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7.


《감정 독재》

 강준만 글, 인물과사상사, 2013.12.20.



모든 나물은 ‘날’로 누릴 수 있다. 한봄부터 첫여름 사이에 누리는 돌나물도, 늦봄이면 꽃이 피면서 억센 갯기름나물도 매한가지이다. 콩나물도 얼마든지 날로 누릴 수 있다. ‘날’이라는 우리말은 무척 넓다. ‘나날’뿐 아니라 ‘날개’에 ‘날카롭다’가 있고, ‘살다’를 가리키는 ‘날것’이 있다. ‘나무’랑 ‘나’도 밑동이 나란하다. 나는 나를 본다면, 너는 너를 본다. ‘나·너’는 선 자리만 다를 뿐,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다. 《감정 독재》를 곱씹는다. 왼길에도 오른길에도 안 기울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밝히는 드문 붓 가운데 강준만 님이 있다. 이녁은 왜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나 하고 되새기면, 이녁은 “모든 글을 그냥 다 읽는”다. 왼글이건 오른글이건 안 가린다. 어느 글이건 옳으면 옳고, 바르면 바르다고 여긴다. 어느 글이건 틀리면 틀리고, 엉뚱하거나 엉터리이면 엉뚱하거나 엉터리라고 나무란다. 이와 달리, 오늘날 숱한 글바치는 왼글만 읽거나 오른글만 읽는다. 왼무리를 짓거나 오른무리를 짓는다. 오늘날에는 ‘가운무리’가 사라졌고, ‘하늘’도 ‘땅’도 ‘숲’도 ‘바다’도 사라진다. 살림을 지으려면 두 손을 써야 하고, 이웃을 만나려면 두 발로 걸어야 하는데, 외곬로 치달으니 사나울(독재)밖에 없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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