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즉시 卽時


 소문은 즉시에 온 동네로 퍼졌다 → 소문은 바로 온 마을로 퍼졌다

 사람들은 그 즉시로 몰려와서 → 사람들은 곧바로 몰려와서

 발견 즉시 알려라 → 보는 대로 알려라 / 보면 바로 알려라

 돌아오는 즉시 다시 가야 한다 → 돌아오면 곧 다시 가야 한다


  ‘즉시(卽時)’는 “어떤 일이 행하여지는 바로 그때”를 가리킨다 하고, 한국말사전에는 “≒ 즉기시”처럼 비슷한말이 나와요. ‘즉기시(卽其時)’는 “= 즉시”라고 하는데 이 한자말은 쓸 일이 없어 보입니다. ‘즉시’나 ‘즉기시’는 ‘바로’나 ‘곧’이나 ‘곧바로’나 ‘곧장’이나 ‘막바로’로 손봅니다. 2016.9.30.쇠.ㅅㄴㄹ



좋아! 그럼 즉시 식량을 확보해!

→ 좋아! 그럼 바로 식량을 모아 둬!

→ 좋아! 그럼 곧장 식량을 얻어 둬!

《마치다 준/김은진 옮김-각하!》(삼인,2007) 30쪽


그러나 즉시 입을 다물었다

→ 그러나 바로 입을 다물었다

→ 그러나 곧장 입을 다물었다

→ 그러나 이내 입을 다물었다

《유리 가가린/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지구는 푸른빛이었다》(갈라파고스,2008) 133쪽


집착을 가지면 그 즉시 우니히피리(잠재의식)에게 빛이 차단된다고 말했다

→ 집착하면 바로 우니히피리(잠재의식)한테 빛이 가로막힌다고 말했다

→ 얽매이면 곧바로 우니히피리(잠재의식)한테 빛이 막힌다고 말했다

《타이라 아이린/김남미 옮김-들어 봐요 호오포노포노》(판미동,2015) 135쪽


그러면 모두가 즉시 착해질 테니까

→ 그러면 모두가 바로 착해질 테니까

→ 그러면 모두가 곧장 착해질 테니까

→ 그러면 모두가 막바로 착해질 테니까

《오스카 와일드/박명숙 옮김-오스카리아나》(민음사,2016) 141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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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기여 寄與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 이기도록 크게 이바지한 / 이기도록 큰몫을 한

 우리 문학에 대한 기여가 될 수 있다 → 우리 문학에 이바지할 수 있다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다 →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다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 보람으로

 크게 기여했다 → 크게 이바지했다 / 크게 도왔다


  ‘기여(寄與)’는 “1. 도움이 되도록 이바지함 2. 물건을 부쳐 줌”을 가리킨다고 해요. 둘째 뜻으로는 거의 쓸 일이 없고, 첫째 뜻은 ‘이바지하다’나 ‘돕다’로 손볼 수 있습니다. 또는 “한몫을 하다”나 “큰몫을 맡다”로 손볼 만합니다. 이밖에 한국말사전에 ‘기여(其餘)’라는 한자말이 “그 나머지”를 뜻한다면서 실리지만, 이 한자말을 쓸 일은 없다고 봅니다. 2016.9.30.쇠.ㅅㄴㄹ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 측면에서 백신이 뚜렷이 기여한 바는 없었다

→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줄어든 데에 백신이 뚜렷이 이바지한 바는 없었다

《그레그 비티/김윤아 옮김-예방접종, 부모의 딜레마》(잉걸,2006) 201쪽


일본의 문화 발달에 기여했음을 강조한다든지

→ 일본 문화가 발돋움하도록 이바지했다고 힘주어 말한다든지

→ 일본 문화가 발돋움하게 도왔다고 힘주어 말한다든지

《김한종-역사 교육으로 읽는 한국 현대사》(책과함께,2013) 47쪽


《팔만대장경》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도 크게 기여했단다

→ 《팔만대장경》이 훌륭하다고 세계에 알리는 데도 크게 이바지했단다

→ 《팔만대장경》이 훌륭하다고 온누리에 알리는 데도 크게 앞장섰단다

《강창훈-세 나라는 늘 싸우기만 했을까?》(책과함께어린이,2013) 91쪽


새로운 땅의 발견과 유럽인의 세계 지배에 기여했어

→ 새로운 땅을 찾고 유럽사람이 세계를 지배하는 데 이바지했어

→ 새로운 땅을 찾고 유럽사람이 세계를 다스리도록 도왔어

《칼 슈미트/김남시 옮김-땅과 바다》(꾸리에,2016) 47쪽


지구가 생물들의 자기 완결적인 서식 환경을 이루는 데 기여를 한 것은 햇빛이다

→ 지구가 생물 스스로 살아갈 만한 터전을 이루는 데 이바지를 한 것은 햇볕이다

→ 지구가 생물 스스로 살아갈 터전을 이루도록 햇볕이 도왔다

→ 햇볕은 지구가 생물 스스로 살아갈 터전을 이루도록 큰몫을 했다

《장석주-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문학세계사,2016) 132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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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566 : 심플하고 단순한



심플해지고 작아지려는 … 작고 단순함에서

→ 단순해지고 작아지려는 … 작고 단순함에서

→ 수수해지고 작아지려는 … 작고 수수함에서

→ 깔끔해지고 작아지려는 … 작고 깔끔함에서


simple : 1. 간단한 2. 단순한, 소박한, 간소한 3. 순전한

단순하다(單純-) : 1.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2. 외곬으로 순진하고 어수룩하다

간단하다(簡單-) : 1. 단순하고 간략하다 2. 간편하고 단출하다 3. 단순하고 손쉽다

간소하다(簡素-) : 간략하고 소박하다

간략하다(簡略-) : 간단하고 짤막하다



  영어 ‘심플’은 ‘간단한’이나 ‘단순한’ 같은 뜻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한자말 ‘단순하다’는 ‘간단하다’로 풀이하고, ‘간단하다’는 ‘단순하다’로 풀이해요. 이런 한자말을 살펴보노라면 ‘간소하다·간략하다’도 나오는데, 이 모든 한자말은 서로 돌림풀이입니다. 그래서 ‘심플’이나 ‘단순한’ 같은 낱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는 참 흐리멍덩하지요. 이러니 겹말로 쓸밖에 없구나 싶기도 합니다. 말뜻이 제대로 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뜻을 헤아린다면 “수수해지고 작아지려는”이나 “깔끔해지고 작아지려는”으로 손보면 어떠할까 싶습니다. 이밖에 보기글을 살피면 “화사(華奢)함과 아름다움” 같은 말마디가 보이는데 한자말 ‘화사하다’는 ‘곱다’를 가리켜요. 이 대목도 겹말입니다. 2016.9.30.쇠.ㅅㄴㄹ



심플해지고 작아지려는 흐름이 문명의 새 패러다임이다. 작고 단순함에서 화사함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려는

→ 수수해지고 작아지려는 흐름이 문명에서 새 줄기이다. 작고 수수함에서 아름다움을 새롭게 찾아내려는

→ 깔끔해지고 작아지려는 흐름이 문명에서 새 길

이다. 작고 깔끔함에서 아름다움을 새롭게 찾아내려는

《장석주-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문학세계사,2016) 7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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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음표 한자말 235 : 장서藏書



장서(藏書) : 책을 간직하여 둠. 또는 그 책


무수한 장서藏書들이다

→ 헤아릴 수 없는 책들이다

→ 수많은 책들이다

→ 숱한 책들이다



  간직한 책을 가리켜 한자말로 ‘장서’라 한답니다. 이 같은 한자말을 써서 “장서가 많군요”라 할 수 있을 테고, 손쉽게 “책을 많이 간직하셨군요”나 “책을 많이 두셨군요”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장서’라고만 해서 헷갈릴까 걱정하며 ‘장서藏書’로 적는다면 이 한자말을 더 잘 알아볼 만할까요? 이럴 바에는 그냥 ‘책’이라고만 할 때가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2016.9.30.쇠.ㅅㄴㄹ



내 안이 도서관이라면 고독은 무수한 장서藏書들이다

→ 내 안이 도서관이라면 외로움은 숱한 책들이다

→ 내 안이 도서관이라면 쓸쓸함은 수많은 책들이다

《장석주-단순한 것이 아름답다》(문학세계사,2016) 145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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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말 손질 565 : 사나운 폭풍우



사나운 폭풍우

→ 사나운 비바람

→ 폭풍우


사납다 : 1. 성질이나 행동이 모질고 억세다 2. 생김새가 험하고 무섭다 3. 비, 바람 따위가 몹시 거칠고 심하다 4. 상황이나 사정 따위가 순탄하지 못하고 나쁘다 5. 음식물 따위가 거칠고 나쁘

세차다 : 1. 기세나 형세 따위가 힘 있고 억세다 2. 성미가 사납고 날카롭다. 또는 드세고 억척스럽다

폭풍우(暴風雨) : 1. 몹시 세찬 바람이 불면서 쏟아지는 큰비 2. 생활이나 사업 따위에서의 몹시 어려운 고통이나 난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한자말 ‘폭풍우’는 “세찬 바람과 쏟아지는 큰비”를 가리킨다고 해요. 한국말사전을 살피면 ‘세차다’를 풀이할 적에 ‘사납다’라는 낱말을 써요. ‘사납다’ 말뜻을 살피면 비나 바람이 몹시 거칠고 센 모습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폭풍우 = 사나운 비바람’인 얼거리요, “사나운 폭풍우”처럼 쓰면 “사나운 사나운 비바람” 꼴이 되어 겹말입니다. 한자말로는 ‘폭풍우’라고만 쓰거나, 한국말로는 “사나운 비바람”이나 “세찬 비바람”으로 손볼 노릇입니다. 2016.9.30.쇠.ㅅㄴㄹ



이제 사나운 폭풍우가 몰려 오는 거야

→ 이제 사나운 비바람이 몰려 오는 거야

→ 이제 세찬 비바람이 몰려 오지

《에리히 캐스트너/이희재 옮김-핑크트헨과 안톤》(시공주니어,1995) 190쪽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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