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23. 집 가까이에 (2016.10.6.)



  집 가까이에 멧골이 있고, 멧골에는 골짜기가 있다. 이 멧골하고 골짜기하고 숲을 사랑하려고 되도록 자주 찾아가려 한다. 집이 아예 멧골이나 숲에 있으면 가장 좋을 테니, 앞으로는 그러한 보금자리를 꿈꾼다. 집 가까이에 있는 멧골하고 골짜기를 누릴 수 있고 누리려는 마음이 있으면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웃음을 짓는 살림이 되리라 본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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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22. 배우러 가는 길 (2016.10.2.)



  학교에서는 아마 신주머니로 쓰겠지? 그렇지만 우리는 그냥 가방이야. 책 한 권 공책 한 권 연필 지우개를 넣는 제법 괜찮은 가방이야. 이 가방을 한 손에 들고 가을 들길을 거닐며 우리 도서관학교에 배우러 가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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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21. 꽃을 줍다 (2016.9.30.)



  들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마다 아이들이 꽃을 줍는다. 논둑에서 자라다가 뽑힌 꽃무릇인데, 줍고 또 주워서 밥상맡에 올려놓는다. 이가 나가서 안 쓰는 물잔에 물을 받아서 꽃을 꽂는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갈아 주기도 한다. 며칠 동안 꽃내음을 나누어 주는 꽃무릇을 바라본다. 아이들 마음은 언제나 꽃마음이로구나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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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20. 가을이야 (2016.9.18.)



  가을이야. 어때? 가을바람 기운이? 들내음은 어떠하니? 구름빛은 어떤 결일까? 논둑에는 고들빼기가 꽃을 터뜨리네. 바람소리를 빼고는, 바람이 구름을 이끄는 소리 말고는, 이 들길에서 다른 소리를 찾기는 힘들지만, 우리가 이 길을 거닐거나 달리며 내는 소리가 새삼스레 가슴으로 젖어드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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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집 118. 바람을 쐬는 곳 (2016.6.24.)


  바람을 쐰다. 홀가분하게 바람을 쐰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누나도 없어도 된다. 바람이 곁에 있으면 된다. 고샅길 한쪽에 조용히 앉아서 바람을 얌전히 부른다. 바람이 풀잎을 건드리며 찾아오면 가만히 노래를 부르면서 저녁을 맞이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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