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3.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오래된미래, 2005.3.15.첫/2012.7.16.276벌



담가 놓은 빨래를 작은아이하고 나눠서 헹구고 짠다. 같이 밥을 차려서 느긋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한다. 봄이 저물고 여름이 오는 길목에 갈마드는 풀꽃을 헤아린다. 물결치는 구름무늬를 보다가, 오늘도 두바퀴를 달려서 나래터를 다녀온다. 읍으로 가면 시골버스에서 노래를 쓰고, 면으로 가면 논두렁이나 들길을 가르면서 하늘빛과 멧빛을 천천히 헤아린다. 오늘밤은 구름이 걷히고서 별이 나온다. 마당에서 누리는 별잔치를 새록새록 반긴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얼마나 팔렸는지 어림하기 어렵다. 벌써 스무 해가 된 꾸러미로구나.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은 다친 적도 다칠 일도 없고, 남을 건드리거나 괴롭히는 일마저 없다. 다친 적이 있어도 어느새 아문다. 모기가 물어도 가라앉고, 개미나 지네가 문 자리는 우리가 스스로 다스릴 ‘뭉친 데’이다. 우리 곁 숱한 풀벌레와 들벌레는 우리 몸 안팎에서 흐르는 기운을 헤아리면서 이바지한다. 사람도 거미도 제비도 사랑으로 살아간다.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척·사랑시늉·사랑탈·사랑흉내’이다. 사랑이기에 그저 손바닥으로 살살 어루만지면서 풀고 녹인다. 우리 스스로 가슴과 배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랑을 지피면, 이웃도 동무도 사랑할 테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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