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5.


《센고쿠 여고생담 1》

 교치쿠토·히라사와 게코 글, 사와다 하지메 그림/주원일 옮김, 재담미디어, 2023.12.15.



쉬어가며 글손질을 한다. 여태까지 늘 매한가지인데, 낱말책을 종이에 앉혀서 펴내기 앞서 끝없이 글손질을 하게 마련이다. 펴냄터에서도 고단하실 텐데, ‘사전’이라서 ‘적어도 30벌 글손질(교정교열)’을 하려고 하다 보니, 품도 나날도 오래 들고, 글손질을 하는 동안 밥벌이를 못 한다. 그래도 집안일을 추스르고,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고, 국을 끓이고 이모저모 달랜다. 펴냄터에서 글종이(교정지)가 아닌 미리책(가제본)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더없이 고맙다. 구름과 해와 노래를 맞이한다. 마을 한켠은 하루 내내 시끄럽다. 멀쩡한 논을 갈아엎고서 잿빛(시멘트)을 들이붓는구나. 시끌소리가 어디서 왜 나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우리 보금자리 멧새랑 개구리랑 풀벌레가 베푸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센고쿠 여고생담 1》를 읽고서 한참 생각했다. 뒷걸음을 살는지 말는지, 첫걸음 하나만 놓고서 느낌글을 쓸는지, 여러모로 어긋나거나 엉뚱한 줄거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곱씹는다. ‘역사 만화’나 ‘역사 문학’이 반드시 빈틈없어야 하지는 않되, ‘막나가지’는 않아야지 싶다. 그러면 ‘막나가느’냐 아니냐를 어떤 눈으로 살피겠는가?


#戦国小町苦労譚

#平沢下戸 #夾竹桃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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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4.


《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

 스즈키 다이스케 글/이지수 옮김, 라이팅하우스, 2021.12.30.



새벽에 빗소리를 듣는다. 아침에 비가 그친다. 살짝살짝 해가 비춘다. 〈메종인디아〉로 찾아가 본다. 그런데 찰칵이가 또 숨을 거둔다. 한숨을 쉬다가 생각한다. 이제는 찰칵이를 그만 쓸까? 이제부터는 글 하나만 할까? 책집 앞에서 어쩔 줄 모르면서 헤매는데 집에서 쪽글이 온다. 부엌 개수대 물줄기가 빠지면서 물바다가 되었단다. 서울서 고흥으로 달려도 밤에 닿겠지만, 책집을 뒤로하고서 버스나루로 간다. 시골버스가 끊긴 밤에 고흥읍에 닿고, 택시를 달려 집으로 온다. 졸린 몸을 다독여 개수대 밑줄을 고친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은 꽤 잘 나온 책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왜 “나의 아내님”일까? 일본말 아닌 우리말로 ‘우리’라 해야 맞고, ‘아내님’이 아닌 ‘짝님·곁님·꽃님·별님’처럼 불러야 알맞다. 책이름이나 옮김말씨는 조금 아쉽되, 줄거리는 알차다. 우리나라 글바치는 아직 이만큼 글빛을 못 편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는 글멋을 부리는 사람은 많으나, 사랑으로 곁님을 헤아리면서, 날마다 기쁜 눈빛으로 살림을 건사하는 사람은 드문 듯싶다. 곰곰이 보면, 우리는 ‘열두 해 의무교육’을 하지만 정작 ‘살림글쓰기’나 ‘집살림가꿈’은 배우지 않는 슬픈 굴레이지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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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3.


《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

 윤은미 글·김진혁 그림, 철수와영희, 2024.3.8.



해를 보면서 길을 나선다. 서울에서 버스를 내리니 해가 밝다. 둘레를 보면, 다들 해를 등진다. 해를 꺼리니 몸이 아플밖에 없는 줄 잊는구나 싶다. 땅밑길을 한참 달려 ‘양천향교역’에서 내린다. 밖으로 나오니 제비 두 마리가 하늘을 휙 가르면서 노래한다. 저 새가 제비인 줄 알아볼 서울사람은 몇일까? 〈나무 곁에 서서〉로 찾아간다. 책을 한참 보고서 〈빛나는 친구들〉로 옮긴다. 서울 강서에서 부천으로 가로지르는 길이 새로 났다. 꽤 붐비는데, 손전화를 시끄럽게 켜서 노는 아재가 있다. 아무도 벙긋조차 않는다. 보다 못해 “소리 좀 끄시지요?” 하고 아재한테 한마디를 한다. 바로 끈다. 창피한 줄 모르니 창피한 짓을 한다. 《멸종 동물 소원 카드 배달 왔어요》를 읽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 손으로 이만 한 그림꽃을 여밀 수 있구나 하고 놀랐다. 마음을 제대로 다스려서 차곡차곡 여미면 ‘삶자리’에서 어린이와 어른이 어깨동무하면서 하나씩 바꾸고 일굴 살림길을 그려낼 수 있다. ‘쟤네’가 사라져야 바뀌지 않는다. ‘쟤네’를 갈아엎어야 고칠 수 있지 않다. ‘우리’가 우리 삶터에서 하나씩 가다듬고 일구어야 천천히 바뀐다. 우리부터 마음을 새로 지을 노릇이고, 푸르게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을 적에 시나브로 거듭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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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2.


《아빠의 기타》

 마르퀴스 말테 글/윤경 옮김, 크레용하우스, 2010.12.8.



이른아침에 땅가늠(토지측량)을 하러 온다고 알린다. 쉬지 못 한 채 일어나서 한참 지켜본다. 시골에서는 서로 땅을 주거니받거니 알맞게 나누어서 살아왔기에, 오늘날 ‘경계측량’하고 안 맞는다. 땅가늠은 군청에서 ‘온마을을 통틀어서 함께 해야’ 할 텐데 싶다. 오늘 뽕꽃을 톡 훑는다. 이튿날 부천에 다녀오고서 신나게 더 훑자고 생각한다. 뽕꽃내음을 가만히 담는다. 뽕잎도 뽕알(오디)도 숨결이 같다. 《아빠의 기타》는 꽤 잘 나온 글자락이라고 느낀다. 아이 곁에서 나누고 싶은 사랑을 하나하나 되짚는 어버이 마음이 잘 묻어난다. 그런데 벌써 판이 끊겼구나. 우리나라에서는 못 읽힐 만한 글꽃일는지 모른다. 아이어른이 서로 깊이 아끼고 넓게 돌보면서 새롭게 짓는 사랑을 보금자리에 심는 줄거리를 눈여겨보지 않는달 수 있다. 우리나라를 보면, ‘사랑’이 아닌 ‘살섞기’가 넘치는 글판(문학계)에 보임판(영화계)이다. ‘사랑’이 아닌 ‘사랑척’이 팔리는 나라이다. 누구나 사랑에 참하면서 슬기롭게 눈을 뜬다면, 모든 허울과 껍데기와 거짓이 눈녹듯 사라질 테니, 사람들 스스로 사랑에 눈을 못 뜨기를 바라는 굴레가 거세구나 싶다. 사랑은 얼굴이나 몸매나 옷차림이 아니다. 사랑은 오직 ‘사랑’이라는 빛씨앗이다.


#LechelleDeGalsgow #MarcusMalte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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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1.


《한국언어지도》

 이익섭·전광현·이광호·이병근·최명옥 엮음, 태학사, 2008.2.28.



밤 3시까지 이바구밭을 누렸다. 부산과 이 땅과 책밭과 어린이책과 그림책에 어떻게 사랑으로 마음을 기울여서 새롭게 어깨동무하는 즐거운 살림길을 열 만할까 하는 말씨앗이 흘렀다. 아침부터 낮까지 이야기를 더 누렸고, 사상나루로 건너가서 14시 25분 시외버스를 탄다. 고흥에서 내리고서 18시 30분 시골버스를 바로 갈아탄다. 씻고 옷가지를 헹구고서 우리 집 아이들하고 두런두런 수다밭을 잇는다. 이제 확 졸립다. 얼른 꿈나라로 가야겠다. 《한국언어지도》를 2016년에 장만하고서 한참 자리맡에 놓았다. 처음에는 반갑다가, 틈틈이 꺼내어 들출 적마다 “왜 삶·살림·사랑·숲을 담아내는 사투리를 묻지 않았을까?” 싶어 아쉽기만 해서 그대로 묻어두었다. 일본사람 ‘오구라 신페이’를 헤아려 본다. 이녁이 엮은 《조선어방언사전》을 틈틈이 읽는데 참 놀랍더라. 《한국언어지도》는 ‘보기좋게’ 엮기는 했으나 ‘우리말’을 헤아리는 마음이 얕은데다가 너무 먹물스럽다면, 일본사람이 엮은 《조선어방언사전》은 ‘수수하게’ 낱말을 모으면서도 사랑스럽다. 우리는 이제라도 생각해야 한다. 책상맡에서 점잖게 빼입고서 점잖은 말로 허울스러운 짓을 끝장내고서, 아이 곁에서 상냥하게 사랑으로 속삭일 말을 바라볼 노릇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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