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10.1.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숲노래 기획, 최종규 글, 철수와영희, 2016.6.21.



시월로 접어드니 한가을이로구나 싶다. 우리 집 무화과나무에서 얻는 무화과알도 얼마 안 남았네 하고 생각하다. 이러던 저녁나절 손전화 쪽글이 온다. 교육방송 라디오에서 한글날맞이 이야기판을 마련한다고, 방송국으로 찾아올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고흥에서 일산을 하룻밤 오가야 하는데 일삯은 10만 원. 찻삯도 안 되네. 가지 말까 하고 생각하다가, 방송국에서 말결하고 글넋을 헤아리는 때는 한글날 하루뿐이지 싶어, 다리품을 팔기로 한다. 방송국 일꾼이나 사회자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이나 《겹말 꾸러미 사전》이나 《읽는 우리말 사전 1·2·3》이나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같은 책을 읽고서 나한테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랄까? 안 읽고서 뻔한 이야기를 묻는다면 재미없을 텐데, 뻔한 말을 물어도 슬기롭게 받아들이자. 쳇바퀴 삶에서 뻔한 말 아니고 무엇을 묻겠는가. 손수 짓는 기쁜 살림일 적에 싱그러운 말을 물을 수 있다. 삶을 즐거이 가꾸면서 사랑으로 짓는 걸음일 적에 말을 날마다 새로 배우면서 눈부시게 피어난다. 억지로 고운 말을 쓸 노릇이 아니다. 즐겁게 하루를 지으면서 활짝 날개를 펴듯이 노래하는 말을 나누면 된다. 삶말이 사랑말이요, 사랑말이 숲말이며, 숲말이 슬기말이고, 슬기말이 사람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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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4.


《작은 신사》

 필리퍼 피어스 글·패트릭 벤슨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시공주니어, 2006.12.30.



고흥군청 앞에서 ‘고흥만 경비행기시험장 계획’ 반대집회를 한다. 새 고흥군수는 예전 군수가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어물쩍어물쩍 여러 달을 보낸다. 아마 군수 한 사람으로는 안 바뀔는지 모른다. 국장이나 과장이나 주무관이 한통속으로 뒷돈을 빼먹는 일이 흔한 터라, 공무원을 통째로 물갈이하거나 싹 걷어내지 않고서는 안 달라지겠지.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가는 길에, 또 집회를 열기까지 기다리면서 《작은 신사》를 읽는다. 수백 해를 살아오며 때때로 상냥한 사람을 사귀었으나, 볼썽사나운 사람도 수두룩히 본 두더지는 따스한 마음결로 다가서는 아이하고 새롭게 마주한다. 이와 달리 둘레 어른들은 따스한 마음결보다 뭔가 속셈이 있다. 어른이란 사람도 처음에는 아이였는데, 왜 어른이란 옷을 입으면서 따스한 마음결이나 상냥한 숨결을 잃거나 잊을까? 왜 정치꾼은 군수나 장관이나 대통령 같은 자리에 앉으면 싹 입을 씻을까? 왜 공무원 자리에서 일하는 숱한 이들은 착하거나 참다운 마음을 쉽게 잃으면서 마을살림을 헤아리지 못할까? 가만 보면 다들 학교는 오래 다니고 교과서나 책은 한참 읽었을 테지만, 숲을 제대로 볼 겨를이 없었고, 숲하고 동떨어진 채 기계처럼 치달았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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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3.


《처음 사람 1》

 타니가와 후미코 글·그림/박소현 옮김, 삼양출판사, 2018.8.27.



아이들하고 마을 빨래터에 간다. 나는 물이끼를 걷어내고, 아이들은 저희 신을 빨래한다. 아이들 빨래질은 좀 서툴지만 신을 빨 적에는 안 쳐다보기로 한다. 저희 스스로 천천히 깨닫고 배우리라 본다. 빨래터 물이끼를 다 걷고 물갈이를 할 즈음, 요 몇 달 동안 미꾸라지를 못 봤는데 씨가 말랐는지, 누가 다 잡아갔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바로 이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꼬물꼬물 헤엄친다. 어라, 너 잘 살았구나! 신을 다 빨고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도 미꾸라지를 찾아낸다. 어린 미꾸라지도 보고, 민물새우도 본다. 눈여겨보니 잘 보이지? 만화책 《처음 사람》 첫걸음을 읽으며 타니가와 후미코 님 책은 언제 보아도 줄거리가 탄탄하며 이쁘다고 느낀다. 다만 한 가지가 아쉽다. 늘 남녀 사이에 얽히고 맺는 줄거리만 다룬다. 굳이 다른 줄거리를 다루어야 하지는 않을 테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얽히는 놀이’를 줄거리로 다루면 재미없다고 여긴다. 가만 보면 사회도 문학도 예술도 온통 이런 놀이만 있다. 좋으니 싫으니 툭탁거리는 놀이가 재미나다고 여길까? 사람살이는 이런 툭탁질 말고는 없나? 사람이 태어나서 살아가는 기쁜 자리를 조금 더 넓고 깊으면서 새롭게 그릴 수 있다면, 눈이 확 트이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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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10.2.


《꽃피는 보푸라기》

 김금래 글·김효은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6.10.20.



오늘 10시에 고흥군청 앞에서 ‘해창만 수상태양광 발전소’를 반대하는 집회가 있다. 고흥군은 벌써 멧자락이며 들녘이며 곳곳에 태양광 집열판을 잔뜩 깔았다. 이른바 볕좋은 자리마다 태양광 집열판이 들어서면서 숲하고 마을을 망가뜨리는데, 한발 나아가 바다를 망가뜨릴 짓까지 일삼으려 든다. 그런데 전기를 누가 쓰나?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이름처럼 맑은 바다에 이런 짓을 하고, 송전탑을 도시로 잔뜩 박으면 이 나라 앞날이 어찌 될까? 동시집 《꽃피는 보푸라기》를 읽는다. 어른이 아이를 내려다보는 말장난이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구나 싶다. 퍽 아쉽다. 한겨레라는 신문사에서 가지를 친 출판사에서마저 말놀이 동시집밖에 못 내는구나. ‘꽃피는 보푸라기’라는 글은 길거리에서 산 값싼 양말에 보푸라기가 많아 아이가 창피해 하는 줄거리를 담는데, 아이가 참말로 이런 일에 창피하다고 느끼나? 어른 생각 아닌가? 동시에 꼭 고운 말 바른 말만 써야 하지는 않지만, 어른 사회 거친 말씨나 영어도 너무 잦다. 아이들도 요새 이런 ‘거친 말’을 흔히 쓴대서 어른들이 동시에 이런 말을 마구 써도 되지는 않는다. 모름지기 어른이라면, 동시를 쓰려는 어른이라면 ‘아이 눈높이’가 아닌 ‘아이 삶과 사랑’으로 바라볼 노릇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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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9.30.


《flat 2》

 아오기리 나츠 글·그림/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0.2.15.



어린 조카하고 어울리는 놀이는 힘들려나 재미없으려나 따분하려나. 어린 조카로서 고등학교 다니는 형이랑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는 어떤 사랑이 흐르려나. 만화책 《flat》 두걸음을 읽으면서 둘 사이에 감도는 기운을 생각한다. 내가 여덟아홉 살 즈음 나랑 어울려 주었던 언니를, 내가 열일고여덟 언저리에 마주한 어린 동생을, 그때그때 서로 어떤 마음이 되어 눈을 마주했을까 하고 돌아본다. 어린 나는 똑부러지거나 새롭게 길을 이끄는 언니들을 대단하다고 여기면서 꽁무니를 좇으려 했겠지. 어느새 언니 나이가 된 나를 바라보며 꽁무니를 좇으려 하는 어린 동생을 바라볼 즈음, 내가 얼마나 잘 이끄는지 어린 동생들이 심심해 하지 않으려나 하는 생각을 자꾸자꾸 하면서 기운을 왕창 쏟아야 했지. 두 마음이 서로 새롭다. 나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즐겁게 어우러지고 싶은 두 숨결이 상큼하다. 푸름이한테는 열 살 틈일 테지만, 마흔 아저씨한테는 서른 살 틈일 테고, 쉰 살 아지매한테는 마흔 살 틈일 텐데, 이 틈이란 가만 보면 대수롭지 않다. 따스하게 바라보려는 눈길이 된다면 서로 손을 잡고 찌릿찌릿 즐거운 기운이 샘솟아 어떤 놀이를 어디에서 하든 신이 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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