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에는 옆지기가 미국에서 돌아온다.

아이들은 이제 팔월에 드디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

 

팔월에는 <숲말> 낱말풀이를 모두 마친 뒤

내 어떤 글로 책이 태어나도록 할까를

슬기롭게 생각해서 글삯 벌어

옆지기 미국에서 공부하느라 들어간 돈

갚을 길 찾아야 한다.

 

팔월에는 전남 순천 헌책방 <형설서점>에서

'책 읽는 아이' 사진잔치를 연다.

우리 아이들 '책 읽는 모습' 사진을

이제 여섯 해만에 바깥에 선보인다.

 

팔월에는 더위가 한껏 무르익다가

차츰 선들선들 바람이 찾아들 테지.

 

팔월에는 마을사람들 농약뿌리기가

한껏 가장 드세리라.

 

팔월에는 팔월꽃 무엇일까

두리번두리번 잘 살피며

풀내음 한껏 누리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침 낮에

마을빨래터 청소하며 물놀이 했다.

큰아이가 오늘 아침에 비로소 다 낫고는

조잘조잘 떠드는 수다쟁이로 돌아왔다.

아플 적에는 온 집안 조용하더니

다 낫자마자 아주 시끌벅적하다.

 

이리하여 마을빨래터에 열흘 만인가

청소하며 물놀이를 하러 갔다 오는데

이것으로는 모자라는구나.

 

그래, 낮 네 시 지나며

더위 살짝 꺾이는 이무렵

바닷가로 자전거 타고 다녀와야겠네.

 

바다 다녀와서 모두들 기운 쏙 빠져서

새근새근 잘 자면 좋겠다.

아마 너희 아버지도 기운이 옴팡 빠져서

쓰러져 잠들겠지.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13-07-28 21:27   좋아요 0 | URL
저도 바닷가에 가서 자전거 타고 놀고 싶네요.
상상만 해도 참 기분이 좋아집니다.^^

숲노래 2013-07-28 21:49   좋아요 0 | URL
꼭 누리셔요.
반드시 먼 바다까지 가야 하지 않고요.
시골까지 안 가도 돼요.

자동차 짐칸에 자전거 실어 가도 되지요.
바다에 서고, 바닷가를 따라 자전거 밟으며
바람을 쐬고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참말 깨끗해진답니다.

hnine 2013-07-29 18:07   좋아요 0 | URL
사름벼리가 이제 나았다니 제일 반갑네요.
아이가 아프면 정말 집안이 조용하지요. 그러다가 아이 목소리가 집안을 채우기 시작하면 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어요.

숲노래 2013-07-29 19:40   좋아요 0 | URL
네, 아이들 아프면 참 힘들어요.
반갑지요.
집안이 다시 '시끄러우'니 반갑고
개구지게 잘 놀아서 반갑습니다~~
 

아이들이 서로 갈마들며 아프다 보니

차라리 내가 아프기를 바라기도 하다가

나까지 아프면 아이들 누가 돌보랴 싶어

그래 그냥 아이들이 좀 아프다 나을 때가

가장 낫겠다고 느꼈다.

 

이래저래 어수선한 몸과 마음이었는데

조용히 눈을 감고 보름달빛과 밤노래소리

가만히 받아들이면서

찬찬히 이야기를 풀어내니,

《이오덕 일기》 다섯째 권 느낌글이

술술 흘러나온다.

 

이제 이 일기책 느낌글은 마무리짓는다.

다른 몇 가지 일들 잘 끝내고

새로 갈무리할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하면서 하나씩 하자.

 

옆지기 배움삯 카드값으로

이달에 300만 원 나가야 하는데

이 일 또한 마음 차분히 가다듬고

잘 생각을 기울이면

슬기롭게 풀리는 길 나오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 주말까지

도서관 평생 지킴이 두 사람을 받아야

비로소

미국에서 공부하는 옆지기 배움삯과 이것저것

댈 돈이 된다.

 

만만하지 않네, 하고 생각하면서

왜 만만하지 않느냐 생각하다가

돈이 모이면 모이는 대로

돈이 못 모이면 못 모이는 대로

이제껏 요모조모 아이들과 함께

잘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하는 생각을 품는다.

 

더위와 추위를 함께 먹느라 애먹는 큰아이

몸을 살피면서 이불깃 여미거나 부채질을 한다.

몸살 하루 앓고 튼튼하게 잘 노는 작은아이

땀이 나는가 안 나는가 살핀다.

 

마을 논개구리들

끔찍한 항공방제 여러 날 지났어도

용케 적잖이 살아남아

밤노래 들려준다.

 

우리 식구 잘 살아갈 길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도 아름다운 생각 품으며

즐겁게 하룻밤 누리며 새 하루 맞이하자.

 

도서관 합판 책꽂이마다 곰팡이 피어

원목 책꽂이로 바꾸어야겠구나 생각하는데,

뭐, 어느 일이든 안 될 턱이 있겠나.

 

찬물로 몸 한 차례 씻고

아이들 사이에 누워

두 아이 어루만지며 즐겁게 잠들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들이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며

아이들 바라보며 누리는 이야기

새로 샘솟습니다.

 

오늘밤

아이들 재우다가 문득

꿈속에서

'시골아이'라는 이름 하나

새롭게 붙여서

무언가

천천히 천천히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옛날에는 다들 가던 길이었을 텐데

오늘날에는 다들 안 가는구나 싶은 길이라

그저 혼자 씩씩하고 즐겁게

걸어가며

게시판을 하나 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