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0.


《1987 그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글, 유승하 그림, 창비, 2020.4.2.



느긋하게 움직인다. 오늘은 새벽바람으로 시외버스를 갈아타지 않는다. 아침볕과 낮볕을 쬐면서 천천히 부산으로 건너간다. 집에서 쪽글이 온다. 마을고양이가 몸을 내려놓았다고 알린다. 우리 집 뒤꼍 석류나무하고 수유나무 사이에 묻겠다고 한다. 보수동책골목에 깃든다. 〈새동화서점〉에서 그림책을 읽고, 〈보수서점〉에서 여러 책을 살핀다. 저녁에는 ‘살림씨앗, 사전 쓰기 모임’을 꾸린다. 오늘은 ‘발’이라는 낱말 하나를 두고서 깊고 넓게 말결을 살펴서 말씨를 돌아본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이라는 이름을 내건 《1987 그날》을 읽으면서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 들물결은 ‘서울에서 대학생과 천주교회’만 했나? 그린이 스스로 겪은 일을 붓끝으로 담을 수 있되 ‘혼자 겪은 일이 모두’일 수 없는 줄 모르는가? 1987년이면 ‘대학생도 제법 많았’지만 ‘대학생이 아닌 고졸이 더 많’던 무렵이다. 역사책은 ‘넥타이 부대’를 다루지만 ‘무학·국졸·중졸·고졸인 들꽃’을 눈여겨보는 붓끝을 아직 못 만났다. ‘들물결(민주화운동)’은 ‘기념’할 일일까? 왜 ‘기념사업회’일까? 한자말로 붙이더라도 ‘기억회’여야 맞지 않나? 왜 ‘기념’과 ‘사업’을 ‘민주화운동’을 내세워서 꾀하는가? 다들 돈에 눈이 멀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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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9.


《訓民正音硏究 增補版》

 강신항 글,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987.4.5.



어제 우리 집에 깃들어 쓰러진 마을고양이가 숨을 가늘게 쉰다. 어제는 벌벌 떨더니 오늘은 가르랑가르랑 부드럽게 울기도 한다. 곁님하고 두 아이는 마을고양이 뒷목을 쓸어 주기도 하고, 몸이 따뜻하도록 돌본다. 다만 어제도 오늘도 마을고양이는 ‘앞을 안 본’다. 눈빛이 사라졌다. 네다리를 아주 못 움직이고, 물조차 넘기지 못 한다. 이 아이는 몸을 내려놓는 끝길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찾아왔을까. 고즈넉이 쉬면서 끝노래를 부르는 마음을 가르치려고 살며시 우리 앞에 나타났구나 싶다. 이튿날 부산마실을 앞두고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訓民正音硏究 增補版》을 되읽었다. 1994년에 처음 읽었으니, 서른 해 만이다. 그때에도 이때에도 여러모로 아쉽다. 우리 배움터에서는 이 눈높이에서 헤매는구나. ‘고침판’이라고도 못 적는데, 우리글에 우리말이 있어도 말글지기(국어학자)부터 이런 민낯이다. ‘訓民正音’은 ‘訓 + 民 + 正音’이다. 모르는 분도 있을 텐데 ‘민·백성’은 ‘종(노예)’을 가리킨다. ‘훈·훈육·훈련’은 가르침이 아닌 ‘길들임’이다. ‘정음’은 ‘바른소리’이다. 처음 태어날 적에는 ‘굴레’였을 테지만, 500해가 흐르는 동안 밑바닥 사람들 손으로 ‘글’로 바꾸어 냈기에 오늘날 같은 ‘한글’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는 ‘한글’과 ‘주시경’과 ‘글가꾸기’를 하는 살림길을 살피고 바라볼 때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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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8.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스콧 니어링 글/류시화 옮김, 보리, 2000.4.15.



책숲종이(도서관 소식지)가 나왔다. 두 아이랑 즐겁게 글자루에 넣고, 등짐에 담고서 읍내로 시골버스를 타고서 나간다. 나래터에서 다 부치고서 저잣마실을 한다. 시골버스에서는 노래꽃을 쓰고, 길을 걸을 적에는 책을 읽는다. 그런데 아침나절에 깜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 한켠에 뻗었다. 카악거리기는 하지만 머리만 겨우 움직일 뿐 쓰러진 채 꼼짝을 못 한다. 지난밤에 비를 쫄딱 맞은 듯하지만 물을 닦아 줄 수 없다. 큼직한 천으로 살짝 덮는데 자꾸 카악거린다. 그러나 크고 두툼한 천으로 덮으니 몸을 떨지 않는다. 천을 하나 더 덮으니 살짝 카악하다가 고개를 내리고 가만히 눕는다. 이윽고 꿈나라로 가더니 가볍게 웃는데, 끝내 몸을 일으키지 못 하고서 혀를 조금 빼문다. 네 다리는 벌써 굳고 가늘게 숨을 고른다. 부디 밤새 고이 잠들어 새곳으로 가기를 빈다. 우리 집 기스락으로 조용히 들어와서 몸을 내려놓는 숲짐승이나 마을고양이가 꽤 많다. 《조화로운 삶》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2000년에 처음 읽을 무렵에도 아쉬웠고, 시골살이를 하는 하루로 되새기면서도 쓸쓸하다. “Living the Good Life”는 “즐겁게 살기”쯤일 텐데, 두 글바치는 “어울리는 삶”이 아닌, “돈 잘 버는 길”이었지 싶다. 미국에서는 쇳덩이(자동차) 없으면 못 산다고 하지만, 미국에서야말로 쇳덩이 없이 살림을 꾸리고 나서 글을 쓸 적에 비로소 ‘어울림소리’를 낼 만하지 않을까?


#Living the Good Life (1954년)

#HelenNearing #ScottNearing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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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7.


《라면 먹고 갈래요》

 하마탱 글·그림, 인디페이퍼, 2022.7.15.



작은아이한테 ‘순이·돌이’가 어떻게 몸이 다르고, 삶과 살림과 사랑이 다르면서 하나로 흐르는가 하고 풀어서 들려준다. 차근차근 느끼고 곰곰이 생각하고 하나씩 알아차려 가기를 빈다. 함께 저잣마실을 다녀오면서, 시골버스에서 버스일꾼한테 막말을 퍼붓는 젊은이를 만난다. 시골버스를 타는 시골 젊은이는 “아예 없다”거나 “어쩌다 한둘”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낮부터 술을 퍼마셔서 혀가 꼬인 채 쩍벌다리로 앉아 한참 웅얼거리는데, 이이한테 한마디 해줄까 하다가 그만둔다. 고흥살이 열네 해를 돌아보니 “거나꾼은 ‘없는 사람’ 치는 길”이 가장 낫더라. 저녁에 비가 다시 온다. 《라면 먹고 갈래요》를 읽고서 조금 놀랐다. 우리나라에서 그림꽃(만화)을 펴는 이웃님이 아직 있네. 타령을 하지 않고서 노래를 할 줄 알기에 그림붓이다. 탓하느라 그만 하늘을 볼 틈이 없는 붓이 아닌, 바람을 가만히 타면서 온누리를 돌아볼 줄 아는 붓일 적에 비로소 그림꽃으로 피어난다. 글붓도 매한가지이다. 이야기를 담으면 넉넉한데, 이야기가 어디에서 샘솟는지 모르는 분이 수두룩하다. 먼발치에는 없는 이야기요, 늘 모든 사람이 이녁 삶자리에서 스스로 길어올리는 이야기샘이자 이야기꽃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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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6.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

 마루야마 무네토시 글·주에키 타로 그림/김항율 옮김, 동양북스, 2020.7.15.



비가 그치고 해가 나지만 구름도 잔뜩 덮는다. 우리 책숲에 고인 빗물을 걷는다. 문득 돌아보니, 2007년에 인천에서 처음 책숲을 열던 때에도, 2011년에 고흥으로 옮긴 뒤로도, 으레 책숲에 흐르는 빗물을 걷는다. 머잖아 비 안 새는 곳에 책숲을 두고서 이웃을 만날 수 있기를 빈다. 돌나물을 훑는다. 작은아이가 “아들은 밥지기(요리사)”로 나아갈 수 있기를 빌어 본다. 개구리노래가 한껏 늘었다. 바람은 부드럽다. 슬슬 봄이 저물려는 바람에 해에 구름이라고 느낀다. 《사계절 곤충 탐구 수첩》을 몇 해 앞서 장만하고서 한동안 잊다가 후다닥 읽었다. 처음 장만할 적에 살짝 아쉽다고 느낀 대목은 몇 해 지난 오늘에도 고스란히 아쉽다. 잘 보면 ‘사계절 곤충 탐구 수업’이라는 네 낱말은 한글로 적되 우리말은 아니다. 어린이도 읽기를 바라는 책일 텐데, 꽤 어렵구나 싶은 일본 ‘생물학 전문용어’가 잔뜩 나오고, 일본말씨가 너무 춤춘다. 벌레를 ‘벌레’라 하지 않아야 생물학자나 곤충학자인 듯싶다. ‘딱정벌레·사슴벌레·무당벌레·잎벌레’라고 버젓이 말하지만, ‘노린재·하늘소·거미’라는 이름이 있지만, 이런 이름을 누가 어떤 마음과 숲살림으로 붙이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 눈여겨보는 사람이 너무 드물다.


#丸山宗利 #じゅえき太?

#丸山宗利じゅえき太?の秘昆?手帳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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