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오늘은 금요일이라고 한다. 서울에 와서 아이들과 묵을 곳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여관마다 하는 말이 “오늘은 금요일이 아니라 주말이에요. 금토가 주말이에요.” 하고 말한다. 이런 말조차 안 하는 여관이 꽤 많았지만, 고맙게도 이런 말을 해 주는 데가 있어서 비로소 깨닫는다. 작은아이를 안고 큰아이를 걸리며 잠잘 곳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동안에도 젊은 사내와 가시내는 서로 손을 잡거나 자가용을 몰면서 여관을 드나든다. 이들은 ‘하룻밤 묵기’ 아닌 ‘한 시간 놀기’를 하고는 만오천 원을 치른다.
아이들이 새근새근 잘 잔다. 아이들은 앞으로 커서 서울로 볼일을 보러 올 적에 어떻게 잠집을 얻을까. 우리 아이들 커서 스스로 볼일 보러 돌아다닌다고 할 즈음에는 이 아이들 아버지인 나 스스로 돈을 알뜰살뜰 벌어서, 서울에서 우리 식구와 이웃이 느긋하게 쉬면서 하룻밤 묵을 잠집, 영어로 하자면 게스트하우스 하나를 어딘가 한쪽에 마련할 노릇일까 하고 헤아려 본다.
답답하구나 하고 생각하는 서울에서 밤 두 시 구 분에 매미가 한 마리 운다. 큰아이 여섯째 생일이 지나간다. 4346.8.1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