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아이들 -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언어를 배울까?
조지은.송지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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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9.18.

까칠읽기 141


《언어의 아이들》

 조지은·송지은

 사이언스북스

 2019.4.19.



  아이는 천천히 배우면서 철이 든다. 철이 들면서 눈을 뜨기에 새롭게 일어서는 사람인 어른으로 나아간다. 천천히 배우는 길하고 멀 적에는 철이 들지 않고 나이만 먹는다. 철이 안 들면서 나이만 먹으면 눈을 뜨지 않으니, 이때에는 새롭게 일어서지 않으며, 조금도 어른스럽지 않아 ‘늙는(나이만 먹는)’다.


  모든 아이는 어려서부터 소꿉을 놀면서 살림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온몸으로 익힌다. 소꿉을 놀 틈을 누리면서 심부름을 하나둘 하기에 비로소 살림이 무엇인지 느긋이 알아가고 일이 어떠한지 조금씩 알아챈다. 소꿉놀이가 없는 채 몸뚱이만 껑충 크면 살림(집살림)뿐 아니라 일(집일)조차 모르고 말아, 도무지 철이 안 든다.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돈을 벌면 ‘밥벌이’일 뿐이고, 돈을 버는 자리는 ‘돈벌이’이다. 밥벌이와 돈벌이도 때때로 ‘일’이 되지만, ‘일’이란 ‘일어나’고 ‘일으키’면서 스스로 하는 몸짓을 가리킨다. 숨결을 살리는 몸짓이라서 ‘살림’이라고 하듯, 숨빛을 일으키면서 스스로 일어나는 몸짓일 적에 ‘일’이다.


  아이라는 삶을 거쳐서 어른이라는 살림을 맞아들인다면, 아이가 말을 배우고 익히면서 펴는 길은 오롯이 사랑인 줄 알아본다. 놀이·소꿉이 일·살림으로 천천히 물들면서 피어나는 길을 헤아리지 않을 적에는 “아이가 어떻게 말을 배우지?” 하고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일본말씨로 책이름을 붙인 《언어의 아이들》을 읽었다. 우리말씨로 풀어본다면 “말하는 아이들”이요, “말과 어린이”에 “아이는 말한다”쯤이다. ‘말’이 무엇인지 살피고 짚고 읽으면서 헤아리려고 한다면, 굳이 ‘말’을 ‘언어(言語)’로 적을 까닭이 없다. 마음을 담아내어 나누려는 소리가 ‘말’이다.  서로 주고받으면서 새롭게 일으키려고 마음에 담는 소리이기에 ‘말씨’이다. 스스로 일과 살림을 익히고 펴면서 내놓는 소리이기에 ‘말씀’이다.


  어릴적에만 말을 놀랍게 배우지 않는다. ‘배움빛’이라는 숨빛을 한결같이 잇는 사람은 서른 살이건 쉰 살이건 일흔 살이건 눈빛을 밝히면서 말을 즐겁게 배워서 쓸 줄 안다. 배움빛은 ‘학교’에만 있다고 여기느라 그만 말빛을 잊는다(언어 습득 능력 저하).


  말은 씨앗(말씨)이면서 숨(말씀)이니, 말로 모두 짓는다. 아무 말이나 하니까 아무렇게나 굴거나 망가뜨리지. 하나하나 짚고 말하려고 하기에 하늘빛처럼 함께 일군다. 


  한자로 가리키는 ‘평화’란 “고르게 나누며 아늑한 길”이라고 여길 만하다. ‘평화’하고 맞선 낱말이라면 “혼자 움켜쥐면서 모두 괴로운 굴레”라고 느낀다. 이런 얼개로 본다면, ‘평화 = 나눔’이요, ‘평화가 아닌 길 = 죽음/빼앗기’라고도 여길 만하지 싶다.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 받아들이려고 하는 눈을 잊는 바람에 모든 일이 수수께끼라고 여기면서 어렵다.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서 아이로 자라는 길로 어른으로 일어서기에, “나는 어떻게 말을 할까?” 하고 곰곰이 생각에 잠길 적에는 쉽게 바라보면서 쉽게 풀어내면서 수월하다.


  말을 말답게 쓰지 않기에 말빛이 바랜다. 말을 말답게 쓰면 골(뇌)이 늘 꽃처럼 피어나는 곳으로 자란다. 스스로 말씨를 심는 사람은 반짝반짝하는 머리로 말마디를 노래한다. 스스로 “나이들면 다 잊어버려” 하고 읊는 사람은 그야말로 스스로 머리와 마음과 몸을 나란히 죽이는 셈이다.


  《언어의 아이들》은 나쁜책이라고 느끼지 않되, 첫이름부터 ‘어렵게(학문적 접근과 탐구)’ 붙이면서 스스로 길을 잃었다고 느낀다. 밑글(기초자료)은 바로 온누리 모든 어린이일 뿐 아니라 모든 어른이다. 누구보다도 글쓴이 스스로 돌아볼 수 있으면 된다. 생각하는 사람은 아흔 살에 이르러도 새말을 빚고 짓고 배우면서 즐겁게 삶을 가꾼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고작 열 살이나 스무 살에도 막말이나 거친말이나 밉말을 쏟아내면서 ‘죽은눈’에 ‘죽은마음’에 ‘죽은몸’처럼 뒹굴게 마련이다.


ㅍㄹㄴ


인간의 말이 경이로운 이유 중 하나는, 언어에 무한한 창의력이 담겨 있기 땜누이다. 15쪽


이 엄청난 언어 습득 능력은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사라진다. 소위 말문이 터진다는 피크 타임(PEAK TIME)은 개인차가 있지만 2∼3세 무렵이다. 16쪽


언어는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물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이 언어가 주어진다. 69쪽


즉 아이들은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말소리를 배우기 시작한다. 78쪽


종종 한국어에 빈번하게 영어 단어를 섞어서 말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필요한 수준을 넘어서서 과도하게 영어 단어를 섞어 사용하면 듣는 사람이 부담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표현하는 한국어 단어가 없는 것도 아니고, 화자의 한국어 어휘가 부족한 것도 아니라면 더 그렇다. 214쪽


+


《언어의 아이들》(조지은·송지은, 사이언스북스, 2019)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 이 책을 쓰기까지 도와주신 숱한 분이 고맙다

→ 이 책을 쓰는 동안 도와준 모든 분한테 절한다

10쪽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것만큼 신기한 것도 없다

→ 말을 배우는 아이들만큼 놀라운 일도 없다

→ 아이들은 말을 놀랍게 배운다

→ 아이들이 말을 배우는 모습은 놀랍다

15쪽


첫돌이 될 때쯤 말을 하기 시작한다. 말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보다 더 이전이다

→ 첫돌이 될 때쯤 말을 한다. 말은 그보다 앞서 알아듣는다

→ 첫돌이 될 때쯤 말을 하는데 이보다 앞서 말을 알아듣는다

15쪽


소위 말문이 터진다는 피크 타임(PEAK TIME)은 개인차가 있지만 2∼3세 무렵이다

→ 이른바 말꼬가 터진다는 때는 모두 다르지만 두세 살 무렵이다

→ 이른바 말길이 날아오르는 때는 다 다르지만 두세 살 무렵이다

→ 이른바 말이 반짝이는 때는 저마다 다르지만 두세 살 무렵이다

16쪽


그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 것이 굉장히 기특하고 신통방통하다고 말이다

→ 그런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다니 무척 갸륵하고 놀랍다고 말이다

→ 그런 곳에서 그렇게 말을 한다니 아주 깜찍하고 대견하다고 말이다

18쪽


요즘 학계에서는, 모국어는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매우 우세하다

→ 요즘 배움밭에서는 온말은 배운다기보다 저절로 익힌다고 하는 목소리가 높다

→ 요즘 배움판에서는 밑말은 배운다기보다 넌지시 알아차린다고들 여긴다

18쪽


부사어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

→ 어찌말을 잘 쓸 수 있는지

→ 억말을 알맞게 다룰 수 있는지

29쪽


음소가 무엇인지

→ 낱이 무엇인지

→ 소리가 무엇인지

→ 낱소리가 뭔지

→ 낱끝이 무엇인지

35쪽


아이의 언어 습득은 태아 때부터 알아차릴 틈도 없이,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한 발짝씩 진행된다

→ 아이는 뱃속아기 때부터 알아차릴 틈도 없이, 흐름대로 한 발짝씩 말을 익힌다

→ 아이는 아기 때부터 알아차릴 틈도 없이, 하루하루 한 발싹씩 말을 익힌다

54쪽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조음 기관의 위치를 설명하고 있다

→ 말소리가 생기는 소릿골 자리를 풀이한다

→ 말소리를 낳는 소릿길 자리를 보여준다

→ 말소리를 빚는 소리집 자리를 나타낸다

→ 말소리를 이루는 소리터 자리를 밝힌다

83쪽


연구개음은 혓몸과 입천장의 연구개, 조음 기관의 위치 그림 6의 8번 부위를 접촉하면서 조음이 되는 소리이다

→ 뒤혓바닥소리는 혓몸과 입우대 여린쪽, 입꽃 자리그림 여섯째 8꼭지를 대면서 가누는 소리이다

→ 여린입우댓소리는 혓몸과 여린입우대, 소리그루 그림 여섯째 8대목에 닿으면서 고르는 소리이다

85쪽


한국어에는 단모음 이외에도 이중 모음(diphthong)이 존재한다

→ 한말글에는 홑홀소리 말고도 겹홀소리도 있다 

→ 한말글에는 낱홀소리 말고도 거듭홀소리도 있다

91쪽


소리의 세계를 정복하며 한 발짝

→ 소리누리를 다지며 한 발짝

→ 소리나라를 깨며 한 발짝

→ 소리바다를 품으며 한 발짝

109쪽


들어맞는 단어가 있다면 굳이 조어를 하지 않는다

→ 들어맞는 낱말이 있다면 굳이 새로 짓지 않는다

→ 들어맞는 낱말이 있다면 굳이 새로 엮지 않는다

134쪽


백지 상태였던 아이들은 단어를 습득할 때, 결코 그 의미를 되는대로 추측하지 않는다

→ 아직 모르는 아이는 낱말을 익힐 때 뜻을 되는대로 짚지 않는다

→ 새하얀 아이는 낱말을 받아들일 때 뜻을 되는대로 보지 않는다

→ 처음 낱말을 배우는 아이는 낱말뜻을 되는대로 넘겨짚지 않는다

146쪽


우리말에서 체언이란 문장의 몸, 즉 주어가 될 수 있는 단어들로

→ 우리말에서 몸말이란 글몸, 그러니까 임자가 될 수 있는 말로

→ 우리말에서 임자씨란 글월몸, 곧 기둥이 될 수 있는 낱말로

154쪽


영어로 된 문장의 경우, 어순이 바뀌었을 때 의미가 바뀌었다

→ 영어는 글흐름이 바뀌면 뜻이 바뀐다

→ 영어로 쓴 글은 말길이 바뀌면 뜻이 바뀐다

158쪽


형태소란 뜻을 가진 가장 작은 덩어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 꼴은 뜻을 나타내는 가장 작은 덩어리라고 풀 수 있다

→ 몬은 뜻을 품는 가장 작은 덩어리라고 여길 수 있다

→ 낱은 뜻이 있는 가장 작은 덩어리라고 나눌 수 있다

→ 낱꼴은 뜻이 있는 가장 작은 덩어리라고 볼 수 있다

161쪽


아이들은 나열의 연결 어미인 ‘-고’를 아주 일찍부터 배운다는 것인데

→ 아이는 벌이는 이음꼴인 ‘-고’를 아주 일찍부터 배운다는데

→ 아이는 풀어놓는 잇꼴인 ‘-고’를 아주 일찍부터 배운다는데

→ 아이는 펼치는 이은끝인 ‘-고’를 아주 일찍부터 배운다는데

→ 아이는 줄짓는 잇끝인 ‘-고’를 아주 일찍부터 배운다는데

168쪽


신체 부위를 나타내는 단어들의 경우

→ 몸집을 나타내는 낱말은

→ 몸뚱이를 나타내는 말은

→ 우리몸을 나타내는 말씨는

→ 허우대를 나타내는 이름은

183쪽


정확히 누가 바이링구얼, 즉 이중 언어 화자인지 그 선을 명확히 정하기는 쉽지 않다

→ 누가 두말꽃인지 또렷이 가리기는 쉽지 않다

→ 누가 두말길인지 똑똑히 나누기는 쉽지 않다

→ 누가 두말내기인지 바로 금긋기는 쉽지 않다

→ 누가 두말살이 꼭꼭 가누기는 쉽지 않다

→ 딱히 누가 두말살림인지 따지기는 쉽지 않다

203쪽


앞의 두 가지 질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이 하나 더 있다

→ 앞서 물은 두 가지로는 풀지 못한 대목이 하나 더 있다

→ 앞서 물어본 두 가지로는 못 푼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244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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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 - 글이 술술, 머리에 쏙쏙 문해력 필수 어휘 ㅣ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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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29.

까칠읽기 127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

 이주윤

 빅피시

 2025.4.23.



  ‘식물’과 ‘잡초’라는 먼나라 한자말 이름 사이를 오가다 보면, 막상 ‘풀’이라는 오랜 숲말은 낄 틈이 없다. 풀을 보면서 ‘풀’이라 하지 않으니, 아이도 어른도 왜 ‘풀’이라는 이름이면서 말밑인지 어림조차 못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말이 어렵다고 잘못 여긴다. 게다가 ‘식물’과 ‘잡초’ 같은 먼나라 한자말을 그냥그냥 외우듯 길들면서 쓰느라, 이런 바깥말이 어떤 얼개인지 잊기도 한다.


  ‘풀’은 푸른 숨결을 나타내고, 풀어내는 길을 드러낸다. ‘풀’은 ‘불’처럼 봉긋하게 솟거나 돋는 모습이요, 풀이 푸르게 돋으면 땅과 둘레가 푸근하고 포근하다. 풀은 푸지게 자란다. 베고 또 베어도 푸르게 다시 돋는다. 뿌리를 건드리지 않으면 내내 누리는 나물인 풀이다.


  심는다고 해서 ‘식(植)’이라는 한자를 붙이고, 온·모두라고 해서 ‘잡(雜)’이라는 한자를 붙인다. ‘심다’는 ‘심·힘’과 나란하며 ‘시·씨’로 잇는다. 우리는 씨앗을 땅에 심는다. 풀과 나무는 ‘심빛’이자 ‘씨빛’인 셈이고, 온누리에 고루 있는 풀은 ‘들풀·들꽃’이다.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이주윤, 빅피시, 2025)을 돌아본다. 일본말씨인 ‘최소한의 어휘력’인데, 무슨 뜻일까? 왜 어린이와 푸름이한테 꼭 일본말씨나 일본한자말을 곁들여야 말힘(어휘력)을 기를 수 있다고 여길까?


  우리는 늘 처음부터 잘못 짚는다. 어느 갈래를 가르치거나 배우든 말부터 알아야 한다. 말을 모르고서야 길도 헤매고 일도 못 하고 아예 못 배운다. 이웃나라 사람이 이 나라에 일하러 올 적에 한말글을 안 배우면 어깨너머에 눈어림으로 따라하는데, 이러다가 으레 다친다.


  바깥말·이웃말(외국말)을 제대로 배우려면 언제나 마땅히 우리말부터 제대로 배울 노릇이다. 먼저 우리가 늘 쓰는 수수하고 쉬운 말씨부터 제대로 갈고닦은 바탕이 서야, 어떤 바깥말이나 이웃말도 찬찬히 듣고 말하고 배우고 익힌다. 그렇지만 어린배움터이건 푸른배움터이건 하나같이 우리말을 깔보거나 업신여긴다. ‘최소한의 어휘력’을 짚는다는 이 책도 매한가지이다. 정작 우리말이 왜 우리말인지 짚지 않는 채 이런 일본한자말과 저런 중국한자말을 아무리 짚는들 헛바람이게 마련이다.


  덧뺄나곱을 익히지 않은 아이한테 루트나 함수를 들먹인들 뭘 알아듣겠는가. 덧뺄나곱을 차근차근 오래오래 가다듬고서 셈값을 마음껏 다룬 뒤에라야 다른 모든 셈길을 하나씩 열 수 있다.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말이요,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른 말이다. 그래서 좋은말·나쁜말이란 아예 없다. 다 다른 자리를 밝히면서, 다 다른 마음을 그리는 말이다. ‘젊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되, ‘절다’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더라. 그러나 ‘절다’란 한쪽으로 기운 몸을 가리키는 낱말일 뿐이고, 몸이 한쪽으로 기울듯 몸짓도 마음도 한쪽으로 기울듯 치닫는 나이인 사람을 ‘젊다’라 여긴다. 젊은이는 새롭게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여기저기 뛰어들고 부딪히기에 으레 다치거나 힘들면서 절름거리게 마련이라고 여긴다. 이렇게 여기저기 뛰어들며 활활 타오르는 ‘끓는피’를 차분히 잠재울 만한 때에는 ‘점잖다(젊지 않다)’고 여긴다. 점잖은 때란, 그냥 나이만 많은 사람이 아닌, 어느 쪽으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둘레를 보는 눈썰미를 키우는 때로 접어든다는 뜻이다.


  영어 ‘사이코’를 들을 적에 말하거나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받아들일 테지. 그런데 이 영어도 좋거나 나쁜 말이 아닌, 그저 어느 결을 나타내거나 그릴 뿐이다. 돌아이(또라이)라 할 적에도 마찬가지이다. 남들처럼 안 하기에 돌아이일 테지만, 내가 나로서 나답게 하려고 하니 “길미(이익)가 아닌 삶(나다운 길)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돌고돌며 돌아가고 동그랗게 동무하는 매무새인 ‘돌아이’이다.


  “어휘가 지닌 의미”가 아닌 ‘말뜻’을 익히면 된다. ‘말결’을 살피면 된다. ‘말빛’을 보면 된다. ‘말씨’를 읽으면 된다. ‘말길’을 알아가면 된다. 말꼬를 트면서 말살림을 가꾸는 하루를 살아내면 된다. 말을 나누면서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말을 주고받으면서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틔우면 된다. 어렵게 말하는 모든 책은 덧없다.


ㅍㄹㄴ


《요즘 10대를 위한 최소한의 어휘력》(이주윤, 빅피시, 2025)


저처럼 어휘가 지닌 의미를 몰라 부끄러운 과거를 쌓아가는 친구가 한둘이 아닌 모양입니다

→ 저처럼 말뜻을 몰라 부끄러운 밑길을 쌓아가는 동무가 한둘이 아닌 듯합니다

→ 저처럼 낱말뜻을 몰라 부끄럽게 지내는 동무가 한둘이 아닌 듯합니다

4쪽


한 학생에게서 이런 제보를 받았거든요

→ 누가 이렇게 알리더군요

→ 누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 누가 한마디를 들려주더군요

4쪽


어떤 과목이든 문제를 읽고 이해하는 데 기본적으로 국어 실력이 필요합니다

→ 어떤 갈래이든 풀거리를 읽고 알려면 우리말부터 익혀야 합니다

→ 어떤 밭이든 길을 읽고 살피려면 우리말부터 다져야 합니다

5쪽


그 결과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글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 그래서 글씨는 읽을 수 있지만 글결을 못 읽는 사람이 늡니다

→ 그래서 글씨는 읽지만 줄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5쪽


이 책 한 권을 완독한다고 해서 바로 어휘력 달인이 될 수는 없겠지요

→ 이 책을 마치고 나서 말을 잘 알 수는 없겠지요

→ 이 책을 다 읽더라도 말을 잘 할 수는 없겠지요

6쪽


제가 낮아지면 조카가 높아지고 조카가 낮아지면 제가 높아지기를 수십 번

→ 제가 낮으면 조카가 높고, 조카가 낮으면 제가 높기를 스물 서른 마흔

→ 제가 내려가면 조카가 올라가고, 조카가 내려가면 제가 올라가기를 한참

17쪽


하나의 언어를 사용했었지만 분단의 세월이 길어짐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 같은 말을 썼지만 갈라선 나날이 길면서 크게 다릅니다

→ 한말을 썼지만 나뉜 해가 길면서 서로 확 다릅니다

→ 한말글을 썼지만 오래도록 따로 살면서 무척 다릅니다

23쪽


사전적 정의에 저의 의견을 덧붙여 두 단어를 정리해 보자면

→ 낱말풀이에 제 나름대로 덧붙여 두 낱말을 추슬러 보자면

→ 제 나름대로 말풀이에 덧붙여 두 낱말을 갈무리해 보자면

47쪽


그냥 대충 봉투라고 뭉뚱그려 말해도

→ 그냥 자루라고 해도

→ 뭉뚱그려 자루라고 해도

48쪽


위에서 살펴본 표현들이 모두 너무 직접적인 것 같아 입 밖으로 꺼내기가 망설여진다면 에둘러 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 앞서 살펴본 말이 너무 맞받는다 싶어 망설인다면 에둘러 말할 수 있습니다

→ 앞서 살펴본 말씨가 너무 거리낌없어 망설인다면 에둘러 말해도 됩니다

62쪽


위의 문단에서 ‘가능한 한’이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 이 대목에서 ‘되도록’이라는 말이 조금 낯선 분이 있으리라 봅니다

→ 이 자리에서 ‘아무쪼록’이라는 말이 좀 안 맞는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65쪽


정확한 어휘를 써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말과 행동이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 말을 바르게 쓰면 말과 삶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말을 옳게 쓰면 말과 몸짓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 말을 똑똑히 쓰면 말과 삶결이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110쪽


개중에 하나만 말해보자면

→ 하나만 말하자면

→ 하나만 들자면

→ 하나만 꼽자면

118쪽


늦장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이에 백기를 든

→ 늦장이라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이에 손을 든

→ 늦장이라 말하는 사람이 늘고 이에 두손을 든

118쪽


마지막으로 소신 발언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제 뜻을 밝히겠습니다

→ 제 마음을 밝히며 마무리하겠습니다

125쪽


실생활에서 누군가를 빈정거려봤자 본인이 얻는 이득은 없으므로

→ 막상 누구를 빈정거려 봤다 스스로 얻을 일은 없으므로

→ 살면서 누구를 빈정거린들 나한테 이바지하지 않으므로

125쪽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공중에 붕 뜬 기분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의 시작입니다

→ 가슴이 콩닥콩닥하고 하늘에 뜨는 듯하면 즐거운 하루입니다

→ 가슴이 뛰고 날아오르는 듯하면 신나는 오늘입니다

179쪽


요즘 제 삶의 낙은

→ 요즘 사는 재미는

→ 요즘 즐거운 일은

25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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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엘링 카게 지음, 김지혜 옮김 / 다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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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읽기 . 숲노래 책읽기 / 인문책시렁 2026.8.11.

인문책시렁 498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엘링 카게

 김지혜 옮김

 다른

 2020.1.25.



  우리 누구나 ‘숲손’일 텐데, 문득 잊었을 뿐이지 싶어요. ‘바다손’에 ‘바람손’에 ‘흙손’에 ‘모래손’에 ‘나무손’에 ‘풀꽃손’에 ‘나비손’이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스마트손(스마트폰을 쥔 손)’에 ‘쇳덩이손(자동차 운전대를 쥔 손)’에 ‘잿빛손(아파트에 스스로 가둔 손)’에 ‘돈손(돈만 버는 손)’이라 할 만합니다.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는 ‘발’과 ‘다리’를 쓰는 삶이란 무엇인지 들려주는 줄거리입니다. 노르웨이 이웃이 쓴 책을 영어로 옮기면 “Walking One Step at a Time”이라고 합니다. 그저 쉬운 한 마디입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기”라든지 “한 발짝씩 내딛기”나 “한 발 두 발 걷기”입니다.


  한달음에 즈믄길을 가려고 하지 않으면 됩니다. 즈믄길도 한 걸음씩 떼며 천천히 갈 노릇입니다. 서울로 잇는 빠른길을 낼수록 서울로 빠르게 쏠리는 얼개입니다. 우리는 서울이나 큰고장으로 더 빨리 가야 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고흥군과 장흥군처럼 시골과 시골을 잇는 ‘시외버스’가 구불구불 천천히 달렸으나, 이제는 이웃 시골을 잇는 거의 모든 시외버스가 끊깁니다. 이러면서 서울로 가는 ‘고속버스’ 길만 남습니다. 옆마을하고는 담을 쌓으면서 서울로 치달리면 될 뿐인 늪입니다.


  서울에서는 나라밖으로 휙휙 빠르게 떠나는 하늘나루가 가깝습니다. 서울에서는 마흔 겹이나 쉰 겹으로 쌓아올리는 높다란 잿집이 수두룩한데, 정작 위밑옆에 누가 사는지 아예 안 쳐다봐요. 나란히 있어도 이웃이 아닌 남입니다.


  남과 남일 뿐이니 마을이 아니고, 마을이 아니니 걸으며 스치거나 마주할 일이 없습니다. 남과 남일 뿐이기에 ‘남’을 넘어서 ‘놈’이기까지 하고, ‘함께’라는 낱말을 쉽게 잊습니다. 우리는 푸른별에서 ‘함께살기’를 하는 사이입니다. 함께 살림을 짓기에 발과 다리를 놀려서 거닙니다. 함께 사랑을 이루기에 손과 팔을 써서 빚고 짓습니다.


  거니는 ‘숲발’과 ‘숲손’일 적에는 ‘숲말’을 하면서 ‘숲글’을 쓰고 ‘숲마음’을 밝히면서 ‘숲사랑’을 품습니다. 숲을 잊은 서울에서는 ‘서울발’과 ‘서울손’조차 없고, ‘서울말’과 ‘서울글’마저 잊은 채 ‘서울마음’이며 ‘서울사랑’도 아닌 쳇바퀴로 맴도는구나 싶습니다. 이제는 걸어야 합니다. 이제는 손잡아야 합니다. 이제는 빠른길을 줄이고서 ‘걷는 숲길’을 늘려야 합니다.


ㅍㄹㄴ


교도소에 갇힌 사람이 가장 적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영국 아이들 4분의 3은 영국 교도소 수감자보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다. 5분의 1은 하루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며 9분의 1은 1년 내내 공원이나 숲, 해변 등에 발도 들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대부분 실내에서 여러 형태의 화면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28쪽


500년을 살고 난 후 완전히 죽는 데 다시 500년이 걸린다는 전설이 있기도 한 참나무는 바람이 불 때마다 꽃가루를 흩뿌린다. 31쪽


전날 같은 시간에 걸었던 거리라도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38쪽


자연에서 산책하다가 피곤해지면 조용한 곳에 등을 대고 눕는 일이야말로 가장 즐거운 경험이다. 108쪽


만약 우리가 덜 걷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걷는다는 사실로 규정되는 종이 아니라 앉아 있거나 운전한다는 사실로 규정될 것이다. 162쪽


#ErlingKagge #Walking One Step at a Time


+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엘링 카게/김지혜 옮김, 다른, 2020)


더 이상 걷지 못하게 되셨다

→ 더는 걷지 못 하셨다

→ 더는 못 걸었다

9


매일 아침 출근길에 큰 설렘까지는 아니라도 약간의 기대감을 품고 집을 나선다

→ 아침마다 크게 설레지는 않더라도 조금 두근거리면서 집을 나선다

→ 아침이면 크게 설레지는 않더라도 살짝 콩닥거리면서 집을 나선다

37


일본에서는 이 행위에 ‘숲 목욕’이라는 뜻의 ‘산림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 일본에서는 이 일을 숲에서 씻는다는 뜻으로 ‘숲씻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 일본에서는 이를 숲에서 씻는다는 뜻으로 ‘푸른씻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108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푸른말로 글빛노래 시 따라쓰기》,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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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 ㅣ 어린이 책도둑 시리즈 33
이상수 지음, 이창우 그림 / 철수와영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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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6.6.28.

숲책 읽기 245


《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

 이상수 글

 이창우 그림

 철수와영희

 2025.10.3.



  옷을 지을 줄 알고, 밥을 지을 줄 알며, 집을 짓고 돌볼 줄 알 뿐 아니라, 아기를 낳아서 보살필 줄 아는 가시내가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글로 남긴 붓이 드뭅니다. 아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이 태어나서 흘러온 발자취를 보면, 으레 사내끼리 거머쥐면서 남기는데, 하나같이 싸움박질과 임금자리하고 얽힌 줄거리로 가득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한문’으로 적힌 ‘옛글(고전문학)’을 들여다보면 순 ‘임금바라기 + 중국바라기’입니다. “일하는 하루”와 “함께 일하는 손길”과 “나란히 살림하는 눈빛”을 담은 글은 그냥 없습니다.


  우리가 배움터를 다니면서 듣는 ‘발자취(역사)’를 짚어 봅니다. 수글(사내가 쓴 한문으로 남은 글)로는 “살림하는 하루”나 “사랑하는 보금자리”나 “흙을 짓고 들숲메를 품는 손길”이나 “풀꽃나무한테서 배우는 숨결” 같은 이야기는 한 줄조차 못 봅니다. 이제는 누구나 암글(한글로 이름이 바뀐 훈민정음)을 쓰는 나날인데, 오늘 우리는 우리 발자취에 우리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어느 만큼 담는다고 할 만할까요?


  《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를 돌아봅니다. ‘씨(유전자)’를 함부로 건드려서 ‘좋은’ 쪽으로 가려고 한다는 늪을 줄거리로 삼습니다. ‘유전자 조작’이라는 이름이 아니었어도 여태 ‘품종개량’이라는 이름으로 ‘씨바꿈’을 하려던 나라입니다. 참으로 목돈을 들여서 꾸준하게 씨바꿈을 합니다.


  텃씨(토종씨앗)를 지켜서 돌보고 이으려는 흙지기는 ‘바꾸지 않은 씨’를 건사합니다. 우리 텃씨는 고을마다 다르고 고장마다 다르며 마을마다 다를 뿐 아니라, 집집마다 다르기까지 합니다. 한마을이라 해도 집집마다 건사하는 논밭은 흙이 다 다르고, 흙지기 손길이 다르게 닿아요. 똑같은 씨앗은 한 톨조차 안 나옵니다. 언제나 해바람비가 다르고, 밤에는 별빛이 다릅니다. 날아앉는 새와 벌나비가 다를 뿐 아니라, 개구리와 뱀과 미꾸라지와 가재와 물방개와 다슬기도 해마다 달라요.


  푸른별에서 이어온 발자취를 짚자면, 모든 곳에서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른 씨앗으로 살림을 일구고 삶을 나누었습니다. “다르지만 하나인 터전”인 이 별에서 “하나이지만 다른 해바람비”를 골고루 누리면서 논밭을 가꾸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텃씨’를 품는 슬기로운 길이라면 바로 한 가지입니다. 고장·고을·마을·집마다 다르게 흐르는 흙결과 손끝을 헤아려서 누구나 손수 살림을 일구는 길을 북돋아야 할 테지요.


  모든 씨앗을 똑같이 맞추면서 ‘좋게’ 바꾸려고 하는 뜻을 읽어낼 노릇입니다. 다 다른 모든 사람을 “똑같은 옷밥집에 꿰어맞춰”서 ‘생각’을 지우고 ‘마음’을 치우려는 사나운 짓을 꾀하는 얼거리입니다. 예부터 누구나 옷을 한 벌만 지어서 입었어요. 임금이나 벼슬아치나 나리 같은 높자리에 있던 이들은 ‘옷짓기’나 ‘밥짓기’나 ‘집짓기’를 하나도 안 하면서 옷밥집을 잔뜩 얻기만 했습니다.


  옷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몸마음에 맞춰서 살립니다. 집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삶터에 따라서 살립니다. 말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숨결을 살립니다. 글을 손수지을 적에는 스스로 제 이야기를 빛내어 살립니다.


  무엇을 ‘발자취(역사)’로 여겨야 할는지 짚을 때라야 ‘씨(유전자)’를 찬찬히 읽습니다. 무엇을 돌아보고 남기고 물려주어야 할는지 헤아릴 때라야 ‘씨바꿈’이 무슨 짓인지 알아챌 만합니다. 손지음을 잊고 잃는 오늘날에는 ‘살림’이 있다고 볼 수 없겠지요. 옷밥집뿐 아니라 말글도, 이야기도, 숨결도 판에 박거나 틀에 박을 적에는 그들(권력자)이 길들이려는 쳇바퀴에 갇힙니다.


ㅍㄹㄴ


(사람은) 심지어 옥수수보다 1만 1000개 이상 적고 벼보다는 1만 7000개, 밀보다는 8만 7000개 정도가 적어요. 고등 생물일수록 유전자가 많은 것은 아닌 거예요. (23쪽)


바이러스는 죄가 없어요. 바이러스는 그저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려는 유전자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에요. (40쪽)


사실 노는 개미는 아무 일도 안 하고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빈둥거리면서 알과 애벌레를 돌보고 집안일을 한다고 해요. (52쪽)


2018년 중국의 과학자 허젠쿠이는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어요 … 인간의 수정란은 실험용 요리재료가 아니에요. 인간의 수정란에 손을 대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건드리는 거예요. (80, 81쪽)


멸종한 메머드를 되살린다고 해도 새끼가 매머드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줄 어미가 없어요. (84쪽)


+


《선생님, 유전자를 조작해도 되나요?》(이상수, 철수와영희, 2025)


부모의 형질이 자손에게 전해지는 것을 유전이라고 해요

→ 어버이 밑씨가 아이한테 이을 적에 물림이라고 해요

→ 엄마아빠 밑빛을 아이가 받을 적에 잇는다고 해요

14쪽


형질에는 우성과 열성이 있는데 우성 형질은 열성 형질에 비해 힘이 세요

→ 길눈에는 윗줄과 뒷줄이 있는데 윗씨는 뒷씨보다 힘이 세요

→ 밑동에는 먼저와 나중이 있는데 먼저씨는 나중씨보다 세요

14쪽


최근 탈모로 고통 받는 사람이

→ 요새 머리빠져서 힘든 사람이

→ 요즘 머리털앓이인 사람이

17쪽


잘못된 생각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 잘못 여기면 이웃이 마음아플 수 있으니 삼가야 해요

→ 잘못 보면 둘레에서 마음앓이를 할 수 있으니 사려야 해요

18쪽


노란색 완두콩과 초록색 완두콩을 교배시켰는데 왜 중간 색깔인 연두색 완두콩이 나오지 않고 모두 노란색 완두콩만 나온 걸까

→ 노란 동글콩과 푸른 동글콩을 섞었는데 왜 가운빛인 옅푸른 동글콩이 나오지 않고 모두 노란 동글콩만 나올까

→ 노란 풋콩과 푸른 풋콩을 맺었는데 왜 사잇빛인 옅푸른 동글콩이 나오지 않고 모두 노란 동글콩만 나올까

20쪽


고등 생물일수록 유전자가 많은 것은 아닌 거예요

→ 윗자리일수록 씨톨이 많지는 않아요

→ 위켠일수록 알씨가 많지는 않아요

→ 높꽃일수록 밑씨가 많지는 않아요

23쪽


변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차이예요

→ 어버이한테서 물려받은 씨앗에 따라 알맞게 달라요

→ 엄마아빠한테서 물려받은 씨틀에 따라 가볍게 달라요

31쪽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변이가 돌발적으로 생겨날 수 있어요. 이걸 돌연변이라고 해요

→ 갑자기 바뀔 수 있어요. 이때 톡톡 튄다고 해요

→ 갑자기 다를 수 있어요. 이때 새길이라고 해요

31쪽


바이러스는 그저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려는 유전자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뿐이에요

→ 벌레는 그저 제 몸을 더 많이 베껴서 퍼뜨리려는 구실을 할 뿐이에요

→ 좀은 그저 제 몸뚱이를 더 많이 떠서 퍼뜨릴 뿐이에요

40쪽


날이 갈수록 지구는 뜨거워지고 가뭄은 잦아지고 있어요

→ 날이 갈수록 푸른별은 뜨겁고 가뭄은 잦아요

→ 날이 갈수록 파란별은 뜨겁고 가뭄은 잦아요

60쪽


손의 힘도 저마다 달라요

→ 손힘도 저마다 달라요

68쪽


유전자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드는 설계도이지만 미래를 보여주지는 않아요

→ 씨톨은 우리 몸과 마음을 짓는 밑그림이지만 앞길을 보여주지는 않아요

→ 씨알은 우리 몸과 마음을 빚는 그림이지만 앞날을 보여주지는 않아요

69쪽


유전체란 생물이 지닌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해요

→ 씨몸이란 목숨에 있는 모든 씨앗값이에요

→ 씨집이란 목숨붙이에 있는 모든 씨값이에요

70쪽


이것을 유전자 변형 생물체(GMO)라고 해요

→ 이를 고친씨앗이라고 해요

→ 이를 바꾼씨앗이라고 해요

→ 이를 손댄씨앗이라고 해요

76쪽


인간의 수정란은 실험용 요리재료가 아니에요. 인간의 수정란에 손을 대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을 건드리는 거예요

→ 우리 숨씨는 뚝딱거릴 수 없어요. 우리 숨씨에 손을 대면 다른 삶을 건드려요

→ 우리 숨빛씨는 맛보기가 아니에요. 우리 숨빛씨에 손대면 이웃 삶을 흔들어요

→ 우리 씨앗은 놀잇감이 아니에요. 우리 씨앗에 손대면 이웃사람 삶이 흔들려요

81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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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 - 기후 위기와 지리 ㅣ 발견의 첫걸음 5
최재희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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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숲책 / 환경책 읽기 2026.6.28.

책으로 삶읽기 1144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

 최재희

 창비

 2023.6.30.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최재희, 창비, 2023)를 읽었다. 바다거북은 보금자리로 가고, 푸른별 어디에서나 느긋하게 살아야 할 테지. 우리는 으레 숲짐승과 바다짐승이 사람 탓에 얼마나 고달프게 시달리다가 죽어가는지 보기를 들면서 ‘남탓’을 한다. 푸른길을 다루는 책을 보노라면, ‘나부터 바꾼다’고 밝히는 줄거리는 아주 없다시피 하다. ‘빛살(에너지)’을 마구 써대면서 쓰레기를 내놓는 큰나라, 으레 미국을 손꼽아 나무란다. 그런데 2023해에 나온 바를 보면, 이미 우리나라는 ‘온누리 찬바람 살림새(전세계 에어컨 보급률)’가 98%를 넘는다. 일본과 미국조차 저리 가라 할 만한 모습이다. 그리 크지 않은 이 나라에 까만길(아스팔트 포장도로)이 엄청나게 넓고 많으며 아직도 새로 깔려고 한다. 하늘나루마저 더 때려지으려 한다.


우리는 제대로 물어보아야 한다. “바다거북은 어디로 가야 할까?”가 아닌, “나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고 물어볼 노릇이다. 이러면서 다시 말해야지. “나부터 무엇을 바꾸는 하루로 살까?”처럼.


나무 한 그루나 바다꽃바위(산호초) 한 자락을 ‘돈(경제적 가치)’으로 따지지 말자. 꽃 한 송이와 풀 한 포기는 돈으로 어림할 수조차 없다. 바람 한 줄기와 햇볕 한 조각을 어떻게 돈으로만 여기는가? ‘곁배움책(초중고등학교 참고도서)’으로 꾸며서 겉훑는 말만 채우는 일은 이제 멈춰야지 싶다. 찬바람(에어컨) 없이, 달구지(자가용) 없이, 잿더미(아파트)에서 안 살면서, 손수 나무를 심고 나비를 반기고 새랑 노래하는 하루를 살아가는 ‘참빛’을 어린이 곁에 서서 들려줄 때라야 비로소 ‘푸른책’이라 할 수 있다.


ㅍㄹㄴ


그레이트배리어리프는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산호초 군락의 가치가 우리 돈으로 48조가 넘는다고 해요. 스쿠버다이빙을 포함한 관광,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고용효과 등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발에 따른 경제적 가치보다 보존에 따른 환경적 가치를 우선하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72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과 노래를 쓴다. 숲을 품은 시골에서 산다. 살림을 짓는 하루를 가꾼다. 《열두 달 소꿉노래》,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를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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