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9.


《訓民正音硏究 增補版》

 강신항 글, 성균관대학교출판부, 1987.4.5.



어제 우리 집에 깃들어 쓰러진 마을고양이가 숨을 가늘게 쉰다. 어제는 벌벌 떨더니 오늘은 가르랑가르랑 부드럽게 울기도 한다. 곁님하고 두 아이는 마을고양이 뒷목을 쓸어 주기도 하고, 몸이 따뜻하도록 돌본다. 다만 어제도 오늘도 마을고양이는 ‘앞을 안 본’다. 눈빛이 사라졌다. 네다리를 아주 못 움직이고, 물조차 넘기지 못 한다. 이 아이는 몸을 내려놓는 끝길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찾아왔을까. 고즈넉이 쉬면서 끝노래를 부르는 마음을 가르치려고 살며시 우리 앞에 나타났구나 싶다. 이튿날 부산마실을 앞두고서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訓民正音硏究 增補版》을 되읽었다. 1994년에 처음 읽었으니, 서른 해 만이다. 그때에도 이때에도 여러모로 아쉽다. 우리 배움터에서는 이 눈높이에서 헤매는구나. ‘고침판’이라고도 못 적는데, 우리글에 우리말이 있어도 말글지기(국어학자)부터 이런 민낯이다. ‘訓民正音’은 ‘訓 + 民 + 正音’이다. 모르는 분도 있을 텐데 ‘민·백성’은 ‘종(노예)’을 가리킨다. ‘훈·훈육·훈련’은 가르침이 아닌 ‘길들임’이다. ‘정음’은 ‘바른소리’이다. 처음 태어날 적에는 ‘굴레’였을 테지만, 500해가 흐르는 동안 밑바닥 사람들 손으로 ‘글’로 바꾸어 냈기에 오늘날 같은 ‘한글’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는 ‘한글’과 ‘주시경’과 ‘글가꾸기’를 하는 살림길을 살피고 바라볼 때라고 느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