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18.


《태양의 집 12》

 타아모 글·그림/이지혜 옮김, 대원씨아이, 2015.12.15.



저잣마실을 간다. 해가 드는 쪽으로 걷는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어디에서나 뚜벅이는 드물다. 더욱이 여름에는 해가 드는 길을 걷는 이는 찾기 어려우니, 호젓하게 느긋이 걷는다. 글손질 일감을 챙겨서 나왔다. 등짐만 그늘자리에 놓고서, 고즈넉하게 햇볕이 드리우고 따뜻한 늦봄을 누리면서 일감을 잡는다. 풀내음을 맡고 먹는다. 읍내 후박나무에도 후박꽃이 맺었기에 두 송이를 훑는데 단맛이 없다. 사랑도 눈길도 못 받는 나무에는 꽃이 피어도 꽃을 알아보는 이가 적고, 꽃을 문득 보더라도 반기지 않는 듯싶으니, 이렇게 쓰구나. 《태양의 집 12》을 거쳐 열석걸음 마무리까지 읽었다. 여러모로 잘 엮고 일군 그림꽃이라고 느끼지만, 잘 안 팔려서 사라져야 했구나 싶다. ‘네이버웹툰’이 돈을 어마어마하게 긁는다는데, 난 그곳에 들어가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다. 손으로 그리든 셈틀로 그리든 대수롭지 않은데, ‘타령’하고 ‘재미’에 갇힌 오늘날 웹툰은 ‘아침연속극’이나 ‘조폭영화’하고 똑같다고 느낀다. 책을 놓고 보아도 ‘아름책’이 아닌 ‘베스트셀러’를 쳐다보는 나라요, 붓바치이다. 들꽃 곁에 쪼그려앉아서 말을 섞는 어린이 마음을 잃은 우리 모습이라면, 앞으로도 이 터전은 불수렁으로 치달으리라고 본다.


#たいようのいえ #Taamo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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