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30.


《나쓰메 소세키, 추억》

 나쓰메 쿄코·마쓰오카 유즈루 글/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6.11.30.



비는 멎는다. 구름바다를 이룬다. 이따금 해가 비추고, 뭇새가 날아다니면서 들려주는 노래가 아침과 낮을 덮는다. 바람이 잔잔히 흐르는 하루가 저물 즈음에는 풀벌레노래하고 개구리노래가 온통 감싼다. 어제 쏟은 함박비로 하늘을 얼마나 씻었는지 궁금하다. 오늘 바람내랑 풀내가 매우 싱그럽다. 《나쓰메 소세키, 추억》을 읽고서 몇 해쯤 잊었다. ‘떠난이’는 ‘남은이’가 이런 글을 쓸 줄 알았을까? ‘남은이’로서는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말을 ‘떠난이’ 곁에 남기고 싶을까? 먼저 떠난 사람을 헤아리는 마음은 ‘그리움’이나 ‘기림’일 수 있지만, ‘지긋지긋’이나 ‘지겨움’일 수 있다. ‘추억(追憶)’이란 ‘돌이키다·돌아보다·되새기다·떠올리다’를 가리킨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우리말로 우리 삶자락을 나타내기보다는 중국말과 일본말로 삶자취를 옮기려고 애쓰곤 한다. “나라에서 뽑은 길잡이(교사)”가 “나라에서 엮은 글(교과서)”로 가르치는 곳을 오래오래 다닐수록 우리말과 우리글을 더 잊는다. ‘대졸·고졸·중졸’한테서 사투리를 모으지 않는다. ‘국졸·무학’인 분한테서 사투리를 찾고 모은다. 글을 배울수록 말을 잊고 잃는 줄 알아챈다면,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글결이 빛나는지 깨달을 수 있을 텐데.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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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9.


《내 옆에 은하 5》

 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3.4.13.



간밤부터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말밑 꾸러미》 넉벌손질이 어느덧 열흘째를 맞이한다. 고흥교육청으로 가서 폐교임대 계약서를 새로 쓴다. 빌림삯은 언니한테서 빌려서 냈다. 빗길을 천천히 걷는다. 이 길을 걷는 시골사람은 없다. 다들 쇳덩이로 부릉부릉 내달릴 뿐이다. 아마 뚜벅이는 바보로 여길 만하다. 뚜벅뚜벅 걷는 사람은 읽고 쓰고 말할 줄 알 텐데,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읽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않으면서 힘을 부린다고 느낀다. 누구나 걸어다닐 적에는 자랑책(베스트셀러)이 아닌 읽을거리가 태어나면서 서로 북돋았다고 느낀다. 누구나 쇳덩이에 몸을 실은 뒤부터 자랑책이 부쩍 늘고, 온살림을 사랑으로 담는 책이 밀리거나 잊힌다고 느낀다. 《내 옆에 은하》는 모두 여섯걸음으로 매듭짓는다. 아끼면서 천천히 읽었다. 한 자락은 남겼다. 다섯 자락 느낌글을 모두 쓰고 나서 마저 읽고 싶다. 얼른 읽고서 되읽을 수 있으나, 때로는 두고두고 남긴다. 모든 책을 그때그때 읽어도 즐겁고, 나중을 헤아려 곁에 두어도 즐겁다. 미리 사놓고서 문득 손길이 닿을 적에 펴도 즐겁고, 몇 해나 열 해 남짓 묵히고서 쥐어도 즐겁다. 빨리 가야 하지 않으니 틈을 둔다. 살림도 숲도 사랑도 빨리 가지 않는다. 모두 느긋이 넉넉히 나아간다.


#おとなりに銀河 #雨?ギド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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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8.


《나의 다정한 유령 친구》

 레베카 그린 글·그림/황유진 옮김, 북뱅크, 2023.4.30.



사다리를 들고서 돌담 곁으로 간다. 옆집으로 넘어간 뽕나무와 무화과나무 가지를 자른다. 뽕꽃을 훑는다. 해바라기를 하면서 푸른꽃내음을 머금는다. 조용하면서 부드럽게 흐르는 한봄이다. 한봄볕과 한봄바람을 머금는 뽕꽃을 혀에 얹으면 머리와 눈이 맑게 깨어난다. 《말밑 꾸러미》 넉벌손질을 얼추 마쳤지만, 더 살피기로 한다. ‘펴냄터와 글뭉치를 주고받은지 넉벌째’일 뿐, ‘석벌 × 석벌’씩 살폈고, 넉벌판을 살필 적에는 곱으로 더 들여다보고 되살펴야겠다고 느낀다. 고흥교육청에 빌림삯(폐교임대료)을 목돈으로 치른다. 둘레에서 도와준 빚을 돈으로 갚기는 힘든 살림이기에, ‘살림글’을 펴서 ‘살림빛’을 갚자고 생각한다. 고마운 분 이름을 마음으로 새기면서 “이분들 손길을 받아서 새 낱말책을 엮는구나!” 하고 되뇐다. 《나의 다정한 유령 친구》를 읽었다. 두 사람이 ‘몸’이 아닌 ‘마음’으로 나누는 삶길을 들려준다. 겉모습으로는 ‘만나다·사귀다’일 수 없다. 속으로 빛나는 숨결을 나누기에 만나고, 언제까지나 동무이다. 다만, 이 그림책은 이 대목을 더 살피지는 못 하네. “How to Make Friends with a Ghost”라는 영어는 “나의 다정한 유령 친구”가 아니다. “도깨비하고 사귀기”란 “빛을 보는 길”인걸.


#HowtoMakeFriendswithaGhost #RebeccaGree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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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7.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정해구 글, 역사비평사, 2011.5.16.



등허리를 펴고 나서 낮나절에 두바퀴를 달려서 면소재지에 간다. 철물점에 들러서 고맙다고 여쭌다. 호미 한 자루를 산다. 풀벌레노래도 개구리노래도 새노래도 새록새록 깊어가는 나날이다. 밤에 보는 별은 자꾸 흐리다. 이 시골조차 쇳덩이가 늘어나고, 곳곳을 잿더미로 들이붓는 삽질이 수두룩하다. 나무를 더 심거나 풀밭을 늘리는 손길은 안 보인다. 자꾸 파헤치면서 잿빛으로 물들이려고 한다. 이 나라는 참말로 들빛(민주)이 자리잡거나 퍼지는 얼거리인가? 뽑기(선거)를 할 수만 있되, 막상 아무런 들빛이 없는 얼음나라 같다.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읽었으나, 어린이나 푸름이한테는 도무지 못 읽히겠다. 책겉에 ‘20世紀 韓國史’처럼 한자를 큼직하게 적는데, 참 딱하다. 저놈들뿐 아니라 이놈들도 똑같이 섬김질(사대주의)에 썩어빠졌다. 들물결이 어떤 발자취였는지 살피려는 뜻은 훌륭하다. 그런데 “들물결을 적는 붓(민주화운동을 기록하는 지식인)”은 들물결하고 등졌다. ‘대형마트 계산원’도 쉽게 읽을 만하게 글결을 가다듬어야 한다. ‘시내버스 운전사’도 일을 쉴 짬에 펼 만하게 글결을 쉽게 고쳐야 한다. ‘민주화’가 무슨 뜻인가? 일본말인 ‘민주화’를 우리말로 풀어낼 때부터 ‘참빛’이 퍼지리라.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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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6.


《분홍달이 떠오릅니다》

 박영선 글, 삶창, 2023.4.13.



읍내 나래터를 들른다. 모자란 살림돈과 ‘고흥교육청에 치를 삯(임대료)’을 댈 돈을 빌리려고 여기저기 묻는다. 나는 앞으로 살림돈을 더는 안 빌리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책만 안 사고 안 읽으면 살림돈 걱정이 없을까? ‘낱말책 쓰기(사전 집필)’를 안 하면 돈가뭄에서 벗어날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어느 곳이 멀쩡하겠느냐만, 막상 누구나 늘 쓰는 말글부터 엉터리인데, 말글을 살리는 길에는 나랏돈도 문화예술지원금도 없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 혼자 생각한다. “시골에서는 밭일이나 김공장에 가면 돈벌기는 어렵지 않아. 마늘밭 여덟 시간이면 하루삯 20만 원이야.” 저녁에 곁님하고 두 아이가 나무란다. 왜 혼자서 돈가뭄을 걱정하느냐고, 넷이서 함께 머리를 맞대면 모든 고비를 즐겁게 풀 텐데,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말라고 나무란다. 고개숙이면서 고맙게 핀잔을 듣는다. 《분홍달이 떠오릅니다》를 읽으면서 갸웃갸웃했다. ‘삶창’이라는 곳에서 낼 만한 노래(문학)인지 알쏭하다. 삶과 일과 살림과 집과 마을이란 무엇인가? 이제는 ‘일노래(노동문학)’가 없다고 할 수 있을 테지만, 이렇게 땀방울 한 톨조차 안 보이는 글을 삶창에서 내도 될까? 날마다 땀흘려 일하는 숱한 사람들 목소리도 모습도 도무지 안 보는구나 싶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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