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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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흉스런 종교단체 '선구'의 리더를 처치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아오마메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그와의 만남의 시간을 갖지만 리더는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인물이 아니라 순간 당황하게 된다.

한편 덴고는 자신이 작업했던 '공기 번데기'가 순항을 거듭하지만 후카에리는 실종상태가 되고,  

이상한 남자가 찾아와 후원금을 주겠으니 손을 떼라는 얘기를 듣지만 이에 응하지 않자  

그동안 섹스파트너로 지내던 연상녀의 남편에게서 그녀가 상실됐다는 전화를 받는데...



1권에서 어느 정도 포석을 깔아놓더니 2권에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모든 악의 근원이라 여겨졌던 '선구'의 리더는 그저 얼굴마담(?) 같은 존재에 불과했고  

오히려 고통스런 삶을 마감하고 싶어하자 아오마메는 갈등에 휩싸인다.  

그를 통해 '선구'가 리더가 아닌 리틀 피플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아오마메는  

사랑하는 덴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리더와 피할 수 없는 거래를 하게 된다.

덴고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기억의 진실을 알기 위해 요양원에 있는 아버지를 찾아간다.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덴고는  

자신이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이렇게 안개 속에만 쌓여있던 1Q84년의 세계에서 서서히 숨겨졌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고  

아오마메와 덴고는 서로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느끼며 서로를 찾기로 마음 먹는다.



1권에서도 그랬지만 후카에리와 덴고의 합작품인 '공기 번데기' 속엔 '선구'에 대한 고발 및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었다. 특히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던 공기 번데기와 리틀 피플의 정체를  

어렴풋이나마 알게되면서(물론 소설 '공기 번데기'의 내용이 사건의 실체와 동일한지는 의문이지만)  

'선구'라는 종교집단을 조종하고 달이 두 개 떠 있는 1Q84의 세상을 만들어낸 리틀 피플에 대한  

궁금증은 더해 갔다. 특히 '마더'와 '도터'의 설정은 영화로도 여러 번 리메이크된 '신체강탈자'가  

연상되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리틀 피플은 외계인인가?ㅋ

게다가 덴고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와중에 읽게 되는 '고양이 마을'이라는 단편도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내포하고 있었는데 현실을 책으로 담은 것인지 책 속의 내용들이 현실로 나타난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 책에서 그려지는 내용은 우리의 상식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었다.  

과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정말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아님 장자의 꿈처럼 한바탕의 꿈같은 판타지인지 혼란스러워지는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아오마메는 우연히 덴고를 발견했다 놓치고 난 후 1Q84의 세계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입구로 생각되는 수도고속도로의 비상계단을 찾아가지만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뒤였다.  

입구는 있지만 출구는 없는 일방통행의 1Q84의 세상에서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아오마메와

덴고는 만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그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리틀 피플과 1Q84의 세상은  

과연 정체가 무엇인지 제3권에서 밝혀질 것 같다. 무수한 의미와 상징들이 범람하는 이 책은  

과연 어떤 결말로 우리를 데리고 갈지 이제 브레이크가 고장 나 멈출 수 없이 폭주하는

기차에 올라 탄 떨리는 승객의 심정으로 3권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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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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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이 나와 열풍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

나도 언제 동참할까 고민을 했는데 600페이지 안팎의 분량에다

3권이나 되어서(앞으로 더 나올지도 모르고...)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히 모셔만 두고 있다가 추석을 앞두고 드디어 때가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시작하기가 어렵지 책을 손에 드니까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쑥쑥 잘 나갔는데 하루키의 역량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마메와 덴고라는 초등학교 동창인 두 남녀의 얘기를 번갈아가면서 진행되는 이 책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채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사람이 겪는 특별한 얘기로 구성되어 있다.

아오마메는 여자들을 괴롭히는 남자들을 특별한 한 방으로 보내면서 자신의 허전한 마음을

머리가 약간 벗겨진 중년남자와의 섹스를 통해 해소해나가곤 했는데

스포츠 인스트럭터로 일하면서 알게 된 노부인으로부터 신흥 종교집단의 교주에게

성폭행당한 여자아이 얘기를 듣고는 교주를 처치하는 일에 협조하기로 한다.

한편 덴고는 학원 수학강사 일을 하며 틈틈이 신인상 응모 작품을 준비하던 중

잘 알던 편집자인 고마쓰에게 후카에리라는 17세 미소녀가 쓴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의 리라이팅을 제의받고 이에 착수하여 베스트셀러로 만드는데...





첨에 제목만 보고는 조지 오웰의 명작인 '1984'의 패러디인가 싶기도 했는데

이 책의 시간적 배경이 1984년의 일본으로 일본어 9의 발음이 Q와 유사한 걸 활용하여

제목을 붙인 것 같다. 그리고 평범한(?) 1984년과는 다른 1Q84년이 등장하는데

아오마메가 사는 세상은 달이 두 개라(아오마메의 눈에만 그렇게 보이지만...)

그녀 스스로 1984년의 패러렐 월드인 1Q84에 산다고 생각한다.

요즘 각종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활용되는 평행우주론인 듯하지만 아오마메가 1984년에서

1Q84년으로 옮겨 온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평행우주론과는 좀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암튼 달이 두 개라는 설정은 이외수의 '장외인간'을 연상시켰는데 '장외인간'에서는

달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주인공을 제외하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데 비해

이 책에선 아오마메의 눈에만 달이 두개로 보여 비슷하지만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두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는 각자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증인회 광신도였던 부모 밑에서 신앙생활을 강요받았던 아오마메는

11살때 종교를 버리면서 자유로운 몸이 되지만 외로운 삶을 살아가던 중

단짝 친구가 남편의 폭행을 못 이겨 자살하자 그 남편을 응징한다.

덴고도 NHK 수신료를 수금하러 다니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다니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간신히 탈출하게 되지만 늘 어머니의 젖꼭지를 빠는 젊은 남자의 모습을

보는 자신의 아기 때 기억(?)에 고통을 받는다. 이렇게 고통스런 어린 시절을 보내던

두 사람은 초등학교 3,4학년때 같은 반이었는데 딱히 친하진 않았지만 손을 꼭 잡았던 일을

계기로 서로를 잊지 못하는 사이가 된다.



이렇게 묘한 인연인 두 사람은 각각 '선구'라는 종교단체가 저지르는 악랄한 행위의

피해자들과 만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흥미로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루키가 오옴진리교의 지하철 테러사건에서 이 책의 모티브를 얻은 것 같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종교단체도 인간들을 위한 종교집단이 아닌 그들을 위한 종교집단인

냄새가 물씬 풍겼다. 종교라는 게 신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소위 신을 믿고 종교를 가진 자들이 종교을 내세워 저지른 만행들은 종교가  

결코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여실히 증명했다. 물론 종교의 긍정적인 기능을

부인하는 건 아니지만 역사속의 악행과 지금도 계속되는 독선과 각종 민폐들을 보면

각종 종교들에 맹목적인 사람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이 그런 나의 거부감을 한층 강하게 해줄 게 분명하다는 확신이 든다.ㅋ 



이 책의 매력은 역시 하루키의 매력이라고 할 것이다. 솔직히 하루키의 책의 '상실의 시대'밖에  

읽지 않았지만(그것도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이 잔뜩 묻어나고  

게다가 내가 즐겨 마지않는 미스터리 구조의 작품이라 더욱 풍덩 빠지게 될 것 같다.  

1권에선 한창 두 주인공에 얽힌 여러 가지 사연들을 풀어놓았는데 앞으론 본격적으로 '선구'라는  

종교단체와 두 주인공 아오마메와 덴고의 대결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간절히 고대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질지도

무척 궁금한데 어서 두 개의 달이 뜬 1Q84의 세계로 달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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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하이웨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1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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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노트를 가지고 다니며 메모를 하고 각종 연구에 몰두하는 전혀 초등학교 4학년 같지 않은  

아오야마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난데없이 펭귄이 등장하고 자신이 흠모하던 치과 누나가  

콜라 캔으로 펭귄을 만드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자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는데...



후배 여학생을 짝사랑하는 순진한 남학생의 판타지같은 유쾌발랄한 로맨스를 그려냈던  

'밤은 짧아 걸아 아가씨야'의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의 신작인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간  

SF판타지의 재미를 보여준다. 애늙은이 같은 아오야마는 정말 독특한 캐릭터의 소년이라 할 수

있었는데 과연 애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다른 사람에게 지는 건 참아도 어제의 나 자신에게  

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하질 않나, 하루하루 세계에 대해 배워나가면 어제보다 훌륭해져서  

언젠가 훌륭한 어른이 될 거라는 전혀 초등학생이라 할 수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아이였는데 

(철 안든 나보다 더 어른같다.ㅋ) 자신이 너무 훌륭해져서 결혼해달라는 여자가 많아도 미안하지만  

자신은 이미 상대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정말 깜찍한 초등학생이었다.



그런 아오야마가 좋아하는 가슴이 돋보이는 치과 누나는 아오야마보다 훨씬 더 독특한 인물이었는데  

캔으로 펭귄이나 박쥐 등을 만들어내는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가진 소유자로 아오야마는  

그녀의 능력의 비밀과 정체를 알아내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에 들어가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의 중심에 치과 누나가 있음을 알게 되는데...



'이웃집 토토로' 같은 한 편의 아기자기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SF라는 기본틀에 성장소설을 적절히 결합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자신들을 괴롭히는 스즈키 일당에게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아오야마가 단짝 우치다와 함께  

마을을 탐험하며 '바다'를 발견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나 '상대성 이론'을 알 정도로  

자신과 동급이라 할 수 있는 하마모토와의 묘한(?) 관계 등 초등학생이 겪는 흥미로운 세상이

잘 그려진 작품이었는데 무엇보다 아오야마가 진행하는 여러 연구 프로젝트들이 흥미를 끌었다.  

세상에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모두 연구 주제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준 아오야마는 그야말로  

'과학의 아이'라 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이 보는 세상은 역시 세상의 무게에 짓눌리고

삶에 찌든 어른이 보는 세상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일들로 세상살이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뭔가 주변의 흥미로운 소재를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봐야겠다는 의욕이 갑자기 불끈 생겨났다. 세상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시 다르게 보이고 얼마든지 재미있는 연구 주제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깜찍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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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나구 - 죽은 자와 산 자의 고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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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 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누구를 만나고 싶은가'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산 자와 죽은 자의 기묘한 만남을 엮어내는 이 책은 죽은 사람과의 만남을 가지려는 네 명의 산 자와

이들을 죽은 자와 중개해주는 츠나구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먼저 첫번째 주인공은 돌연사한 아이돌 스타 미즈시로 사오리를 만나고 싶어하는 평범한(?) 여자  

히라세 마나미였다. 산 자나 죽은 자나 모두 한 번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만인의 연인이었던 아이돌 스타를 만나겠다고 한 히라세 마나미도 그렇지만  

그녀의 신청을 받아들인 미즈시로 사오리도 뜻밖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 일생에 한 번밖에 기회가 없다면 정말 보고 싶은 소중한 사람과의 만남을 위해 아껴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론 전혀 모르던 사람을 만나겠다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팬이긴 하지만  

모르던 사람을 만나겠다는 아이돌 스타나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녀들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집에서도 거의 내놓은(?) 마나미나 겉으론 화려해보이지만 그동안 아무도 자신을 만나겠다고 찾아 온  

사람이 없는 속 빈 강정같은 사오리는 전혀 예상 못한 사람으로부터 위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론 츠나구를 신뢰하지 않으면서도 어머니를 만나겠다고 나선 장남의 얘기로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런 만남이라 할 수 있었는데 생전에 못다했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번째 만남은 가장 애매한 관계의 두 사람의 재회였다. 한때는 최고의 단짝이었던 여고생 아라시와  

미소노는 같이 들었던 연극부에서 공연하는 작품의 주연 자리를 놓고 경쟁하면서 사이가 틀어진다.

주연은 당연히 자기 차지라 생각했던 아라시는 주연 자리를 미소노에게 뺏기자 미소노를 질투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자신들이 자주 다니던 길에 물을 틀어놓아 미소노가 빙판길에 사고를 당하길  

바라는데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미소노는 다음날 아침 등교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되고 만다.  

자신이 한 짓을 미소노가 알까봐 두려움에 떨던 아라시는 용기를 내어 미소노를 만나겠다고 청하고  

미소노도 한때의 단짝을 기꺼이 만나겠다고 한다. 진실된 고백과 용서의 시간이 될 거라 예상했지만  

아라시와 미소노는 상투적인 얘기만 나눈 채 헤어지고 미소노가 남긴 메시지에 아라시는 경악하게 된다.



마지막 만남의 주인공은 7년간 행방불명이 된 약혼녀를 찾는 남자였는데 7년이나 아무 말도 없이  

사라진 약혼녀를 기다려온 남자와 그런 남자를 두고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여자의  

애틋한 만남이 지켜보는 사람마저도 가슴 저리는 안타까움을 주었다.  

네 차례의 만남 중에 가장 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한 커플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어찌 보면 황당한 산 자와 죽은 자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츠나구에게도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츠나구 자리를 물려받은 아유미는 어릴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이고 자살했다는

불운한 사연의 소유자인데 할머니에게 츠나구의 일을 배우면서

부모에게 있었던 일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흥미로운 얘기를 읽으며

과연 산 자가 죽은 자를 이렇게 이용해도 되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지 산 자만이 죽은 자를 불러낼 수 있고 죽은 자는 만날 것인지 여부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만남은 산 자들의 죽은 자에 대한 미련에 기인한 경우가 많았다.  

죽은 자의 실체가 과연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산 자의 욕망에 의한 만남이 좋은 결과를 맺는 경우도

있었지만(아무래도 죽은 자를 만나는 것만으로 마음 속의 응어리를 풀 수 있으니까...)  

만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듯이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기 전에 제대로 했으면 츠나구를 통한 만남을 가질 필요조차 없겠지만(아무리 잘했어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긴 할 것 같다) 살아남은 자는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츠나구를 매개로 죽은 자와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현실에 츠나구가 있어 죽은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죽은 다음에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과연 나는 누구와의 만남을 선택할까 하는 어려운 고민도 해봤는데(날 찾을 사람이 있긴  

할까 싶지만ㅋ),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하는 만남의 기회를 주선하는 츠나구가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만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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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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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첨 봤을 때 평생 동안 흘리는 눈물을 모으면 과연 1리터가 될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여자들은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1리터의 눈물을 채우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ㅋ)

불치병을 앓는 여고생의 눈물겨운 사투를 그녀의 일기를 통해 가슴 아프게 그려낸 책이었다.



꿈 많은 여고생 아야짱은 척수소뇌변성증이라는 병명만 들어도 난해한 난치병을 앓는 장애인이다.  

중학교까지는 정상적인 생활을 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자꾸 넘어지고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긴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모든 걸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그런 상황에 처하자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게 된다. 자신의 절망스런 상황에 자포자기하기 쉬울텐데  

아야짱은 좌절하지 않고 힘을 낸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삶에 대한 의지로 승화시켜  

열심히 살아가는 아야짱의 모습을 보면서 늘 불만만 가득한 채 대충대충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야짱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정말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한 고통이어서

일찌감치 삶의 끈을 놓아버렸을 것 같은데 아야짱은 그 혹독한 시련도 묵묵히 견뎌내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 정말 안쓰러우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병마와 싸우며 불굴의 삶의 의지를 보여준 아야짱도 대단했지만  

그런 아야짱을 끝까지 돌본 아야짱의 어머니나 아야짱의 가족들도 대단하다 싶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모든 일이 장애인을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가족들의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해서 평범한 가족의 삶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데  

내색하지 않고 아야짱을 챙겨주는 가족들의 모습은 가족애가 뭔지 제대로 보여줬다.

나라면 그런 가족을 감싸주기는 커녕 원망만 했을 것 같은데 아야짱이

그나마 오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사랑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편으론 장애인 문제를 국가나 사회는 방관한 채 개인과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는 상황은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순전히 사적인 문제로 방치하면서 장애인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진 못할 망정 장애인들을 차별하는 실태는  

여전히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정한 현실이었다.

이 책에서 아야짱이 일반 고등학교에서 특수 학교로 전학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상황은  

장애인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존재가 아닌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몸만 멀쩡하지 마음이 병든 우리의 자화상을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아야짱의 눈물겨운 사연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눈물이 좀 맺혔다.

다른 사람들한테 눈물을 보이진 않지만 나름 여린(?) 남자라 별 거 아닌 일로도 눈물 날 때가 많았는데  

갈수록 감정이 무뎌져서 그런지 요즘은 왠만한 일로는 눈물이 나진 않는 것 같다.  

가끔씩 울컥할 때도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그런 섬세한(?) 감성은 잃어버린 지 오래됐는데

오랜만에 이 책을 통해 메말랐던 내 감성을 촉촉하게 적실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아야짱의 모습을 보며 내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아야짱이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과 감동, 삶에 대한 의지를 일깨워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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