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4.


《하나 씨의 간단요리 2》

 구스미 마사유키 글·미즈사와 에츠코 그림/오경화 옮김, 미우, 2016.7.31.



들길을 걸어서 옆마을로 간다. 12:20 시골버스를 탄다. 오늘은 고흥 ‘여성농업인센터’하고 ‘생태텃밭’ 모임에서 펴는 가을잔치에 작은아이하고 찾아간다. 도화면에서 고흥읍을 거쳐 과역면으로 간다. 마녘에서 높녘으로 움직이는 먼길이다. 그래도 수세미씨하고 들깨씨를 얻는다. 가을잔치 길잡님이 단출히 ‘시’를 쓰는 놀이를 한다고 말씀하니 어느 분이 ‘순천시·서울시’는 알아도 ‘시쓰기’는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길잡님에 이어 노래짓기를 어떻게 하는지 들려준다. 어르신 말씀을 그대로 추리면 “시를 모르지만 / 씨를 심는다”처럼 두줄글을 쓰면 된다고, 우리가 오늘 누리는 이 삶을 쪽종이에 슥 적으면 저절로 노래가 태어난다고 여쭌다. 《하나 씨의 간단요리》를 읽었다. 밑글이 있기에 그림으로 옮겼다고 할 테지만, 꽤 잘 담은 그림꽃이라고 느끼는데, 일찍 판끊겼다. 스스로 온하루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려는 마음을 밥살림과 밥차림을 바탕으로 들려주는 얼거리이다. 기쁨이나 보람이나 웃음은 먼발치에 없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손수 매만지고 다듬고 일구는 살림살이에서 피어나는 노래이다. 남들이 좋게 보아줄 글이나 일이나 이름값을 자꾸 따지거나 내세우니 스스로 닳고 낡는다. 누구나 삶이 그대로 노래이다.


#花のズボラ飯 #久住昌之 #水??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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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3.


《집으로 가는 길》

 홍은전 외 글, 오월의봄, 2022.4.20.



볕이 나는 아침에 이불을 넌다. 가을볕도 이불을 털고 말리기에 즐겁다. 해바라기를 하고, 말똥가리 울음소리를 듣고, 어느새 숨죽이는 작은새 날갯짓을 지켜본다. 말똥가리가 울기 앞서는 신나게 놀던 작은새떼인데, 말똥가리가 하늘을 가르며 울자마자 조용하다. 오늘밤도 별잔치이다. 《집으로 가는 길》을 돌아본다. 태어난 집은 있으나 살아갈 집이 사라진 사람을 돌보겠다고 나선 이들이 어떻게 돈을 빼돌리면서 몹쓸짓을 일삼았는지 차근차근 풀어내고 밝히는 줄거리이다. 함께 나아가는 새길이 아니라, 사람 머리만큼 돈이 떨어지는 틀을 쥐어짠 우두머리가 있고, 이 우두머리 곁에서 일을 거들며 일삯을 번 사람들이 있다. 언제나 그러한데, 우리나라에는 돈이 많다. 이 많은 돈을 제곳에 제대로 안 쓰면서 자리지키기를 일삼는 사람이 너무 많다. 사람이 사람다운 빛을 스스로 등지면서 돈을 좀 만진들, 얼마 못 살고 죽는다. 스스로 빛을 내팽개치는데 몇 살이나 살겠나. 기껏 여든 살조차 못 살 테지. 사랑으로 낳아서 사랑으로 돌보고 사랑으로 살림하는 사람한테는 끝이 없다. 사랑으로 하루를 살아가기에 사랑이 있다. 우리는 굴레살이에 스스로 갇혀서 돈만 벌 셈인지, 아니면 어깨동무하는 사랑길을 가려는지, 이제는 생각할 때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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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2.


《사진이란 무엇인가》

 최민식 글, 현문서가, 2005.6.20.



새벽에 비가 그친다. 이른아침에 빗물을 옮겨담는다. 이 빗물은 ‘첫하늘맛’이면서 ‘해한테 가장 가까운 맛’이다. 우리는 누구나 빗물을 오래오래 가까이하면서 하늘빛과 햇빛을 받아들는데, 어느새 빗물을 아주 멀리하면서 하늘빛과 햇빛을 나란히 잃고 잊을 뿐 아니라, 저마다 다르게 별빛인 줄 나란히 잃고 잊는구나 싶다. 낮에 씻고 빨래를 한다. 넷이 둘러앉아서 ‘익숙한 대로’를 글감으로 삼아서 쪽글을 쓰면서 ‘익다·익숙하다·일구다·잇다’하고 얽힌 수수께끼를 들려준다. 《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되읽었다. 2005년에도 느낀 그대로 최민식 님은 너무 멋을 잡으려고 한다. 둘레에서 최민식 빛꽃을 높이려 할 적에 “아닙니다. 적어도 임응식과 김기찬을 보십시오. 유진 스미스와 마가렛 버크 화이트를 보십시오. 에드워드 커티스와 도로시아 랭을 보십시오.” 하고 들려주었다. 그러나 웬만한 분은 로버트 카파는커녕 기무라 이헤이조차 들추지 않는다. 토몬 겐이나 안셀 아담스가 뭐 하던 사람인지 모르기 일쑤이다. 빛나는 그림을 얻으려고 하면 사진이 아니다. 찍히는 사람하고 찍는 사람이 언제나 이웃에 동무일 적에 비로소 사진이다. 먼발치에서 구경하거나 훔쳐본다면, 사진이 아닌 ‘프레임’으로 그칠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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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


《다이다이 서점에서》

 다지리 히사코 글/한정윤 옮김, 니라이카나이, 2023.1.31.



간밤부터 비가 온다.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비가 온다. 오늘 마시는 빗물은 살짝 차갑게 감기면서도 시원하게 씻는다. 가장 맑고 밝으면서 달달한 물은 빗물이라고 느낀다. 어제에 이어 읍내 나래터로 책을 부치러 다녀온다.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고 나니 발바닥이 화끈하다. 많이 걸었구나. 제대로 쉬어야겠다. 《다이다이 서점에서》를 읽었다. 일본에서는 책집지기가 써내는 책이 꽤 많다. 우리나라도 요 몇 해 사이에 부쩍 나왔다. 그런데 책손이 쓰는 책은 일본도 우리나라도 드물다. 단골책집을 이야기하든, 여러 책집을 두루 다니든, 다 다른 숱한 책을 만나면서 삶·살림을 북돋우면서 숲·사랑으로 나아가려는 길을 그리는 ‘책손 이야기’는 드물다. 작은책집으로 책마실을 다녀오노라면, 참말로 작은책집에서 책을 사는 분이 많이 줄었다. 손쉽게 누리책집에서 사기도 하지만, 마을·나·너·살림·우리를 하나로 엮는 끈이 대단히 가늘다. 그러나 웬만하면 작은책집으로 느긋이 찾아가서 책읽기를 누리는 분도 새롭게 늘어난다. ‘더 많은 책’이 아닌 줄 깨닫거나 ‘더 이름난 책’을 굳이 안 읽어도 되는 줄 익히는 분들이 작은책집으로 책마실을 다니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쌓을 테니, 곧 ‘책손 이야기’도 태어나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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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0.31.


《아버지의 그림자》

 계승범 글, 사계절, 2024.6.7.



새로 낸 책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를 받는다. 우리 책숲이웃님한테 넉줄글을 적어서 한 자락씩 보내려고 한다. 숲노래 씨는 넉줄글을 쓰고, 큰아이랑 작은아이가 글자루에 받는곳을 적고 책을 넣어 풀을 바른다. 세 사람이 뚝딱뚝딱 애써서 15:05 시골버스를 탈 수 있다. 큰아이는 짐꾼 노릇까지 하면서 읍내 나래터로 날라서 부친다. 자루감(자루에 가득 담은 감)을 한 꾸러미 장만하려고 했는데, 등짐을 비우고서 까맣게 잊었다. 이튿날 다시 나래터로 와서 부쳐야 하니, 다음길에는 챙기자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곰곰이 읽으면서 내내 갸우뚱했다. 옛 임금과 ‘아버지’가 어떻게 얽혔다는 뜻인지 아리송하다. 중국을 섬긴 벼슬아치가 나라를 말아먹은 줄거리를 다루는데, “중국 그림자”나 “가부장제 그림자”라 해야 옳다고 느낀다. 임금·나리·글바치·벼슬아치가 아닌, 시골집에서 흙살림을 짓던 수수한 ‘아버지’는 섣불리 바보짓을 안 했다. 그러나 예나 이제나 “수수한 흙살림 아버지”가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집안일과 집살림을 맡았는지 살피고서 풀어낸 꾸러미(역사책)를 아직 못 본다. 다들 ‘한문으로 남은 궁중권력사’에 머문다. 이제는 ‘살림과 아이를 돌본 참아버지’를 봐야 하지 않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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