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5.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

 이꽃맘 글, 삶창, 2022.8.23.



새벽부터 비가 온다. 가늘게 마을을 적시는가 했으나 이내 빗방울이 굵다. 굵게 더 굵게 거듭 굵게 마당을 두들기는 소리를 듣다가 속꽃나무(무화과) 곁에 서서 맨몸으로 비놀이를 하고 비씻이를 한다. 우르릉 소리를 내는 함박비는 이제 곧 여름이라고 알린다. 철이 훅 바뀌는 비빛이로구나 싶다. 이튿날부터 나흘에 걸쳐 깃새글꽃(상주작가)으로 부산에 깃들기에, 오늘 저잣마실을 더 나간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시골버스는 비가 샌다. 시골에서는 비새는 버스가 그냥 다니는구나 하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밤에는 빗줄기가 멎는다. 아주 말끔히 씻는구나. 스승이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누구나 스스로 배우는 줄 몸소 보이는 사람이라고 느낀다. 우리는 서로 스승으로 마주하면서 동무로 어울리기에 온누리를 맑게 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시골에는 누가 살까》는 반가웠으나 아쉬웠다. 책이름을 “우리나라 시골에는 내가 살지”처럼 붙이면서 시골을 바라보려고 했다면 줄거리가 사뭇 달랐으리라.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배움터에 안 넣고서, 시골에서 같이 놀고 이야기하며 뒹구는 나날을 살아낸다면, 두다리로 걷고 두바퀴(자전거)로 바람을 쐬는 나날을 즐긴다면, 왜 아이하고 시골에서 살 적에 함께 오붓하고 사랑스러운지 알아챌 텐데.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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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4.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

 오시마 다에코 글·가와카미 다카코 그림/육은숙 옮김, 학은미디어, 2006.5.5.



작은아이가 아침에는 집일을 살짝 거들지만, 낮부터 저녁까지 아무 집일을 안 쳐다본다고 느낀다. 무엇이든 스스로 살피고 찾고 나서야 할 뿐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몸에 스밀 텐데, 슬금슬금 뺄 적에는 하루그림이 없게 마련이다. “보라 씨, 뭘 하시나요? 밥차림을 거들 수 있나요?” 밥과 국을 새로 끓인다. 곁밥을 세 가지 마련한다. 두 아이가 어릴적에는 혼자 다 해내면서 아이들을 두바퀴에 태워서 들숲바다를 달릴 뿐 아니라, 그림책을 읽어 주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여름에는 밤새 부채질을 했으나,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맡을 일거리를 하나씩 짚어 준다. 짚는 대로 따라오기도 하고, 이내 잊기도 한다.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따라 하나씩 나온 아름그림책이다. 작은아이가 대여섯 살 무렵 이 그림책을 처음 알아보았으나 이미 판이 끊겼더라. 두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마르고 닳도록 읽어 주었고, 철마다 다르게 흙과 풀과 숲과 바다와 나무와 씨앗과 바람과 비랑 놀면서 살았다. 오늘 우리가 맨발로 흙을 밟고 맨손으로 눈을 굴리면서 실컷 노는 나날이라면 이 그림책은 오래오래 사랑받았겠지. 이제라도 ‘놀이순이·놀이돌이’가 나라 곳곳에서 깨어나면 이 그림책이 다시 태어날는지 모를 일이다.


#大島妙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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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3.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

 부너미 글, 민들레, 2019.2.28.



집안일을 하면서 쉰다. 밥과 국을 끓이면서 쉰다. 빨래를 하면서 쉬고, 이럭저럭 일거리를 추스르고서 등허리를 편다. 바람소리에 묻어내는 멧새소리를 귀담아듣는다. 확 줄었지만 꾸준히 노래를 베푸는 개구리가 우리 마을과 들녘에 얼마나 남았나 하고 어림하면서 쉰다. 낮새가 쉬는 저물녘부터는 밤새가 노래하는 결을 헤아린다. 아무 일을 안 하기에 쉬지 않는다. 일을 하기에 쉬고, 일을 하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일을 맺으면서 마음을 돌아본다. 저녁을 차려 놓은 뒤에 세 사람이 알아서 먹으라 하고는 폭 쉰다. 오늘은 오늘몫을 했으면 넉넉하다고 여긴다. 《페미니스트도 결혼하나요?》는 꽤 잘 나온 책이지 싶다. 첫머리에 실은 글은 아쉬웠으나, 뒤쪽으로 갈수록 깊고 넓게 스민 이야기가 돋보인다. ‘-주의자(-니스트)’라고 해서 무엇을 하거나 안 해야 할 까닭이 없다. ‘좋아하기’이기에 스스로 길들이거나 묶거나 옭아매면서 갇힌다. ‘좋아하기’는 곧장 ‘팬덤’으로 기울면서 ‘남과 나를 나란히 가두’려고 하기에 힘으로 누른다. 그래서 ‘주의자·좋아하기·팬덤’이 아니라 ‘사랑’을 바라볼 노릇이다. 사랑이라면 어느 길에 서든 ‘나부터 틔우’고 ‘너를 함께 열’면서 ‘우리가 함께 날갯짓하는 새터’를 짓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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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2.


《되살리기의 예술》

 다이애나 애실 글/이은선 옮김, 아를, 2021.7.8.



저잣마실을 간다. 볕을 보며 걷는다. 큰아이는 몸앓이를 하고서 천천히 낫는다. 오늘 시골버스는 손님이 좀 붐빈다. 이따금 북적거릴 때가 있지만 웬만하면 텅텅 빈다. 밤에는 새와 풀벌레와 개구리가 들려주는 노래가 어울린다. 집안일을 하고, 쉬엄쉬엄 등허리를 펴고, 낱말책을 여미고 글일을 하고, 아이들하고 이야기하고, 곁님과 생각을 나누고, 다시 들노래와 숲바람을 마신다. 어쩌다가 ‘토시코 아키요시’라는 이웃나라 손가락꽃(피아노)을 들었다. 이런 발걸음에 이런 손자취를 남기면서 걸어온 사람이 있구나. 모든 걸음은 작은길이되, 스스로 꿈씨앗을 헤아릴 적에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저 살림길이게 마련이다. 《되살리기의 예술》을 읽다가 한참 갸웃했는데, 곁님과 큰아이가 들춰보더니 ‘재미없다’는 말씀을 남긴다. 두 분 모두 ‘되살리기’라는 이름에 눈이 간 듯싶고, 나도 이 이름에 눈이 갔는데, 막상 ‘되살리기’가 무엇이라든지, 무엇을 되살리려고 했는가 같은 이야기하고 한참 멀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있고, 이 글을 엮는 사람이 있고, 이 글을 엮은 꾸러미를 잇는 사람이 있고, 이 글꾸러미를 알아보면서 읽는 사람이 있다. 엮은이는 ‘되살리기’라기보다는 ‘이웃하기’여야지 싶다. 이웃이어야 비로소 책을 펴낸다.


#ToshikoAkiyoshi #토시코아키요시

#あきよしとしこ #?吉敏子


https://www.youtube.com/watch?v=AElsKE48Gac


#Stet #AnEditorsLife #DianaAthill (2000년)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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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1.


《은박지에 새긴 사랑》

 호치민과 다섯 사람 글/김남주 옮김, 푸른숲, 1995.2.6.



구름이 짙되 해가 자주 나오는 하루이다. 일곱 해를 이은 꾸러미를 매듭지었기에, 이제 새롭게 여밀 꾸러미를 살핀다. 그동안 여미던 틀을 바꾸어서 이모저모 꾸리기까지 꽤 걸린 듯싶다. 처음에는 익숙한 대로 세우고, 이내 가다듬고, 다시 살피면서 뜯어고치고, 거듭 짚으면서 추스르는 길을 거친다. 닷벌 열벌 스무벌 돌아보는 사이에 비로소 얼거리를 알아챈다. 낮에는 두바퀴를 달린다. 마을논을 가로질러서 과일을 장만한다. 이웃마을은 베트남과 필리핀 아가씨를 모아서 마늘을 캔다. 이제는 우리나라 젊은이와 푸름이조차 ‘마늘심기·마늘캐기’를 하나도 모를 테고, 그냥 사먹기만 하겠지. ‘몇 차 산업’이나 ‘AI타령’을 할 일이 아니다. 한때 ‘메타버스’가 징글징글하게 판치더니 이제 쑥 들어갔다. 우린 뭘 봐야 할까? 들숲메바다를 손수 건사하고 몸소 돌보는 배움길을 새로 펴야 하지 않나? 《은박지에 새긴 사랑》은 예전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2018년에 다시 옛이름으로 나온다. 찬바닥에서 이웃나라 아름글을 한 글씨씩 옮기던 마음이란, 아침저녁으로 스스로 되새기려는 길이요, 아이한테 물려주고픈 씨앗이다. 오늘 우리가 쓰고 읽는 글은 ‘글씨(글씨앗)’일까, 아니면 ‘겉치레’일까? 사랑을 새기려는 마음이 아니라면 ‘글’이 아닌 ‘글시늉’이라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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