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4.


《치유를 위한 해독》

 앤서니 윌리엄 글/조응주 옮김, 샨티, 2023.12.20.



간밤에 ‘모지리짓’이 있은 듯하다. 나라지기라는 이는 나라에서 누구보다 고르게 살피면서 두루 아우르는 일꾼이어야 할 테지만, 총칼잡이로 휘어잡으려는 얼뜬 마음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그이뿐일까? 이 나라에서 ‘-장·-관·-수·-사’ 같은 감투를 쓰는 이들치고 허울을 안 내세우는 이가 몇일까? 우리나라는 갈수록 ‘어깨동무(민주주의)’를 잊는다. 어깨동무는 ‘이야기(대화) + 어울림(타협)’이라고 하지만, 왼오른이 서로 이야기를 안 할 뿐 아니라, 둘이 한 발짝이건 열 발짝이건 살짝이건 물러나거나 맞추는 어울림마저 없다. 그저 머리(숫자)를 앞세워서 혼자 차지하거나 거머쥐려는 담벼락이 높다. 《치유를 위한 해독》을 읽었다. 꽤 두툼한 길잡이책이다. 이 책이 들려주는 대로 몸씻이를 해볼 만하다. 다만, 이 책은 우리나라 터전이나 살림에 맞춘 길잡이는 아닌 줄 알아야 한다. 모든 몸씻이풀은 땅과 들숲바다와 바람과 날씨와 해와 별빛에 따라서 다르다. 이 땅에는 이 땅에 맞는 몸씻이풀이 있다. 이를테면 질경이나 쑥이나 마늘이나 감이나 모과나 잣나물이나 돌나물이나 갯기름나물을 비롯한 모든 나물로 몸씻이를 할 만하다. 스스로 들숲을 품는 삶터라면 어떤 들풀과 나뭇잎과 낟알과 열매로도 다 씻어낸다.


#CleansetoHeal #AnthonyWilliam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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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3.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백창우 글, 신어림, 1996.1.11.



글월을 부치러 나가다. 두바퀴(자전거)를 아직 고치지 않았기에, 한동안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 나래터만 다녀와야 한다. 낮까지 구름이 없다가 저물녘부터 구름이 몰리는데, 밤에는 다시 걷힌다. 밤새 별이 반짝인다. 별빛으로 드리우는 보금숲을 하얗게 그리면서, 깊은밤이 파란물결로 흐르는 꿈씨앗을 헤아린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를 모처럼 되읽는다. 길이 끝나는 곳은 길을 다시 여는 곳이다. 어느 하나를 마치기에 다른 하나를 새롭게 한다. 끝나기에 나쁠 일이란 없다. 끝나기에 아쉬울 까닭이 없다. 오늘 하루가 끝나야 이튿날이 온다. 올해를 마쳐야 새해가 온다. 나이든 사람이 물러나야 젊은이와 아이들이 새롭게 일한다. 그대로 머문다면 고여서 썩을 뿐 아니라 담벼락이 높다. 흐르는 물과 솟는 샘과 부는 바람처럼 언제나 피어날 줄 알기에 맑고 밝다. 여러모로 보면 백창우 님 노래는 지난 마흔 해 가까이 ‘쓸쓸하다·아쉽다’를 밑동으로 삼는 듯싶다. 어느 밑동이건 나쁠 일은 없는데, 어린이노래에 온힘을 쏟는 길을 돌아본다면, 이제는 좀 씨앗을 노래할 때라고 본다. 흙한테 안겨서 자라야 씨앗이다. 손바닥에만 놓고서 주무르다가는 모든 씨앗이 말라죽는다. 보기좋을 씨앗이 아닌, 땅한테 갈 씨앗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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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1.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글, 마음산책, 2024.9.15.



조금 느슨히 움직인다. 고흥읍에서 10:30 버스를 탄다. 사상나루에서 곳간지기님을 만나서 동광동으로 간다. 조촐히 ‘살림씨앗’ 모임을 한다. ‘내려놓다(내리다 + 놓다)’라는 낱말을 둘러싼 살림길을 헤아리면서 뜻풀이를 보태어 본다. 보수동 〈학문서점〉하고 〈파도책방〉을 들르고서 연제동 〈카프카의 밤〉으로 옮긴다. 이응모임(이오덕 읽기 모임) 여덟걸음을 편다. 오늘은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라는 책과 ‘글빗(비평)’이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머리카락이 엉켰으니 빗으로 고른다. 글이 어수선하니 글빗을 한다. 얼레빗에 참빗이 있듯 성글게 글빗질을 할 수 있고 꼼꼼히 글빗질을 할 때가 있다. 글빗질이 없다면 글쓰기(문학창작)가 빛날 수 없다고 느낀다.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읽고서 한숨이 한참 나왔다. 왜 우리는 스스로 글빗을 버리거나 밀칠까? 왜 우리는 스스로 ‘빗글’하고 등진 채 ‘추킴글(주례사비평)’에 사로잡히는가? 참말을 하면 듣기 싫어하니 거짓말을 하는가? 참말을 들려주면서 짚으면 까칠하고 깔끄러워서 밉거나 짜증나는가? 아이들은 둘레 어른이 찬찬히 짚고 알려주는 ‘살림빗’을 기꺼이 넉넉히 고맙게 받아안는다. 아이다운 눈빛을 잊으면 어느 누구도 ‘어른’일 수 없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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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2.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다 글·그림, 미술문화, 2024.7.24.



밤새 밖에서 거나꾼이 술에 절어 떠드는 소리를 들었다. 아재만 거나꾼이지 않다. 아가씨 거나꾼도 많다. 술을 자신 늙은분 젊은분 순이돌이 모두 조용히 집으로 걸어가며 밤빛을 돌아보는 마음은 없을까. 아침에 바보눈(바라보고 보살피는 눈) 모임 여덟걸음을 꾸린다. 《작은 새가 좋아요》하고 《내가 진짜 공주님》을 놓고서, 수수하게 여미는 그림책이야말로 아이어른 모두를 사랑으로 이끄는 즐겁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는다고 들려주면서, 이오덕 어른이 멧골마을 작은배움터에서 늘 걸어서 멧숲을 오르내린 지난날 삶자취를 곁들인다. 글을 쓰거나 읽는 눈길·손길은 바로 우리 삶자락에서, 수수하고 작은 하루에서 찾아보면서 빛나게 마련이다.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손그림으로 꾸민다. ‘손그림’은 알뜰하되, 이야기는 아쉽다. 숱한 분이 잘못 아는데, 중형카메라나 대형카메라로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다. 대학교를 나와야 똑똑하거나 바르지 않다. 서울대학교를 마친들 아름답게 일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똑딱이나 손전화로 찍어도 마음에 사랑을 담아야 아름답고, 배움턱을 디딘 적조차 없어도 사랑으로 살림을 짓기에 아람일꾼이다. ‘손그림·손글씨’에 굳이 매이지 않아도 된다. 사랑이 없으면 메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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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12.23.


《당신 곁에 서려고 이만큼 걸었습니다》

 전순옥 글, 아름다운전태일, 2019.12.3.



캄캄한 새벽에 전철을 탄다. 부산 사상나루에서 시외버스를 타려는데 ‘왼조각달’은 보이고 별은 안 보인다. 큰고장을 벗어나기까지 붐비지만, 광양과 순천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갓지다. 10:50에 고흥읍 버스나루에 닿는다. 할매할배는 서로 먼저 타려고 장난아니게 밀쳐댄다. 멀거니 지켜본다. 왜 할매할배는 “먼저 타이소?” 같은 말을 서로 못 하거나 안 할까? 나는 11:30 버스를 탄다. 황산마을에서 내려 논두렁을 걷는다. 구름 없이 파랗게 물든 하늘을 보며 바람소리를 듣는다. 겨울쑥은 찬바람에 잎이 꼬부랗다. 집에 닿아 씻고서 18:30까지 죽은듯이 잤다. 오늘 다시 별밤을 맞는다. 《당신 곁에 서려고 이만큼 걸었습니다》를 멍하니 읽었다. 오빠(전태일)를 곁에서 지켜본 동생이 오빠가 더는 갈 수 없던 새길을 한 발자국씩 내딛으며 얼마나 가난하고 배고파야 했는지 또박또박 적는다. 이제 ‘동생’ 전순옥 님은 어린날처럼 배를 곯거나 울지 않으실 테지. 왜 울어야 했고, 어떻게 울어야 했으며, 얼마나 떠돌아야 했고, 얼마나 다치고 아팠는지 차곡차곡 여미었다고 느낀다. 다만, 생채기에 멍울에 응어리를 더 낱낱이 더 길게 더 넓게 담아내어도 되었으리라 본다. 아직 풀어내지 못 한 보따리를 곧 풀어내 주시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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