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글을 읽다보니 요즘 영화 파과의 원작소설인 파쇄와 파과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근데 작가는 왜 파과란 제목(?)을 썼을까 궁금했습니다.사실 파과란 단어는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은 단어이면서 약간은 성적인 뉘앙스를 갖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죠.
현재 인터넷에서 파과를 치면 다음과 같이 뜻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파과(破果):훔짓난 과일
파과(破瓜):여자 나이 16세 이팔청춘, 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함
그런데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어서인지 과거 쓰던 의미는 잘 안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과거에는 파과는 성행위로 처녀성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사실 과란 단어는 순수 한국말이 아닌 중국에서 건너온 한자 단어로 평상사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보니까 실제 그 뜻을 알기위해서는 단어에 쓰인 한자를 알아야 되고 한편으론 고대 중국에서 어떤 식으로 사용되었냐가 중요한 것이죠.
破瓜란 단어가 중국 고전에서 처음 쓰여진 것은 손작이란 시인의 情人碧玉歌(정인벽옥가)란 시에서 처음 등장합니다.
情人碧玉歌 / 孫綽(314~371)
碧玉破瓜時 벽옥파과시(푸른 옥처럼 오이가 깨질 때)
郞爲情顚倒 낭위정전도(님은 정으로 나를 덮었네)
感君不羞赧 감군불수난(님을 느껴 부끄러워 얼굴 붉히지 않나니)
回身就郞抱 회신취랑포(몸을 돌려 님에게 가 포옹을 하였네)
시의 2행을 해석하면 郞(낭군 애인)이 爲情(정으로써)顚倒(① 엎어져 넘어지거나 넘어뜨림 ② 차례, 위치, 이치, 가치관이 뒤 바뀌어 꺼구로 됨) 즉 정인(낭군)이 사랑으로써 여성을 넘어뜨리니(애정행위를 의미)이므로 1행의 破瓜時(오이가 깨질때)는 여성이 처녀성을 잃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것이죠.
3~4행은 말 그대로 사랑 행위뒤에 얼굴을 붉히지 아니하고 몸을 돌려 정인인 사내를 포옹했다는 의미이니 참 현대인이 보기에도 적나라한 애정표현을 그린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본다면 시인이 파과를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잘 알수 있으면 과거 중국의 고전 에로 소설 역시도 파과를 처녀성 상실의 의미로 사용했습니다.그리고 과거 5~`60년대 한국 소설에서도 이런 의미로 파과란 단어가 사용된 것을 본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중국에서도 세월이 흘러 破瓜(파과)의 의미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송나라의 측목이 지은 백과사전 시무취록중에 수록된 여동빈의 시 일장게류시에는 공이 이루어지는 것은 마땅히 오이가 깨지는 해이니 햇수를 누린지 64세에 죽었다란 시귀가 있는데 이는 ‘瓜’ 자를 파자하면 ‘八’이 두 개가 되는데, 이를 곱하면 64가 되기 때문에 남성의 나이 64세를 이르는 말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청대에 이르러서 적호의 통속편에 보면 “풍속에서는 여자가 몸을 망치는 것(처녀성 상실)을 破瓜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瓜자를 깨어보면 팔(八) 두 개인데 이는 나이가 16세가 되는 것을 말할뿐이다라고 재해석 하기도 했지요.
사실 이제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과거에 파과란 단어를 어떻게 썼는지 알지도 못하고 또 파과란 단어를 거의 듣거나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사멸된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에로틱한 원뜻은 살아 있는지 구글에서 중국고전소설+파과란 단어를 치면 청소년에게 유해한 결과는 제외되었습니다. 만 19세 이상의 사용자는 성인인증을 통해 모든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는 표시가 뜨면서 검색이 제한되고 있네요.
아무튼 작가가 파과란 뜻을 아는지 모르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단어란 것이 시대가 바뀌면서 뜻도 바뀐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