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4.


《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

 스즈키 다이스케 글/이지수 옮김, 라이팅하우스, 2021.12.30.



새벽에 빗소리를 듣는다. 아침에 비가 그친다. 살짝살짝 해가 비춘다. 〈메종인디아〉로 찾아가 본다. 그런데 찰칵이가 또 숨을 거둔다. 한숨을 쉬다가 생각한다. 이제는 찰칵이를 그만 쓸까? 이제부터는 글 하나만 할까? 책집 앞에서 어쩔 줄 모르면서 헤매는데 집에서 쪽글이 온다. 부엌 개수대 물줄기가 빠지면서 물바다가 되었단다. 서울서 고흥으로 달려도 밤에 닿겠지만, 책집을 뒤로하고서 버스나루로 간다. 시골버스가 끊긴 밤에 고흥읍에 닿고, 택시를 달려 집으로 온다. 졸린 몸을 다독여 개수대 밑줄을 고친다. 《그래도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님》은 꽤 잘 나온 책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왜 “나의 아내님”일까? 일본말 아닌 우리말로 ‘우리’라 해야 맞고, ‘아내님’이 아닌 ‘짝님·곁님·꽃님·별님’처럼 불러야 알맞다. 책이름이나 옮김말씨는 조금 아쉽되, 줄거리는 알차다. 우리나라 글바치는 아직 이만큼 글빛을 못 편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는 글멋을 부리는 사람은 많으나, 사랑으로 곁님을 헤아리면서, 날마다 기쁜 눈빛으로 살림을 건사하는 사람은 드문 듯싶다. 곰곰이 보면, 우리는 ‘열두 해 의무교육’을 하지만 정작 ‘살림글쓰기’나 ‘집살림가꿈’은 배우지 않는 슬픈 굴레이지 싶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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