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8.


《에델과 어니스트》

 레이먼드 브릭스 글·그림/장미란 옮김, 북극곰, 2022.3.30.



국을 끓이고 곁밥을 내놓는다. 훑은 모과꽃은 볕을 듬뿍 머금었으니 병에 담는다. 잔뜩 훑었어도 나무에 남은 모과꽃이 훨씬 많고, 뒤곁과 마당과 온집에 모과꽃내음이 넘실거린다. 모과꽃은 모과꽃빛이라고 할밖에 없다. 흰민들레씨와 텃노랑민들레씨를 조금조금 받아놓는다. 가볍게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노래를 두 자락 새로 쓴다. 《에델과 어니스트》를 그려낸 뜻은 훌륭하다고 느끼면서도, 엄마아빠한테 마음으로 다가서려고 하는 하루가 너무 밭았구나 싶다. 그린이가 거꾸로 헤아리면 쉽게 알 만하다. 그린이 딸아들이 나중에 그린이 삶을 글이나 그림으로 담는다고 할 적에 얼마나 지켜보고 얘기하고 함께해야 할까? 그냥그냥 듣고 옮길 적하고, 오래오래 함께 살아가면서 품을 적은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그린이로서 ‘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엄마아빠랑 오래 멀리 떨어져 지냈기에, 두 어버이가 어떤 마음과 하루와 사랑이었는가 하는 대목을 찬찬히 풀어내기 어려웠을 만하지 싶다. 이때에는 ‘그린이 눈’으로 담아야 한다고 본다. 마치 ‘엄마아빠 눈’으로 보기라도 한 듯이 그리기보다는, 그저 ‘엄마아빠네 아이’라는 눈으로 담으려고 했다면, 이 책은 줄거리와 이야기가 매우 달랐으리라고 느낀다.


#Ethel&Ernest #RaymondBriggs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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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7.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하야시 노리코 글·사진/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020.8.10.



언제나처럼 01∼06시 사이에 글일을 하고서 가만히 몸과 머리를 쉬는 이른아침인데, 우리 책숲으로 손님이 찾아온다. 고흥읍에 살면서 ‘라임(Rhyme)사전’이라는 글빛을 가꾸는 길을 걷는 분이다. 먼먼 큰고장이 아닌 시골에 깃들며 말꽃을 헤아리는 분을 만나니 뜻밖이면서 반갑다. 오늘날 시골사람은 두 갈래 말을 어릴적부터 듣고 살피고 펼 수 있기에, 글쓰기를 할 적에 한결 반짝일 만하다. ‘두말’이란 ‘시골말(사투리) + 서울말(나라말)’이다. 시골말을 품는 마음이기에 ‘스스로 짓는 말’을 그린다. 서울말을 바라보는 매무새이기에 ‘이웃이 쓰는 말을 살펴는 마음’을 돌본다.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를 읽었다. 첫 쪽을 넘기고서 끝 쪽을 닫기까지 달포가 흘렀다. 야금야금 아끼며 읽었다. 아니, “높녘(북조선)에서 살아가기로 한 뒤로는 뜻밖에 ‘삶’이 아닌 ‘굴레’로 바뀐 나날에, ‘말’을 하고 싶어도 ‘마음’을 감추어야 했던 사람들이, ‘눈물’을 지으며 여태까지 살아남은 길”을 풀어낸 책이 태어날 수 있었구나 싶어 놀라웠다. 책쓴이는 높녘에 아직도 ‘자아비판·호상비판’이 있는 줄 알까? ‘노려보는(감시) 눈길’이 버젓한 터전에서 ‘나(일본 곁님)’를 안 잊은 ‘너(일본 이웃)’가 있는 줄 느낀 할매들은 그저 눈짓과 손짓으로 온갖 말씀을 남겨 놓으려고 애쓰셨구나 싶다.


#朝鮮に渡った日本人妻 #60年の記憶 #林典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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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6.


《상냥한 폭력들》

 이은의 글, 동아시아, 2021.11.3.



오늘 ‘면민의 날’을 한다면서 06:30부터 마을알림에 손전화까지 울린다. ‘소리주먹(소음폭력)’이다. 다만 ‘면민의 날’ 마을알림을 10시까지 시끄럽게 되풀이할 뿐, ‘산불금지’ 마을알림은 오늘만큼은 안 트는구나. 서울에서 ‘가수님’을 웃돈으로 모시면서 먹고 마시는 판에 어르신들이 우루루 간다면 시골버스는 호젓할 듯싶어서 읍내로 저잣마실을 간다. 걷는읽기와 걷는쓰기를 한다. 집으로 돌아와서 늦은한끼를 하고서, 논개구리와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두 아이랑 마음쓰기(마음을 쪽글로 쓰기)를 한다. 오늘은 ‘꽃을 먹다’를 글감으로 삼는다. 《상냥한 폭력들》을 읽었다. ‘사랑매’란 눈속임이듯 ‘상냥주먹’도 눈가림이다. 그러나 이 나라는 아직 온통 ‘사랑매 + 상냥주먹’이 넘실거린다. 이쪽에서 저쪽을 밉말(혐오표현)로 나무라고, 저쪽에서 이쪽을 밉말로 똑같이 받아친다. 마음을 나누거나 생각을 밝히려는 말이 감쪽같이 사라진 요즈음이다. 그렇지만 숱한 사람들은 모든 밉말이 사라지는 새길을 그린다고 느낀다. 사랑을 그리면서 꿈을 노래하고픈 수수한 사람들은 이제 이쪽도 저쪽도 아닌 ‘온곳’을 바라보면서 ‘온살림·온사랑·온사람·온숲’이라는 하루를 스스로 가꿀 일이라고 알아보는 길을 익히려고 한다.


- 미투 이후희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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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5.


《바람 속에 서 있는 아이》

 고시미즈 리에코 글·이시이 쓰토무 그림/조영경 옮김, 산하, 2006.9.22.



언니가 살림돈을 보태어 준다. 오늘 기름 300ℓ(×1200원)를 넣는다. 두바퀴를 달려서 글월을 부친다. 들녘에서는 새를 보기 어렵지만, 우리집 큰나무에 내려앉는 새는 많다. 장흥 이웃님한테 띄울 글을 매듭짓느라 열흘 동안 끙끙댔다. 오늘 새벽에 드디어 마치니 기운이 쪽 빠진다. 빨래도 집안일도 소꿉놀이도 저잣마실도 책집마실도 글쓰기도 책읽기도 온힘을 다하게 마련이니, 하나하나 마무를 적마다 등허리를 펴고서 꿈누리로 간다. 《바람 속에 서 있는 아이》를 오랜만에 되읽고서 두 아이한테 건네었다. 다 다른 사람이 서로 이웃이자 동무로 살아가는 길을 다루는 아름책이다. 다 다른 살림길을 꾸리는 사람이 어떻게 마을을 이루면서 손을 맞잡는 마음으로 피어날 만한지 헤아리는 사랑책이다. 목소리만 내면 ‘소리’로 끝나지만, 마음을 나누려 하면 ‘말’로 깨어난다. 소리로 그치지 않는 말로 이으려면 언제나 사랑을 그리는 꿈으로 걸어갈 일이다. 너와 나는 ‘애국·충성·효도’를 해야 할 톱니바퀴일 수 없다. 나와 너는 ‘살림·사랑·숲’을 품는 사람일 노릇이다. 나란히 푸른별에서 사랑으로 살림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아볼 때라야 모든 따돌림과 사랑과 줄세우기와 위아래와 수렁을 걷어내고 녹인다고 본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것이 침략 전쟁이라고 말하지 않지. (122쪽)”


#越水利江子 #石井勉 

#あした出?った少年 #花明かりの街で


ㅍㄹㄴ


《바람 속에 서 있는 아이》(고시미즈 리에코/조영경 옮김, 산하, 2006)


벚꽃들이 팔랑팔랑 춤추며 떨어지고 있었다. 벚꽃들이 쌓이면서 골목 안이 환해졌다

→ 벚꽃이 팔랑팔랑 떨어진다. 벚꽃이 쌓이면서 골목이 환하다

→ 벚꽃이 춤추며 떨어진다. 벚꽃이 쌓이면서 골목이 환하다

10쪽


골목 밖 큰길에 멈춘 작은 트럭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 골목 밖 큰길에 멈춘 작은 짐수레에서 누가 소리친다

10쪽


큼직한 글씨가 인쇄된 상자였다

→ 큰글씨가 적힌 꾸러미였다

→ 글씨를 크게 새긴 꿰미였다

10쪽


언젠가는 먼 곳으로 떠나는 게 아닐까

→ 언젠가 먼 곳으러 떠나지 않을까

→ 어느 날 멀리 떠나지 않을까

63쪽


심근경색이란 심장으로 통하는 혈관이 막히는 병이지

→ 가슴으로 가는 핏줄이 막히며 앓는 가슴막힘이지

→ 숨골로 가는 핏줄이 막히며 아픈 숨막힘이지

96쪽


교토의 새 부모님 아래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 교토 새 어버이 곁에서 자랐습니다

→ 교토에서 새 엄마아빠랑 살았습니다

215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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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4.14.


《촛불이 길을 밝혀 줄 거야》

 게르다 마리 샤이들 글·마르쿠스 피스터 그림/박태식 옮김, 으뜸사랑, 2007.10.10.



한봄비가 쌀쌀하게 내리는 낮. 나래터로 가려고 탄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두 자락 쓴다. 빗물이 뿌리기에 걷는읽기나 걷는쓰기를 못 하지만, 빗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면서 구름빛과 하늘결을 헤아린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봄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빗줄기가 굵다. 이 빗줄기에 멧새 열 마리가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서 노래를 한다. 처마밑에서 새바라기를 한다. 새가 포로롱 날아가고서야 부엌으로 가서 저녁밥을 끓인다. 《촛불이 길을 밝혀 줄 거야》는 조금 아쉽기는 해도 제법 잘 나온 그림책이라고 느끼는데, 일찌감치 판이 끊긴 듯싶다. 《무지개 물고기》를 그린 분이 일군 작은씨앗인데, 모든 그림지기 모든 그림책이 널리 읽히면서 사랑받지는 않을 수 있다. 곰곰이 보자니 《무지개 물고기》에서 아쉽다고 여긴 대목을 《촛불이 길을》에서도 느꼈다. ‘좋은길(주제·정의·공정)’이라는 덫에 사로잡히면 그만 ‘좋은말’을 들려주어야 한다는 틀에 갇히기 쉽다. 삶이란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삶은 늘 삶이다. 삶이라는 길을 “손수 살림하는 손”으로 풀어내면 된다. 때로는 울고 웃고 노래하고 멍하고 쉬고 잠들고 일어서고 걷고 달리는 하루를 그저 고스란히 담으면 된다. 꽃(영웅)만 찾다가는 뿌리와 줄기와 가지와 씨앗을 몽땅 잃는다.


#GerdaMarieScheidle

#MarcusPfister # FourCandlesforSimon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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