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21.


《盧天命 詩集》

 노천명 글, 서문당, 1972.12.20.



구름이 짙게 끼다가도 사라진다. 별이 차츰 깊다. 큰아이가 “겨울은 밤이 더 까맣게 보여요” 하고 말한다. 밤이 길기에 더 까맣게 물든다고 여길 만하지. 수수한 눈길이요 말인데, 이 대목을 스스로 알아보지 못 하는 이웃이 나날이 는다. 요즈음 어린이나 푸름이 가운데 누가 낮빛과 밤빛을 가릴 수 있으려나. 들빛과 숲빛과 바다빛을 찬찬히 읽는 어린이는 몇이나 되나. 예닐곱 살조차 아닌 너덧 살 아이들조차 손전화를 쥐고서 고개를 숙이는 판이다. ‘어른이기를 잊은 우리’ 스스로 이런 매무새이기에 아이들까지 모조리 길들여서 죽이는 꼴이라고 느낀다. 《盧天命 詩集》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배움불굿(입시지옥) 탓에 1991∼93년에 자꾸자꾸 읽고 외워야 했으니 서른 몇 해 만에 읽은 셈인데, 그냥 글(문학)로도 참 못났구나 싶다. 그야말로 대단히 배부른 자리에서 이웃이 누구인지 하나도 모르는 채 담벼락 안쪽에서 하느작거린 자취를 엿볼 만하다. 그런데 이런 책에 ‘이희승’이 추킴글을 썼다. 다 한통속이라는 뜻이다. 더 헤아려 본다면, 1972년에 이런 책을 선뜻 펴낸 곳도 나란히 ‘군사제국주의·군사독재 이바지’를 했다고 여길 만하다. 이제 노천명이나 모윤숙 따위를 읊거나 가르치지 않겠지만, 다른 끄나풀도 수두룩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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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20.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

 점좀빼 글·사진, 숨쉬는책공장, 2014.5.2.



저잣마실을 간다. 이레쯤 앞서까지는 고흥읍으로 저잣마실을 갈 적에 나래터(우체국)에 들러서 〈무등일보〉하고 〈전남일보〉를 구경했는데, 나래터에 더는 ‘전라남도 새뜸(신문)’이 없다. 아무도 안 들추고 오직 나만 이 새뜸을 읽는다고 느꼈으니, 더는 안 놓을 만하다. 시골에서 살며 이 시골 언저리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아예 눈을 떼는 셈인데, 그렇다면 뭘 보는 전남내기인가? 스스로 눈을 감고 닫으면서 무엇을 알거나 읽거나 보는가? 《아무도 잊혀지지 마라》를 모처럼 되읽었다. 잊히지 않기를 바라기에 “잊혀지지 마라”하고 외칠 텐데, 오히려 이렇게 외칠수록 쉽게 빠르게 훅 잊힌다. 왜 그럴까? 목소리만 앞세우니 자꾸자꾸 잊힌다. 생각해 보자. “나를 싫어하지 마셔요” 하고 외친다면 도리어 싫어하게 마련이다. “나를 버리지 마셔요” 하고 외치니 거꾸로 버린다. 옭아매려고 하니 달아난다. 사랑이 아니니 올무를 씌워서 붙들려고 한다. 글·그림·빛꽃(사진) 모두 목소리가 아닌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담으면 된다. 보금자리를 왜 짓는가? 아이들하고 포근하게 어울리면서 사랑을 씨앗으로 물려주려는 뜻일 테지. 왜 찍고 왜 그리고 왜 쓰는가? 온누리를 사랑으로 짓고 일구는 손빛을 나누려는 뜻이지 않은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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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9.


《황금 심장을 가진 공주》

 에디스 네스빗 글/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2014.2.25.



멍하니 쉬면서 등허리를 편다. 사흘을 서울·인천에 머물다가 시외버스를 한참 달리면서 “서울은 참 시끄럽다”고 새삼스레 돌아보았다. 그토록 시끄러운 데에 사람들은 어마어마하게 많고, 다들 시끄러운 줄 잊은 채 길드는구나 싶더라. 그러나 호젓하면서 고즈넉한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은 한 줌조차 안 된다. 겨울 들머리에 바람소리하고 새소리를 뺀, 그야말로 차분하게 흐르는 하루를 누리려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이러한 삶길이 그대로 나라지기나 벼슬자리나 일자리에도 드러날밖에 없다. 일을 하려고 셈틀을 켜면 누리그물(포털사이트)에는 ‘서울·서울곁’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일로 넘실댄다. 차분히 참하게 시골살림을 짓거나 아이곁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조그마한 이야기는 아예 안 다룬다고 할 만하다. 《황금 심장을 가진 공주》를 읽었다. 첫머리는 잘 그리는구나 싶다가도, 줄거리가 무르익을 즈음 어쩐지 샛길로 빠지더니 끝없이 헤매다가 어영부영 맺는다고 느낀다. 어린이책이건 어른책이건 매한가지이다. ‘뜻있게’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여기지 않으면 된다. 서로 헤아리고 함께 살아가는 오늘 이곳을 수수하게 그리면 넉넉하다. 으뜸이(영웅)가 있어야 실타래를 풀지 않는다. 누구나 삶이라는 수수께끼를 푼다.


#Edith Nesbit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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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8.


《히스토리에 12》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오경화 옮김, 서울문화사, 2024.8.30.



오늘은 어제보다 추우리라 여기는 듯싶다. 그러나 늦가을인걸. 무엇보다 날씨는 날씨일 뿐, 더위나 추위란 따로 없다. 날씨를 알리는 말에 휘둘릴 적에는 우리가 오늘 지으면서 누릴 삶하고 멀다. 나는 어제그제에 이어 오늘도 깡똥소매·깡똥바지 차림이다. 이만큼으로 넉넉하다. 등짐에 책짐에 글짐을 이고 지고 걸으니 오히려 온몸이 후끈하다. 인천 송학동3가 골목집에 깃든 〈마계〉 앞을 서성인다. 배다리에서 인현동으로 옮긴 〈시와 예술〉 앞도 서성인다. 두 곳 모두 달날은 쉼날이라 한다. 노래를 적은 종이만 들머리에 꽂고서 서울로 간다. 봄마을(센트럴시티)에 닿아서 책을 읽다가 시외버스를 탄다. 고흥집으로 돌아간다. 《히스토리에 12》을 고맙게 읽는다. 열두걸음까지 그려 주었네. 열석걸음도 그려 주시려나? 이와아키 히토시 님은 도움이를 두지 않고서 혼자 다 그리신다는데, 이제 손과 몸이 잘 따르지 않는다면 도움이를 두셔야지 싶다. 그리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넉넉하게 그리면서 그림꽃씨를 고루 심을 수 있기를 빈다. 2004년 첫걸음, 2009년 닷걸음, 2012년 일곱걸음, 2015년 아홉걸음, 2017년 열걸음, 2019년 열한걸음, 2024년 열두걸음이니, 열석걸음은 2030년쯤일까? 오래오래 살면서 끝까지 지켜보겠노라.


#岩明均 #ヒストリエ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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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1.17.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글, 세나북스, 2022.2.16.



아침을 주안역에서 맞는다. 안골목을 걷는데 ‘태극아파트’라는 작은잿집(5층아파트) 굴뚝이 놀랍도록 아름답다. 한참 바라본다. 15버스를 기다린다. 배다리에 닿는다. 빠른길을 낸다며 한창 삽질하는 옆을 지나간다. 〈삼성서림〉부터 들르고서 〈나비날다〉로 간다. 책거리와 책집이 함께 피어나는 길을 이 마을과 인천이라는 고을이 작은책 한 자락부터 손에 쥐면서 헤아릴 수 있기를 빈다. 저녁에는 〈아벨서점〉에서 내내 머문다. 오늘 〈모갈1호〉는 쉼날이로구나. 이래저래 장만한 책이 또 두어 꾸러미이다. 《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를 한밤에 돌아본다. 글님은 이웃나라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서 우리 살림길이 얼마나 아름답게 나아갈 수 있는지 실마리를 엿본다. 우리 스스로 이곳에서 천천히 한 땀씩 길찾기를 할 수 있고, 여러 나라에서 먼저 해보는 아름길을 가만히 짚으면서 우리 보금자리에 품을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나 ‘살림’을 보면 된다. 일본말씨로는 ‘문화’인데, 우리는 예부터 모두 손으로 짓고, 발로 누비고,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담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넋으로 생각하면서 하나씩 일구었다. ‘나라’는 살림길로 가지 않는다. 나라는 벼슬길이다. ‘나(한 사람)’로 설 때에 날개를 펼 만하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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