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털 무반응 신조 케이고 단편집
신조 케이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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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20.

만화책시렁 676


《센티멘털 무반응》

 신조 케이고

 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7.31.



  “그냥 쉰다”나 “그저 쉰다”로 옮길 만한 《ひらやすみ》는 한글판으로는 《매일, 휴일》로 나왔습니다. 이 그림꽃을 선보인 분이 어떻게 붓길을 이을 수 있었나 하고 단출히 들려주는 《센티멘털 무반응》인데, 어쩐지 심심합니다. 《매일, 휴일》은 어린이도 함께 읽을 수 있으나, 《센티멘털 무반응》은 어린이하고 읽기에는 안 어울립니다. 그렇다고 어른스러운 빛이나 길을 밝힌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어쩌다 붓을 쥐었기에 슥슥 그렸을 수 있고, 어느새 그림꽃길을 걸을는지 모릅니다. 붓질에 지쳐서 그저 드러눕고 싶을 만하고,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붓을 쥐었는지 곱씹어야 할 수 있어요. 아직 더위가 안 가신 구월 한복판에 벼락비가 옵니다. 한참 비가 없다가 내리는 빗줄기가 반갑습니다. 이 빗줄기는 시골자락을 뿌옇게 뒤덮던 풀죽임물 기운을 싹 씻겠지요. 들과 마을과 숲까지 번지던 풀죽임물은 빗방울에 녹아서 도랑을 거쳐 갯벌로 퍼질 테고, 바다로 훅 스미겠지요. 파란바다를 이루려면 푸른숲이어야 합니다. 들숲이 망가지면 바다도 망가집니다. 우리나라는 들숲에도 바다에도 햇볕판·바람개비(태양광·풍력)를 지나치게 잔뜩 박았습니다. 그러나 들숲바다가 망가져도 무덤덤한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다들 스스로 시시합니다.


ㅅㄴㄹ


‘시시해. 나, 뭐 하고 있는 걸까.’ (22쪽)


“근데 왜 연습했어?” “어?” “응? 뭐라고?” “아니, 그냥 예쁘게 칠하고 싶어서, 였나?” (77쪽)


어색하게 웃는 그녀를 보고, 우리도 지구에 왔을 때 웃는 게 힘들었던 게 떠올랐다. (164쪽)


#ひらやすみ #センチメンタル無反応  #真造圭伍

+


《센티멘털 무반응》(신조 케이고/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24)


일진의 장난감을 부수고 말았다

→ 망나니 장난감을 부수고 말았다

→ 야살이 장난감을 부수고 말았다

→ 주먹떼 장난감을 부수고 말았다

12쪽


전에 괴롭힘 당한 애는 지금 이미 등교 거부 중인데

→ 예전에 괴롭던 애는 이미 숨은살이인데

→ 예전에 괴롭던 애는 이미 집콕인데

13쪽


그런 기분에 괜스레 신이 났다

→ 그런 마음에 그냥 신이 났다

→ 그러다가 문득 신이 났다

16쪽


시시해. 나, 뭐 하고 있는 걸까

→ 시시해. 나, 뭐 하는 셈일까

→ 시시해. 나, 뭐 하는 놈일까

→ 시시해. 나, 뭐 하는 하루일까

22쪽


“이런 축하할 날에 미치코네 집에 인사하러 갈 수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열혈남아네.”

→ “이런 기쁜 날에 미치코네 집에 절하러 갈 수 있다니 자랑스럽다!” “뜨겁네.”

→ “이런 꽃보라날에 미치코네 집에 여쭈러 갈 수 있다니 자랑스럽다!” “불꽃사내네.”

81쪽


이 집안의 가장일세

→ 이 집안 기둥일세

→ 이 집안 들보일세

86쪽


대선생님 이야기를 잘 들어두는 게 좋을걸

→ 큰어른 이야기를 잘 들어두어야 할걸

143쪽


그쪽도 지방에서 올라왔군요

→ 그쪽도 시골에서 왔군요

155쪽


어색하게 웃는 그녀를 보고, 우리도 지구에 왔을 때 웃는 게 힘들었던 게 떠올랐다→ 어설피 웃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푸른별에 와서 웃기가 힘들던 일이 떠올랐다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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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남매 1 흔한남매 1
흔한남매 원작, 백난도 글, 유난희 그림,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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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19.

만화책시렁 677


《흔한 남매 1》

 백난도 글

 유난희 그림

 아이세움

 2019.6.20.



  큰고장 사는 조카가 《흔한 남매》를 재미있다면서 보기에 흘깃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뒤로 곰곰이 읽어 보는데, 웃기려고 쥐어짜는 그림과 줄거리로 가득한 이 꾸러미가 어린이한테 재미있다면, 또 많이 팔린다면, 이 나라 앞날은 까마득한 셈인가 하고 돌아봅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길창덕·신문수’ 같은 분들이 ‘명랑만화’라는 일본스런 이름으로 이미 “쥐어짜는 억지웃음 + 반공 + 충효 + 애국”으로 뒤범벅을 한 꾸러미를 한가득 베풀었어요. 엉성한 명랑만화를 보고 자랐어도 모든 어린이가 넋을 잃지는 않습니다만, 적잖은 어린이는 넋을 잃거나 빼앗깁니다. 《흔한 남매》를 보고 자라는 어린이 모두가 넋을 잃지는 않을 테지만, 적잖이 넋을 잃거나 빼앗길 테지요. “싸우면서 마음이 맞는다”는 옛말처럼, 오히려 싸우고 괴롭히면서 서로 ‘좋아하’기도 합니다. 다만, 싸우고 괴롭히는 사이는 ‘사랑’으로 나아가지 않아요. ‘좁게 보는 마음’인 ‘좋다’에서 맴돕니다. 《흔한 남매》는 ‘좋고 싫음’을 뚜렷이 드러내는 두 아이가 치고박는 줄거리로 한참 잇습니다. 마음에 들기에 마냥 좋고, 마음에 안 들기에 다 싫은 두 아이입니다. 스스로 짓거나 가꾸는 삶이란 없이, ‘이미 엄마아빠가 다 차려놓은 틀’에서 쳇바퀴입니다.


ㅅㄴㄹ


“이 징그러운 뱀 장난감 보이시죠? 제가 이 뱀으로 …….” (8쪽)


“오빠∼. 뭐 해?” “유튜브 보는데 왜?” “내가 선물을 준비했거든.” (9쪽)


“꺄아악! 누가 똥 싸고 물 안 내렸어! 아, 진짜!” “서프라이즈∼! 널 위한 내 선물이야.” (11쪽)


‘에이미가 똥을 누는데 휴지가 없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에 찾아온 기회인가? ㅅ그때의 그 지옥, 복수해 주지. 에이미!’ (7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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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의 드래곤 4 - S코믹스, 완결 S코믹스
미요시후루마치 지음, 윤선미 옮김, 시마다 리리 원작 / ㈜소미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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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10.

책으로 삶읽기 923


《부엌의 드래곤 4》

 시마다 리리 글

 미요시 후루마치 그림

 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12.20.



《부엌의 드래곤 4》(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을 읽었다. 넉걸음으로 마쳐서 아쉽다. 닷걸음이나 엿걸음이나 일곱걸음까지 그릴 만한데, 좀 일찍 마쳤다고 느낀다. 그러나 군더더기를 안 붙이면서 똑똑히 줄거리를 살려서 매듭지었다고도 느낀다. 적잖은 그림꽃은 줄거리 아닌 군더더기에 휩쓸리거나 얽매이면서 자꾸자꾸 늘어뜨리기 일쑤이다. 이를테면 《20세기 소년》이나 《명탐정 코난》은 부질없이 질질 늘어뜨리는 책팔이에 사로잡혔다고 본다. 붓을 쥐고서 돈을 버는 길이 나쁘지 않으나, 돈바라기만 한다면 딱하다. 일자리를 찾아서 돈을 버는 삶이 나쁘지 않으나, 높자리를 차지하면서 자꾸자꾸 돈만 붙들려고 하면 안쓰럽다. 《부엌의 드래곤》은 넉걸음으로 단출히 추스르는 줄거리로 ‘붓과 빛과 길과 숲’ 네 가지를 ‘사람 사이’에서 저마다 어떻게 풀어갈는지 넌지시 물어보면서, 그림님 나름대로 풀어낸다. 우리는 어떤 붓인가? ‘붓’이란, 글쓰기나 그림그리기나 사진찍기를 빗대는 말이기도 하고, 지식과 학문과 졸업장과 자격증을 빗대는 말이기도 하다. ‘빛’이란 숨결과 마음과 사랑을 빗대는 말이고, ‘길’이란 삶과 살림과 오늘을 빗대는 말이고, ‘숲’이란 사람과 마을과 푸른별을 빗대는 말이다.


ㅅㄴㄹ


‘장학금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림만 그릴 수 있으면 충분했다. 그게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유였으니까. 이 나라에 와서도 그랬어.’ (30쪽)


‘하지만 그건 내가 외국인이라서 누린 것이었을 뿐. 이 나라 사람들은 줄곧 자유롭지 못했구나.’ (31쪽)


“잊지 마라. 우리는 전부 ‘이어져’ 있어. 그건 어디에 있어도 변하지 않는단다.” (89쪽)


“저기, 마녀님이 개혁을 성공시켜 주신 건가요? 마법으로?” “아니, 난 아주 조금 나뭇가지를 흔들었을 뿐. 익은 열매가 저절로 열리다 떨어진 거야.” (107쪽)


#台所のドラゴン #縞田理理 #みよしふるまち


+


슬슬 버섯 수확의 계절이네

→ 슬슬 버섯철이네

→ 슬슬 버섯 따는 철이네

3쪽


드라크 동맹이네

→ 드라크 두레네

→ 드라크 띠앗이네

10쪽


아홉 개의 생지를 엮어서 만들어

→ 아홉 가지 반죽으로 엮어

→ 반죽 아홉으로 엮어

14쪽


자기들의 세금을 쓴다고 생각해서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닐까

→ 저희 나랏돈을 쓴다고 여겨서 마음에 안 들지 않을까

→ 저희 낛을 쓴다고 여겨서 마음에 안 들지 않을까

27쪽


처음 노노랑 겨울을 날 보존식을 만들었던 날 있잖아

→ 처음 노노랑 겨울을 날 든든밥을 하던 날 있잖아

→ 처음 노노랑 겨울을 날 건사밥을 차린 날 있잖아

63


엄청난 소리로 으르렁대는 게 충견 같았어

→ 엄청난 소리로 으르렁대서 곁개 같았어

→ 엄청난 소리로 으르렁대니 지킴이 같았어

63


드라크가 성체가 되는 일은 드물단다

→ 드라크가 크는 일은 드물단다

→ 드라크가 자라는 일은 드물단다

84


도마뱀 군이 깨어날 때까지 장생할 수 있게 해주세요

→ 도마뱀이가 깨어날 때까지 오래살기를 바라요

→ 도마뱀 씨가 깨어날 때까지 튼튼하기를 바라요

87


당신에게 3일 이내로 퇴거할 것을 요구합니다

→ 그대는 사흘 사이에 나가기를 바랍니다

→ 너는 사흘까지 떠나야 합니다

94


초자연의 생물이라면 사대원소를 다를 필요가 있겠죠? 4대원소란 고대 그리스인이 생각한 세상의 기본요소, 공기·물·불·흙을 말합니다

→ 너머누리 숨붙이라면 네고리를 다뤄야겠죠? 네고리란 옛 그리스사람이 생각한 온누리 바탕, 바람·물·불·흙입니다

→ 그곳 목숨붙이라면 네곬을 다뤄야겠죠? 네곬이란 옛 그리스사람이 생각한 온누리 바탕, 바람·물·불·흙입니다

→ 빛나는 숨결이라면 네길을 다뤄야겠죠? 네길이란 옛 그리스사람이 생각한 온누리 바탕, 바람·물·불·흙입니다

→ 하늘빛 목숨이라면 네바탕을 다뤄야겠죠? 네바탕이란 옛 그리스사람이 생각한 온누리 바탕, 바람·물·불·흙입니다

→ 별나라 숨빛이라면 네밑동을 다뤄야겠죠? 네밑동이란 옛 그리스사람이 생각한 온누리 바탕, 바람·물·불·흙입니다

120


숲을 지키는 수호자. 존재만으로도 이 땅이 진정이 되니까

→ 숲을 지키는 님. 있기만 해도 이 땅이 차분하니까

→ 숲을 지키는 분. 함께 있어도 이 땅이 가라앉으니까

149쪽


너에게 있어 그런 일들이 겸사겸사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 너는 그런 일이 덩달아일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 너는 그런 일이 딸려 왔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149쪽


전에도 말했지만 오늘 2시부터 단수야

→ 앞서도 말했지만 오늘 2시부터 끊겨

→ 미리 말했지만 오늘 2시부터 안 나와

15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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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먹고 자고 기다리고 2
미즈나기 토리 지음, 심이슬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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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6.

책으로 삶읽기 956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2》

 미즈나기 토리

 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9.30.



《행복은 먹고자고 기다리고 2》(미즈나기 토리/심이슬 옮김, 서울미디어코믹스, 2022)을 되새긴다. 나는 멧새가 들려주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서 이 그림꽃을 읽었다. 풀벌레가 베푸는 노래를 귀담아들으며 이 그림꽃을 읽었고, 아이들하고도 함께 읽으면서 삶과 삶터와 삶길을 곰곰이 짚어 보았다. 모든 책을 굳이 아이하고 함께 읽어야 하지 않을 테지만, 아이한테 보여줄 만하지 않거나 보여줄 수 없는 책이라면, 어른으로서도 구태여 안 읽을 만할 텐데 하고 느낀다. 아이도 듣고 읽고 새길 수 있도록 줄거리하고 얼거리를 짤 수 있어야 어른스럽지 않을까? 아니, 어른이 어른으로서 할 일이란, “어른끼리 읽을 글”이 아니라 “아이가 언제 어디에서나 펼쳐도 될 만한 글”일 노릇 아닐까? 어른다움과 어른스러움을 내치고서 “어른끼리 일하고 노는 굴레”를 잔뜩 늘리고 넓히는 탓에 오히려 어른들 스스로 고달프고 지치고 버거운 나날일 만하다고 느낀다. 함께 일하고 쉬다가, 함께 노래하고 놀다가, 함께 잠들고 꿈꾸다가, 함께 일어나 들숲바다를 품을 수 있는 터전일 때에, 비로소 서로서로 즐거우면서 홀가분하고 아름다우리라 본다. 아이를 곁에 안 둘 뿐 아니라 안 쳐다보기에 아이가 어렵게 마련이다. 들숲바다를 등진 채 아예 가까이하지 않으니 들빛도 숲빛도 바다빛도 잊은 채 쳇바퀴에 갇힌다. 이제 이 나라는 거듭나야 한다. 나무그늘을 누리면서 걷는 길을 되살릴 노릇이고, 풀죽임물과 흙수레(농기계)가 없는 시골을 되찾을 일이고, 아이어른이 뒤섞여 뛰놀 골목을 돌아볼 때이다.


ㅅㄴㄹ


“몸이 힘들면, 날 고통스럽게 만든 사람한테까지 다정하게 대할 수는 없나 봐.” “풉. 아냐. 무기마키 씨, 많이 좋아졌네. 예전에는 자신을 너무 억제하는 면이 있었잖아. 괜히 안심이 돼.” (42쪽)


‘심심하고, 묽고, 따끈따끈 포근해서, 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에, 난 살아갈 수 있는 거야.’ (48쪽)


“제 그림은 대충 금방 그릴 수 있을 법한 초라한 그림이지만,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날마다 별궁리를 다 해본다고요. 그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따르길 바라지 마세요.” (57쪽)


‘그 두 사람, 왜 그렇게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걸까?’ (146쪽)


#しあわせは食べて寝て待て

#水凪トリ 


송년회 대신 사원 여행 가는 거, 저는 참 멋진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요

→ 그믐밤 말고 일터놀이, 저는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

→ 섣달맞이 아닌 함마실, 저는 참 멋져요

5쪽


비과학적인 건 믿지 않는 분이라고

→ 바보같으면 믿지 않는 분이라고

→ 뜬금없으면 믿지 않는 분이라고

6쪽


양질의 평범함보다 더 나은 건 없어

→ 수수히 빛날 때보다 낫지 않아

→ 가볍게 멋스러울 적에 나아

11쪽


무색투명하고 언뜻 평범한 온천물처럼 보이지만

→ 맑고맑아 언뜻 여느 더운샘물처럼 보이지만

→ 말갛고 언뜻 수수한 포근샘물처럼 보이지만

14쪽


엄청난 용자가 이사 왔네요

→ 엄청 씩씩한 분이 왔네요

→ 엄청 다부진 분이 왔네요

58쪽


강론은 됐으니까

→ 그만 가르치고

→ 말씀은 됐으니까

66쪽


적어도 주5일 출근할 수 있으면 그나마 좀 편해질 텐데

→ 적어도 닷새를 일할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을 텐데

→ 적어도 다섯날 나올 수 있으면 그나마 좀 느긋할 텐데

69쪽


이건 전략이야

→ 밑그림이야

→ 멀리보기야

→ 앞그림이야

73쪽


일단 여자 한정으로 받을 생각이에요

→ 먼저 순이만 받을 생각이에요

→ 처음은 순이를 받을 생각이에요

85쪽


저와 똑같은 니트니까요

→ 저와 똑같이 노니까요

→ 저와 똑같이 뒹구니까요

→ 저처럼 핀둥대니까요

→ 저처럼 빈손이니까요

88쪽


조금 불량해지고 싶어서요

→ 조금 놀고 싶어서요

→ 조금 삐뚤고 싶어서요

13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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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의 열매 7
히가시모토 토시야 지음, 원성민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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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4.9.5.

책으로 삶읽기 954


《플라타너스의 열매 7》

 히가시모토 토시야

 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3.6.30.



《플라타너스의 열매 7》(히가시모토 토시야/원성민 옮김, 대원씨아이, 2023)을 돌아본다. 어린돌봄터(소아과병원)에서 겪는 하루를 들려주는데, 돌봄터에는 큰앓이로 흔들거리거나 지친 아이가 들어가겠지. 가볍게 앓을 적에는 굳이 돌봄터에 갈 일이 없다. 우리는 마을을 어떻게 가꾸는 하루일까? 큰앓이가 아닌 가볍게 앓을 적에도 으레 돌봄터부터 찾는가? 아니면, 가볍게 앓을 적부터 가볍게 쉬고 느긋이 몸을 달래는가? 돌봄터에 안 가기에 안 낫지 않는다. 돌봄터에만 가야 낫지 않는다. 가볍게 앓을 적부터 모든 일을 내려놓고서 하루를 고요히 쉴 줄 알아야 안 아프고 안 앓는다. 돌봄이(의사)를 잔뜩 늘리면 앞날이 안 걱정스러울까? 마흔 해쯤 앞서부터 논밭에서 일할 사람이 모자랐는데, 이 나라 어린이를 논밭일꾼으로 키울 배움틀은 있는가? 이웃나라 일꾼만 들여오면 “일손이 없는 시골”을 숨길 수 있는가? 왜 나라 곳곳이 “사라질 곳(인구소멸예정지)”이겠는가? 죄다 서울로 보내어 벼슬(의사·판사·검사·법관·공무원)을 거머쥐려고 하니까 온나라가 흔들린다. 생각해 볼 일이다. 굳이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살아야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쓸 수 있는가? 구태여 서울이나 큰고장에서 길잡이(교사) 노릇을 해야 잘 가르치나? 아니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스스로 놀 틈을 빼앗기고, 스스로 놀 줄 잊어버렸다. 어버이가 집에서 말을 안 가르치면서 아이도 어른도 말빛(문해력)이 엉망이다. 나라는 휘청이다가 쓰러져도 된다. 어설픈 우두머리에 벼슬꾼이 가득한 굴레는 걷어내야지. 그러나 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깃드는 ‘집·보금자리·둥지’를 살릴 노릇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집일과 집살림부터 익힐 노릇이고, 마당과 텃밭을 즐길 노릇이다. 집에서 손수 가꾸고 짓는 길부터 익히고 나서야 따로 배움터를 다녀야겠지. 이렇게 거듭나야 “돌봄터에 가야 할 적”에도 알맞게 갈 테지만, 스스로 기쁘게 일하고 놀고 쉬고 노래하는 사람은, 처음 태어나서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굳이 돌봄터에 가야 할 일이 없게 마련이다. ‘허울(공공기관·학교·병원)’이 지나치게 많다.


ㅅㄴㄹ


“매뉴얼대로 하는 게 다가 아냐.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자기만 표현할 수 있는 요리도 못 만들어 주면서 뭘 하겠다는 거야?” (35쪽)


“여기 있는 아이들은 말이지, 하고 싶은 일을 대부분 참고 있어. 반대로 하고 싶지 않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지.” (60쪽)


“하지만 그때 생각했어. 가게라는 건 지역 사회를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과 거리를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84쪽)


“엄마가 옛날에 이런 얘기를 했어. ‘의사가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 몸이 병을 고치는 거다’라고.” (187쪽)


#東元俊哉 #プラタナスの実


드레스 코드가 있을지도 모르고 폐를 끼치면 안 되니까

→ 차림새가 있을지도 모르고 걱정 끼치면 안 되니까

→ 옷꽃이 있을지도 모르고 말썽 끼치면 안 되니까

→ 맨드리가 있을지도 모르고 부끄러우면 안 되니까

16쪽


알바도 멋대로 시작하고, 아토피 치료도 관두고

→ 곁일도 멋대로 하고, 살갗앓이도 안 돌보고

→ 틈일도 멋대로 하고, 살갗앓이도 안 살피고

32쪽


가족과 절연하고 도쿄로 떠났잖아

→ 집과 갈라서고서 도쿄로 떠났잖아

→ 집안과 끊고서 도쿄로 떠났잖아

37쪽


병마와의 싸움에는 끝이 없지

→ 아파서 싸우면 끝이 없지

→ 앓는 싸움에는 끝이 없지

62쪽


요식업을 하겠다면 더욱 신경 써야지

→ 밥일을 하겠다면 더욱 마음써야지

→ 밥장사 하겠다면 더욱 애써야지

71쪽


청결함과 보습을 챙겨야지

→ 깨끗하고 촉촉해야지

→ 깔끔하고 촉촉해야지

72쪽


그건 플라타너스의 열매야

→ 방울나무 열매야

→ 버즘나무 열매야

186쪽


이 나무 아래에서 의학을 가르쳤다

→ 이 나무 곁에서 돌봄길을 가르쳤다

18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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