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2.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

 정다미 글·이장미 그림, 한겨레아이들, 2018.2.12.



볕날이면서 구름이 물결무늬를 이루는 하루를 누린다. 멀거니 바라보면서 구름무늬란 바다무늬이면서 물방울무늬인 줄 새삼스레 느낀다. 물은 바다를 이루기도 하고, 비로 뿌리기도 하고, 내로 흐르기도 하고, 이렇게 구름으로 모여 하늘을 날기도 한다. 물은 그야말로 맑으면서 밝다. 앵두는 붉게 익어 간다. 고욤꽃은 잔뜩 떨어지고, 개미도 풀벌레도 신난다. 두바퀴를 슬슬 달려서 나래터에 다녀온다. 가볍게 씻고, 늦봄풀을 뜯고, 풀물을 내린다. 《어서 와, 여기는 꾸룩새 연구소야!》를 읽은 지 꽤 된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그냥그냥 일본 한자말을 받아들여서 ‘○○ 연구소’처럼 쓰는데, 우리말로 풀자면 ‘살핌집’이나 ‘보는집’이다. ‘살피다’하고 ‘보다’라는 우리말이 어떤 결·너비·깊이인지 헤아리지 않기 때문에 쉬우면서 숲빛으로 환한 말씨를 등지거나 안 쓴다. ‘-학’을 붙인 모든 과학·문학·철학이며 갈래는 ‘보다’가 바탕이다. 느끼거나 헤아리려면 먼저 보아야 한다. 보고서 가다듬고, 갈무리하고, 가른다. ‘ㄱ’으로 가노라면 어느새 ‘ㅅ’으로 생각하고 살피고 살림하다가 사랑하지. 어린이 곁에서 들려주려는 새 이야기라면, 참으로 어린이 곁에 서서 숲빛으로 쉬운말을 쓸 수 있기를 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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