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29.


《내 옆에 은하 5》

 아마가쿠레 기도 글·그림/박소현 옮김, 소미미디어, 2023.4.13.



간밤부터 내리는 비를 바라본다. 《말밑 꾸러미》 넉벌손질이 어느덧 열흘째를 맞이한다. 고흥교육청으로 가서 폐교임대 계약서를 새로 쓴다. 빌림삯은 언니한테서 빌려서 냈다. 빗길을 천천히 걷는다. 이 길을 걷는 시골사람은 없다. 다들 쇳덩이로 부릉부릉 내달릴 뿐이다. 아마 뚜벅이는 바보로 여길 만하다. 뚜벅뚜벅 걷는 사람은 읽고 쓰고 말할 줄 알 텐데, 걸어다니지 않는 사람은 읽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않으면서 힘을 부린다고 느낀다. 누구나 걸어다닐 적에는 자랑책(베스트셀러)이 아닌 읽을거리가 태어나면서 서로 북돋았다고 느낀다. 누구나 쇳덩이에 몸을 실은 뒤부터 자랑책이 부쩍 늘고, 온살림을 사랑으로 담는 책이 밀리거나 잊힌다고 느낀다. 《내 옆에 은하》는 모두 여섯걸음으로 매듭짓는다. 아끼면서 천천히 읽었다. 한 자락은 남겼다. 다섯 자락 느낌글을 모두 쓰고 나서 마저 읽고 싶다. 얼른 읽고서 되읽을 수 있으나, 때로는 두고두고 남긴다. 모든 책을 그때그때 읽어도 즐겁고, 나중을 헤아려 곁에 두어도 즐겁다. 미리 사놓고서 문득 손길이 닿을 적에 펴도 즐겁고, 몇 해나 열 해 남짓 묵히고서 쥐어도 즐겁다. 빨리 가야 하지 않으니 틈을 둔다. 살림도 숲도 사랑도 빨리 가지 않는다. 모두 느긋이 넉넉히 나아간다.


#おとなりに銀河 #雨?ギド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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