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들 - 자연과 나눈 대화
캐슬린 제이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이도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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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숲책 읽기 161 - 눈길이 닿는 곳에서 피어난 삶길


《시선들》

 캐슬린 제이미

 장호연 옮김

 에이도스

 2016.12.15.



조용히 해, 나는 자신에게 말했다. 침묵을 들어. 큰까마귀에게서 잠시 눈을 뗐고, 다시 보았을 때는 녀석이 사라지고 없었다. (15쪽)


나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바로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초록색 오로라를 입속에 넣으면 혀에서 거품이 탁 터지면서 크렘 데 멘테의 맛이 날 것 같다는 것이다. (25쪽)


애 키우는 시절은 끝났다. 내 아들은 이제 휴대폰을 갖고 농담을 할 만큼 컸다. 나중에 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범고래 다섯 마리 보았음!” 그는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하루 일한 것치고 나쁘지 않네!” (97쪽)


매년 2월 셋째 주만 되면 빛이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되는 날이 있다. 하루로 그칠 때도 있고, 며칠 이어질 때가 더 많다. (107쪽)


“고래 본 적 있어요?” 내가 마리엘레에게 물었다. “살아 있는 고래 말이에요.” “아니요! 우리들 중 누구도 보지 못했어요. 안 그래도 며칠 전에 그 이야기를 했어요. 하루 종일 여기(박물관)서 (박제나 뼈로 남은) 고래를 대하면서…….” (136쪽)


“그들(군인)은 마을을 불도저로 밀려고 그곳에 도로를 건설했어요. 당신도 그들의 심중을 짐작하겠죠. 더 이상 아무도 그곳에 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결국은 계획이 꺾였군요.” “그리고 이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고요.” (166쪽)


“어때요?” “나쁘지 않아요.” “뭐 하고 있었어요?” “그냥 구경했어요.” “그리고?” “세가락갈매기가 새끼를 낳았더군요. 가끔 두 마리도 보이고.” “괜찮네요.” (205쪽)



  큰아이를 낳고서 곁님이 저한테 들려준 숱한 말 가운데 하나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야 해요.”입니다. 이 말은 달리 나타내자면 ‘아이 생각날개를 꺾지 말자’입니다.


  작은아이를 낳고서 곁님 말을 언제나 되새깁니다. 두 갈래로 다 생각하지요. 처음에는 ‘생각날개를 꺾지 말자’고 생각하는데, ‘꺾지 말자’는 생각을 하면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꺾는 셈 아닌가?’ 쪽으로 흐르더군요. 바로 멈추고서 다시 생각합니다. ‘꺾지 말자고 생각하니 자꾸 꺾는 쪽으로 가는구나 싶네. 그래, 생각날개를 마음껏 펴도록 북돋우고 이야기하는 길로 가자’ 하고요. 이처럼 생각하며 “언제나 모두 너희 마음에 있단다. 너희가 스스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알아내지 못하겠다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알려줄 수 있는데, 아버지나 어머니는 아버지랑 어머니 스스로 오래도록 생각하고 찾아본 끝에 알아낸 길일 뿐이야. 옳거나 맞는 길이 아닌, 그저 아버지하고 어머니가 살아오며 스스로 배운 길이거든. 그러니까 너희가 무엇을 생각해서 알아내고 보고 깨닫더라도, 너희가 스스로 찾아내고 생각하면 돼. 틀리거나 맞거나 따지지 않아도 돼. 틀렸으면 어떠니? ‘어라, 틀렸네?’ 하고 여기고서 지나가면 되지. 너희 마음으로 생각을 하면 다 알아낼 수 있어.” 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물어보기에 이렇게 대꾸를 하느냐 하면, “아버지, 별은 왜 떠요?”라든지 “아버지, 이 꽃은 이름이 뭐야?”라든지 “아버지, 이 풀 먹어도 돼?”라든지 “아버지, 저 새가 뭐라고 얘기했어?”라든지 “아버지, 저 길고양이가 아프데? 배고프데?”라든지 “아버지, 여름은 왜 덥고 겨울은 왜 추워?”라든지 “아버지, 제비는 어떻게 저렇게 잘 날까?”처럼 묻거든요. 이제는 언제나 “응, 궁금하구나. 넌 어떻게 생각해?” 하고 되묻습니다.


  영어로는 ‘sightlines’란 이름으로 나온 《시선들》(캐슬린 제이미/장호연 옮김, 에이도스, 2016)을 읽었습니다. 영어로는 ‘-s’를 붙일 테지만, 한국말로는 ‘-들’을 안 붙입니다. 한국말로는 목소리면 ‘목소리’요, 노래이면 ‘노래’요, 글이면 ‘글’이요, 눈길이면 ‘눈길’이에요.


  눈길이란, 눈으로 짓는 길입니다. 눈길이란, 눈으로 가는 나아가는 뻗어가는 지나가는 거쳐가는 길입니다. 눈길이란, 눈으로 마주하는 길입니다. 눈길이란, 이 눈하고 저 눈이 어우러지는 길이지요.


  글쓴님이 이녁 아이하고 주고받은 말처럼, 저도 아이들하고 수수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수컷 직박구리가 잠자리를 잡고서 암컷 직박구리한테 다가가더라.” “그래? 둘이 뭘 했어?” “암컷 직박구리는 수컷 직박구리를 안 쳐다보데.” “왜?” “응, 딴 데 보느라고.” “이러다가 수컷이 자꾸 뒤에 붙는다고 여겨 귀찮아 하다가 돌아보니, 어라 수컷 직박구리 입에 잠자리가 있잖아?” “그래서?” “암컷 직박구리가 수컷 직박구리더러 ‘응? 나 주려고 불렀구나?’ 했지.” “그리고?” “그런데 암컷 직박구리가 저를 한참 안 쳐다보고 딴청만 했다고 토라져서 날름 삼키고 날아가더라.” “하하하.” “암컷 직박구리가 따라 날아가면서 ‘너, 나 놀리는구나!’ 하면서 끄악끄악대고.”


  우리는 모두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자라나며 푸른 눈망울로 꿈을 키우고는 어른이라는 자리에 서서 철이 듭니다. 《시선들》은 이러한 삶길 한켠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며 무엇을 마음에 담는 사람으로 오늘 이곳에 있는가 하고 찬찬히 짚는구나 싶습니다.


  자, 오늘 우리는 무엇을 보았나요? 새벽을 맞이하면서, 아침을 열면서, 낮에 해가 하늘 높이 뜨는 동안, 차츰차츰 기우는 해가 고개 너머로 사라질 무렵, 바야흐로 깜깜한 밤을 맞이한 때에, 무엇을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가요? 그리고 이렇게 바라본 눈썰미로 아이들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요?


  지식이나 정보도 대수롭다고 여깁니다만, 지식이나 정보만으로는 가르치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책이나 교과서나 학교만으로는 아이들이 슬기롭거나 사랑스럽거나 아름답거나 즐겁게 피어나는 길을 알려주지는 못하겠다고 느낍니다. 지식이며 정보이며 책이며 학교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아이가 스스로 생각에 날개를 달고서 마음을 틔우는 눈길이 되어 사랑으로 삶을 짓는 길을 북돋울 적에 참으로 즐거운 배움살림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살림살이는 돈만 넉넉하다고 해서 즐거웁지 않아요. 간장 종지 하나 덩그러니 놓은 밥자리라 하더라도, 이야기꽃이 활짝 피어나도록 둘러앉았으면, 배부르고 즐거우며 아름답기 마련입니다. 갖은 잔치밥을 차린 자리라 하더라도, 으스스하거나 무섭거나 닦달이 판친다면, 속이 더부룩하고 아무 맛도 없기 마련이에요.


  어른으로서 어떤 눈길인지 같이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사람으로서 어떤 마음길인지 함께 헤아리면 좋겠습니다. 풀꽃나무하고 매한가지인 이 푸른별 아름다운 숨결로서 어떤 사랑길인지 나란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눈길이 빛나는 꽃길이 되도록 하루를 가꾸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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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 풀꽃세상 환경 특강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5
박병상 외 지음, 풀꽃세상 기획 / 철수와영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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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책 읽기 159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풀꽃세상 기획

 박병상·이상수·심재훈·이시우

 철수와영희

 2020.1.25.



멀쩡한 자연을 훼손시키고 그 위에 생태 교육장을 만들고요. 녹색성장을 이야기하면서 강을 파헤칩니다 … 그들이 말하는 ‘스마트 농장’은 농사짓는 곳이 아니에요. 그저 자본이 지어 놓은 시설입니다. (23쪽)


그렇게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설을 왜 서울이나 수도권에 짓지 않는 걸까요? 당연하게도 혐오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위험해요. 그래서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은 늘 도시의 안락함을 위해 희생당해요. (28∼29쪽)


사실 독일은 재생 에너지로 전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는데요, 이는 독일사람들의 85퍼센트가 핵발전소를 줄여 재생 에너지를 확충하는 방안을 찬성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합니다. (55쪽)


우리의 먹을거리가 되는 가축은 우리가 생각하듯이 농가나 농장에서 자라지 않습니다. 축산 기업에서 제품처럼 생산됩니다. (81쪽)


당시(1967년 한국에) 고엽제를 뿌리면서 제초제 실험도 같이 합니다 … 군사 목적이 아니지요. 냉전을 핑계로 자기들 상품 개발하는 데 한국 땅을 이용한 겁니다. 비무장 지대를 미군의 점령 지역으로 공식화하고 있던 그런 조건이 아니면 어느 나라가 그걸 허락하겠어요. (105쪽)



  2019년에 고흥군은 ‘스마트팜’을 펴는 고장으로 뽑혀서 나라돈을 엄청나게 끌어들인다면서 곳곳에 걸개천이 나부꼈습니다. 사람손이 가지 않는 전자동 유리온실을 지어서 손전화로 척척 다루는 스마트팜이라는데, 고흥에서 ‘스마트팜을 지을 터’를 다녀온 적 있어요. 그곳은 어느 화력발전소에서 가져온 잿더미가 두껍게 덮였더군요.


  나라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곳곳에 세우려고 하는 스마트팜은 흙에 씨앗을 심어서 거두지 않습니다. 바닥을 시멘트로 다진 다음에 물을 주어서 키운다지요. 흙이 없이, 비도 없이, 해도 없이, 오직 전기하고 수돗물로 키우는 곳이 스마트팜인데 화력발전소 쓰레기를 잔뜩 들이부은 데를 시멘트로 덮고서 유리온실을 짓는다더군요.


  우리는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얼마나 알까요? 또는 모를까요? 지난날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냇물을 반듯하게 편다면서 수십 조에 이르는 돈을 들이부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 그 짓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팜 같은 나라일도 얼마나 어이없는가를 모르는 사람이 무척 많아요.


  숲책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풀꽃세상, 철수와영희, 2020)를 읽으면 첫머리로 이야기를 펴는 분이 바로 이 스마트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나 시골에서 살지 않는 분이라면 스마트팜이란 이름부터 낯설 테고 무엇이 어떻게 말썽이며, 그런 일을 꾀한다면서 얼마나 어마어마한 돈이 허투루 흘러나가는가를 어림조차 못하리라 봅니다.


  이름은 비무장지대이지만 온갖 무기가 가장 많은 곳이 있습니다. 남북이 서로 군대하고 전쟁무기로 맞서는 자리는 비무장지대가 아닙니다. 그냥 휴전선이며, 군대도 무기도 끔찍하도록 많습니다. 저는 1995∼1997년에 그곳에서 군대살이를 했고, 그무렵에 가시울타리 둘레에 자란 나무하고 풀을 없앤다면서 고엽제를 뿌리는 일도 했습니다. 그때에 군인은 위에서 시키니 뿌릴 뿐이었고, 그런 것을 뿌리면 땅에 얼마나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거의 다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뿐이 아니에요. 비무장지대 아닌 ‘완전무장지대’에서는 해마다 쇠가시울타리를 새로 쳤어요. 예전 쇠가시울타리는 걷어내지 않습니다. 그냥 내버려둡니다. 대인지뢰도 해마다 새로 묻어요. 크레모아라는 무기도 해마다 새로 묻고, 예전 것을 그냥 내버립니다.


  우리는 이 대목을 얼마나 알거나 느낄까요? 나라에서 오래도록 쉬쉬한 이런 이야기는 언제쯤 낱낱이 밝혀지면서 잘잘못을 말끔히 푸는 길로 갈 만할까요?


  참말로 우리는 모름쟁이입니다. 교과서에 안 적힌 이야기가 대단히 많습니다. 숱한 인문책에서 안 건드리는 이야기도 무척 많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같은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아주 조그마한 조각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숲인 줄 잊는다면 참하고 멀어집니다. 너랑 내가 스스로 숲일 뿐 아니라, 서로 다르면서 아름다운 숲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면 차츰 거짓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부디 길을 안 잃으면 좋겠어요. 이제라도 경제성장을 모조리 멈추고 스스로 숲으로 다시 날갯짓하는 길을 가기를 바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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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책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
이소영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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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16


《식물의 책》

 이소영

 책읽는수요일

 2019.10.25.



《동경식물학잡지》에 발표될 당시 미선나무의 이름은 우치와노치, 우리말로 부채나무였어요. 우리나라 국명인 미선나무는 나무의 열매가 미선부채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50쪽)


제가 소나무 세밀화를 그리는 동안 느꼈던 점은 늘 우리 가까이 있어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오히려 놓치기 쉽다는 것입니다. (57쪽)


아마 우리나라에 쑥이 24종이나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놀라워할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종에 따라 잎이나 꽃 모양이 모두 달라요. (132쪽)


바닐라는 꽃도 워낙에 짧게 피고, 바닐라빈을 생산하는 과정에 손도 많이 가기 때문에 향료 중 유난히 비싼 편에 속합니다. (168쪽)


한쪽에서는 은행나무를 자연유산으로 삼고 보존을 위해 DNA를 채취하는 등 후계나무 육성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또 다른 한편에선 그 나무가 스스로 번식하는 것조차 막고 있는 것입니다. (195쪽)



  흔히들 ‘서양민들레’가 ‘토종민들레’보다 잘 퍼지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서양민들레이든 토종민들레이든 나라밖에서 들어오기는 마찬가지요, 둘은 퍼짊새가 다릅니다. 서양민들레는 봄 여름 가을에 내내 꽃을 피운다면, 텃민들레는 봄에만 꽃을 피워요. 그런데 있지요, 봄에만 꽃을 피우기에 덜 퍼지지 않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텃민들레를 살림풀이나 나물로 삼느라 뿌리까지 샅샅이 캐기 때문에 아주 빠르게 사라져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고 씨를 날린대서 서양민들레가 더 퍼지지는 않아요. 그저 사람들이 안 캐고 안 쓰니까 더 퍼지는 듯 보일 뿐입니다.


  살림풀이나 나물로 흰민들레를 캔다 하더라도 한두 송이나마 씨앗을 날리도록 놓아준다면 흰민들레가 이처럼 빠르게 줄어들지 않습니다. 또는 한두 뿌리나마 그대로 두고서 잎하고 줄기만 훑어도 흰민들레가 이토록 확 줄어들지는 않아요. 두 가지 민들레를 캐서 쓰면 알 텐데, 흰민들레는 대단히 오래 살고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 흰민들레를 고이 건사한다면 이 풀꽃 한 송이가 사람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을 만합니다.


  풀꽃 그림을 담은 《식물의 책》(이소영, 책읽는수요일, 2019)을 읽었습니다. 이 책에 흐르는 풀꽃 그림은 지난날 서양에서 돌판에 새긴 풀꽃 그림을 닮습니다. 그래서 이 땅에서 자라나는 풀꽃 빛깔이나 결이나 모습하고는 퍽 달라요. 꽃하고 잎하고 뿌리까지 두루 그림 한 칸에 담으려 하노라니, 아무래도 풀꽃을 캐내어 그림으로 옮길 텐데, 흙에 뿌리를 둔 풀꽃은 대단히 싱그럽고 푸른 빛깔이 보드랍거나 깊습니다. 그러니까, 《식물의 책》에 깃든 풀꽃 그림은 ‘살아서 싱그러운 풀꽃’이라기보다 ‘차츰 시들어 가는 풀꽃’인 셈입니다.


  가게에 남새나 나물로 나오는 풀하고 풀밭이나 숲에서 스스로 흙을 머금으며 살아가는 풀은 대단히 다릅니다. 밭에서 기른 배추라든지 시금치는 뿌리째 뽑아서 가게에 여러 날을 두어도 좀처럼 시든 빛이 안 들지요. 이와 달리 풀꽃이나 숲꽃은 뿌리까지 고스란히 캐어 꽃그릇에 옮기거나 물그릇에 담가도 이내 시들어 버립니다. 오롯이 풀밭하고 숲터에 어울리도록 씨앗이 싹트고 줄기가 오르고 뿌리가 뻗는 터라, 아주 살짝 건드리거나 옮겨도 이들 풀꽃은 아프고 괴로워하다가 죽어 가지요.


  이 대목을 헤아리면서 그림을 그린다면, 풀꽃을 섣불리 캐지 않고서 그립니다. 또는 뿌리까지 그림을 그려야 한다면 풀꽃을 풀밭이나 숲에서 살살 캐고서 사진을 찍은 다음에 바로 그자리에 다시 심어서 북돋아 줄 노릇이에요. 이렇게 한다면 풀꽃도 살리고 그림도 싱그러운 빛으로 얻을 만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 하면, 풀꽃도 사람이며 벌레이며 짐승하고 똑같이 ‘목숨이 흐르는 이웃’이거든요.


  풀꽃을 그림으로 담은 《식물의 책》인데, 아무래도 그림님이 ‘식물학’이라는 틀에서 ‘식물자원 꼼꼼그림’을 담으려 하다 보니, 풀꽃을 풀꽃답게 그리기보다는 ‘자원으로 새롭게 쓰는 길’에 걸맞게 바라보는구나 싶고, 풀꽃하고 얽힌 이야기도 다른 책이나 도감에서 따오네 싶어요. 그러나 풀꽃하고 얽힌 이야기라면 김종원이란 분이 엮은 《한국식물생태보감》을 읽으면 됩니다. 《한국식물생태보감》을 펴면 풀꽃하고 얽힌 가장 깊고 너른 이야기를 익힐 만합니다.


  거듭 말하자면, 《식물의 책》은 굳이 다른 책이나 도감에서 ‘정보 옮기기’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림님 스스로 풀꽃을 마주하면서 어떤 숨결을 느꼈는지를 적으면 되고, 풀꽃하고 마음으로 나눈 말과 생각과 느낌을 옮기면 되어요.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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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크리스 조던 지음, 인디고 서원 옮김 / 인디고서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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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90 : 플라스틱을 버렸으니 플라스틱을 먹지


《크리스 조던》

 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2.18.



하와이에 사는 사람들은 미드웨이섬을 ‘피헤마누’라 부르는데, 이는 하와이어로 ‘우렁찬 새소리’라는 뜻이다. (22쪽)


부모는 알을 깨는 것을 도와주는 대신 노래를 불러 주고 부드럽게 밀어주면서 토닥일 뿐이다. (36쪽)


어미새가 모르는 사실은 배 안에 든 먹이에 독극물과 날카로운 것들이 함께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들은 새끼의 연약한 뱃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44쪽)


제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얻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슬픔을 느끼라는 것입니다. (77쪽)


여러분 주위에서 나의 존재에 대한 억압이 시도 때도 없이 가해질 겁니다. 집중해서 잘 들어 보면 내가 아니라 사회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의 목소리입니다. (90쪽)



  우리 집에서 열세 살을 누리는 어린이는 새를 즐겁게 그립니다. 날아오르는 새를 보고는 아직 척척 그리지 못하지만,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바라보면서 착착 그려냅니다. 아침 낮 저녁으로 언제나 새가 노래하는 집에서 살아가니 척 보면 어느 새인지 알아차리고, 무엇을 하며 어떤 열매를 즐기는지도 알아요.


  요즈막에는 노랫소리를 듣고는 “아, 이 새로구나.”라든지 “저 새가 무슨 일일까?” 하고 말합니다. 아주 마땅한 일인데, 새는 찍찍 짹짹 깍깍 하고 울지 않습니다. 늘 다르게 소리를 낼 뿐 아니라, 새마다 소리가 달라요. 우리는 이 다른 새를 얼마나 다르다고 여기면서 만날까요?


  사람이 새한테 무슨 짓을 일삼는가를 사진으로 담아서 온누리에 알린 이야기가 흐르는 《크리스 조던》(크리스 조던, 인디고서원, 2019)을 읽습니다. 새를 사진으로 찍는 이분은 아름답거나 멋스러이 날아오르는 새도 사진으로 찍지만, 새가 먹이인 줄 알고서 삼킨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진으로 낱낱이 찍습니다.


  새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는 섬에서 새하고 동무나 이웃으로 같이 지내면서 그곳에서 그만 죽고 만 새를 보면 배를 가른다지요. 아니, 배를 가를 일도 없다지요. 어느새 죽고 말아 살점이 사라진 주검을 보면 새뼈 한복판에 그동안 삼킨 온갖 플라스틱하고 비닐이 잔뜩 있대요.


  새는 왜 플라스틱을 삼킬까요? 더구나 새는 왜 플라스틱을 새끼한테 먹이라며 줄까요? 새로서는 플라스틱인 줄 모르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이 이 별나라 바다이며 땅뙈기를 온통 플라스틱 쓰레가터로 망가뜨리기 때문이지요.


  우리 집에 깃드는 마을고양이 가운데 더러 비닐이 목에 걸려 캑캑대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비닐을 먹이로 잘못 알고 확 달려가서 낚아채어 입에 넣었다가 캑캑대더군요. 새하고 고양이뿐일까요? 바다에 사는 고래나 상어를 비롯한 숱한 바다님도 비닐이며 플라스틱이 몸에 쌓일 테지요.


  그러니까 사람인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다시 우리 밥차림으로 오르는 셈입니다. 땅에 파묻은 플라스틱 쓰레기는 땅뙈기에 찬찬히 스며들 테니, 논밭에서 자라는 모든 열매에 플라스틱 기운이 스밉니다. 둘레를 봐요. 밭자락에 가득한 비닐을. 마늘밭도 배추밭도 상추밭도 그저 비닐투성이입니다.


  무엇을 먹어야 즐거울까요? 무엇을 심어야 아름다울까요? 우리 곁에 누가 있는가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크리스 조던》은 군말을 붙이지 않습니다. 먼먼 옛날부터 온누리를 마음껏 날아다니던 새가 가슴에 품은 플라스틱을 사진으로 차곡차곡 담아서 보여줄 뿐입니다. 생각은 이 사진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 하라고 이끕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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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 - 나는 어떻게 원하는 내가 되는가?
조 디스펜자 지음, 추미란 옮김 / 샨티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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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책시렁 114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

 조 디스펜자

 추미란 옮김

 샨티

 2019.12.16.



내면의 느낌이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때 바깥에서도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자신이 한 일을 더 꼼꼼하게 돌아보고 반복하게 된다. 그때 좋은 습관이 만들어진다. (17쪽)


이제 우리는 후성유전학의 발달로, 질병을 야기하는 것이 유전자가 아니라 유전자로 하여금 질병을 일으키게 만드는 환경이란 사실을 잘 안다. (90쪽)


당신이 중독된, 그리고 당신의 모든 에너지를 과거-현재 현실 속에 묶어놓고 있는 생존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105쪽)


몸은 감정을 느끼고 싶고, 따라서 감각 기관을 통해 물리적 현실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감각을 넘어선 세상에서 현실을 창조하는 것이다. (114쪽)


하고 싶은 새로운 경험이 있다면 그 일을 상징하는 단어를 하나 생각한다. 그리고 종이에 그 단어를 적는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종이에 적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 (148쪽)


일어나지도 않은 두렵고 불안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그 가상의 미래를 마음속으로 거듭해서 느끼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런 생각에 에너지를 대주면 대줄수록 그 상상의 결과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결국 그 생각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진짜 일어나지 않는가? (274쪽)


사람은 에너지가 변하지 않는 한 절대 변하지 않는다. (473쪽)



  어릴 적부터 어른들 말 가운데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하겠는 한 가지가 있어요. 어른들은 으레 ‘사랑이라는 말은 너무 흔하게 쓰이면서 값도 빛도 잃는다’고 말하더군요. 둘레에서 어른들이 이렇게 말할 적마다 도리질을 쳤습니다. 아니라고, 그렇지 않다고, 온누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인 사랑이란, 참말로 가장 아름답기에 사람들 누구나 가장 흔하게 쓰는 말이고, 가장 흔하게 쓰더라도 늘 새롭게 빛나니 값을 잃거나 빛을 잃을 일이 없다고 느껴요.


  사랑하는 사람한테 끝없이 “사랑해” 하고 말한들 사랑이 빛바래지 않습니다. 쓰면 쓸수록 새롭게 차오르는 사랑입니다. 아니, 쓰기에 새롭게 솟아나는 기운을 가리켜 사랑이라 하겠지요. 누구나 누리고, 누구한테서나 샘솟기에 사랑이라 할 테지요. 어디에서나 피어나고 얼마든지 자라나기에 사랑이라 하겠고요.


  마음을 스스로 깨우는 길을 다루는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조 디스펜자/추미란 옮김, 샨티, 2019)를 찬찬히 읽는데, 글쓴님은 이렇게 두툼하게 여러 과확실험을 바탕으로 책을 여미고 싶었구나 하고 느낍니다. 첫 줄을 읽고서 끝 줄을 읽기까지 글쓴님 마음이 어떠한가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마 글쓴님부터 스스로 알 테지요. 굳이 이렇게 두툼하게 온갖 실험결과를 들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지요. 왜냐하면 우리가 꿈을 이루는 길은 늘 하나인걸요. 스스로 사랑이라는 마음이 되어 스스로 오늘 하루를 사랑으로 지으면 되어요. 이뿐입니다.


  우리는 얼마든지 사랑이 됩니다. 다시 말하자면 ‘사랑 = 초자연적’이고 ‘초자연적 = 사랑’입니다. 이 책은 ‘초자연적’이라는 일본 말씨로 옮겼는데요, 쉽게 생각하면 좋아요. “우리는 사랑이 될 수 있다”를 들려주는 셈입니다. 아니 “우리는 늘 사랑이다”를 들려주는 셈이에요.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을 잃거나 잊기에 바쁘게 몰아치는 쳇바퀴로 치닫습니다.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을 놓치거나 버리기에 모든 일이 고단할 뿐 아니라, 뜻하는 대로 이루지 못하고 말아요.


  스스로 사랑이라는 빛으로 몸을 감싸기에 모든 꿈을 이윽고 이룹니다. 스스로 사랑이라는 하루로 마음을 다독이기에 모든 말이 아름답고 모든 글이 알뜰하며 모든 살림이 푸집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 일을 사랑하면 됩니다.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그 노래를 사랑하면 되어요.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그 글을 사랑하면 되지요. 낳아서 돌보고 싶은 아이가 있으면 바로 그 아이를 사랑하면 돼요.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언제나처럼 그 책을 사랑하면 될 뿐입니다.


  사랑이기에 흔들리지 않아요. 사랑이기에 모자라지 않고 안 넘쳐요. 사랑이기에 즐겁고, 사랑이기에 고우며, 사랑이기에 새롭습니다. 우리가 숲님이 되는 길은 노상 하나예요.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사랑이라면 우리가 걷는 길은 하나같이 숲으로 뻗어요.


  가만히 보면 사람을 살찌우는 이 별에 있는 숲은 밑바탕이 사랑입니다. 사람으로서 참사랑으로 빛날 적에는 참으로 숲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이야기하는 오늘을 넉넉히 나누는 몸짓이 되어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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