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2.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
권정생 글·김용철 그림, 산하, 2010.3.10.
어젯밤부터 쏟아지는 비는 잦아든다. 새벽에 문득 떠올라서 ‘가입’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놓고서 노래꽃(동시)을 한 자락 쓴다. 오늘은 〈책과 아이들〉에서 ‘바보눈, 이오덕 읽기 모임’ 첫걸음을 편다. ‘바보눈’은 “바라보고 보살피는 눈”을 줄인 이름이다. 떠난 어른을 바라보면서 오늘 나를 보살필 줄 아는 눈빛을 새롭게 가꾸려는 길에 ‘이오덕과 살림씨앗과 책’을 나란히 놓고서 생각을 이어 보자는 자리이다. 《아름다운 까마귀 나라》를 오랜만에 되읽었는데 살짝 숨이 막혔다. 줄거리하고 목소리를 너무 앞세운 나머지 그만 ‘위에서 내리누르는 가르침’ 같은 얼거리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기 일쑤인데, ‘이오덕·권정생’ 두 분을 곰곰이 보면, 이오덕 어른은 타이르는 글빗이요, 권정생 할배는 나무라는 채짝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글빗(비평)’이 사라졌다. ‘추킴질(주례사)’만 넘친다. ‘주례사비평’ 같은 말을 으레 쓰는데, 주례사는 비평일 수 없다. 주례사는 허울이요 허물이다. 우리는 허물을 벗어야 비로소 살림눈을 뜰 수 있다. 권정생 할배가 아직 붓을 쥘 힘이 있을 무렵에 “할배요, 이 글은 목소리가 너무 앞서네요. 나무랑 나무 이야기인데 나무 마음을 더 담아야 하지 않을까요?” 하고 여쭌 이가 없었을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