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7.


《뷰티풀 네임》

 사기사와 메구무 글/조양욱 옮김, 북폴리오, 2006.5.1.



해가 비춘다. 구름이 짙다. 제비는 우리 집을 바라보면서 한참 노래하다가 떠나고, 곁님은 마당 한켠을 씩씩하게 치운다. 솎은 부추하고 흰민들레를 옮겨심는다. 켜켜이 묵은 깜흙을 한쪽에 수북히 쌓는다. 낫하고 호미를 벼린다. 시골살이 열네 해란, 숫돌살림 열네 해란 뜻이기도 하다. 딱히 누구한테서 숫돌질을 배운 적이 없다. 그저 숫돌로 날을 벼려야 하는 줄 어깨너머로 보았을 뿐이고,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하셨는지 떠올리고, 먼 옛날 논밭지기가 어떻게 했을는지 어림한다. 아직 손에 안 익었을 무렵 칼 한 자루하고 가위 하나를 잘못 벼린 적이 있기에, 그때 일을 거울로 삼아서 차근차근 석석 달랜다. 《뷰티풀 네임》을 오래오래 아끼려다가 비로소 읽는다. 사기사와 메구무 님은 2004년 4월 11일 뒤로 더는 글을 쓸 수 없던 터라, 책은 일찌감치 곁에 두었어도 살살 쓰다듬기만 했다. 이 나라하고 저 나라 사이에서 그저 ‘사이’에 있을 수밖에 없고, ‘사이’란 늘 새로운 굴레였기에, 어느 쪽 말에도 마음을 둘 수 없어서 터져나오는 이름이 “뷰티풀 네임”일 테지. 2004년부터 2024년 사이에 이 나라에서 이만 한 글꽃을 선보인 분이 있을까? ‘문학상’은 많고 ‘한국문학’이란 허울은 깊지만, 글꽃을 등진 글꾼이 넘친다.


#さぎさわめぐむ, #鷺澤萌 #ビュ-ティフルネ-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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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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