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0.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이계은 글, 빨간소금, 2024.3.13.



차츰 여름으로 기우는 하루를 느낀다. 오늘치 일을 하고, 해바라기를 하고, 빨래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두바퀴를 달려서 나래터(우체국)에 다녀오고. 해가 질 무렵부터 밤노래를 맞이하고. 얼핏 비슷비슷한 하루일 수 있으나, 똑같은 날이란 없고, 비슷한 살림도 없다. 날마다 새로 차리는 밥도 언뜻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늘 새록새록 마음을 기울여서 짓는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를 읽으면서 자꾸 갸우뚱했다. 글쓴이는 뭘 말하고 싶을까? 엮은이는 뭘 들려주고 싶을까? 아이를 우리 몸으로 낳아도 아름답고, 이웃 아이를 사랑해도 아름답다. 다만, 아이를 맞아들이거나 헤아리는 마음으로 나아가자면, 먼저 이 터전부터 처음부터 확 새로 바라볼 노릇이다. 돌봄터(병원)는 참말로 돌보는 터전일까, 아니면 ‘더 앓는(병)’ 수렁일까? 배움터(학교)는 참으로 배우는 곳일까, 아니면 ‘길들이는(입시지옥)’ 굴레일까? 글쓴이는 끙끙 앓을 뿐 아니라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비슷한 줄거리만 풀어놓으면서 종잡지 못 하는구나. ‘짝맺이(결혼)’가 지는(패배) 길일 수 없다. 모든 순이돌이는 다른 순이돌이를 나란히 어버이로 두기에 태어난다. 두 숨빛이 어우러지는 사랑을 바라보아야 아기를 만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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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9.


《내 옆에 은하 6》

 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3.12.20.



우리 집 앵두나무 곁에서 돌나물을 훑을 적에 웃통을 벗는다. 등판에 햇볕을 먹인다. 빨래를 해서 널고, 봄나물을 누린다. 비릿나물(어성초) 냄새를 큼큼 맡는다. 여름으로 건너갈 즈음이면 비릿나물꽃도 피겠구나. 조물조물 오르는 풀싹을 ‘새싹나물’로 삼는다. 여느 들풀은 새싹이어도 기운이 세다. 《내 옆에 은하 6》을 아껴 놓다가 읽었다. 꽤 잘 그렸다고 느낀다. 짝을 맺고 사랑을 살피고 집안을 돌보는 길을 어떻게 헤아리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가를 차근차근 짚었다고 본다. 모름지기 모든 일은 이야기로 맺고 풀 만하다. ‘이야기 = 잇는 길’이다. ‘이야기 = 주고받는 말’이다. 한쪽에서만 말할 적에는 이야기가 아니다. 외곬로 밀어붙여도 이야기일 수 없다. 오늘날 숱한 가르침은 거의 외곬로 밀어붙인다. 이쪽이 옳으니 이쪽으로 가야 한다고 여기고, 저쪽은 틀리니 아예 닫아걸어야 한다고 막기도 한다. 우리가 아름길을 이루면서 어깨동무를 하자면 서로 눈귀를 활짝 열고서 이야기를 할 일이다. 이야기가 없는 곳에서는 다툼질에 싸움질이 춤춘다. 이야기를 펴기에 서로 어떻게 다른지 눈여겨보고 귀여겨들으면서 차곡차곡 가다듬으면서 바꾸어 가게 마련이다. 순이돌이뿐 아니라 아이어른도 늘 이야기를 해야 새롭게 깨닫는다.


#おとなりに銀河 #雨?ギド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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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8.


《태양의 집 12》

 타아모 글·그림/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5.12.15.



저잣마실을 간다. 해가 드는 쪽으로 걷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어디에서나 뚜벅이는 드물다. 더욱이 여름에는 해가 드는 길을 걷는 이는 찾기 어려우니, 호젓하게 느긋이 걷는다. 글손질 일감을 챙겨서 나왔다. 등짐만 그늘자리에 놓고서, 고즈넉하게 햇볕이 드리우고 따뜻한 늦봄을 누리면서 일감을 잡는다. 풀내음을 맡고 먹는다. 읍내 후박나무에도 후박꽃이 맺었기에 두 송이를 훑는데 단맛이 없다. 사랑도 눈길도 못 받는 나무에는 꽃이 피어도 꽃을 알아보는 이가 적고, 꽃을 문득 보더라도 반기지 않는 듯싶으니, 이렇게 쓰구나. 《태양의 집 12》을 거쳐 열석걸음 마무리까지 읽었다. 여러모로 잘 엮고 일군 그림꽃이라고 느끼지만, 잘 안 팔려서 사라져야 했구나 싶다. ‘네이버웹툰’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긁는다는데, 난 그곳에 들어가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손으로 그리든 셈틀로 그리든 대수롭지 않은데, ‘타령’하고 ‘재미’에 갇힌 오늘날 웹툰은 ‘아침연속극’이나 ‘조폭영화’하고 똑같다고 느낀다. 책을 놓고 보아도 ‘아름책’이 아닌 ‘베스트셀러’를 쳐다보는 나라요, 붓바치이다. 들꽃 곁에 쪼그려앉아서 말을 섞는 어린이 마음을 잃은 우리 모습이라면, 앞으로도 이 터전은 불수렁으로 치달으리라고 본다.


#たいようのいえ #Taamo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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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7.


《감정 독재》

 강준만 글, 인물과사상사, 2013.12.20.



모든 나물은 ‘날’로 누릴 수 있다. 한봄부터 첫여름 사이에 누리는 돌나물도, 늦봄이면 꽃이 피면서 억센 갯기름나물도 매한가지이다. 콩나물도 얼마든지 날로 누릴 수 있다. ‘날’이라는 우리말은 무척 넓다. ‘나날’뿐 아니라 ‘날개’에 ‘날카롭다’가 있고, ‘살다’를 가리키는 ‘날것’이 있다. ‘나무’랑 ‘나’도 밑동이 나란하다. 나는 나를 본다면, 너는 너를 본다. ‘나·너’는 선 자리만 다를 뿐,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다. 《감정 독재》를 곱씹는다. 왼길에도 오른길에도 안 기울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밝히는 드문 붓 가운데 강준만 님이 있다. 이녁은 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나 하고 되새기면, 이녁은 “모든 글을 그냥 다 읽는”다. 왼글이건 오른글이건 안 가린다. 어느 글이건 옳으면 옳고, 바르면 바르다고 여긴다. 어느 글이건 틀리면 틀리고, 엉뚱하거나 엉터리이면 엉뚱하거나 엉터리라고 나무란다. 이와 달리, 오늘날 숱한 글바치는 왼글만 읽거나 오른글만 읽는다. 왼무리를 짓거나 오른무리를 짓는다. 오늘날에는 ‘가운무리’가 사라졌고, ‘하늘’도 ‘땅’도 ‘숲’도 ‘바다’도 사라진다. 살림을 지으려면 두 손을 써야 하고, 이웃을 만나려면 두 발로 걸어야 하는데, 외곬로 치달으니 사나울(독재)밖에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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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6.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

 강민영 글, 자기만의방, 2022.1.25.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부산 거제동 〈책과 아이들〉로 찾아간다. 책집지기님하고 한참 이야기한다. 여태까지는 ‘책집에서 책읽기 + 책장만’이 으뜸이었다면, 어쩐지 갈수록 ‘책은 덜 사도 되니, 책집지기하고 책수다’ 쪽으로 기운다. 〈책과 아이들〉에 요 몇 달 사이에 여러 걸음을 하면서 막상 책을 한 자락도 둘러볼 짬이 없이 책집지기님하고 길디긴 이야기꽃을 둘이서 두런두런 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시외버스 일꾼이 말을 걸다. 집으로 돌아오니 곁님이 호박지짐을 잔뜩 한다. 밤노래를 들으며 등허리를 토닥인다. 긴 이틀이로구나. 《자전거를 타면 앞으로 간다》를 반갑게 읽고 싶었으나 몹시 아쉬웠다. 두바퀴는 ‘앞’으로만 달리려고 타지 않는다. 옆으로도 가고, 뒤로도 갈 뿐 아니라, 한참 멈추거나 풀밭에 드러누워 하늘바라기를 하려고 탄다. 멧자락을 오르고, 들숲에서는 어깨에 얹고서 지나가고, 냇물도 건너고, 빗길에도 노래하면서 누비는 두바퀴이다. 꼭 두바퀴를 오래 탄 사람이 글을 써야 하지는 않되, 두바퀴를 손질하고 고칠 줄 알 뿐 아니라, 두바퀴집 이웃하고도 사귀고, 뚜벅뚜벅 늘 거닐면서 들숲바다를 품으면서, 아이한테 두바퀴를 가르치고 물려준 뒤에라야 글을 써 보기를 빈다. 그림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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