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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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왠지 엽기적인 호러나 스릴러가 연상되지만 표지처럼 풋풋하면서 애틋한 얘기가 펼쳐진다.

2016년 서점대상 2위 수상작답게 대중들이 좋아할 얘기였는데 남녀학생들이 주인공이고 여자 주인공이

불치병이란 설정은 전에 영화와 책으로도 봤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도 유사했지만

훨씬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

 

클래스메이트인 야마우치 사쿠라와 주인공 남학생은 우연히 병원에서 마주친다.

맹장수술 후 실밥을 뽑기 위해 병원에 들렀던 남학생은 사쿠라가 쓰고 있던 '공병문고'를 읽게 되면서

그녀가 췌장의 병으로 인해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을 알게 된다. 학교에서 활발한 인기녀인 사쿠라의

비밀을 알게 된 은둔형 외톨이인 남학생은 그렇게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되고 사쿠라는 남학생에게

자신의 병에 대한 비밀을 꼭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은

사쿠라가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 사실을 약점 삼아 남학생과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같이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추억들을 쌓게 된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음에도 예전처럼 밝고 활달한 모습을 보이는

사쿠라와 그런 그녀의 비밀을 혼자 알면서 내색하지 않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못 이긴 척 응해주는

남학생의 모습은 풋풋한 청춘들의 로맨스로만 보기에는 왠지 모를 짠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침 얼마 전까지 드라마에서 봤던 배우 김영애씨가 췌장암으로 사망한 소식을 접해서 그런지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마냥 예쁘게 바라볼 수만은 없었는데 극과 극의 학창생활을 하던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맞이하게 될 아픈 이별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섰다. 단둘이 1박 2일 여행도 다녀오고 점점 서로 가까워지지만 역시나 사쿠라가

입원을 하게 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되는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사쿠라가 퇴원하고 나서의 행복한 계획을 세우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예상한 것보다도 더 충격적인 이별은

당사자가 아님에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쿠라가 남학생에게 남긴 공병문고를

읽으면서 주인공이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낸 것처럼 나도 모르게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기가 어려웠다. 자기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고 한 부탁을 지키면서 남학생의 이름을 끝까지 언급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공병문고에 담아 남긴 사쿠라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똑같았다는 점에서 정말 서로의 마음이 통했음을 잘

보여줬는데 어떻게 보면 사랑 고백이라고도 할 수 있는 표현으로는 어색하지만 이 책에서는

두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대사가 아니었나 싶다.

서로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삶과

인간관계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는데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게 정말 안타까웠다. 보통 청춘 로맨스물을 보면 뻔한 내용이라 감흥이 오래가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단순한 로맨스물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들을 가득 담고 있다.

우리는 누구나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내일이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는 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내일이 있음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임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는데 지금 바로 이 순간을 열심히, 후회 없이 살아야 함을 잘 가르쳐주었다.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서로의 진가를 알아보고 마음이 통한

두 사람이 너무 부러웠는데 따뜻한 봄날에 무뎌진 감성을 회복시키는 데 딱 제격인 작품이었다.

나도 언젠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고 하는 엽기적이면서 오글거리는 대사를 해보고 싶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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