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6.


《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

 한일순 말·한대웅 씀, 페이퍼로드, 2021.5.14.



아침에 큰아이 배웅을 받고서 이웃마을로 걸어간다. 땀을 들이고서 시골버스를 탄다. 읍내에 닿아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갈아탄다. 살짝 눈을 붙이고서 신나게 노래를 쓰고, 책 한 자락 읽는데, 아이돌봄길을 쓴 줄거리인데 너무 못 썼다. 이 책을 쓴 분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뿐 정작 스스로 어떤 아이살림을 지었는지 몇 줄조차 못 쓰면서 ‘육아일기’라는 이름을 붙였네. 아이랑 누리면서 함께 짓는 살림을 적어야 ‘아이곁글(아이 곁에서 쓴 글)’일 텐데. 서울에 닿아 〈숨어있는 책〉으로 찾아간다. 서울이웃님하고 책빛을 함께 누린다. 〈글벗서점〉에는 들르지 못하고서 〈나무 곁에 서서〉로 건너간 뒤에 《들꽃내음 작은책집》 이야기를 편다. 긴 하루를 마치고서 밤에 《아버지의 첫 직업은 머슴이었다》를 돌아본다. 배움턱은 아예 디딘 적이 없이 머슴을 살다가, 맨몸으로 종이뜨기를 하다가, 함께 살림을 일굴 짝을 만나고는 조금씩 먹고살 만할 즈음, 여러 이웃과 살붙이한테 돈을 떼어먹혔지만 꿋꿋하게 일손을 쥐며 세 아이를 돌본 어버이 삶자국을 차곡차곡 여민 얼거리이다. 다만,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아버지 말씨’ 그대로 담았다면 돋보였으리라 본다. 손으로 짓고 몸으로 익힌 삶을 ‘아들’이 좀 많이 쳐낸 듯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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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8.


《세 갈래 길》

 래티샤 콜롱바니 글/임미경 옮김, 밝은세상, 2017.12.15.



마감글 하나를 어젯밤 마치고, 아침에 다른 마감글을 겨우 마친다. 부랴부랴 논두렁을 따라서 옆마을로 걸어간다. 오늘은 14:00부터 고흥여성농업인센터에서 모임을 꾸리고, 17:00부터 고흥교육지원청에서 《푸른배달말집》 한실 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이끄는 자리를 맡는다. 저녁에는 고흥전교조 일터로 가서 여러 이웃님하고 두런두런 말을 섞는다. ‘톱’이라는 낱말하고 얽힌 밑말을 풀어서 들려주고, ‘동무·동아리’가 얽힌 밑말도 알려준다. 어느 분이 영어 ‘스캔’은 우리말로 못 옮기니 그냥 써야 하지 않느냐고 묻기에 말없이 종이에 여덟 가지 우리말을 적어서 건넨다. 《세 갈래 길》을 되새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랑을 배우고 나눈다. 살림을 짓는 사이에 새롭게 눈을 뜨기에 사람이다. 살(몸)을 입기에 오롯이 맞아들이고 받아들여서 하루하루 즐겁게 노래하는 사람이다. 더 힘들거나 덜 힘든 일은 없다. 모든 일에는 저마다 다르게 힘을 들인다. “힘을 들이”니 ‘힘들다’인데, 이 말결과 삶을 ‘힘겹다·고단하다’로 품을는지, 아니면 ‘힘쓰다·마음쓰다’로 바라볼는지, 스스로 그르게 마련이다. 어느 길을 가든 사랑을 짓기에 사람이다. 한 가지 길을 가지만 사랑하고 등진다면 언제나 허울뿐이고 쳇바퀴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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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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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7.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

 윤이상 글, 남해의봄날, 2019.11.5.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아침볕이 넉넉하고 저녁해가 일찍 넘어가는 나날이다. 파랗게 너른 낮하늘에 짙파랗게 별이 춤추는 밤하늘이다. 나더러 아직도 짧소매에 짧바지냐고, 안 춥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만, 왜 추워야 한다고 여기는지 스스로 물어볼 노릇이다. 날씨는 늘 움직인다. 다 다른 날씨에 맞게 옷살림을 하면 된다. 따뜻하면 가볍게 해바람일 맞이하고, 쌀쌀하면 긴옷으로 두르면 된다. 저녁에는 풀개구리 셋이 빗물받이에 나란히 들어앉아서 물놀이를 한다. 《여보, 나의 마누라, 나의 애인》을 읽었다. 우리말씨는 ‘우리’이다. 너랑 나를 사랑으로 품는 말씨인 ‘우리’이다. ‘나의’는 그냥 일본말씨이다. 더도 덜도 아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우리 사랑”이다. “내 사랑”이라고 할 적에는 ‘나한테 옭매는 굴레’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내 것”이 되라는 뜻에서 쓰는 말씨인 ‘내’인 줄 알아야 한다. 서로 나누면서 함께 걸어가고 같이 일구는 오늘을 노래하자는 뜻이기에 ‘우리’를 쓰는 줄 알아봐야 한다. 우리는 입으로는 우리말을 한다고 하지만, 손으로는 우리글을 쓴다고 하는데, 정작 ‘우리’가 무엇인지부터 모르는 채 너무 내달리지 싶다. 하늘과 나와 바다와 들숲 사이에서 아우르기에 ‘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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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6.


《N과 S 8》

 킨다이치 렌쥬로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4.8.15.



먼나라 미국에서 나라지기를 새로 뽑는다. 둘 가운데 하나는 ‘아늑하게 살아갈 길’을 밝히고, 다른 하나는 ‘쟤가 하면 안 돼’를 밝혔다. 하나는 ‘우리 스스로 바라보자’를 밝히고, 다른 하나는 ‘아기지우기(낙태)’를 나라에서 돈을 대야 한다고 밝혔다. 둘을 ‘갈래(진영)’가 아닌 ‘사람(일꾼)’으로 보면 누가 뽑힐는지 뻔하다.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구름 없는 밤하늘에 별이 쏟아진다. 아이들이 마당에서 한참 별을 보더니 “오늘은 반짝나래(유에프오)가 스물일곱이나 있네.” 하고 말한다. 밤하늘에 별이 얼마나 쏟아지는지 볼 수 없는 곳에서는 반짝나래도 못 본다. 왜 서울이나 큰고장에서는 미리내도 반짝나래도 못 보는지 잊어버리면서, 우리 스스로 참빛과 삶넋도 잃지 싶다. 《N과 S》를 끝까지 달렸다. 처음부터 마무리를 잡아 놓은 얼거리인 터라 그리 마음을 앓지 않으면서 마지막까지 읽을 만하다. 가만히 보면 킨다이치 렌쥬로 그림꽃은 읽는이를 안 괴롭힌다. 가볍게 “이렇게도 보면 어때? 이렇게 가면 한결 즐겁지 않아?” 하고 속삭인다. 우리나라 그림판(만화가·그림책 작가)에서는 이런 얼거리나 줄거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네이버·다음 웹툰이 어마어마하게 팔린다지만, 곰곰이 보면 다 허방다리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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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5.


《위로 처방전》

 제이슨 골드 글, 손짓, 2020.1.2. 



아침은 천천히 밝고 저녁이 일찍 든다. 느즈막이 오는 아침을 맞이하면서 부엌일을 한다. 언제나 이른새벽에 하루를 열기에 아침나절에는 기지개를 켜면서 살짝 숨돌린다. 낮에는 빨래를 해서 내놓는다. 바야흐로 텃새도 바쁘고 철새도 부산하다. 말똥가리에 매에 조롱이가 우는 소리 사이로 크고작은 새가 어떻게 지내는지 살핀다. 오늘도 노랑나비를 본다. 아직 까마중꽃과 모시꽃이 있다. 늦가을이면 멧노랑(산국)도 핀다. ‘짧낮긴밤’인 철에도 꽃내음이 짙으니, 이무렵에도 나비하고 벌이 막바지로 춤춘다. 《위로 처방전》을 돌아본다. 마음을 달래는 길은 멀리에는 없다. 늘 우리가 손수 달래고 스스로 북돋우고 몸소 살린다. 네가 내 마음을 못 달랜다. 내가 내 마음을 다독이고, 네가 네 마음을 다스린다. 우리는 서로 손을 거들 수는 있되, 모든 하루는 스스로 가꿀 노릇이다. 손이란 대단하지. 아이가 조그마한 손으로 등허리를 토닥이는데 온몸이 풀린다. 손이란 엄청나지. 어마어마하다 싶은 목돈을 베풀어야 가난을 펴지 않는다. 자그마한 밑돈 한 줌으로 기운을 차려서 씩씩하게 일어선다. 크게 돕거나 대단하게 거들어야 하지 않는다. 종잇조각 하나를 맞들기에 낫다고 하듯, 마음을 나누려는 눈빛 하나로 모두 풀어낸다.


https://blog.naver.com/sonjit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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