곳곳을, 때로는 나라밖으로 마실을 갑니다. 이때에는 집밖에서 일을 보는데, 운전면허 없이 사느라 늘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고, 이러다 보니 어느 고장에 가든 그곳 길손집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곤 합니다. 이동안 여태 제 살림돈으로 호텔이란 이름이 붙은 곳에 묵은 적이 없습니다. 누가 호텔을 잡아 주었기에 묵은 적이 대여섯 날쯤 있습니다.


  하룻밤에 삼십만 원이 웃도는 호텔에서 묵을 적에는 길손집 일꾼이 늘 깍듯이 모시려 하네 하고 느끼면서, 엘이디 불빛이 너무 밝고 시설에 화학약품 냄새가 너무 세다고 느꼈습니다. 여인숙이나 오래된 여관에서 묵을 적에는 불빛이 매우 적고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이 흔해 밤에 깊이 잠들기에 좋구나 하고 느끼면서, 그래도 이부자리는 틈틈이 빨거나 햇볕에 말려 주면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란 이름이 붙은 곳은 저처럼 갖은 살림을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한테는 매우 좁고 따순 물을 쓰기 어렵고 바깥바람이 잘 스며들어 밤잠을 이루거나 쉬기에는 좀 힘들구나 싶어요.


  다만, 다 다른 삶이요 사람이며 우리 모습입니다. 돈이 넉넉해서 호텔에서 길잠을 이루어야 좋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우리 집’이 가장 좋고, ‘둘레에 다른 옆집이 없는 숲속에 깃든 외딴 이웃님 집’이 좋다고 느껴요.


  얇은 판짜임에 가벼운 이야기로 엮은 《여행의 이유》를 읽으며 ‘아침연속극’ 같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아침연속극뿐 아니라 어떠한 연속극도 안 보고, 집에 텔레비전을 안 들이며 삽니다. 저는 베스트셀러뿐 아니라 스테디셀러도 안 읽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면 베스트나 스테디를 안 가리고 읽습니다만, 아직은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 가운데 참답고 사랑스레 베스트나 스테디란 이름을 얻은 책은 몇 손가락으로 꼽기도 힘들 만큼 적다고 느낍니다.


  생각해 봐요. 날마다 쏟아지는 책이 엄청난데, 이 엄청난 책 가운데 베스트나 스테디는 몇 자락쯤일까요?'


  우리는 이런 책을 즐겁게 읽어도 좋고, 저런 책을 재미나게 읽어도 좋습니다. 늘 그럴 뿐입니다. 아침연속극 같은 책은 아침연속극스럽네 하고 알아챌 수 있으면 됩니다. 허풍쟁이 소설은 허풍쟁이 소설이네 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습니다. 저처럼 운전면허조차 안 따고서 대중교통만 타야 ‘환경지킴이’이지 않습니다. ‘자가용을 모는 살림’이라서 환경을 망가뜨리지는 않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허울이나 껍데기가 아니라, 속에서 감도는 빛이며 숨결을 읽으면 됩니다. 저는 김영하 님 책을 《여행의 이유》로 처음 만났는데, 처음 만남이 마지막 만남이 되겠네 하고 배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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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르일로프 우화집 대산세계문학총서 46
이반 끄르일로프 지음, 정막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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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01 : 파리는 지구를 말끔히 치우는데, 너는?


《끄르일로프 우화집》

 이반 끄르일로프

 정막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6.2.7.



아무래도 폭풍 때문에 더욱 위험해지는 것은 바로 네가 아닐까! 물론 오늘날까지 자연의 악천후가 너를 굴복시키지도 못했고, 너의 고개를 숙이게 하지도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아직은 알 수 없잖아! (18쪽)


다른 신부들에게는 보물이 될 만한 신랑감들도 그녀가 보기에는 의젓한 신랑감이 아니라, 풋내 나는 젊은이에 불과했습니다! (30쪽)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어떤 유용한 물건이라도, 그 가치를 모르고 자신의 무식을 물건 탓으로만 돌립니다. 그 무식한 사람이 더 높은 직위에 있을수록 그는 그 물건을 못 쓰게 만들어버립니다. (67쪽)


질투 어린 사람들은 무엇을 보든지 간에 끊임없이 악담을 늘어놓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자신의 길을 걸어가십시오. (127쪽)



  옛 그리스 무렵에 숲살림 이야기를 사람살림 이야기에 빗대어 들려준 이솝이란 분이 있습니다. 그냥 사람살림 이야기를 해도 될 터이지만, 사람들 이름이나 집이나 마을을 고스란히 밝히면 싫어하거나 꺼리거나 미워할 수 있습니다. 슬쩍 숲살림으로 돌려서 이 짐승이나 저 새나 그 나무나 요 벌레하고 얽힌 이야기로 엮어서 들려주곤 해요.


  넌지시 알아채도록, 부드러이 깨닫도록, 조용조용 돌아보도록 이끄는 ‘숲살림 이야기’라고 할 만합니다. 이렇게 뭇숨결에 빗대어 사람살림 이야기를 그린 이들이 꽤 많습니다. 가만 보면 이 나라 옛이야기도 하나같이 ‘숲살림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올챙이 이야기도, 풀개구리 이야기도, 참나무하고 대나무 이야기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를 둘러싼 숲에서 어떤 하루가 흐르는가를 찬찬히 지켜보고서 이를 사람살림에 견주어서 시나브로 익히도록 이끌었지 싶습니다.


  1769년에 태어나 1844년에 숨을 거든 러시아 분이 쓴 《끄르일로프 우화집》(이반 끄르일로프/정막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6)은 1800년대에 러시아가 어떤 터전이었나를 돌아보도록 하면서 이야기를 엮습니다. 그무렵 러시아는 썩 아름답거나 즐겁거나 사랑스럽지 않았다더군요. 다만 수수한 마을이나 흙지기나 살림꾼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라지기에 벼슬아치 노릇을 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썩거나 비뚤어지거나 못났다지요.


  끄르일로프란 분이 쓴 숲살림 이야기는 모두 러시아 벼슬아치하고 나라지기를 나무라거나 꾸짖을 뜻으로 썼다고 합니다. 그때에 러시아 벼슬아치나 나라지기는 이 이야기를 얼마나 알아차렸을까요. 대놓고 따지지 않은 이야기라서, 슬쩍 눙치듯이 돌려서 밝힌 이야기라서, 숲에서 살아가는 짐승이며 푸나무이며 새를 빗댄 이야기라서 ‘내 이야기가 아니군’ 하고 지나가지는 않았을까요.


  이른바 ‘우화’란 이름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름을 까놓고 따지지 않을 테니 찬찬히 깨닫기를 바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엮어서 들려줄 적에는 한 가지를 잘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이솝이란 분이 남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숲짐승이나 새나 벌레나 푸나무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이솝이란 분은 숲살림을 곰곰이 보고서 알맞게 엮었어요. 누구를 미워하거나 나무라려는 뜻이 아니라, 이야기를 바탕으로 스스로 배우도록 이끌었구나 싶어요.


  이와 달리 끄르일로프라는 분은 엉터리 러시아 정치와 사회와 문화를 나무랄 뜻이 짙다 보니까, 이녁 이야기에 나오는 짐승이며 새이며 푸나무이며 얼결에 ‘나쁜 기운이 있는 숨결’인 듯 나타나곤 합니다. 참나무가 나쁜 나무가 아닐 터인데, 곰이 나쁜 짐승이 아닐 터인데, 혼인을 안 하고 나이를 먹는 분이 나쁜 뜻이 아닐 터인데, 어쩐지 ‘빗대는 이야기’가 좋고 나쁨을 싹 갈라서 매섭게 따지는 목소리가 되고 맙니다.


  무엇에 빗대어 이야기를 엮으려 한다면, 나무라거나 따지고 싶은 속내가 있더라도, 빗대어 말하려는 이웃 숨결을 조금 더 따사로이 들여다보면서 참하게 담아내야지 싶습니다. 이렇게 하기 어렵다면 그냥 정치비평 사회비판 문화평론을 하면 됩니다. 이를테면, 파리가 없는 지구를 떠올려 봐요. 매우 끔찍하겠지요. 파리는 사람한테 늘 놀림이나 손가락질을 받지만, 파리가 있기에 지구는 깨끗한 별이 되거든요. 엄청나게 말끔히 치워 주는 일꾼이 바로 파리이니까요. 그래서 “넌 파리만큼도 안 되는구나!”가 아닌 “파리는 지구를 말끔히 치우는데, 넌 사람 주제에 지구를 더럽히네?” 하고 따질 만하겠지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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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 -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창조적이고 즐거운 일상 만들기
정은혜 지음 / 샨티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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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35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

 정은혜

 샨티

 2017.6.26.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창조하고 상상하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24쪽)


그림을 사실적으로 잘 그리지 못한다면 사실적으로 안 그리면 된다. 선을 똑바로 긋지 못한다면 삐뚤빼뚤 그으면 된다. (87쪽)


인간은 이미지로 상상을 하고, 이미지로 기억을 하고, 이미지로 꿈을 꾼다. (176쪽)


당신을 아주아주 사랑하고, 당신을 늘 지지하고 응원하고, 당신의 가능성을 펼쳐 열어 보이는 그러한 존재가 당신 안에도 있다. (195쪽)



  왜 이렇게 안 될까 싶을 적에는 문득 멈추고서 생각을 고쳐 보기로 합니다. ‘스스로 안 되거나 어렵다고 여기니 안 되거나 어렵지는 않을까?’ 하고요. ‘더 그럴듯하거나 보기좋게 되기를 바라는 나머지 안 되거나 어렵지는 않나?’ 하고요.


  아이들이 어떤 일이 안 되거나 어렵다고 할 적마다 곰곰이 생각하고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너는 오늘 이 일을 무척 잘하지 않니? 그런데 저 일이 오늘 안 된다고 그러지? 그런데 네가 더 어릴 적에는 오늘 이렇게 쉽게 하는 이 일이 너무 어렵고 안 된다고 했어. 저 일도 같아. 안 되거나 어렵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저 가볍게 해보기만 하면 돼. 해내려 하지 말고 그저 해봐.”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정은혜, 샨티, 2017)는 오늘 하루를 언제나 스스로 그리는 길을 들려주려 합니다. 누구보다 이 책을 쓴 분 스스로 ‘될까 안 될까’ 하는 생각을 놓아버리려고 했던 걸음을 들려주려 합니다. 어떤 일을 맞닥뜨릴 적마다 ‘해낸다’는 생각이 아닌 ‘해본다’는 생각으로 나아가려고 그림을 그리는 하루를 들려주려 해요.


  어쩌면 ‘그냥 해도 어려운데 그림까지 그리라니 더 어렵지 않나?’ 하고 여길 수 있습니다. 맞아요. 그림은 붓솜씨가 뛰어난 사람만 그려야 하는 줄 여길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달리 생각해 볼 노릇입니다. 우리가 그림을 왜 그릴까요? 번듯한 곳에서 내보여서 자랑을 해야 하니 그림을 그릴까요? 비싼값에 팔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화가라는 이름을 얻도록 그림을 그려야 할까요?


  우리 스스로 본 대로 그리면 됩니다. 우리 스스로 느낀 대로 그리면 됩니다. 서른 살 쉰 살 일흔 살 나이에 어린이마냥 삐뚤빼뚤하게 그린다면 부끄러울까요? 부끄러울 일이란 무엇일까요? 예순 살이 되도록 자전거를 못 탄대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일흔 살이 되도록 운전면허를 안 땄기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웃집은 몇 억에 이르는 집을 장만해서 산다지만 우리 집은 달삯을 겨우 치른대서 부끄럽지 않습니다.


  남하고 대어서 더 나아야 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이웃하고 견주어서 더 좋아야 하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를 스스로 즐겁게 짓고 싶기에 그림을 그려요. 오늘 이 보금자리를 알쓸살뜰 가꾸는 기쁨을 맛보려고 돈을 벌어요.


  달라지고 싶으니 말을 톡 내놓습니다. 바뀌고 싶으니 글 한 줄 슬쩍 씁니다. 거듭나고 싶으니 그림 한 자락 가만히 빚습니다. 《변화를 위한 그림 일기》라는 이름이란 “달라지고 싶은 마음을 그리기”요 “스스로 바꾸려는 생각을 그리기”요 “사랑으로 거듭나려는 길을 그리기”입니다.


  우리 그림이 어린이스럽다면, 어린이 곁에 앉아서 같이 그림을 누려 봐요. 우리 그림결이 엉성하다면 우리 곁에서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가 오히려 기운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림질이 서툰 어린이는 ‘어른이어도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면, 어린이인 나는 나대로 그려도 되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답니다. 잘 해내어도 좋으나, 그저 즐거이 해보기만 해도 더없이 좋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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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 까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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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삶읽기 515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임호경 옮김

 까치

 2012.12.10.



가장 가까운 마을은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이웃도 없고, 접근도로도 없으며, 때로는 방문하는 사람조차 없는 곳이다. 밤에는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지고, 여름에는 호숫가의 둔치에 곰들이 돌아다닌다. 한마디로 내게는 낙원이다. (11쪽)


자유로운 인간은 시간을 소유한다. 공간을 지배하는 인간은 단순히 강할 뿐이다. (75쪽)


도시에서 인간 무리는 법이 질서를 부과하여 혼란을 막고, 그들의 욕구를 규제해 주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99쪽)


러시아인들은 설사 일이 잘못되더라도 숲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191쪽)


자연도감을 보고 알게 된 동물이나 식물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연예잡지들 덕분에 거리에서 마주친 스타들을 알아볼 수 있는 것만큼이나 굉장한 일이다. (225쪽)



《희망의 발견, 시베리아의 숲에서》(실뱅 테송/임호경 옮김, 까치, 2012)를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으로 골랐다. 러시아 시베리아 깊은 숲에 홀로 깃들어 보낸 여섯 달을 적바림했다고 해서, 여섯 달이란 나날을 얼마나 눈부시게 그려냈으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펼치니 아니었다. 시베리아 여섯 달 이야기가 아닌, ‘여행작가로 살며 못 읽은 책’을 잔뜩 챙겨서 숲오두막에 들어갔고, ‘책보다 더 잔뜩 꾸린 술병’이 있으니, 시베리아 숲오두막에서 여섯 달 동안 날마다 술을 잔뜩 마시면서 책읽기로 보낸 셈이더라. 숲을 느끼고 얼음을 느끼고 풀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는 이야기는 얼마 없고, 왜 이렇게 술 마시고 책 읽고 하는 이야기만 줄줄이 적었을까. 숲오두막에 들어갈 적에 책은 꼭 한 자락만, 술은 한 병도 없이, 굳이 가져간다면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은 공책만 한 꾸러미를 챙기면 얼마나 다르고 새로운 이야기를 길어올릴 수 있었을까. 게다가 여섯 달치 먹을거리까지 바리바리 싸서 들어갔으니, 어떤 “희망의 발견”을 했다는 셈인지 도무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다섯 군데에는 밑줄을 그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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