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하는 소년 콩닥콩닥 7
마가렛 체임벌린 그림, 크레이그 팜랜즈 글 / 책과콩나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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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4



뜨개질하고 살림하는 사내가 아름다워라

― 뜨개질하는 소년

 크레이그 팜랜즈 글

 마가렛 체임벌린 그림

 천미나 옮김

 책과콩나무 펴냄,2015.8.20. 11000원



  나는 어떤 어른으로 살림을 지을 적에 아름다울까요?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 문득 이 대목을 돌아봅니다. 큰아이가 아홉 살 나이로 넘어설 문턱에서 이 대목을 새삼스레 헤아립니다. 곰곰이 돌아보니 어떤 어른으로서 어떤 살림을 지을 적에 아름다운가 하는 대목을 건드리거나 짚어 주는 둘레 이웃이나 어른은 찾아보기 어려웠구나 싶습니다. 한집에서 지내는 곁님을 빼고는 이러한 대목을 이야기하거나 밝히는 사람이 몹시 드물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둘레에서 이러한 대목을 이야기하거나 밝히는 사람이 드물기에 나 스스로 이 대목을 잊거나 놓쳐도 되지는 않을 테지요.


  사내가 집안일을 왜 하거나 배우려 하느냐는 소리를 익히 들으면서 자란 어린 날을 되새깁니다. 집에 가시내가 있는데 왜 마흔 넘은 사내가 집안일을 하느냐는 소리를 아직도 들으면서 두 아이를 건사합니다. 한해넘이를 앞두고 문득 생각에 잠깁니다. 삶을 슬기롭게 바라보도록 북돋우는 소리라면 귀여겨들을 노릇이고, 삶을 슬기롭게 마주하도록 이끄는 소리가 아니라면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노릇이지 싶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오붓하게 지을 살림을 생각할 노릇이고, 앞으로 이 보금자리를 차근차근 곱게 가눌 길을 살필 노릇이지 싶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맨날 데굴데굴 구르고, 던지고, 소리를 지르며 놀았어요. 하지만 라피는 시끄러운 소리나 거친 놀이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쉬는 시간이면 혼자 가만히 앉아 있거나 함께 있어 줄 선생님을 찾아다니곤 했어요. 평화롭고 조용한 시간을 누리고 싶어서요. (5쪽)



  크레이그 팜랜즈 님이 글을 쓰고, 마가렛 체임벌린 님이 그림을 그린 《뜨개질하는 소년》(책과콩나무,2015)을 아이들하고 거듭거듭 재미있게 읽습니다. 뜨개질하는 소년이라니, 얼마나 멋있고 사랑스러우면서 의젓한가 하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내가 뜨개질을 하기에 멋있고 사랑스러우면서 의젓하지는 않습니다. 가시내가 뜨개질을 할 적에도 멋있고 사랑스러우면서 의젓합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스스로 좋아하는 길을 찾을 뿐 아니라, 스스로 즐겁게 삶을 짓는 길을 생각하며, 이 길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와 교사한테서 사랑을 받습니다. 따순 눈길로 ‘치우침 없이’ 바라보는 사랑을 받으면서 기쁘게 뜨개질을 하지요.




“선생님, 뭐하세요?” 라피가 묻자, 선생님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어요. “동생한테 줄 목도리를 뜨고 있단다.” “와, 예쁘다! 선생님, 뜨개질 하는 거 어려워요?”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할 수 있어. 가르쳐 줄까?” “네, 네! 가르쳐 주세요!” (7쪽)



  학교에서 공차기를 안 하는 ‘라피’라는 아이는 으레 놀림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라피는 일부러 애써 공차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라피는 알록달록하거나 울긋불긋한 빛깔하고 무늬가 깃든 옷을 입고 싶습니다. 애써 거무죽죽하거나 시커먼 옷을 입고 싶지 않습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입니다만, 치마는 가시내만 입을 옷이 아닙니다. 사내도 입고 싶으면 얼마든지 입을 만합니다. 발을 하나씩 꿰기에 바지이고, 허리에 두르기에 치마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이 그림책에 나오는 라피라는 아이가 치마를 두르지는 않습니다.


  뜨개질하는 아이는 뜨개질만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노래하기를 즐기고, 그림 그리기를 사랑하며, 뜨개질하기를 새로 익혀서 언제나 신이 나서 이 삶을 누릴 뿐입니다.


  라피는 학교에서 ‘가시내 같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을 어머니한테 고스란히 옮깁니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는 ‘아이(라피)가 얼마나 자랑스러우면서 사랑스럽고 훌륭한 아이(아들)’인가 하는 대목을 부드럽게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는 어머니 말을 듣고 한결 씩씩하게 기운을 내고, 더욱 즐겁게 잠자리에 든 뒤에, 학교에서 어떤 일을 겪더라도 의젓하고 당찬 몸짓이 됩니다.




“엄마? 내가 이상하고 특이한 거예요? 나는 왜 노래하고, 그림 그리고, 뜨개질하는 걸 좋아할까요? 엄마는 내가, 여자애 같아요?” “아니. 엄마는 네가 아주 라피 같은데. 왜?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남자애들은 맨날 축구 얘기만 해요. 엄마, 나 정말 여자애 같은 거 아니죠?” “여자애라니? 라피, 좋아하는 게 다른 애들이랑 다를 뿐이지. 넌 엄마 아빠의 훌륭한 아들이야. 엄마 아빠는 네가 아주 자랑스럽단다.” (16∼17쪽)



  나는 곧잘 바느질을 합니다. 아버지가 집에서 바느질을 하면 두 아이가 “뭔데? 뭔데?” 하면서 곁에 달라붙습니다. 한참 바느질을 구경하다가 저희도 바느질을 해 보겠노라 엉겨붙기도 합니다. 절구질을 하고 설거지를 하는 몸짓쯤은 큰아이도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다면서, 큰아이는 씩씩한 살림순이가 되기도 합니다.


  어버이는 아이한테 무엇을 보여주거나 가르칠 수 있을까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어떤 삶을 보여주거나 살림을 가르치는 하루일까요?


  아이들은 어버이 손길을 기다립니다. 아이들은 어른 눈길을 바라봅니다. 삶을 보여줄 어버이 손길을 기다리고, 사랑을 가르칠 어른 눈길을 바라보지요. 오직 뜨개질뿐만 아니라, 삽질도 호미질도 낫질도 톱질도 망치질도 기다립니다. 사내이든 가시내이든 아이들 스스로 손을 놀려서 살림을 짓는 길을 배우고 싶습니다.




라피는 학교에 도착하자 오도넬 선생님에게 달려갔어요. “선생님, 보여 드릴 게 있어요.” 선생님은 천천히 가방을 열어 보았어요. “어머나, 망토잖아! 네가 지었니? 라피, 정말 놀랍구나.” (26쪽)


라피 생일에 엄마는 특별한 상표를 선물해 주었어요. 라피가 뜨개질과 바느질을 끝낼 때마다 달 수 있는 라미만의 상표였지요. ‘디자이너 라피’ (31쪽)



  《뜨개질하는 소년》이라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아버지한테 목도리를 손수 떠서 선물합니다. 치렁치렁 길게 늘어지는 멋진 목도리입니다. 이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멋지고 훌륭한 아이를 바라보면서 이 아이한테 걸맞는 선물을 해 주기로 합니다. 아이가 뜨개질을 마치면, 이 뜨개옷에 붙일 ‘이름표(상표)’를 마련해 주어요. ‘디자이너 라피’라는 이름을 넣어서.


  온누리에 오직 한 벌뿐인 옷을 짓는 아이인 셈입니다. 온누리에 오직 이 보금자리에서만 감도는 따순 사랑을 받아서 자라는 아이인 셈입니다. 그러니까 온누리 모든 집안에서 저마다 다르면서 고운 사랑이 즐겁게 자라서 마음껏 넘칠 수 있다면 아름다운 살림이 되리라 느껴요.


  뜨개질하는 아저씨가 예쁩니다. 집안일하는 아버지가 곱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다 함께 살림을 돌보고 삶을 짓는 하루가 될 때에 이곳에서 사랑이 싹틉니다. 4348.12.29.불.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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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공주 비룡소의 그림동화 141
배빗 콜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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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8



‘나이가 꽉 차’도 시집가기 싫은 공주

― 내 멋대로 공주

 배빗 콜 글·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펴냄, 2005.5.17. 9000원



  아이들은 얼마든지 놀 만합니다. 어른도 얼마든지 놀 만합니다. 공부만 해야 하는 아이가 아니고, 일만 해야 하는 어른이 아닙니다. 삶을 즐겁게 누릴 아이요 어른이고, 삶을 사랑스레 가꿀 아이요 어른입니다.


  아이는 나이에 맞추어 이것을 하거나 저것을 해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가 똑같은 나이에 글을 떼거나 어떤 학교를 마쳐야 하지 않습니다. 모든 아이가 똑같은 어느 나이에 이르러 어떤 일을 반드시 해내야 하지 않아요. 더군다나 아이한테는 ‘꽉 찬 나이’가 없습니다.


  이는 어른한테도 마찬가지예요. 어른도 몇 살 나이가 되었으니 이런 일을 꼭 해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도 어느 나이에 이르면 무엇을 반드시 해내야 하지 않습니다.



내 멋대로 공주는 결혼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가씨로 지내는 게 좋았거든요. 하지만 공주가 워낙 예쁘고 부자여서 모든 왕자들이 결혼하고 싶어 했죠. (2∼3쪽)



  배빗 콜 님이 빚은 이쁘장한 그림책 《내 멋대로 공주》(비룡소,2005)를 재미있게 읽습니다. 책이름처럼 ‘내 멋대로’라고 하는 공주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괴물이라고 여길 만한 짐승을 귀염둥이로 곁에 둡니다. 언제나 귀염둥이 짐승(괴물)을 돌보고, 드넓은 꽃밭을 가꾸면서 하루를 누려요. 내 멋대로 공주로서는 나이가 꽉 찼기에 혼인을 한다든지 시집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습니다. 내 멋대로 공주로서는 공주 이름 그대로 ‘마음껏 하고픈’ 대로 하면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하루는 왕비가 말했어요. “너도 이제 나이가 꽉 찼으니 짐승들하고 그만 노닥거리고 어서 남편감이나 찾아라!” (6쪽)



  어버이가 왕이나 왕비라고 해서 아이한테 꼭 ‘왕국을 물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어버이한테서 굳이 왕국을 물려받아야 하지 않습니다. 왕국뿐 아니라 커다란 회사도 이와 같다고 할 만해요. 어버이가 어떤 내로라하는 대단한 회사를 세운 대표나 회장이나 사장이라 하더라도 아이가 구태여 그런 회사를 물려받아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어버이로서는 아이를 ‘후계자’로 여길 수 있을 테지만, 아이로서는 아이 나름대로 아이 삶을 즐겁고 씩씩하면서 알차게 가꾸는 꿈을 키울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군인이기에 아이도 군인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운동선수이기에 아이도 운동선수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의사이기에 아이도 의사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가 교사이기에 아이도 교사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아이 스스로 가장 즐겁거나 기쁜 삶을 찾아서 꿈을 키울 노릇입니다.




아무도 공주가 시킨 일을 해내지 못했어요. 왕자들은 모두 쑥스러워하며 성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됐겠지?” 내 멋대로 공주는 킥킥 웃으며 말했죠. 공주는 이제야 마음이 푹 놓였어요. 그런데 바로 그때 뺀질이 왕자가 짜잔 나타난 거예요! (20∼21쪽)



  그림책 《내 멋대로 공주》에 나오는 내 멋대로 공주는 ‘아무튼 어머니 아버지 말을 듣기’로 합니다. 그래서 공주한테 찾아온 수많은 왕자한테 이것저것 시켜 봅니다. 공주가 시키는 일을 거뜬히 해낼 수 있어야 ‘남편감’으로 받아들이겠노라 하고 밝힙니다.


  수많은 나라에서 찾아온 수많은 왕자는 공주가 시키는 일을 하나도 못 합니다. 그도 그럴 까닭이 공주는 공주 스스로 좋아하고 사랑하며 즐기는 일을 왕자들한테 시키는데, 수많은 왕자 가운데 ‘내 멋대로 공주가 여느 때에 즐겁게 하는 일(놀이)’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없어요. 공주한테 찾아온 왕자는 너나 할 것 없이 ‘공주 겉모습’이나 ‘공주 재산’을 바라보면서 찾아왔을 뿐입니다. 공주하고 사이좋게 놀거나 어울리면서 ‘먼저 동무가 되려는 마음’인 사람이 없어요.


  생각해 보셔요. 사이좋은 동무로 함께 놀고 꿈꾸고 사랑하려는 사이가 아니라, 그저 ‘공주와 왕자’라고 하는 ‘후계자로 짝짓기’만 해야 한다면, 공주는 살아가는 보람이나 뜻이 없습니다. 왕자한테도 이런 삶은 보람이나 뜻이 없을 테고요. 즐거움도 기쁨도 없이 왕좌에 앉는 일이란 웃음도 노래도 이야기도 흐르기 어렵습니다.




뺀질이 왕자는 내 멋대로 공주도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공주는 하는 수 없이 왕자에게 마법의 뽀뽀를 했고 ……. (26∼27쪽)



  수많은 왕자는 공주가 시키는 일을 해내지 못하는데, 마지막으로 뺀질이 왕자는 공주가 시키는 일을 모두 거뜬히 해냅니다. 이러면서 뺀질이 왕자는 생각합니다. “내 멋대로 공주도 별것 아니군”


  자, 이제 뺀질이 왕자는 어떻게 될까요? 뺀질이 왕자는 수많은 ‘경쟁자’를 신나게 물리치고 내 멋대로 공주하고 짝이 될까요? 공주를 아끼거나 사랑하려는 마음이 아닌 ‘공주가 시키는 일쯤이야 대수롭지도 않다’고 여기는 마음으로 공주하고 어떤 삶을 누리려 하는 생각일까요?


  공주는 ‘하는 수 없이’ 왕자한테 뽀뽀를 합니다. 그러나 그냥 뽀뽀가 아닌 ‘마법 뽀뽀’입니다. 왕자는 ‘마법 뽀뽀’인 줄 모르는 채 ‘다른 모든 경쟁자를 물리쳐서 으뜸이 되었다는 자랑’만 생각합니다. 즐거운 삶을 짓는 놀이를 꿈꾸는 공주는 마지막 장난으로 ‘마법 뽀뽀’를 하는데, 이를 받아들일 만한 뺀질이 왕자가 될는지, 아니면 ‘저런 공주하고는 못 살겠다’고 외칠는지, 마지막 이야기는 우리가 저마다 가만히 생각해 보아야지 싶습니다. 4348.12.25.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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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42
로버트 배리 글.그림, 김영진 옮김 / 길벗어린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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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7



‘성탄절나무’ 한 그루가 돌고 돌아서

―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로버트 배리 글·그림

 김영진 옮김

 길벗어린이 펴냄, 2014.12.1. 1만 원



  선물은 언제 우리한테 올까요? 선물은 누가 우리한테 줄까요? 선물은 어디에서 샘솟아서 우리한테 이를까요? 선물은 왜 우리한테 나타날까요? 선물은 어떻게 우리한테 닿을까요?


  하늘에서 뚝 하고 선물이 찾아올 수 있을 테지만, 선물이 우리한테 오려면 ‘선물이 될 것’을 우리가 애타게 바라고 꿈꾸며 빌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우리 스스로 애타게 바라거나 꿈꾸거나 빌지 않고서야 선물을 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느낍니다. 늘 생각하고 언제나 가슴에 두기에 선물을 받을 만하구나 싶습니다. ‘소원종이’에 바람이나 꿈을 적는다고 하듯이, 마음에 어떤 꿈을 생각으로 깊게 새겨서 노상 되뇔 수 있을 때에 이러한 바람이나 꿈을 이룰 수 있지 싶습니다.



나무를 세우고 보니 상상한 것과 퍽 달랐어요. 나무 꼭대기가 천장에 닿아 픽 꺾였어요. 윌로비 씨가 한숨을 폭 쉬었어요. “오, 이런! 이대로 둘 순 없지!” (8쪽)




  로버트 배리 님이 빚은 그림책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길벗어린이,2014)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한 해가 저무는 섣달에서도 스물나흘째 날에 생기는 일을 재미나게 담은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 첫머리를 보면 윌로비라고 하는 할아버지 댁에 ‘성탄절나무’ 한 그루가 찾아오는 모습이 나옵니다. 윌로비 씨는 무척 큰 집을 거느린 분이고, 무척 커다란 성탄절나무를 이녁 집안에 들이려 합니다. 그런데 커다란 집이지만 커다란 나무가 그만 다 안 들어갑니다. 나무 꼭대기가 천장에 닿아서 구부러집니다.


  윌로비 씨는 나무 꼭대기가 구부러지니 집사를 불러서 꼭대기를 자르라고 말합니다. 집사는 나무 꼭대기를 자르지요. 그러고는 이 나무 꼭대기를 이 커다란 집에서 일하는 다른 사람한테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 이 ‘잘린 나무 꼭대기’를 받은 사람은 이녁 나름대로 이녁 방에도 놓으려 하는데 이녁 방에서 천장에 닿으니 새삼스레 다시 ‘나무 꼭대기’를 또 잘라요.



정원사 팀 아저씨가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보았어요. 팀 아저씨는 버려진 나무를 그냥 지나칠 사람이 아니었어요. (14쪽)



  그림책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를 보면 ‘나무 꼭대기’는 자꾸 잘립니다. 여러 사람 손을 거친 뒤에는 여우가 이 나무 꼭대기를 봅니다. 여우는 이녁 보금자리로 가져가서 이 ‘여러 차례 잘려서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두는데 또 ‘나무 꼭대기’가 천장에 닿는군요.


  나무 꼭대기는 또 잘려서 버려집니다. 그리고, 이렇게 잘려서 버려진 나무 꼭대기는 자꾸자꾸 다른 짐승 손으로 갑니다. 더 작은 짐승이 ‘더 작아진 나무 꼭대기’를 손에 쥡니다. 처음에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였는데 차츰 자그마한 ‘나무 꼭대기’가 되고, 마지막으로 생쥐한테 이릅니다.




밤이 깊었어요. 아빠 여우가 지나가다가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봤어요. 아빠 여우는 곰곰 생각하다가 자루에 나무 꼭대기를 담았어요. (22쪽)



  생쥐한테까지 닿은 ‘나무 꼭대기’는 사람 눈길로 보자면 매우 작습니다. 그렇지만 생쥐한테 ‘마지막으로 남은 나무 꼭대기’는 작지 않습니다. 사람한테는 매우 작아 보일는지 모르나, 생쥐한테는 ‘무척 큰’ 나무 한 그루라고까지 할 만합니다. 생쥐는 ‘나무 꼭대기를 집으로 가져가느’라 무척 애먹습니다. 눈밭에서 구르고 넘어지거든요. 아빠 생쥐가 나무 꼭대기를 가까스로 집까지 끌고 가니, 이 나무 꼭대기는 생쥐네 집에 꼭 들어맞습니다. 생쥐네 집에서는 더 ‘나무 꼭대기를 잘라야 할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밤에 윌로비 씨를 비롯해서 여우며 토끼이며 생쥐이며 모두 기쁜 웃음이 가득합니다. 저마다 제 보금자리에 알맞게 ‘성탄절나무’ 한 그루를 집안에 두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집이든 크고작은 짐승이 사는 집이든 저마다 가슴으로 품는 꿈으로 바라보는 성탄절나무를 누립니다.



아빠 생쥐가 지나가다가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봤어요. 아빠 생쥐는 나무 꼭대기를 끌고 가다가 눈밭에서 꽈당. 계단을 오르다가 미끌미끌 꽈당! 후유,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어요. 엄마 생쥐가 손뼉을 짝 쳤어요. “어쩜, 우리 집에 딱 맞아요!” 생쥐 식구는 나무 꼭대기에 샛노란 치즈 별을 달았어요. (30∼31쪽)




  나는 책상맡에 ‘내 꿈’을 적거나 그린 종이를 올려놓거나 붙입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저희 꿈을 적거나 그린 종이를 문이나 벽마다 붙입니다. 우리는 우리 꿈을 아침저녁으로 언제나 새삼스레 바라봅니다. 마음에 품은 꿈을 늘 바라보면서 이러한 꿈으로 나아가는 길을 새롭게 생각합니다. 스스로 꿈길로 걸어가고, 스스로 꿈노래를 부릅니다. 하려고 하는 일을 생각하고, 이루려는 사랑을 생각합니다. 나아갈 길을 헤아리고, 함께 어우러질 살림을 헤아립니다.


  그림책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무 꼭대기’를 얻은 이들은 모두 ‘이만 한 크기로 성탄절나무가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나무 꼭대기가 버려질 때마다 길에서 이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어요. 모두들 길에서 이 ‘버려진 나무 꼭대기’를 알아보았어요.


  여느 때에 늘 꿈으로 마음에 품지 않았다면 ‘나무 꼭대기가 버려진 자리’ 옆을 지나갈 일이 없었으리라 느껴요. 언제나 꿈으로 고이 마음에 품었기에 ‘나무 꼭대기가 버려진 자리’ 옆을 지나갔을 테고, 나무 꼭대기를 알아보았구나 싶어요. 왜냐하면, 나무 꼭대기가 버려진 자리 옆을 지나가면서 ‘다른 것’은 알아보지 않고 오직 ‘나무 꼭대기’만 알아보거든요.


  한 해가 저무는 섣달 끝자락에서 지난 발걸음을 되새기고, 앞으로 내딛을 발걸음을 되짚습니다. 꿈을 품기에 꿈을 이룬다고 하는 말을 곱씹습니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꿈을 아이들하고 함께 새롭게 종이에 적거나 그려서 잘 보이는 자리를 골라서 척 붙여야겠습니다. 4348.12.23.물.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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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보푸리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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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6



어머니가 짠 털옷이 사랑스러워요

― 내 친구 보푸리

 다카하시 노조미 글·그림

 이준영 옮김

 북극곰 펴냄, 2014.2.28. 15000원



  그림책 《내 친구 보푸리》(북극곰,2014)를 읽습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이 그림책을 재미있게 들여다봅니다. 털실로 짠 털옷을 입은 아이가 털실 끝자락이 살며시 풀리며 생긴 보풀한테 ‘보푸리(보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제 고운 놀이동무로 삼는 이야기를 즐겁게 마주합니다.



나는 이 스웨터가 제일 좋아요! 그리고 보푸리는 내 친구예요. (2쪽)




  아이한테는 보풀 하나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조약돌 하나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종잇조각 하나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연필 한 자루도 동무가 됩니다. 아이한테는 장난감이나 인형뿐 아니라 병뚜껑이나 나무토막도 얼마든지 동무가 되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혼자 놉니다. 아마 집에 다른 놀이동무가 없는 탓입니다. 언니도 없고 동생도 없어요. 혼자 노는 아이는 어머니가 저랑 내내 놀아 줄 수 없는 줄 알기에 혼자 놀면서 ‘보푸리’라고 하는 새로운 놀이동무, 그러니까 ‘꿈으로 짓고, 코앞에서는 보풀 하나로 늘 만지작거리는’ 따사로운 숨결하고 사귀어요.



스웨터가 더러워지면 보푸리랑 같이 빨래를 해요. 그리고 함께 햇볕을 쬐요. (5∼6쪽)




  아이가 혼자이지 않고 여럿이라 하더라도 보푸리 같은 동무를 얼마든지 사귑니다. 아이들도 때로는 혼자 조용하거나 고요하게 놀고 싶거든요. 아이들은 서로 뒤엉켜서 얼크러져서 놀기를 즐기지만, 때때로 홀로 해바라기를 하거나 나무 밑에서 그늘을 누리면서 생각에 잠기기를 즐기기도 해요.


  밤하늘에 가득한 별을 동무로 삼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둥둥 떠다니는 먼지 알갱이를 동무로 삼을 수 있어요. 나비를 동무로 삼을 수 있고, 풀씨나 꽃잎을 동무로 삼을 수 있어요. 모두 따사로운 동무이고, 모두 반가운 동무예요. 모두 기쁜 동무이고, 모두 사이좋은 동무이지요.


  따사로운 동무이기에 어디를 가든 함께 갑니다. 반가운 동무이기에 신나는 일이건 슬픈 일이건 모두 털어놓습니다. 기쁜 동무이기에 늘 마음을 기울이고, 사이좋은 동무이기에 언제 어디에서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놀고 싶어요.



마침내 보푸리가 걸린 곳에 도착했어요. 하지만, 보푸리는 이제 털실 뭉치가 되었어요. (22쪽)



  그림책 《내 친구 보푸리》를 보면 어머니 심부름을 하던 아이가 그만 보푸리를 잃습니다. 털옷 한 자락이 어딘가에 걸려서 털옷이 그만 한 올 두 올 풀리는 줄 잊었거든요. 집으로 돌아와서야 털옷이 모두 풀린 줄 알아차렸지만 보푸리는 그만 사라지고 없습니다. 아끼던 털옷인데, 어머니가 사랑으로 떠서 베푼 선물인데, 살가운 놀이동무 보푸리가 달린 털옷인데, 아이는 몹시 서운하고 슬픕니다.




엄마가 뜨개질을 시작했어요. 털실 뭉치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어요. (25쪽)



  어머니는 아이 마음을 읽습니다. 얘야, 그 털실뭉치를 주렴, 그리고 어머니를 거들어 주렴, 털실뭉치를 다시 잘 여미어 실꾸리를 빚고, 이 실꾸리를 바늘 둘을 써서 새롭게 털옷을 지으면 되지.


  어머니는 솜씨 좋게 뜨개질을 합니다. 온누리 모든 어머니는 솜씨가 좋습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도 솜씨가 좋아요. 아이들은 제 어버이 곁에서 사랑스러운 손길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삶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 옆에서 따사로운 손길을 찬찬히 느끼면서 살림을 배웁니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랑 함께 지내는 보금자리에서 고운 손길을 느끼면서 시나브로 사랑을 꿈을 노래를 이야기를 하나하나 새롭게 배웁니다.


  바야흐로 어머니는 새 털옷을 짜 주었고, 아이는 보푸리를 새롭게 만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사랑이요 살림이요 꿈이며, 언제나 오직 따사롭고 고운 손길로 함께 짓는 삶이며 이야기이고 노래입니다. 4348.12.21.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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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말이야
장 뒤프라 지음, 조정훈 옮김, 넬리 블루망탈 그림 / 키즈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5



시골에서 밤하늘을 보았니?

― 태양은 말이야

 장 뒤프라 글

 넬리 블루망탈 그림

 조정훈 옮김

 키즈엠 펴냄, 2012.10.26. 11000원



  시골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눈부시도록 쏟아지는 별잔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전깃불이 없고 자동차도 오가지 않는 시골일 때에 흐드러지는 별잔치를 누리면서 즐겁게 춤을 출 만합니다. 달밤에 춤을 춘다는 말이 있는데, 별이 쏟아지는 한밤에 별잔치를 올려다보노라면 참말 저절로 춤이 흘러나옵니다.


  고요한 겨울 밤이든, 개구리 노랫소리로 우렁찬 여름 밤이든, 또 풀벌레 노랫소리가 고즈넉한 가을 밤이든, 아니면 무럭무럭 자라난 새끼 새들이 신나게 노래하다가 잠드는 봄 밤이든, 별밤이란 더없이 고운 숨결이 흐르는 때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고 쉬를 누러 마당으로 내려서는 한밤이면 으레 마당 한복판에 서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뒤꼍에도 올라 빙글빙글 돌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합니다. 미리내를 살피고 숱한 별자리를 헤아리며 초롱초롱 빛나는 저 별처럼 이 지구별도 초롱초롱 빛나면서 저 별한테 보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앗, 눈부셔!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2쪽)



  장 뒤프라 님이 글을 쓰고 넬리 블루망탈 님이 그림을 그린 《태양은 말이야》(키즈엠,2012)를 재미있게 읽습니다. 이 그림책을 함께 보는 큰아이가 문득 묻습니다. “아버지, 지구는 풀빛이야? 지구는 풀빛 별이야?” 그림책을 보니 해님 곁에 있는 지구가 풀빛이로군요. “우리가 선 이곳에서는 지구가 어떤 빛깔인지 볼 수 없지만, 지구 바깥인 우주로 나가서 보면 풀빛으로 보인대.”


  그림책 《태양은 말이야》는 지구과학이나 우주과학을 아이들이 쉽게 바라보고 살피도록 도우려고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린이가 지구 바깥으로 마음껏 날아다니고, 해님 곁에서 춤을 추다가는, 해님을 둘러싼 뭇별하고 나란히 노래를 부르는 그림이 나와요.


  우주옷도 안 입고 어떻게 우주에서 저렇게 떠다니거나 날아다니느냐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아이들은 꿈나라에서 이렇게 마음껏 우주를 가로지를 수 있어요. 해님 곁에 다가가서 “해님, 해님은 어떻게 태어났어요?” 하고 물어볼 수 있고요.




새로 태어난 행성들은 태양을 따라다녔어. 어미 닭을 졸졸 따르는 병아리 떼처럼 말이야. (11쪽)



  2000년대까지 밝힌 과학 지식으로 작고 예쁜 그림책이 하나 나옵니다. 앞으로 2050년대 과학이 새로 나타나거나 2200년대 과학이 새로 샘솟거나 2500년대 과학이 새로 일어서면 그때에는 그때대로 더 새로운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이 나올 만하겠지요.


  해님하고 얽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들은 해님 무게가 몇 톤이나 되는지 몰라도 됩니다. 해님 너비나 지름을 숫자로 알지 않아도 됩니다. 우주에 별이나 은하가 몇이나 되는지 몰라도 되고, 지구에 있는 사람 숫자를 몰라도 되지요. 다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으면 돼요. 우주는 아주 놀라운 별나라이고, 이 지구도 아주 사랑스러운 별나라입니다. 너른 은하로 헤아리면 지구라는 별은 그야말로 작아서 먼지나 티끌만큼도 안 될 만합니다. 지구라는 테두리에서 바라보면 어린이 한 사람은 더없이 작아서 먼지나 티끌만큼도 안 될 만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아끼면서 사랑할 이웃이에요. 해님을 둘러싼 ‘병아리 떼’ 같은 별처럼, 은하를 이룬 수많은 별처럼, 우리는 이 지구라는 곳에서 ‘다 다른 사람’이자 ‘다 다른 별’처럼 삶을 짓습니다.




아주아주 커다란 은하는 커다란 태양과 별들을 끌고 다니며 빙글빙글 돌고 있어. (14쪽)



  도시에서는 아주 깜깜한 밤에도 별을 보기 어렵습니다. 밤 한 시나 새벽 두어 시에도 별을 구경하기 어렵지요. 전깃불이 너무 밝거든요. 자동차도 너무 많아요. 어쩌면 도시에서는 굳이 별을 보아야 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별보다는 문명을 보고 문화를 보아야 할는지 몰라요.


  그래도 우리는 해님이 있기에 이 삶을 누려요. 해님이 따스하게 비추기에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요 꽃이 피어요. 해님이 포근하게 어루만지기에 겨울에도 꽁꽁 얼어붙기만 하지 않아요. 해님이 햇볕하고 햇빛하고 햇살을 베풀기에 이 지구에서 저마다 즐거우면서 새로운 삶을 누려요.




아름답게 반짝이는 은하를 저 멀리에서 큰곰자리가 바라보고 있어. 큰곰자리는 별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18쪽)



  너른 우주에서 별자리는 여러 별을 그림처럼 엮은 이음고리입니다. 우리 지구별에서도 ‘국경’이 마치 별자리와 같다면,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가 마치 그림처럼 곱게 엮은 이음고리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에 쇠가시울타리를 세우지 말고,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에 군대나 전쟁무기를 두지 말고,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에 따사로운 숨결이 흐르면 어떠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우주에서는 별과 별 사이에 전쟁도 전쟁무기도 없는데, 지구라는 자그마한 별에는 전쟁도 전쟁무기도 너무 많아요.


  해님이 지구별을 따사롭고 포근하게 감싸듯이 지구에서는 우리가 서로서로 따사롭고 포근한 손길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해님 같은 마음으로 삶을 지을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해님 같은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살림살이와 마을살이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4348.12.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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