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우야마 게이스케 지음, 김수지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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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영화사 조감독으로 일하는 켄지는 감독이 될 날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가는데,

그의 유일한 낙은 로맨스 극장에서 상영시간이 끝난 후 영사실에서 혼자 미유키 공주가 나오는

옛날 영화를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관 주인인 혼다가 미유키 공주가 나오는 영화 필름을 판다고 하자

마지막으로 극장에서 혼자 미유키 공주의 영화를 보던 중 잠시 불이 꺼진 사이 영화 속 미유키 공주가

켄지의 눈 앞에 등장하는데...

 

말 그대로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로맨스가 펼쳐지는 이 책은 주인공인 조감독이 좋아하는

영화 속 공주 역의 여자가 현실에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다. 유사한 내용의 영화나

드라마, 소설들이 떠오르는데 자신이 오매불망하던 영화 속 주인공인 미유키 공주가 현실 세계에

등장하면서 켄지는 어쩔 줄을 모르지만 그녀는 막무가내로 켄지를 하인처럼 부린다. 현실 세상에서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영화 속에서 하던 대로 하는 미유키 공주를 모시느라 힘들면서도 켄지는

꿈만 같은 미유키 공주와의 만남에 그녀와의 달콤한 로맨스를 꿈꾸기 시작한다.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 같던 미유키 공주가 절대 손가락 하나 닿지 못하도록 하면서 좀처럼 켄지와의 사이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데 켄지는 미유키 공주와의 사연을 시나리오로 써서 감독으로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미유키 공주는 그동안 숨겨왔던 충격적인 비밀을 얘기하는데...

 

아아세 하루카가 미유키 공주 역을 맡아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

미유키 공주는 아야세 하루카를 생각하면서 보게 되었는데 왠지 '로마의 휴일'의 앤 공주 오드리

햅번도 떠올랐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말괄량이 공주의 이미지가 다분했지만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비밀과 이에 대한 켄지의 선택은 그 어떤 절절한 로맨스 못지 않았다. 아무래도 현실감이

떨어지는 얘기지만 어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요즘같이 인스턴트식 사랑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마음에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도

오늘밤에는 로맨스 극장에서 영화에서나 보던 그녀와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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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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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상작은 대중소설 중에서 문학성까지 인정받은 믿고 볼 수 있는 책이다.

가장 최근에 본 나오키상 수상작인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비롯해 여러 수상작들을 읽어 봤지만

대부분 만족스러운 작품들이었기에 제157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책도 충분히 기대가 되었는데

제목에 쓰인 '영휴'란 단어는 차고 기울다는 뜻으로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이 이야기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것 같았다.

 

오사나이라는 남자가 루리라는 딸을 데리고 나온 여자와 만나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오사나이가 들려주는 기이한 얘기는 바로 자신의 딸 루리에 얽힌 미스터리한 에피소드들이었다.

오사나이는 고등학교 후배인 후지미야 고즈에와 결혼해 아내의 강력한 주장을 반영해 딸에게

루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딸 루리가 7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난한 생활을 해왔다가 루리가 7살에

발열이 있은 이후로 7살짜리가 하기 어려운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오사나이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내는 딸의 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결국 루리가 가출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딸을 찾아 데리고 온 오사나이는 루리와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어디 가고 싶어도 참자고 약속한다. 그 약속은 무사히 지켜지지만 루리가 졸업하던 해에

아내와 딸은 교통사고로 즉사하고 마는데...

 

오사나이가 자기 딸과 이름이 같은 루리라는 여자아이와 만나는 장면과 오사나이를 시작으로 한

루리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들에 얽힌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는데 처음에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15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오사나이의 아내와 딸이 미스미라는 남자를 만나러 가다가 사고가 났고

오사나이로부터 이야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미스미의 사연이 나오는데 미스미가 사귀게 된 연상의

유부녀의 이름도 루리였다. 마사키 루리도 전혀 예상할 수 없던 뜻밖의 사고로 사망하고 그녀의

남편 마사키 류노스케의 얘기가 이어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루리란 이름의 여자와의 사연이

결국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환생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느님이 최초의 남녀가 죽을 때 나무처럼 죽어서 씨앗을 남기는 방법과 달처럼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는 방법 중 선택하라고 해서 인간의 조상은 나무 같은 죽음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이 책의

핵심인물인 루리는 달처럼 사는 방법을 택한 것이었다. 보통 환생을 해도 전생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루리는 7살 때 발열을 하고 나면 전생을 기억하면서 전생에 사랑했던 남자를 찾아나서는

과감한 행보를 보인다. 루리와 얽힌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잘 꿰맞추어 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데 아무래도 현실감은 떨어지는 판타지 로맨스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왠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도 연상되고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실제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일까

하는 답이 없는 질문도 해봤는데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환생을 달의 변화에 비유하면서

촘촘하게 잘 짜여진 얘기로 조금은 가벼워진 요즘의 사랑 얘기를 환상적으로 포장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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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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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시절 사진부에서 만나 연인사이였다가 헤어졌던 하루에게서 9년 만에 편지를 받은 후지시로는

현재 야요이와의 결혼을 약속한 상태에서 느닷없는 대학시절 여자친구의 편지에 묘한 기분을 느끼는데...

 

오래 전 헤어졌던 여자친구가 해외에서 보낸 편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제목처럼 4월에서 시작해서 

다음해 3월까지 1년의 시간 동안 후지시로를 중심으로 하루와의 과거 연애하던 시절과

현재 야요이와의 만남을 시간을 넘나들며 과연 사랑의 실체가 뭔지에 대해 진지한 문제제기를 한다.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야 문학을 비롯한 예술은 물론 과학적으로도 여러 가지 분석과 해답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점점 세상이 각박해지고 개인주의가 득세하면서 사랑도 더 이상

예전처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현실적인 문제에 시달리다 보니 사랑이니

결혼이니 하는 것들이 사치라 생각하며 자발적인 비혼과 싱글로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랑이 위기에 처한 상황인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이 책에선 이렇게 사랑과

연애가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처럼 여겨지고 공감하기 어려운 것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연애감정 자체를 느끼지 못하거나 만나는 사람이 있어도 이게 과연 사랑인지 고민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맞는 차별화된 내용을 선보인다. 주인공인 후지시로의 과거 연인인 하루와 현재 연인인 아요이와의

관계를 번갈아 보여주는데 하루와의 관계가 풋풋한 첫사랑이라면 야요이와는 나이 들어 만난

오래된 연인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하루와 헤어지게 된 원인도 뭔가 석연치 않은데다

야요이와의 관계도 의무감으로 만나는 것처럼 심드렁하고 오히려 야요이의 동생인 준에게 노골적인

유혹을 받는 등 후지시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를 도대체 짐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진부 선배인 오시마가 하루를 짝사랑하다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의 사건이 있으면서 하루와

후지시로는 헤어지게 된다. 두 사람이 이별하게 된 것 자체가 좀 납득이 가지 않았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 하루가 타국에서 죽어가면서 보낸 편지를 통해 후지시로는 사랑이 뭔지를 조금씩

깨닫는다. 흔히 하는 비유처럼 사랑은 감기와 비슷해서 자기도 모르는 새에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침투해서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나듯이, 사랑을 끝내지 않는 방법도 그것을 손에 넣지 않는 것

하나뿐으로 절대로 자기 것이 되지 않는 것만 영원히 사랑할 수 있다고 작가는 얘기한다.

보통 사랑을 하면서 서로 상대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면서부턴 편한 사이가 되는 것도 있지만

예전과 같이 소중하게 생각하거나 관계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고 점점 무관심해진다.

특히 결혼한 부부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인데 사랑이 아닌 정으로 산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과연 정이란 게 예전에 자신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시절의 감정과 같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암튼 하루의 편지를 받으면서 후지시로는 야요이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면서 그녀를 사랑했던

순간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 특별한 추억이 담긴 곳으로 찾아가는데, 하루가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언급한 '나의 사랑'과 '당신의 사랑'이 똑같이 겹쳐지는 지극히 짧은 한 순간의 찰나인 일식같은

순간을 되살릴 수 있다면 사랑이 유효기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책 속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전개 자체가 왠지 사이먼 앤 가펑클의 'April come she will'의

가사와도 유사했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과연

사랑이 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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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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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인 대중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거의 묻지마식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예상 외로 단편집이어서 약간 당황했다. 제목과 동명의 단편을 비롯해서 총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가족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첫 작품인 '성인식'은 5년 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부부가

딸이 치렀을 성인식을 본인들이 직접 치르면서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듯이 딸 스즈네를 잃은 부부는 딸과 함께 하던 예전의

활기찬 삶을 잃어버리고 부부사이도 점점 메말라가는데 스즈네를 대신한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스즈네를 잃은 상실감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부부사이도 다시 가까워지는 가슴뭉클한 장면을 연출한다.

'언젠가 왔던 길'은 화가로서 재능이 있던 큰딸을 잃고 둘째 딸을 화가로 만들기 위해

과도한 억압을 했던 엄마를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딸이 찾아와서 재회하는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자식의 능력이나 희망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드려고 하는 부모와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고통 받는 자식 사이의 갈등을 잘 보여줬다. 보통 이런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는

쉽게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엄마의 치매로 인해 안타까운 상황만 보여줬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유명인사들을 손님으로 받았던 이발사가 외딴 바닷가에서 운영하는 이발소에

찾아간 한 남자의 얘기로 이발사가 손님에게 자신이 살아온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를 들려주는데

그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이발사와 남자 손님의 관계를 딱 짐작할 수 있었다. 

'멀리서 온 편지'는 기대했던 결혼생활이 되지 않자 심통이 나 친정으로 가버린 아내가

무덤덤한 남편과의 묘한 밀당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는 부모의 학대를

받거나 불화로 인해 고통을 받는 아이들의 얘기를, 마지막 '때가 없는 시계'는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수리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전반적으로 6편의 단편 모두

가족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상처,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다루었는데 각각의

사연들이 남의 얘기같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가슴에 와닿았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면서도

가장 상처를 주기 쉬운 존재인 가족간의 다양한 얘기들을 풀어낸 단편집이었는데 왜 나오키상을

수상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족간의 문제를 잘 그려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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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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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왠지 엽기적인 호러나 스릴러가 연상되지만 표지처럼 풋풋하면서 애틋한 얘기가 펼쳐진다.

2016년 서점대상 2위 수상작답게 대중들이 좋아할 얘기였는데 남녀학생들이 주인공이고 여자 주인공이

불치병이란 설정은 전에 영화와 책으로도 봤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도 유사했지만

훨씬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

 

클래스메이트인 야마우치 사쿠라와 주인공 남학생은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친다.

맹장수술 후 실밥을 뽑기 위해 병원에 들렀던 남학생은 사쿠라가 쓰고 있던 '공병문고'를 읽게 되면서

그녀가 췌장의 병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 활발한 인기녀인 사쿠라의

비밀을 알게 된 은둔형 외톨이인 남학생은 그렇게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고 사쿠라는 남학생에게

자신의 병에 대한 비밀을 꼭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사쿠라가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사실을 약점 삼아 남학생과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같이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추억들을 쌓게 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예전처럼 밝고 활달한 모습을 보이는

사쿠라와 그런 그녀의 비밀을 혼자 알면서 내색하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못 이긴 척 응해주는

남학생의 모습은 풋풋한 청춘들의 로맨스로만 보기에는 왠지 모를 짠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침 얼마 전까지 드라마에서 봤던 배우 김영애씨가 췌장암으로 사망한 소식을 접해서 그런지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마냥 예쁘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는데 극과 극의 학창생활을 하던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맞이하게 될 아픈 이별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다. 단둘이 1박 2일 여행도 다녀오고 점점 서로 가까워지지만 역시나 사쿠라가

입원을 하게 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사쿠라가 퇴원하고 나서의 행복한 계획을 세우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예상한 것보다도 더 충격적인 이별은

당사자가 아님에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쿠라가 남학생에게 남긴 공병문고를

읽으면서 주인공이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낸 것처럼 나도 모르게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자기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고 한 부탁을 지키면서 남학생의 이름을 끝까지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공병문고에 담아 남긴 사쿠라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똑같았다는 점에서 정말 서로의 마음이 통했음을 잘

보여줬는데 어떻게 보면 사랑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표현으로는 어색하지만 이 책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삶과

인간관계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는데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 보통 청춘 로맨스물을 보면 뻔한 내용이라 감흥이 오래가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단순한 로맨스물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들을 가득 담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내일이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일이 있음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는데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야 함을 잘 가르쳐주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서로의 진가를 알아보고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이 너무 부러웠는데 따뜻한 봄날에 무뎌진 감성을 회복시키는 데 딱 제격인 작품이었다.

나도 언젠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하는 엽기적이면서 오글거리는 대사를 해보고 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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