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가 가만히 돌아본다.

 

 

ㄱ. 미국에서 배움길 석 달 마치고 돌아온 옆지기가 '한국살이'에 몸을 맞추려고 해롱거리는 동안, 두 아이 돌보기에서 세 아이 돌보기를 한다.

 

ㄴ. 한글날에 나오기로 했으나, 그림이 늦어져 책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 <숲말>이 언제 태어날 수 있을까 하고 기다린다.

 

ㄷ. ㅅ출판사에 원고를 보내어 검토를 받으려고 하는 <아빠 육아일기> 글을 추려서 모은다.

 

ㄹ. 2014년에 내놓을 '우리말 이야기책'인 <한국말 느낌풀이 사전> 자료를 모으고 밑글을 조금씩 쓴다.

 

ㅁ. 통장에 돈이 바닥나서, 한가위 때에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갈 수 있을까 갈 수 없을까 알쏭달쏭 지내면서, 부디, 도서관평생지킴이 한 사람 나타나기를 꿈꾼다.

 

ㅂ. 시를 읽고 시를 쓴다.

 

ㅅ. 아이들 자라나는 모습 즐겁게 바라본다.

 

ㅇ. 가을빛 누리면서, 제비는 바다 건너 따순 나라로 잘 돌아갔는지 헤아린다.

 

ㅈ. 풀벌레 노랫소리를 하염없이 듣는다.

 

ㅊ.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사진책 나올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ㅋ. 그러고 보면, 모두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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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네 식구를 이루어
고흥집으로 돌아간다.

 

큰짐 작은짐 알맞게 잘 들고
아이들과 함께
시골마을에 조용히 깃들어
느긋하게 하루를 누리는 삶으로
돌아가리라.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오붓하고 즐겁게
잘 돌아갈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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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은 참 재미난(?) 법이다. 국가정보원 사람들은 예전 안기부 이름으로 있을 적부터 '헌책방 감시'를 하곤 했다. 한 해에 한 차례쯤 헌책방에 와서 '장난'을 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는 누가 기사로 쓴 적도 없고, 기사로 쓴들 찾아서 읽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고 할 텐데,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일을 놓고 글을 몇 가지 남겼다.

 

http://blog.aladin.co.kr/hbooks/1258799 (글 1)

http://blog.aladin.co.kr/hbooks/1263571 (글 2)

http://blog.aladin.co.kr/hbooks/1336144 (글 3)

 

2007년에 헌책방 일꾼이 국가정보원 '공무원'한테 애먹은 이야기 하나.

 

http://blog.aladin.co.kr/hbooks/2429492 (글 4)

http://blog.aladin.co.kr/hbooks/2429497 (글 5)

 

2008년에 인문사회과학책방 일꾼이 국가보안법과 얽혀 들려준 이야기 하나.

국방부와 군대와 경찰이 언제쯤

없어지면서 국가정보원도 없어질 수 있을까

손꼽아 기다린다.

 

총과 칼과 몽둥이를 든 '공무원'은

모두 사라질 날을 애타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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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8-30 23:03   좋아요 1 | URL
글쎄요,국방부와 군대와 경찰과 국가정보원이 없어질 날이 올지 궁금합니다.전 세게 어느나라중에도 위 조직이 없는 나라가 없으니까요.
실제 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전 세게가 하나로 통합된 단일 지구 국가마저도 위 조직이 있으니까요(뭐 전쟁도 없을텐데 왜 존재하는지....뭐 대부분 외게인의 침략에 대비해서 라는군요ㅡ.ㅡ)

숲노래 2013-08-31 10:35   좋아요 1 | URL
경찰은 주민(국민)을 감시하고 사생활 정보를 모으고
국가정보원은 고문을 하고, 조작사건 만들고
군대는 합법으로 살인을 하는...

그야말로 3대악이라고 느껴요...

나그네 2013-09-07 19:37   좋아요 1 | URL
3대 악이라구요?
군대와 경찰, 국가정보원이 없는 나라가 있으면 함이야기 해보시구...
그 그것들이 없어지면, 법은 누가 지키고 그법을 이행할지 말해보세요...ㅡㅡ

아...있으나 없으나 같은 곳이 있네요...바로 소말리아 입니다...

그리고 세상에선 완벽한 민주주의도, 완벽한 공산주의도 없습니다...

숲노래 2013-09-07 19:58   좋아요 1 | URL
부탄이 있습니다.

저는 법을 몰라도 법에 어긋나게 살아 본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법을 모르지만 법을 '아름답게' 지키며 살아갑니다.

법은 누가 만들까요? 법은 누가 지켜야 할까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나 시장이나... 권력자는 법을 안 지킵니다.
그네들 삶에 맞추어 법을 바꾸지요.

네팔에도, 티벳에도 군대도 경찰도 국가정보원도 없어요.
평화롭던 모든 나라에는 군대도 경찰도 국가정보원도 없었어요.

그런 것 바라시면, 그런 것에 얽매인 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님이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님 둘레 사회는 굴러가기 마련입니다.

'3대 악'이란 군대와 경찰과 국가정보원인데,
여기에 '4대 악'을 손꼽는다면, 이런 3대 악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4대 악이 된답니다.

부디, 아름다운 넋과 사랑을 헤아리며 날마다 보듬으시기를 빕니다.
 

가장 좋다고 하는 집으로 돌아왔다.

월요일에 떠나 토요일 밤에 돌아왔다.

 

잠에 곯아떨어지고

잠에 흐느적거리던 아이들은

아무 말도 없이

집에 닿자마자

다시 쓰러져서 잔다.

 

나도 이것저것 치울 것 치우고

빨래할 것 빨래하고

널 것은 넌 다음

비로소 한숨 돌려

씻은 뒤

잠자리에 들려 한다.

 

참말

시골집이 가장 포근하며 넉넉하다.

밤노래도 사랑스럽고

밤바람도 보드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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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오늘은 금요일이라고 한다. 서울에 와서 아이들과 묵을 곳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여관마다 하는 말이 “오늘은 금요일이 아니라 주말이에요. 금토가 주말이에요.” 하고 말한다. 이런 말조차 안 하는 여관이 꽤 많았지만, 고맙게도 이런 말을 해 주는 데가 있어서 비로소 깨닫는다. 작은아이를 안고 큰아이를 걸리며 잠잘 곳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젊은 사내와 가시내는 서로 손을 잡거나 자가용을 몰면서 여관을 드나든다. 이들은 ‘하룻밤 묵기’ 아닌 ‘한 시간 놀기’를 하고는 만오천 원을 치른다.


  아이들이 새근새근 잘 잔다. 아이들은 앞으로 커서 서울로 볼일을 보러 올 적에 어떻게 잠집을 얻을까. 우리 아이들 커서 스스로 볼일 보러 돌아다닌다고 할 즈음에는 이 아이들 아버지인 나 스스로 돈을 알뜰살뜰 벌어서, 서울에서 우리 식구와 이웃이 느긋하게 쉬면서 하룻밤 묵을 잠집, 영어로 하자면 게스트하우스 하나를 어딘가 한쪽에 마련할 노릇일까 하고 헤아려 본다.


  답답하구나 하고 생각하는 서울에서 밤 두 시 구 분에 매미가 한 마리 운다. 큰아이 여섯째 생일이 지나간다. 4346.8.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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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17 12:44   좋아요 0 | URL
날도 더운데 함께살기님도 힘드실테지만 아이 둘이 아빠 잘 따라다니니 예쁘네요. 잠 잘 곳이라도 쉽게 찾아지면 좋으련만, 제 집이 서울이었다면 저희 집으로 오시라 했을텐데요.
사름벼리 생일이군요. 많이 컸어요. 엄마가 더울 때 낳고 몸조리 하느라 애쓰셨겠네요. 엄마도 지금 미국에서 그날 생각하겠어요.

숲노래 2013-08-18 08:34   좋아요 0 | URL
더운 날
서울사람은 서울사람대로
이녁 삶 꾸릴 테지요.

서울이라는 곳은
에어컨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구나 싶기도 해요.

아이들하고 이제 드디어
시골집으로 즐겁게 돌아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