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5.


《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글, 민음사, 2015.5.8.



느긋이 하루를 보낸다. 오늘은 큰아이하고 밥을 차린다. 어느새 두 아이가 무럭무럭 커서 밥차림을 이끌거나 돕거나 거든다. 또는 두 아이가 손수 하나부터 열까지 밥살림을 맡는다. 혼자 두 아이랑 어울려 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집안일을 하고 빨래에 비질을 하던 지난날을 떠올린다. 낮에는 저잣마실을 가볍게 가면서 해바라기를 한다. 가게랑 놀이터에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흙날인데, 기스락숲에는 아무도 없다. 멧새노래를 듣고 숲그늘을 거닐다가 고사리잎을 훑어서 천천히 씹으며 집으로 돌아간다. 《한국이 싫어서》를 돌아본다. 싫은 이 나라도, 좋은 이 나라도, 모두 우리가 스스로 세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날 노릇이라 하지만, 중을 들볶는 절을 그대로 두면 앞으로도 말썽이나 수렁일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중한테도 고달픈 굴레이게 마련이다. 절을 바꾸려고 중이 떠나 준다. 절이 스스로 바뀌도록 중이 옷을 벗는다. 나라를 바꾸려고 아기가 안 태어난다. 나라뿐 아니라, 이 나라를 버티는 우리 스스로 허물벗기를 해야 하기에 아기가 안 태어난다. 글쓴이는 얼핏 ‘싫은 이 나라’를 짚는 듯하지만, 슬쩍 발을 빼고서 먼발치 구경을 하는 듯하다. 서울(도시)에서만 맴도는 줄거리로는 서울도 못 바꾸고 글밭도 안 바뀐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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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4.


《바닷속 유니콘 마을》

 케이티 오닐 글·그림/심연희 옮김, 보물창고, 2020.6.10.



한 달째 붙든 글손질이 얼추 끝이 보인다. 넉벌손질을 마치면 닷벌손질이 기다리겠지. 구름조각도 없이 맑은 하늘이다. 볕을 쬐면서 일하다가, 그늘자리에 앉아서 쉬다가, 작은아이하고 국을 끓이고는, 일하고 쉬기를 되풀이한다. 기름 300들이를 받는다. 1들이에 1250원이다. 더 오르지 않되 내리지도 않는다. 아침에 밀잠자리를 만났다. 낮에는 제비랑 까치랑 잠자리가 얼크러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조촐히 논밭살림을 일구는 마을 어른은 마늘을 천천히 캔다. 큼직하게 논밭을 거느린 분은 다른 마을에서 놉을 사서 한몫에 캐고 심는다. 아니, 베트남 아가씨가 고흥 곳곳에서 마늘밭을 도맡는다. 《바닷속 유니콘 마을》을 돌아본다. ‘억눌린 곳에서 깨어나는 순이(여성)’를 담아내는 책이 꽤 나온다. 그런데 ‘억눌린 곳’에서는 순이돌이를 다 누르고 밟고 길들이고 가둔다. 지난날에 나온 어진 책은 ‘억눌린 곳’을 깨거나 풀거나 녹이거나 치우는 길에 ‘함께·어깨동무·손잡기·나란히’를 줄거리로 담으면서 순이돌이가 모두 눈뜨고 일어서도록 북돋았다면, 요즈음 책은 ‘순이만 혼자 깨어나서 순이누리(여성공동체)를 이루는 길’에만 기운다. 네덜란드에서 나온 〈안토니아스 라인〉은 순이누리이지만, 순이만 나오지 않는데…….


#AquicornCove #KatieONeill

2018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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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3.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 2005.3.15.첫/2012.7.16.276벌



담가 놓은 빨래를 작은아이하고 나눠서 헹구고 짠다. 같이 밥을 차려서 느긋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봄이 저물고 여름이 오는 길목에 갈마드는 풀꽃을 헤아린다. 물결치는 구름무늬를 보다가, 오늘도 두바퀴를 달려서 나래터를 다녀온다. 읍으로 가면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쓰고, 면으로 가면 논두렁이나 들길을 가르면서 하늘빛과 멧빛을 천천히 헤아린다. 오늘밤은 구름이 걷히고서 별이 나온다. 마당에서 누리는 별잔치를 새록새록 반긴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얼마나 팔렸는지 어림하기 어렵다. 벌써 스무 해가 된 꾸러미로구나.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은 다친 적도 다칠 일도 없고, 남을 건드리거나 괴롭히는 일마저 없다. 다친 적이 있어도 어느새 아문다. 모기가 물어도 가라앉고, 개미나 지네가 문 자리는 우리가 스스로 다스릴 ‘뭉친 데’이다. 우리 곁 숱한 풀벌레와 들벌레는 우리 몸 안팎에서 흐르는 기운을 헤아리면서 이바지한다. 사람도 거미도 제비도 사랑으로 살아간다.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척·사랑시늉·사랑탈·사랑흉내’이다. 사랑이기에 그저 손바닥으로 살살 어루만지면서 풀고 녹인다. 우리 스스로 가슴과 배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을 지피면, 이웃도 동무도 사랑할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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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2.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정다미 글·이장미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8.2.12.



볕날이면서 구름이 물결무늬를 이루는 하루를 누린다. 멀거니 바라보면서 구름무늬란 바다무늬이면서 물방울무늬인 줄 새삼스레 느낀다. 물은 바다를 이루기도 하고, 비로 뿌리기도 하고, 내로 흐르기도 하고, 이렇게 구름으로 모여 하늘을 날기도 한다. 물은 그야말로 맑으면서 밝다. 앵두는 붉게 익어 간다. 고욤꽃은 잔뜩 떨어지고, 개미도 풀벌레도 신난다. 두바퀴를 슬슬 달려서 나래터에 다녀온다. 가볍게 씻고, 늦봄풀을 뜯고, 풀물을 내린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를 읽은 지 꽤 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그냥그냥 일본 한자말을 받아들여서 ‘○○ 연구소’처럼 쓰는데, 우리말로 풀자면 ‘살핌집’이나 ‘보는집’이다. ‘살피다’하고 ‘보다’라는 우리말이 어떤 결·너비·깊이인지 헤아리지 않기 때문에 쉬우면서 숲빛으로 환한 말씨를 등지거나 안 쓴다. ‘-학’을 붙인 모든 과학·문학·철학이며 갈래는 ‘보다’가 바탕이다. 느끼거나 헤아리려면 먼저 보아야 한다. 보고서 가다듬고, 갈무리하고, 가른다. ‘ㄱ’으로 가노라면 어느새 ‘ㅅ’으로 생각하고 살피고 살림하다가 사랑하지. 어린이 곁에서 들려주려는 새 이야기라면, 참으로 어린이 곁에 서서 숲빛으로 쉬운말을 쓸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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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1.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글·그림, 미디어창비, 2023.12.18.



이레 남짓 비가 오지 않는다. 올봄은 유난히 ‘사흘볕 이틀비’나 ‘이틀볕 하루비’를 잇노라니, 이렇게 볕날이 이을 적에는 “어, 비가 없이 볕이 그득하네!” 하고 새삼스레 올려다본다. 집안일을 여미고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단출히 누릴 적에는 등짐이 가볍고, 시골버스에서 하루글이며 노래꽃을 바지런히 쓴다. 오늘도 밤노래가 너울거리고, 잠자리에 포근히 든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를 읽고서 한참 생각해 보았다. 우리 집 아이한테 보여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줄거리를 보면,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면서 깨어나려는 하루가 아닌, 어느 틀에 그대로 매인 채 쳇바퀴로 헤매는 모습을 되풀이한다. 아마 웬만한 서울살이는 비슷비슷하리라. 똑같이 쌓은 잿더미(아파트단지)에서 똑같이 생긴 쇳덩이(자동차)에 실려서 똑같이 짠 배움책(교과서·학습지)을 달달 외워야 하는 나날인데, 이런 틈바구니에서 스스로 생각을 피울 길이란, 오히려 터무니없을 만하다. 똑똑한 이라면 가끔 뭘 모르지 않다. 안 똑똑하고 안 또렷하니까 가끔뿐 아니라 으레 모른다. ‘똑똑한 척’을 하는 이들이 ‘가끔 모르는’ 줄 느낀다. 다만, 가끔 모르지 않고 ‘늘 모르는’ 줄 알아보아야 ‘허울’을 붙잡고 맴도는 틀을 바라볼 수 있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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