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2.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

 정세진 글, 개미북스, 2023.7.31.



어제는 작은아이랑 저잣마실을 다녀왔다. 오늘은 큰아이하고 순천을 다녀올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룬다. 이제 큰아이한테 이름쪽(주민등록증)이 나온다고 한다. 그런데 열손그림(십지문十指紋)을 뜬다고 하네. 왜 아직도 이 짓을 하나? 멀쩡한 아이들 손그림을 나라가 왜 뜨는가? 말썽이나 잘못을 일으킨 사람은 떠야 하지 않나? ‘십지문’이라는 일본말을 그대로 쓰는 얼뜬 모습도 얄궂다. 《우리의 여름은 거기에 있어》를 천천히 읽는다. 거의 서울에서 살지만, 아이들하고 곧잘 제주살이를 한다는, 여름살이는 제주에서 누린다고 하는 나날을 그러모은 꾸러미이다. 얼핏 보면, “돈 좀 있으니까” 여름에 제주살이를 한다고 여길 테지. 곰곰이 보면, “땀흘려서 번 돈으로 아이들하고 기쁘게 철빛을 누리려는 마음”이기에 서울에서 한동안 벗어난다고 여길 테고. 돈 좀 있기에 책을 사읽지 않는다. 돈이 없어도 “없는 돈 박박 긁고 털어서 책을 사읽”는 사람이 꽤 있다. 돈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기 때문에 기꺼이 시골살이를 하고, 신나게 책을 사읽고, 기쁘게 아이를 낳아서 온사랑으로 품고 돌본다. 모든 사랑은 모든 사람 마음에 흐른다. 짝을 맺거나 안 맺거나, 아이를 낳거나 안 낳거나, 스스로 사랑이라면 누구나 들숲바다부터 품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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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9.11.


《생명을 보는 눈》

 조병범 글, 자연과생태, 2022.2.17.



작은아이가 우리집 후박나무에 앉아서 노래하다가 무화과나무 쪽으로 건너가는 꾀꼬리 두 마리를 보았단다. 작은아이가 곰곰이 보노라니, 꾀꼬리처럼 깃빛이 노랗기에 잘 보일 만한 새는 오히려 꼭꼭 숨어서 찾아보기가 어렵지만, 직박구리나 멧비둘기처럼 투박한 깃빛이라든지 까막까치처럼 까만새는 굳이 안 숨는 듯하단다. 작은아이가 들려주는 말을 가만히 듣는다. 옳구나. 참새도 굳이 안 숨는다. 훤히 보인다. 작은새는 드디어 파랑새를 본 날도 “파랑새는 잘 보일 듯한데 얼마나 잘 숨는지 몰라요.” 한다. 《생명을 보는 눈》을 읽는 내내 아쉬웠다. 사람이라는 숨빛뿐 아니라, 온누리 뭇숨결을 바라볼 적에는, 말 그대로 ‘바라본’ 삶을 쓸 노릇이다. ‘바라본’ 바가 아니라, ‘서울(도시문명사회) 틀에 맞춘’ 눈으로 보려고 하면 뒤틀리게 마련이다. 어떤 새도 ‘연구대상’이 아니다. 어떤 풀꽃나무도 ‘학술대상’이 아니다. 어떤 미꾸리나 좀수수치도 ‘관찰대상’이 아니다. 그저 숨결이요 숨빛이자 숨붙이인걸. 그저 밝게 보면 된다. 그저 숲빛으로 스며들면서 나란히 보면 된다. 이리 재거나 저리 따지거나 그리 틀박지 않으면 된다. ‘학자’가 아니라 ‘이웃’이자 ‘동무’요 ‘한마을 한집안’으로 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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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8.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

 성매매피해여성지원센터 살림 엮음, 삼인, 2006.8.18.



집안일을 하면서 쉰다. 아무것도 안 한다면 ‘드러눕기’라 할 테고, 집안을 돌보면서 아이들하고 어울리는 하루이기에 ‘쉬기’라고 느낀다. 책읽기나 글쓰기는 ‘일하기’요, 풀꽃나무를 마주하면서 하늘길과 볕살을 살피는 하루는 ‘살림’이라고 느낀다. 낮나절에 ‘닥치다’라는 낱말을 헤아린다. “닥치는 대로” 꼴로도 쓰지만, ‘다물다’랑 같은 뜻인 두 가지 쓰임새이다. 무슨 일이건 “닥치는 대로” 한다면 “생각없이 마구” 날뛰는 셈이다. “닥치고 내 말 들어!”라 외친다면 혼자 제멋대로 구는 셈이고. ‘답치기’를 일삼거나 ‘답답굴레’를 씌우는 무리가 있었기에 ‘닥치다 ㄱㄴ’이 태어났다고 느낀다. 《너희는 봄을 사지만 우리는 겨울을 판다》는 2005년에 처음 나왔다. 이듬해에 새옷을 입었고, 어느덧 스무 해를 살아낸다. 한쪽은 살림돈을 벌려고 몸을 팔고, 한쪽은 살림돈이 남아서 몸을 산다. ‘봄’을 사려고 돈을 쓰기 앞서, ‘봄’이 오도록 돈을 나누는 길을 열 줄은 모를까? 이제 누구나 알듯, 이 나라에 돈이 없지 않다. 뒷돈을 챙기는 무리가 그득할 뿐이고, 뒷돈으로 노닥질을 일삼을 뿐이다. 쉽게 떼돈을 버는 이는 쉽게 노닥이지만, 땀과 이슬과 사랑으로 살림돈을 버는 이는 으레 이웃하고 손길을 나눈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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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친구에겐 모든 것을, 적에겐 법을”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comment/025/0003461599?cid=1058840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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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9.


《작으면 뭐가 어때서!》

 마야 마이어스 글·그림/염혜원 옮김, 비룡소, 2023.1.5.



시골은 지난이레 사이에 참깨를 말리고 터는 철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깨내음’이 안 나더라. 갈수록 깨내음이 줄어드는데, 처음 시골에 깃들어 열 해 즈음 보내는 동안에는 참깨꽃이 피든, 참깨씨가 굵어가든, 참깨대를 길바닥에 말리든, 참깨내음이 온마을에 번졌다. 올해는 들길을 걷거나 두바퀴로 달려도 나락내음이 옅다. 왜 그럴까 하고 돌아보면, 이 시골에 거미·풀벌레·나비·제비(철새)·참새(텃새)가 아주 눈에 띄도록 줄었다. 온갖 숨결이 어우러지던 무렵에는 깨내음도 나락내음도 유채내음도 마늘내음도 곤드레내음도 쑥내음도 도라지내음도 흐드러졌지만, 풀죽임물과 죽음거름(화학비료)이 자꾸자꾸 늘면서 흙내음도 시골내음도 사라진다. 《작으면 뭐가 어때서!》를 되새긴다. 작으면 작고, 크면 크다. 덩치이든 키이든 대수롭지 않다. 주머니에 깃든 돈이건, 드날리는 이름값이건 그저 아무것이 아니다. 우리가 볼 대목은 마음이요, 이 마음을 돌보는 넋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넋인데 서로 다른 몸(순이돌이)을 입더라도 숨빛에는 ‘둘을 하나’로 품고서 함께 있는 길을 바라보아야지 싶다. 작은순이는 작은돌이를 알아보고서 다가선다. 작은돌이도 작은순이를 알아채고서 마주본다. 둘은 겉몸이 작아 보일 수 있되, 마음과 넋과 숨빛은 하늘과 바다만 하다.


#NotLittle #MayaMyers #HyewonYum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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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30.


《허송세월》

 김훈 글, 나남출판, 2024.6.20.



볕날을 후끈후끈 잇는다. 씻고 빨래하고 밥하고 쉰다. 이러고서 씻고 일하고 책읽고 글쓴다. 이런 다음에 아직 낮에 노래하는 매미를 지켜본다. 이제 하룻내 노래물결을 베푸는 풀벌레를 헤아린다. 기지개를 켤 틈조차 없이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저물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숨돌리면서 집안일에서 손을 떼는 듯싶지만,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까지 하고서야, 또 아이들하고 하루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서야, 등허리를 반듯하게 편다. 《허송세월》을 돌아본다. 예전에 낸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라면을 끓이며》에 못지않게 덧없는 푸념과 하소연을 그득그득 담았구나 싶다. 푸념과 꿈글은 한끗처럼 다르되, 오늘과 앞길을 보는 눈이 다르다. 하소연과 살림글은 한끗이 어긋나되, 사랑을 보느냐 안 보느냐로 다르다. 이미 늙을 만큼 늙은 김훈 씨인 만큼 스스로 바뀌기는 어려울 만하지 싶다. 그렇지만, ‘늙몸’이 아닌 ‘나이(낳는 임)’라는 말빛을 곱씹으면서 거듭나는 하루를 살려고 한다면, 아무리 늙몸이라 하더라도 시나브로 ‘나이를 읽는 어진 눈’으로 바뀔 만하다고 본다. 숱한 꼰대는 집안일을 도맡지 않으니 꼰대로 머문다. 여태 꼰대였더라도 일흔 살부터라도 집안일을 도맡고 아이(손자)를 도맡아서 돌볼 줄 안다면, 아기 똥오줌 천기저귀를 갈고서 손빨래를 할 수 있다면, 이때부터는 ‘꼰대 먹물’이 말끔히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란,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숲빛으로 펴며 배우고 익히는 길’이다. 다시 말하자면, 집안일과 집살림 이야기가 없이 쓰는 글(문학)이라면, 모두 ‘글흉내’나 ‘글인 척’에서 쳇바퀴라고 느낀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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