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5.24.


《바닷속 유니콘 마을》

 케이티 오닐 글·그림/심연희 옮김, 보물창고, 2020.6.10.



한 달째 붙든 글손질이 얼추 끝이 보인다. 넉벌손질을 마치면 닷벌손질이 기다리겠지. 구름조각도 없이 맑은 하늘이다. 볕을 쬐면서 일하다가, 그늘자리에 앉아서 쉬다가, 작은아이하고 국을 끓이고는, 일하고 쉬기를 되풀이한다. 기름 300들이를 받는다. 1들이에 1250원이다. 더 오르지 않되 내리지도 않는다. 아침에 밀잠자리를 만났다. 낮에는 제비랑 까치랑 잠자리가 얼크러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조촐히 논밭살림을 일구는 마을 어른은 마늘을 천천히 캔다. 큼직하게 논밭을 거느린 분은 다른 마을에서 놉을 사서 한몫에 캐고 심는다. 아니, 베트남 아가씨가 고흥 곳곳에서 마늘밭을 도맡는다. 《바닷속 유니콘 마을》을 돌아본다. ‘억눌린 곳에서 깨어나는 순이(여성)’를 담아내는 책이 꽤 나온다. 그런데 ‘억눌린 곳’에서는 순이돌이를 다 누르고 밟고 길들이고 가둔다. 지난날에 나온 어진 책은 ‘억눌린 곳’을 깨거나 풀거나 녹이거나 치우는 길에 ‘함께·어깨동무·손잡기·나란히’를 줄거리로 담으면서 순이돌이가 모두 눈뜨고 일어서도록 북돋았다면, 요즈음 책은 ‘순이만 혼자 깨어나서 순이누리(여성공동체)를 이루는 길’에만 기운다. 네덜란드에서 나온 〈안토니아스 라인〉은 순이누리이지만, 순이만 나오지 않는데…….


#AquicornCove #KatieONeill

2018년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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