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1.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정원 글·그림, 미디어창비, 2023.12.18.



이레 남짓 비가 오지 않는다. 올봄은 유난히 ‘사흘볕 이틀비’나 ‘이틀볕 하루비’를 잇노라니, 이렇게 볕날이 이을 적에는 “어, 비가 없이 볕이 그득하네!” 하고 새삼스레 올려다본다. 집안일을 여미고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단출히 누릴 적에는 등짐이 가볍고, 시골버스에서 하루글이며 노래꽃을 바지런히 쓴다. 오늘도 밤노래가 너울거리고, 잠자리에 포근히 든다.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를 읽고서 한참 생각해 보았다. 우리 집 아이한테 보여줄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줄거리를 보면,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생각을 기울이면서 깨어나려는 하루가 아닌, 어느 틀에 그대로 매인 채 쳇바퀴로 헤매는 모습을 되풀이한다. 아마 웬만한 서울살이는 비슷비슷하리라. 똑같이 쌓은 잿더미(아파트단지)에서 똑같이 생긴 쇳덩이(자동차)에 실려서 똑같이 짠 배움책(교과서·학습지)을 달달 외워야 하는 나날인데, 이런 틈바구니에서 스스로 생각을 피울 길이란, 오히려 터무니없을 만하다. 똑똑한 이라면 가끔 뭘 모르지 않다. 안 똑똑하고 안 또렷하니까 가끔뿐 아니라 으레 모른다. ‘똑똑한 척’을 하는 이들이 ‘가끔 모르는’ 줄 느낀다. 다만, 가끔 모르지 않고 ‘늘 모르는’ 줄 알아보아야 ‘허울’을 붙잡고 맴도는 틀을 바라볼 수 있겠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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