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말이야
장 뒤프라 지음, 조정훈 옮김, 넬리 블루망탈 그림 / 키즈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595



시골에서 밤하늘을 보았니?

― 태양은 말이야

 장 뒤프라 글

 넬리 블루망탈 그림

 조정훈 옮김

 키즈엠 펴냄, 2012.10.26. 11000원



  시골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눈부시도록 쏟아지는 별잔치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전깃불이 없고 자동차도 오가지 않는 시골일 때에 흐드러지는 별잔치를 누리면서 즐겁게 춤을 출 만합니다. 달밤에 춤을 춘다는 말이 있는데, 별이 쏟아지는 한밤에 별잔치를 올려다보노라면 참말 저절로 춤이 흘러나옵니다.


  고요한 겨울 밤이든, 개구리 노랫소리로 우렁찬 여름 밤이든, 또 풀벌레 노랫소리가 고즈넉한 가을 밤이든, 아니면 무럭무럭 자라난 새끼 새들이 신나게 노래하다가 잠드는 봄 밤이든, 별밤이란 더없이 고운 숨결이 흐르는 때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 이불깃을 여미고 쉬를 누러 마당으로 내려서는 한밤이면 으레 마당 한복판에 서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뒤꼍에도 올라 빙글빙글 돌며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합니다. 미리내를 살피고 숱한 별자리를 헤아리며 초롱초롱 빛나는 저 별처럼 이 지구별도 초롱초롱 빛나면서 저 별한테 보일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앗, 눈부셔!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어. (2쪽)



  장 뒤프라 님이 글을 쓰고 넬리 블루망탈 님이 그림을 그린 《태양은 말이야》(키즈엠,2012)를 재미있게 읽습니다. 이 그림책을 함께 보는 큰아이가 문득 묻습니다. “아버지, 지구는 풀빛이야? 지구는 풀빛 별이야?” 그림책을 보니 해님 곁에 있는 지구가 풀빛이로군요. “우리가 선 이곳에서는 지구가 어떤 빛깔인지 볼 수 없지만, 지구 바깥인 우주로 나가서 보면 풀빛으로 보인대.”


  그림책 《태양은 말이야》는 지구과학이나 우주과학을 아이들이 쉽게 바라보고 살피도록 도우려고 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린이가 지구 바깥으로 마음껏 날아다니고, 해님 곁에서 춤을 추다가는, 해님을 둘러싼 뭇별하고 나란히 노래를 부르는 그림이 나와요.


  우주옷도 안 입고 어떻게 우주에서 저렇게 떠다니거나 날아다니느냐고 따진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아이들은 꿈나라에서 이렇게 마음껏 우주를 가로지를 수 있어요. 해님 곁에 다가가서 “해님, 해님은 어떻게 태어났어요?” 하고 물어볼 수 있고요.




새로 태어난 행성들은 태양을 따라다녔어. 어미 닭을 졸졸 따르는 병아리 떼처럼 말이야. (11쪽)



  2000년대까지 밝힌 과학 지식으로 작고 예쁜 그림책이 하나 나옵니다. 앞으로 2050년대 과학이 새로 나타나거나 2200년대 과학이 새로 샘솟거나 2500년대 과학이 새로 일어서면 그때에는 그때대로 더 새로운 이야기를 다루는 그림책이 나올 만하겠지요.


  해님하고 얽힌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아이들은 해님 무게가 몇 톤이나 되는지 몰라도 됩니다. 해님 너비나 지름을 숫자로 알지 않아도 됩니다. 우주에 별이나 은하가 몇이나 되는지 몰라도 되고, 지구에 있는 사람 숫자를 몰라도 되지요. 다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으면 돼요. 우주는 아주 놀라운 별나라이고, 이 지구도 아주 사랑스러운 별나라입니다. 너른 은하로 헤아리면 지구라는 별은 그야말로 작아서 먼지나 티끌만큼도 안 될 만합니다. 지구라는 테두리에서 바라보면 어린이 한 사람은 더없이 작아서 먼지나 티끌만큼도 안 될 만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서로 아끼면서 사랑할 이웃이에요. 해님을 둘러싼 ‘병아리 떼’ 같은 별처럼, 은하를 이룬 수많은 별처럼, 우리는 이 지구라는 곳에서 ‘다 다른 사람’이자 ‘다 다른 별’처럼 삶을 짓습니다.




아주아주 커다란 은하는 커다란 태양과 별들을 끌고 다니며 빙글빙글 돌고 있어. (14쪽)



  도시에서는 아주 깜깜한 밤에도 별을 보기 어렵습니다. 밤 한 시나 새벽 두어 시에도 별을 구경하기 어렵지요. 전깃불이 너무 밝거든요. 자동차도 너무 많아요. 어쩌면 도시에서는 굳이 별을 보아야 하지 않을 수 있어요. 아무래도 도시에서는 별보다는 문명을 보고 문화를 보아야 할는지 몰라요.


  그래도 우리는 해님이 있기에 이 삶을 누려요. 해님이 따스하게 비추기에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요 꽃이 피어요. 해님이 포근하게 어루만지기에 겨울에도 꽁꽁 얼어붙기만 하지 않아요. 해님이 햇볕하고 햇빛하고 햇살을 베풀기에 이 지구에서 저마다 즐거우면서 새로운 삶을 누려요.




아름답게 반짝이는 은하를 저 멀리에서 큰곰자리가 바라보고 있어. 큰곰자리는 별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곰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18쪽)



  너른 우주에서 별자리는 여러 별을 그림처럼 엮은 이음고리입니다. 우리 지구별에서도 ‘국경’이 마치 별자리와 같다면,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가 마치 그림처럼 곱게 엮은 이음고리라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에 쇠가시울타리를 세우지 말고,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에 군대나 전쟁무기를 두지 말고, 이 나라와 저 나라 사이에 따사로운 숨결이 흐르면 어떠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우주에서는 별과 별 사이에 전쟁도 전쟁무기도 없는데, 지구라는 자그마한 별에는 전쟁도 전쟁무기도 너무 많아요.


  해님이 지구별을 따사롭고 포근하게 감싸듯이 지구에서는 우리가 서로서로 따사롭고 포근한 손길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해님 같은 마음으로 삶을 지을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해님 같은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살림살이와 마을살이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4348.12.18.쇠.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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