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7.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

 밸러리 토머스 글·코키 폴 그림/노은정 옮김, 비룡소, 2010.9.30.



비는 가볍게 오시다가 가셨다. 나비는 언제 우리한테 오는가. 바람은 언제 우리한테 부는가. 늦은낮에 두 아이가 감자랑 호박이랑 만두를 찐다. 이즈음 뒤꼍에서 맑고 우렁차게 노래하는 새가 있다. 누구일까? 한참 귀를 기울인다. 우리 마당하고 뒤꼍은 갈수록 우거지는 숲이기에, 텃새도 철새도 멧새도 마을새도 뻔질나게 드나든다. 우리 마당하고 뒤꼍 우듬지에 앉는 새는 아늑하다. 어느 누구도 못 건드린다. 《마녀 위니와 우주 토끼》를 돌아본다. 밸러리 토머스·코키 폴 두 분이 여미는 그림이야기는 가없이 흐른다. 아마 앞으로도 붓힘이 닿는 대로 새롭게 엮어내리라 보는데, 숲아씨 위니가 겪거나 부대끼는 모든 하루는 수수한 사람살이라고 여길 만하다. 사람다움을 잃거나 잊은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면서, 사람답게 빛나면서 즐거울 길이란 무엇인지 짚는 얼거리이기도 하다. 사람도 짐승도 푸나무도 숨결이다. 다들 다 다르게 숨을 쉬면서 파란별에서 어울린다. 사람이 사람답다면 스스로 숨쉬는 빛인 줄 안다는 뜻이요, 사람이 사람답지 않다면 스스로 숨쉬는 빛인 줄 모른다는 뜻이다. 《마녀 위니》 그림책을 으레 아이한테만 읽히고서 끝나는 분이 많을 텐데, 아름다운 그림책은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고 되새길 빛줄기라고 느낀다.


#ValerieThomas #KorkyPaul #WinnieinSpace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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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6.


《소요북구》

 김정곤 글, 빨간집, 2024.9.5.



10:10 시골버스를 타려고 옆마을로 달려간다. 버스가 오는데, 쌈지를 집에 놓고 왔네. 털레털레 걸어간다. 땀으로 젖은 몸을 씻고서 쌈지를 챙긴다. 살짝 쉬었다가 마을앞 11:10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고맙게 들어오는구나. 어제에 이어 ‘우리말로 노래밭’ 열여섯걸음을 편다. 오늘은 〈울프워커스〉를 함께 보고서 이야기한다. 이른바 ‘진보·좌파’를 내세우는 이도, ‘보수·우파’를 앞세우는 이도, 이런 그림꽃(만화영화)을 아예 안 쳐다본다. 그도 그럴 까닭이 이 나라 왼오른은 모두 “아이 곁에 없다”고 할 테니까. 한가위에 넘치는 쇳덩이(자동차)에, 텅 빈 시골버스이다. 《소요북구》를 곱씹는다. 부산 북구를 거닌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는다. 글님은 굳이 어려운 한자말을 자꾸 쓴다. 할아버지로서 아이한테 이야기를 들려주듯 글을 여미려고 했다면 매우 뛰어난 책으로 남았으리라 본다. 할매할배란 자리는, 아이가 모를 어려운 말을 자꾸 쓰는 나이가 아닌, 아이가 곧장 알아들을 뿐 아니라 생각을 밝힐 씨앗을 건네는 철이 드는 길이어야 어울린다. 발바닥으로 마을을 걷는 이야기라면, 누구보다 아이들이 귀담아들을 만한 눈높이로 글결을 여밀 적에 빛난다. ‘소요’라는 한자말을 어느 아이가 알겠는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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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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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5.


《어떤 동사의 멸종》

 한승태 글, 시대의창, 2024.6.17.



옆마을로 걸어간다. 한가위를 앞두고 시골에 쇳덩이도 사람도 늘어난다. 읍내로 가는 시골버스는 텅 비지만, 가게는 그야말로 미어터진다. 시끌벅적한 소리도 사람도 쇳덩이하고도 등지면서 ‘우리말로 노래밭’ 열넉걸음을 편다. 한가위란 무엇일까. 삶과 사람은 무엇일까. 왜 설과 한가위에만 시골집으로 돌아오는가. 왜 여느때에는 서울에서 바글바글 쳇바퀴로 살아야 하는가. 왜 한가위랑 설에는 시골도 시끄러워야 할까. 《어떤 동사의 멸종》을 읽으면서 한참 갸웃했다. “일한 나날과 자취”를 담은 글은 뜻있되, “글로 쓰려고 굳이 일한 티”가 물씬 난다. 삶을 밝히려고 일하지 않고, 살림을 지으려고 일하지 않고, 사랑을 배우고 펴려고 일하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늘 괴롭고 힘겹고 고단하면서 지치게 마련이다. ‘힘듦’으로 따지면 안 힘든 일이 없다. 왜 그럴까? 모든 일에는 “힘을 들여”야 하기에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힘을 들여야 한대서 ‘힘듦’만 쳐다본다면, ‘일’이 왜 ‘일’인지 못 본다. ‘일·일다·일으키다·일어서다’는 같은 낱말이다. ‘잇다·있다·이·임(님)·이곳·이제’도 밑동이 같다. 먼저 삶·살림·사랑을 품고 나누려는 뜻으로 즐겁게 일하고서, 글은 한참 뒤에 쓰시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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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4.


《나선》

 장진영 글·그림, 정음서원, 2020.10.12.



어젯밤에 고흥에 돌아온 이튿날이니 뻑적지근하다. 삐걱거리는 몸을 이끌고서 ‘우리말로 노래밭’ 열석걸음을 펴러 간다. 오늘은 전여울 님이 먼저 ‘SF 이야기 밑글 그리기’를 들려주고 이끈다. 혼자 이야기를 꾸리지 않으니 호젓하면서 느긋하다. 《어원사전》 글손질이 끝나지 않았기에 어린글(동화)을 한동안 안 썼는데, 글손질을 마치고서 쓸 여러 글감을 떠올려 본다. 《나선》을 읽으면서 놀랐다. 1993년 무렵에 이 그림꽃을 선보였다니, 그동안 지켜본 씁쓸한 뒷모습을 눈물로 담았구나 싶다. 어떤 이는 ‘학생운동’을 ‘정치이력’으로 삼으면서 오늘날까지 이름을 날리려고 한다. 어떤 이는 ‘아름누리’를 그리면서 ‘살림길’로 삼으려고 함께 애쓰며 어깨동무를 했다.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까? 우리는 어떤 길에 서는 마음일 적에 아름다울까? 우리는 어느 곳을 보금자리로 삼아서 숲을 지으면서 사랑을 씨앗으로 심을 만한가? ‘인문학’은 이제 다 내려놓고서 ‘살림짓기’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가사분담’이 아닌 ‘함살림(함께 살림하는 집)’으로 피어나야 한다고 본다. 아이어른이 오순도순 지내는 보금자리부터 사랑을 품어야, 비로소 마을이 살고, 나라가 살며, 푸른별이 고루 살아난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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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13.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 시대 이야기》

 손석춘 글, 철수와영희, 2024.4.5.



오류동에서 새벽을 맞는다. 길손집은 12칸이다. 높다란 데에서 마을을 둘러보니 촘촘하게 올라오려는 잿집더미가 안쓰럽다. 12칸 높이에서는 풀벌레노래가 안 들린다. 전철로 서울로 간다. 〈글벗서점〉에 들러 책을 살핀다. 이미 읽은 책을 되읽고, 아직 안 읽은 책을 처음으로 뒤적인다. 낱말책을 짓는 밑감으로 삼을까 싶어서 고르다가도 내려놓는 책이 많다. 적잖은 ‘국어학 논문’은 ‘학위 취득 목적’으로 쓴 글이기 일쑤라, 슥 훑다가 고개를 젓는다. 빗방울이 듣는다. 〈숨어있는 책〉으로 건너간다. 16:20 시외버스를 앞두고서 책을 더 읽고 살핀다. 두 군데에서 장만한 ‘새 헌책’이 큰 꾸러미이다. 굵은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는다. 한가위를 앞두고 더 늘어난 사람물결을 가르며 겨우 버스를 탄다. 《미래 세대를 위한 우주 시대 이야기》를 읽었다. 한자말로는 ‘우주’인데, ‘집(宇) + 집(宙)’인 얼개이다. 곰곰이 보면 우리말 ‘집’이 “너른 누리”를 가리키면서, “모든 터전”을 나타낸다고 여길 만하다. “집 = 짓는 움”이기도 하다. ‘짓’은 “지어내는 길”이니, 바로 ‘집(작은곳)’부터 모든 씨앗이 깨어나고 자라면서 ‘누리(큰곳)’로 뻗는데, 모든 온누리도 또다른 집(씨앗)이라는 얼거리를 알아본다면 눈길을 틔울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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