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말 손질 531 : 허공 하늘



허공의 땅에 … 하늘 깊숙이

→ 하늘에 놓인 땅에 … 하늘 깊숙이

→ 텅 빈 하늘에 … 하늘 깊숙이



허공(虛空) : 텅 빈 공중

공중(空中) :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곳

하늘 : 1.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 2. ‘하느님’을 달리 이르는 말



  ‘허공’은 “텅 빈 공중”을 가리킨다는데 ‘공중’은 하늘하고 땅 사이에 빈 곳을 가리킨다고 해요. ‘허공’을 다루는 한국말사전 뜻풀이는 겹말풀이입니다. ‘하늘’ 뜻풀이를 살핀다면 ‘공중 = 하늘’입니다. 이러면서 ‘허공 = 공중 = 하늘’인 얼거리가 돼요. 사람들이 말뜻을 찬찬히 짚고, 한국말사전이 낱말을 제대로 다룬다면, ‘하늘’이라는 한 마디를 알맞게 쓰면서 ‘허공·공중’을 털어낼 만하리라 봅니다. 하늘이 빈 모습을 따로 나타내고 싶다면 ‘빈하늘’처럼 새 낱말을 지어 볼 만합니다. 2016.9.25.해.ㅅㄴㄹ



허공의 땅에 길을 내고 푸른 잎새들 팔을 뻗어 하늘 깊숙이 손을 묻는다

→ 하늘에 놓인 땅에 길을 내고 푸른 잎새들 팔을 뻗어 하늘 깊숙이 손을 묻는다

《김완하-허공이 키우는 나무》(천년의시작,2007) 2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의 : 꽃들의 축제


덧없는 꽃들의 축제 속에서 노쇠하고 멍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 덧없는 꽃잔치 한복판에서 늙고 멍한 모습으로 있었다

→ 덧없는 꽃잔치를 보면서 늙고 멍한 모습으로 있었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전미영 옮김-신을 찾아서》(부키,2015) 37쪽


  “꽃들의 축제(祝祭)”는 ‘꽃잔치’로 손볼 만합니다. 이렇게 하면 일본 한자말인 ‘축제’도 손보고 ‘-의’도 털 수 있습니다. ‘노쇠(老衰)하고’는 ‘늙고’로 손질하고, “서 있었다”는 ‘있었다’로 손질합니다.


고문의 후유증일까

→ 고문 후유증일까

→ 고문이 남긴 아픔일까

《윤희진-고추장 담그는 아버지》(책과함께어린이,2009) 88쪽


  ‘의’만 덜어도 되고, ‘후유증(後遺症)’을 “남긴 아픔”으로 손보아도 됩니다.


사슴은 새의 제안을 두말없이 받아들였습니다

→ 사슴은 새가 제안하자 두말없이 받아들였습니다

→ 사슴은 새가 말하자 두말없이 받아들였습니다

→ 사슴은 새가 알린 대로 두말없이 받아들였습니다

→ 사슴은 새가 들려준 대로 두말없이 받아들였습니다

《로타르 J. 자이베르트/배정희 옮김-나는 곰처럼 살기로 했다》(이숲,2016) 85쪽


 “새의 제안(提案)을”은 “새가 제안하자”로 손봅니다. 또는 “새가 말하자”로 손봅니다.


흙의 가슴에 아기처럼 엎드려 잔다

→ 흙 가슴에 아기처럼 엎드려 잔다

《이상교-좀이 쑤신다》(해와나무,2011) 35쪽


  “어머니 가슴”이고 “아버지 가슴”이듯이 “흙 가슴”입니다. 2016.9.25.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530 : 성 화



성이 나면 무섭다네 … 화를 잘 낸다

→ 성이 나면 무섭다네 … 성을 잘 낸다

→ 성이 나면 무섭다네 … 부아를 잘 낸다

→ 성이 나면 무섭다네 … 골을 잘 낸다


성 : 노엽거나 언짢게 여겨 일어나는 불쾌한 감정

화(火) :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화나다·화내다’처럼 쓰는 ‘화(火)’는 ‘성’을 가리킨다고 해요. 그러니 “성이 나면”으로 쓰다가 “화를 낸다”로 쓰면 겹말이 되어요. 앞뒤 모두 ‘성’이라는 낱말을 쓸 노릇입니다. 뒤쪽은 다른 낱말을 쓰고 싶다면 ‘부아’나 ‘골’ 같은 낱말을 쓸 만해요. 2016.9.24.흙.ㅅㄴㄹ



비록 친절하고 관대하지만, 성이 나면 정말 무섭다네. 그리고 조심할 것은 그가 아주 화를 잘 낸다는 점이야

→ 비록 따스하고 너그럽지만, 성이 나면 참말 무섭다네. 그리고 그는 아주 성을 잘 내니 조심하게

→ 비록 따스하고 너그럽지만, 성이 나면 참말 무섭다네. 그리고 그는 아주 골을 잘 내니 잘 살피게

《J.R.R.톨킨/최윤정 옮김-호비트의 모험 1》(창작과비평사,1988) 18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529 : 야밤



야밤

→ 한밤

→ 깊은 밤

→ 밤


야밤(夜-) : 깊은 밤



  ‘夜’라는 한자는 ‘밤’을 가리킵니다. ‘야밤 = 밤밤’인 얼거리이니 겹말입니다. 우리는 밤이 깊다고 할 적에 “깊은 밤”이나 ‘한밤’이라 말할 뿐, ‘밤밤’이라 말하지 않아요. 그냥 ‘밤’이라고만 해도 넉넉합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야밤’을 올림말로 다룰 뿐 아니라, 이 낱말이 겹말인 줄 느끼지 못합니다. 2016.9.24.흙.ㅅㄴㄹ



도깨비들과 힘을 합해 야밤에 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을

→ 도깨비들과 힘을 모아 한밤에 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을

→ 도깨비들과 힘을 더해 깊은 밤에 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을

《J.R.R.톨킨/최윤정 옮김-호비트의 모험 1》(창작과비평사,1988) 164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겹말 손질 528 : 윤기가 반질반질



윤기가 반질반질

→ 반질반질

→ 반질반질하며


윤기(潤氣) : 반질반질하고 매끄러운 기운

윤(潤) = 윤기

반질반질 : 1. 거죽이 윤기가 흐르고 매우 매끄러운 모양

번지르르하다 : 1. 거죽에 기름기나 물기 따위가 묻어서 윤이 나고 미끄럽다



  ‘윤기’는 ‘반질반질’한 기운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반질반질’은 ‘윤기’가 흐르는 모습이라고 해요. 돌림풀이입니다. “윤기가 반질반질”처럼 쓰면 겹말인데, 한국말사전을 살펴서는 ‘윤기’도 ‘반질반질’도 제대로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윤이 번지르르하게”도 겹말이에요. 그런데 ‘번지르르하다’는 ‘윤’으로 풀이하고, ‘윤 = 윤기’이니, 이 대목에서도 뜻을 제대로 알기 어려워요. 2016.9.24.흙.ㅅㄴㄹ



의자 구실을 하여 윤이 번지르르하게 났다

→ 걸상 구실을 하여 번지르르했다

→ 걸상 구실을 하여 번지르르하게 빛났다

《유홍준-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창비,2015) 350쪽


윤기가 반질반질 먹음직스럽다

→ 반질반질 먹음직스럽다

→ 반질반질하며 먹음직스럽다

《황풍년-전라도, 촌스러움의 미학》(행성B잎새,2016) 15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