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여자
가쓰라 노조미 지음, 김효진 옮김 / 북펌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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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 진위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끼리 보이지 않는 미묘한 갈등 관계에 있는 경우는 종종 있는 것 같다.

특히 남자들이 보는 여자와 여자들이 보는 여자의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보니 

남자들이 아는 여자의 모습과 여자들이 아는 여자의 모습은 천양지차인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나쓰코가 딱 그런 여자라 할 수 있었다.

남자들에게는 사랑받지만 여자들에게는 얄미운 존재인 전형적인 팜므 파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여기저기 어설픈 사기를 치고 다니지만 남자들은 당하고 나서야 나쓰코에게 원망을 하면서도

끝내 그녀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라 이해하려고 든다. 이런 나쓰코에겐 먼 친척 뻘 정도되는

데쓰코라는 변호사가 있었는데 데쓰코는 나쓰코가 사고를 치고 나면 뒷수습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데쓰코의 시선에서 나쓰코의 삶을 바라보면 정말 제대로 된 사기꾼도 아니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임에도 남자들이 나쓰코의 달콤한 말에 계속 넘어가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과연 나쓰코에게는 남자를 홀리는 어떤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데

나쓰코의 필살기는 바로 남자들에게 꿈과 희망, 용기를 북돋워주면서 마음의 위로를 준다는 것이다.

나쓰코의 진심이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장은 살아갈 힘을 주는 게 분명하기에

그런 나쓰코를 무작정 미워할 수도 없는 애증의 눈길로 데쓰코는 나쓰코를 지켜본다.

20대부터 70대까지 오랜 세월이 지나지만 나쓰코와 데쓰코 두 여자의 삶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남자들을 좌지우지하는 나쓰코와 그녀에게 당한 남자들을 달래야(?) 하는 데쓰코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꼈는데 구제불능이라 할 수 있는

나쓰코에게도 시간이 갈수록 왠지 모를 연민의 마음이 점점 들었다. 그녀의 삶의 방식은 분명

문제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피해자들에게 나름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해주는 역할도 해서

무조건 비난만 할 수는 없었다. 나쓰코와 정반대인 데쓰코는 그야말로 바람직한 모범생의 삶을

살지만 뭔가 심심하고 따분한 면이 없진 않아서 롤러코스터와 같은 나쓰코의 삶과는 대조적이었다.

극과 극인 두 여자 나쓰코와 데쓰코의 삶을 보여준 이 작품은 과연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물론 데쓰코의 삶을 추천해야 하겠지만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삶의 기쁨을 알게 해주는 나쓰코의 삶도 무작정 비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두 여자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를 만들어준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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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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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죽었다. 눈물 한 방울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부터 사랑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 책의 뒷 표지에 실려 있는 소개 문구인데 '도대체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우스갯소리로 '마누라가 죽으면 남편이 화장실 가서 웃는다'는 말이 있지만

정상적인 부부관계였다면 아내를 잃은 충격에 제 정신이 아닐 것 같은데

주인공 남자에게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작스런 버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인기 소설가 쓰무라 케이는

아내 나쓰코의 죽음에 전혀 슬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슬픈 척 연기를 한다.

그리고 같은 버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오미야 요이치를 만나게 되고

엄마를 잃은 그의 아이들과 함께 사는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쓰무라 케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기누가사 사치오와 나쓰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되돌아 보면 겉으로 보기엔 그냥 평범한(?) 부부 사이로 보일 뿐이었다.

다만 무명 소설가로 오랫동안 지내던 사치오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진 나쓰코에게 자격지심이랄까

반항심 같은 게 있던 사치오는 아내 몰래 바람도 피우고 아내에게 차갑게 대한다.

딱 못난 남편의 전형이랄 수 있었는데 그러니 당연히 아내가 죽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사치오와 바람 피던 여자가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무덤덤한 사치오와는 달리 아내를 잃은 슬픔에 젖은 오미야 요이치로부터

몰랐던 아내의 모습을 발견하고 오미야 요이치의 두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내의 존재감을 다시 깨닫는다.

어떻게 보면 아내를 잃고 오미야의 가족과 함께 지내기 전까지 사치오는 그저 자기밖에 모르는

미성숙한 남자였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무명작가로 보내던 시절 묵묵히 뒷바라지를 하던 아내를

무시하고 아내와 진정한 소통을 하려고 하지 않는 답답한 남자로 살아왔는데 아내가 떠나고

오미야 가족과 지내며 무관심했던 아내의 실체를 알게 되고 가족 사이의 사랑이 뭔지 배우면서

이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아내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한 여자의 무심한 남편이었던 남자의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작품이었는데

영화로 본 '유레루'와 '우리 의사 선생님'의 감독이기도 했던 니시카와 미와는 이 작품도 

본인이 감독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섬세한 감정표현이 중요한 작품이라 과연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모르겠는데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나 당연스럽게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건강이나 가족, 자연 등

일상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존재들에 대해 전혀 고마운 생각 없이 지내다 잃고 나선

그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데 아내를 잃고 나서도 그녀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남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아주 긴 변명을 늘어놓게 되는 과정을 잔잔하게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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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가진 소녀 BIS 비블리오 배틀부 1
야마모토 히로시 지음, 이승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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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을 좋아하는 왕따 소녀, 책으로 세상을 읽는 독서광 소년을 만나다'는 문구만 보면 

전형적인 청춘 로맨스가 펼쳐지는 학원물로 생각되기 쉽다. 책 표지마저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의 주인공같은 남녀의 모습이 담겨 있어 싱그럽고 풋풋한 얘기들을 기대할 수 있지만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벌이는 비블리오 배틀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얘기가 전개된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소재이자 어쩌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비블리오 배틀은

본인이 읽고 재미있었던 책을 5분 안에 소개하면 참가자 전원이 가장 읽고 싶은 책을 투표해서

챔피언 책을 선정하는 일종의 책 소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었다. 

배틀이란 형식을 통해 발표자들의 경쟁을 유도해 흥미를 돋구는 점이 소개되는 책에 대한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는데 발표자들만의 개성이 녹아 있어 발표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이벤트라 할 수 있었다.

BIS(미심 국제학원)는 다른 학교들과는 달리 상당히 자유분방한 교풍을 지닌 매력적인 학교였다.

다른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다 BIS로 편입한 후시키 소라는 그야말로 SF 소설의 광팬인데

같은 반 남학생인 우즈미비 다케토가 시립도서관에서 우연히 그녀를 발견하고

할아버지가 집에 모아놓은 SF 소설들을 그녀에게 빌려주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책을 인연으로 만난 두 사람은 비블리오 배틀부의 멤버인 우즈미비가 후시키에게 멤버 가입을 권유해

후시키가 정식 회원이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한층 더 가까워진다.

후시키의 비블리오 배틀 데뷔전은 처음이라 그런지 좀 실수가 있었지만

이를 통해 과거의 아픈 기억도 나름 극복하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후타고자와 고등학교 사회학 연구회에서 자기 학교 축제 때 비블리오 배틀을 하자는

제의를 한다. 사회학 연구회 회장인 가니에가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는

낌새를 눈치채자 BIS 비블리오 배틀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부장 대신 후시키가 출전하기로 하는데...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 그런지 더 와닿은 작품이었는데

SF의 오타쿠라 할 수 있는 후시키가 늘어놓는 SF 작품의 향연은 SF 팬들이라면 정말 이렇게

많은 걸작들이 있었나 싶어 할 것 같았다. 에드워드 해밀턴을 비롯해 거의 처음 들어보는 SF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런 책들을 우즈미비의 할아버지가 수집해 자신의 서재에 소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부러울 따름이었다. 나도 책을 어느 정도 소장하고 있지만

이 책에 나오는 우즈미비 할아버지의 서재에 비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너무나 먼 듯 했다.

당연히 SF 광팬인 후시키가 우즈미비 집에 책을 계속 빌리러 가는데 그 와중에 두 사람 사이에

싹트는 묘한 감정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후속편이 기대가 된다.

비블리오 배틀부 멤버들마다 독서 취향이 달라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소개되었는데,

후타고자와 고등학교 사회학 연구회 회장처럼 인종차별에 배타적이고 편견이 가득찬 일본인들의 문제를 제대로 지적해주는 모습이 극우 성향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사회에서도 적지만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줘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전반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소재와 스타일의 책이라

그런지 충분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후시키가 SF가 아닌 미스터리 광팬이었다면

완전히 반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시리즈로 후속편이 나올 것 같은데 다음 편에선 다른 멤버들이

좀 더 부각될 듯 하다. 비블리오 배틀부에서 다음 번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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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8-2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소재의 책이네요^^

sunny 2016-08-20 18:02   좋아요 1 | URL
네. 책 소개를 경연으로 하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선 흥미진진한 얘기죠.^^
 
사랑해도 사랑해도
유이카와 케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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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남녀의 시각은 여러모로 많이 다른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감정도 표현도 제각각이어서 사람마다의 차이를 감안해도 남녀간에 적지 않은 간격이 존재하는데

이런 간격을 좁히고 채워나갈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의 힘이기도 한 것 같다.

실제상황은 거의 겪어본 적이 드물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영화, 드라마, 소설 등 각종 문화 컨텐츠 속의 여자들의 사랑 얘기는 흥미로운 간접경험이 되곤 한다.

이 책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 엄마, 두 딸의 삼대의 여자들이 펼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는데 여자들에게 사랑이란 과연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준다.

할머니 오토와와 엄마 시노, 두 딸 리리코와 유키오가 성은 같지만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설정에서부터

이들 네 명의 여자들에게 말 못할 사연들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드라마 작가 지망생인

리리코와 아파트 재개발 프로젝트 담당직인 유키오를 중심으로 얘기가 진행된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인지는 몰라도 리리코와 유키오의 연애도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

상업 카메라맨이 되려는 꿈을 포기한 남자친구 구라키를 보면서 자신도 드라마 작가의 꿈을 포기할까봐

그와의 관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하는 리리코와 유부남과의 애매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유키오를

보면 뭔지 모를 애정결핍이 느껴졌다. 오히려 할머니와 엄마가 노익장을 발휘하며 능숙한 연애를 하고

있어 리리코, 유키오 자매와 서로 뒤바뀐 것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리리코와 유키오는 연애 문제

외에도 일 문제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유명 드라마 작가의 어시스턴트를 하게 된 리리코는

무례한 작가의 대우에도 불구하고 거의 드라마를 혼자 쓰다시피 하지만 갑질 횡포를 당하며 드라마

자막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한다. 유키오도 철거 대상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는 노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유부남과의 부적절한 관계도 끝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자들의 사랑을 보면 각자 다른 스타일이긴 하면서도 여자의 삶에서 사랑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하게 만든다. 사랑이 전부이진 않지만 사랑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데, 이들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요즘 흔한 나쁜 남자 스타일이기보단 왠지 작가가 원하는 남성상들인 느낌도 들었다.

여성 작가가 그린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라 그런지 잘 몰랐던 여자들의

세계를 몰래 엿보는 느낌도 들었는데 묘한 가족의 아기자기한 얘기가 흥미진진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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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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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미우라 시온의 책은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그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무려

15년 동안 사전 한 권을 편찬하기 위해 분투하는 출판사 사전편집부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2012년 서점대상 1위라는 훈장을 달고 있어 오래 전부터 관심이 갔던 책인데

제목이 뭔가 확 와닿지 않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대략의 소개 내용을 읽다 보니 왠지 낯익은 스토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행복한 사전'이란 영화를 괜찮게 봤었는데 그 영화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었다.

보통은 소설이 영화보다 더 나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설로 먼저 읽고 영화로 보는 경우는 많아도 영화로 먼저 보고 나면 거의 원작소설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영화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책으로도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책도 만족스러웠다.

 

'큰 바다를 건너다'란 의미의 '대도해'라는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아기자기한 사연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보면서 정말 한 권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열정이 필요한지를 알고 놀라우면서도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15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들여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 오랜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최고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보통의 사명감과 참을성을 가지고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인데 사전 편찬을 위해

태어난 듯한 마지메, 마쓰모토 선생, 아라키 삼인방은 장인정신의 화신이라 할 수 있었다. 

사전을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라 표현하며,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는데, 그런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는다는 생각에서 

사전 이름을 '대도해'라고 지었다는 마쓰모토 선생과 아라키의 말은 사전을 만드는 이들의 자세가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이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어떤 일이든 못 할까 싶었다. 

늘 새로 접하는 단어나 용법을 만나게 되면 언제 어디에서도 용례채집카드를 작성하는 모습이나 미끈거리는 손맛이 나는 종이 등 최고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심동체가 되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았다. 나도 연감 등 책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나름 잘못된 내용이나 오타 등을 확인한다고 했음에도 나중에 발견되어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었다.

이 책에서도 표제어 하나를 빠뜨려서 더 누락된 것이 없나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지옥의 합숙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예전에 책 만들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지만 

주인공격인 마지메를 비롯한 독특한 캐릭터들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사전 만드는 일 외에는 모든 게 어수룩한 마지메가 미인 가구야(마침 본 '가구야 공주 이야기'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동일한 이름이었다)와 사랑에 빠지고 진심을 담아 예스러운 스타일의

러브레터로 그녀의 마음을 얻는 장면 등 달달한 로맨스와 진지한 사전 편찬, 군데군데 포진한 코믹한

장면들까지 잘 버무려져서 소설 읽는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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