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30.


《프린세스 메종 3》

 이케베 아오이 글·그림/정은서 옮김, 미우, 2018.5.31.



나는 늘 책하고 말 이야기를 쓴다. 이런 글을 처음 쓴 해는 1992년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무렵인데, 왜 책하고 말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했느냐 하면, 그때까지,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나이로 살아가던 그때까지 읽거나 마주한 숱한 글은 ‘남 눈치’를 보며 쓴 글이 너무 많았다. 남 눈치가 아닌 ‘글님 마음’을 스스럼없이 읽고서 쓴 글이나 책이 더러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글하고 책이 너무 많아서, ‘내가 쓴 글을 누가 읽든 말든’ 나는 어느 누구 눈치도 안 보고서 책하고 말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까 나는 책을 추천하지 않는다. 나는 마음으로 읽고서 마음으로 말할 뿐이다. 마음을 안 실은 책은 마음을 안 실었다고, 마음을 실은 책은 마음을 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마음’을 실었나 하고 느끼거나 들여다본 그대로 말한다. 《프린세스 메종》 세걸음을 읽기 앞서 줄거리가 훤히 보였고, 뒷걸음 줄거리도 훤히 보이지만, 참 사랑스러운 만화책이네 싶다. 마음을 보고 읽고 그리며 웃고 울고 노래하고 고요히 잠들다가 씩씩하게 새로 일어나서 하루를 짓는 숨결을 차곡차곡 그리니 사랑스럽다. 이쯤은 되어야겠지. ‘만화’책이라면, 또 ‘책’이라면, 또 ‘이야기’라면. 마음이 없으면 이도저도 아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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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9.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박연 글·그림, 대교출판, 1995.7.21.



어제 전남 광주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시내버스 타는 곳을 찾아서 천천히 걸었다. 날이 갈수록 길에는 걷는 사람이 줄어들고, 멀뚱히 선 자동차가 늘어난다. 자동차를 건사한 어른들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자동차로 움직인 뒤에 으레 아무 데나 세운다. 걷는 사람도 드무니 거님길에 자동차가 서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마을책집 한 곳을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마침 오늘은 쉰단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던 길을 거슬렀고, 토요일을 맞아 엄청나게 붐비는 시내버스에서 땀을 쪽 빼고서 고흥 가는 시외버스가 있는 나루에 닿는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를 새로 장만했다. 1995년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이처럼 참하면서 맑은 한국만화를 만나기가 참으로 어렵다. 만화를 읽는 이가 참하거나 맑지 않아서일는지, 만화를 그리는 이가 안 참하거나 안 맑아서일는지는 모른다. 다만, 참하거나 맑은 만화를 요새는 이쪽저쪽 다 내키지 않아 하는구나 싶다. 안 팔린다고 생각한달까. 한 손에는 흙을 묻히고, 다른 손에는 바람을 묻히다가, 한 손에는 풀꽃을 쥐고, 다른 손에는 햇살을 묻히는 하루를 지은 시골 아지매가 빚는 만화란 남다르다. 이렇게 사랑스레 살림살이가 흐르는 만화를 언제쯤 다시 만날까.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그리려나.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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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8.


《한국의 하늘소》

 황상환 글·사진/자연과생태, 2015.5.15.



눈을 뜨면 눈앞에 흐르는 모습을 본다. 눈을 감으면? 아마 눈앞에 흐르는 모습을 못 보겠지. 그러나 눈을 감기에 마음에서 흐르는 숨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자동차 곁에 서면 자동차 빛깔을 느끼고, 자동차에서 퍼지는 냄새를 맡을 텐데, 풀숲에 깃들면 풀이며 숲에서 피어나는 빛이랑 숨결을 맞이하리라. 《한국의 하늘소》를 꾸준히 들여다본다. 첫 쪽부터 끝 쪽까지 다 읽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하늘소한테 붙인 이름을 다 외울 수 없어, 하늘소를 만나는 날이면 하염없이 펼쳐 본다. 딱히 어느 하늘소인가 하는 이름을 찾으려는 마음보다, ‘이렇게나 갖가지 하늘소가 우리 곁에 이웃으로 있구나’ 하고 느끼고 싶다. 더구나 모든 하늘소가 이 도감에 담길 수 없다. 아직 《한국의 하늘소》가 담아내지 못한 하늘소가 있기 마련 아닐까? 나무를 쓰다듬으면서 생각한다. 우리 집 나무를 사랑하는 하늘소는 나무한테서 어떤 빛깔이며 숨결을 나누어 받을까? 풀줄기를 사랑하는 하늘소는 풀줄기에서 어떤 빛깔이랑 숨결을 누릴까? 하늘소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하늘소 도감을 편다. 하늘소하고 벗으로 지내는 뭇풀벗을 만나고 싶으니 하늘소 도감이며 온갖 도감을 책숲에 갖추어 놓고서 틈틈이 들춘다. 그리고 맨발 맨손으로 마주한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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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7.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

 베르나데트 푸르키에 글·세실 감비니 그림/권예리 옮김, 바다는기다란섬, 2018.8.31.



우리는 날마다 어떤 삶을 마주할까. 오늘 우리는 어제하고 어떻게 다른 하루를 누릴까. 나무라고 하면 그냥 늘 그곳에 서서 얌전히 있는 줄 여길 수 있지만, 나무는 늘 새삼스럽게 춤을 추고 노래한다. 나무를 하루 내내 바라보면 알 수 있고, 나무 곁에 다가가서 가만히 안아 보아도 알 수 있다. 나무는 사람이 눈치를 채기 어려운 춤짓에 노랫말을 들려준다.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는 바로 이런 나무 이야기를 다룬다. 참으로 아리송하다 싶은 나무를, 이런 나무가 있으려나 싶은 알쏭한 이야기를, 마음으로 만나고 보면 새삼스럽구나 싶은 나무 살림살이를 조곤조곤 속삭인다. 어쩌면 나무도 우리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나무가 보는 사람 이야기 말이다. 나무로서는 “수수께끼 사람들이 보낸 글월”을 읽을는지 모른다. 다만 나무는 어른 이야기는 안 할 듯하다. 어른 이야기는 따분하니까. 나무는 아이들 이야기를 신나게 할 듯하다. 아이들이 조잘대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꿈꾸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뛰노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웃거나 우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바람을 타고 사뿐히 구름으로 놀러갔다 온 이야기를 할 테지? 생각해 보라. 우리 어른 가운데 아이들이 바람을 타고 구름에 다녀온 모습을 누가 보았을까? 나무만 보겠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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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19.9.26.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

 정주진 글, 철수와영희, 2019.9.4.



평화하고 통일을 다룬 책을 언제부터 읽었나 하고 돌아보니 서른 해가 넘었다. 참 오래도록 꽤 많다 싶도록 이 갈래 책을 읽었네 싶다. 지난 서른 해쯤을 헤아리면 예전하고 오늘 바라보는 평화나 통일은 꽤 다르다. 무엇보다 오늘 우리가 맞닥뜨리는 삶이 다르다. 작은 마을로 작지만 오순도순 어우러지던, 그러나 위아래를 가르고 나이로 윽박지르며 쉽게 주먹질이나 막말을 일삼던 지난날이라면, 똑같이 작은 마을로 나아가려 하면서 아직 뿔뿔이 흩어졌으나, 위아래를 가르는 금은 차츰 옅어지면서 함부로 주먹질이나 막말을 일삼지는 않는 오늘날이다. 그러면 오늘날이 평화나 통일하고 가까울까? 지난날은 어떤 대목에서 평화나 통일을 살폈을까? 《10대와 통하는 평화통일 이야기》는 ‘평화’야말로 학문이 되어야 하고, 책상맡 울타리에 가두는 학문이 아닌, 누구나 생각하고 이야기하면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평화학이 서야 한다는 뜻을 들려준다. 첫 줄부터 끝 줄까지 읽는 내내 눈시울을 파르르 떨었다. 이제 이만큼 눈을 뜨고 마음을 열며 새롭게 이 터전을 가꾸고 싶은 숨결인 이웃을 만날 수 있구나. 어느덧 이만큼 사랑이 가득한 꿈으로 이 땅을 비롯하여 지구라는 별이 아름터가 되도록 힘쓰는 손길을 만날 만하구나. 올해 아름책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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