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30.


《국어교육의 원리》

 김수업 글, 청하, 1989.5.25.



아침에 폭 쉬고서 낮부터 봄마당(전시회)을 꾸린다. 오늘 마칠 수 있겠거니 여겼으나 손이 많이 가고, 밤에도 안 끝난다. 이튿날 아침에 마치려나? 서두르지 않되 미루지 않는, 이곳에서 펴려는 ‘모르는책 들춰읽기’를 곱새긴다. 밤에 깜짝비가 지나간다. 《국어교육의 원리》를 1993년에 처음 만났고, 1994년에 다시 읽었고, 1998년에 새로 읽고서 한참 내려놓다가 2024년에 이르러 새삼스레 들춘다. 고3이던 열아홉 살에는 “왜 이 나라 배움터에서는 이렇게 우리말을 안 가르칠까?” 하고 여겼고, 이웃말(외국어)을 익히는 길에 접어들던 즈음에는 “이웃말만 배워서는 옮기기(통번역)를 못 할 텐데, 왜 이 나라는 우리말을 안 가르칠까?” 하고 여겼다가, 이 나라 어느 곳이나 ‘나눔(가르치고 배움)’이 아닌 ‘밥그릇’을 움켜쥐면서 끼리끼리 뭉치는 굴레인 줄 느꼈다. 이 책을 여민 분은 《국어교육의 원리》를 1989년에 처음 내놓기는 했으되, ‘국어교육’이라는 굴레를 2012년 고침판에서도 못 놓았다. 나중에는 ‘우리말·배달말’이라는 낱말은 섞어서 쓰되, 막상 일본말씨나 일본 한자말을 털어내지는 못 하거나 않았다. 무엇보다도 글꽃(문학)에 너무 기울면서 삶말·살림말·숲말·시골말은 거의 안 들여다본 대목이 아쉽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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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9.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

 김보통 글, 한겨레출판, 2018.1.9.



새벽에 빨래를 해놓는다. 작은아이 책상에 쪽글을 남긴다. 오랜만에 빨래틀(세탁기)을 썼다. 헹굼과 물짜기를 마칠 즈음에 작은아이가 일어날 테고, 그때에 마당에 널어 줄 테지. 이른아침에 고흥읍으로 나간다. 부산 가는 시외버스를 1시간 30분 동안 기다린다. 오늘 저녁에 ‘부산 시민소리숲’에서 이야기꽃을 편다. 서른 분이 이야기를 들으신다고 하기에, 서른 분한테 건넬 ‘손글씨 노래(육필 동시)’를 서른석 자락 쓰는데, 손목과 팔목이 떨린다. 그래도 19시 이야기를 앞두고 다 옮겨썼다.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을 돌아본다. 글쓴이가 선보인 《디피》라는 그림꽃은 겉훑기로 헤매다가 끝났다고 느꼈으나, 글은 좀 다르구나 싶다. 다만, 글도 첫머리에는 이녁 삶길을 차곡차곡 담는구나 싶더니, 뒤로 갈수록 갈피를 못 잡고 헤매다가 어영부영 맺었다. 삶이건 글이건 어영부영 보내면서 ‘어영부영’을 써도 된다. 그러나 어영부영을 이 결대로 쓰려면 ‘어영부영이라는 속낯’을 고스란히 밝힐 일이다. 뭔가 감추거나 덜 드러내면서 슬그머니 달달옷을 입힐 적에는 티가 난다. 우리 속낯을 다 보여주기에 부끄럽지 않다. 감추기에 부끄럽다. 훤히 드러내기에 창피할까? 아니다. 가리거나 숨기기에 창피할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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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8.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

 이동춘 글·사진, 걷는사람, 2020.12.30.



2024년에도 ‘꿈다락 문화예술학교’를 고흥에서 연다. ‘숲빛으로 노래하는 우리말’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말결·글빛을 헤아리면서 숲과 시골과 삶터를 돌아보는 마음과 하루를 노래(시)로 얹는 배움자리이다. 이듬해 2025년에는 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군수도 교육감도 도지사도 국회의원도 군의원도 도의원도, 또 여느 공무원과 교사도 ‘시골아이가 시골살림을 사랑하며 시골어른으로 살아가기’에 이바지할 배움길은 그야말로 터럭 한 가닥만큼도 안 쳐다본다고 느낀 지난 열네 해이다. 서울에서 나고자란 아이도 ‘서울에서(in Seoul)’를 바라고, 부산·인천·광주 같은 큰고장 아이도 ‘서울로’를 바라고, 전남 고흥이나 경북 영양 같은 두멧시골 아이도 ‘제발 서울로’를 바란다. 한마디로 미친나라이다.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를 몇 해 앞서 읽고서 어떻게 느낌글을 써야 할까 싶어 망설이다가 올봄에 드디어 글 한 자락을 썼다. ‘잠네’는 그냥 우리말이다. “잠기는 사람”이란 뜻이다. 제주말 ‘잠네’가 어떤 밑동인지 읽어내지 못 하더라도, 잠네 아줌마랑 할머니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만, 우지끈 뚝딱 ‘만든’ 틀에서 멈췄다고 느낀다. 이웃으로 사귀고, 한집안으로 사랑한다면, 눈길이 확 달랐을 테지.


ㅅㄴㄹ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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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7.


《訓民正音硏究 增補版》

 강신항 글,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987.4.5.



이야기꽃(강의)을 펴는 일을 하는 사람은 모두 해마다 새로 들어야 한다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누리배움으로 한나절(4시간) 듣는다. 한나절 가만히 지켜보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법률·대법원 판례’ 줄거리로 채우고, 일본 한자말하고 영어가 춤춘다. ‘양성평등’으로 나아가는 길을 이렇게 펼 수도 있다고 느끼지만, 알맹이가 참 허술하다. ‘서울 대기업 회식’에서 으레 불거지는 말썽을 바탕으로 삼는 터라, 삶자리(일상생활)하고 얽힌 막짓이나 엉큼질하고는 동떨어진다. 무엇보다 살림빛이 없다. 순이돌이가 어깨동무하면서 헤아리는 사랑과 아름길 이야기는 한 마디도 없다. “이런 말과 손짓은 성희롱·성폭력”이라는 말만 있고, “서로 살피며 아끼는 말과 몸짓”은 무엇인지는 아예 없다. 머리를 식히려고 들길을 두바퀴로 달렸다. 두꺼비가 마당을 천천히 긴다. 해가 지면서 밤노래가 우렁차다. 《訓民正音硏究 增補版》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앞으로 더는 읽을 일이 없으리라 여긴다. 우리나라에는 ‘배움길(학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아니, 없다고 해야겠지. 뒷사람(어린이)을 헤아리면서 물려줄 씨앗과 열매가 아닌, 밥그릇 움켜잡기에서 허덕이는 판 아닌가? 이 탓에 불굿(입시지옥)이 아주 단단하고.


#훈민정음연구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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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6.


《깃털,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

 소어 핸슨 글/하윤숙 옮김, 에이도스, 2013.7.24.



새벽부터 구름이 모인다. 겹겹이 하늘을 덮는다. 작은아이가 “오늘 비가 오겠는데요.” 하고 말한다. 살갗으로 바람을 느끼자니 비냄새가 나고 축축하다. 오늘 비가 훅 쏟고서 지나가면 앵두가 한껏 물이 오르겠다고 느낀다. 열흘 남짓 늦봄볕만 듬뿍 머금던 푸나무가 늦봄비를 맞아들이면서 활짝 웃겠구나. 비는 낮부터 가늘게 내리더니 어느새 굵다. 우렁차게 내린다. 해가 지고 밤노래가 퍼질 즈음 빗줄기가 그친다. 개구리가 더 우렁차게 노래한다. 《깃털,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걸작》을 몇 해 앞서 읽었고, 새삼스레 되읽었다. 숲이 지은 빛 가운데 놀랍거나 대단하지 않은 숨결이란 하나도 없다. 깃털도 놀랍고, 손발도 놀랍고, 더듬이와 눈도 놀라우며, 골(뇌)이며 코랑 귀도 놀랍다. 모든 몸과 곳이 놀라운 줄 알아볼 수 있다면, 이토록 놀라운 얼거리로 태어난 숨결인 뭇목숨을 고르게 품고서 고루 사랑하는 마음일 만하겠지. 영어를 잘못 옮기면서 ‘가장’이란 꾸밈말을 넣곤 하는데, 언제쯤 옮김말씨 아닌 우리말씨로 숲빛노래를 나누고 펴려나? 우리말 ‘놀랍다’나 ‘숲’이 어떤 밑동인지 헤아린다면, 또 ‘깃’이라는 우리말이 어떤 결을 나타내는지 살핀다면, 이 책을 아주 다르게 옮겼으리라 본다.


#Feathers #TheEvolutionOfANaturalMiracle

#ThorHanson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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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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