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사랑해도
유이카와 케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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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남녀의 시각은 여러모로 많이 다른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감정도 표현도 제각각이어서 사람마다의 차이를 감안해도 남녀간에 적지 않은 간격이 존재하는데

이런 간격을 좁히고 채워나갈 수 있는 게 바로 사랑의 힘이기도 한 것 같다.

실제상황은 거의 겪어본 적이 드물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영화, 드라마, 소설 등 각종 문화 컨텐츠 속의 여자들의 사랑 얘기는 흥미로운 간접경험이 되곤 한다.

이 책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할머니, 엄마, 두 딸의 삼대의 여자들이 펼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을

보여주는데 여자들에게 사랑이란 과연 무슨 의미인지를 생각해보게 해준다.

할머니 오토와와 엄마 시노, 두 딸 리리코와 유키오가 성은 같지만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설정에서부터

이들 네 명의 여자들에게 말 못할 사연들이 가득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드라마 작가 지망생인

리리코와 아파트 재개발 프로젝트 담당직인 유키오를 중심으로 얘기가 진행된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인지는 몰라도 리리코와 유키오의 연애도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

상업 카메라맨이 되려는 꿈을 포기한 남자친구 구라키를 보면서 자신도 드라마 작가의 꿈을 포기할까봐

그와의 관계가 조금씩 뒤틀리기 시작하는 리리코와 유부남과의 애매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유키오를

보면 뭔지 모를 애정결핍이 느껴졌다. 오히려 할머니와 엄마가 노익장을 발휘하며 능숙한 연애를 하고

있어 리리코, 유키오 자매와 서로 뒤바뀐 것 같은 생각도 들었는데, 리리코와 유키오는 연애 문제

외에도 일 문제로도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유명 드라마 작가의 어시스턴트를 하게 된 리리코는

무례한 작가의 대우에도 불구하고 거의 드라마를 혼자 쓰다시피 하지만 갑질 횡포를 당하며 드라마

자막에 이름 한 줄 올리지 못한다. 유키오도 철거 대상 아파트에서 나가지 않는 노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유부남과의 부적절한 관계도 끝나는 등 우여곡절을 겪게 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자들의 사랑을 보면 각자 다른 스타일이긴 하면서도 여자의 삶에서 사랑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하게 만든다. 사랑이 전부이진 않지만 사랑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임을 알게 해주는데, 이들 주변에 있는 남자들은

요즘 흔한 나쁜 남자 스타일이기보단 왠지 작가가 원하는 남성상들인 느낌도 들었다.

여성 작가가 그린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의 삶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라 그런지 잘 몰랐던 여자들의

세계를 몰래 엿보는 느낌도 들었는데 묘한 가족의 아기자기한 얘기가 흥미진진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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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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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책은 나오키상 수상에 빛나는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그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무려

15년 동안 사전 한 권을 편찬하기 위해 분투하는 출판사 사전편집부원들의 얘기를 담고 있다.  

2012년 서점대상 1위라는 훈장을 달고 있어 오래 전부터 관심이 갔던 책인데

제목이 뭔가 확 와닿지 않아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대략의 소개 내용을 읽다 보니 왠지 낯익은 스토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 '행복한 사전'이란 영화를 괜찮게 봤었는데 그 영화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었다.

보통은 소설이 영화보다 더 나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소설로 먼저 읽고 영화로 보는 경우는 많아도 영화로 먼저 보고 나면 거의 원작소설을 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영화로도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라 책으로도 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책도 만족스러웠다.

 

'큰 바다를 건너다'란 의미의 '대도해'라는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아기자기한 사연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보면서 정말 한 권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열정이 필요한지를 알고 놀라우면서도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15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들여

한 권의 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과연 가능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 오랜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최고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보통의 사명감과 참을성을 가지고는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은 일인데 사전 편찬을 위해

태어난 듯한 마지메, 마쓰모토 선생, 아라키 삼인방은 장인정신의 화신이라 할 수 있었다. 

사전을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라 표현하며,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는데, 그런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는다는 생각에서 

사전 이름을 '대도해'라고 지었다는 마쓰모토 선생과 아라키의 말은 사전을 만드는 이들의 자세가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는데 이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어떤 일이든 못 할까 싶었다. 

늘 새로 접하는 단어나 용법을 만나게 되면 언제 어디에서도 용례채집카드를 작성하는 모습이나 미끈거리는 손맛이 나는 종이 등 최고의 사전을 만들기 위해 일심동체가 되어 노력하는 모습들이 정말 보기 좋았다. 나도 연감 등 책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나름 잘못된 내용이나 오타 등을 확인한다고 했음에도 나중에 발견되어 당혹스러운 경우가 있었다.

이 책에서도 표제어 하나를 빠뜨려서 더 누락된 것이 없나 아르바이트생들까지 지옥의 합숙을 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예전에 책 만들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도 재미있었지만 

주인공격인 마지메를 비롯한 독특한 캐릭터들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사전 만드는 일 외에는 모든 게 어수룩한 마지메가 미인 가구야(마침 본 '가구야 공주 이야기'란

애니메이션의 주인공과 동일한 이름이었다)와 사랑에 빠지고 진심을 담아 예스러운 스타일의

러브레터로 그녀의 마음을 얻는 장면 등 달달한 로맨스와 진지한 사전 편찬, 군데군데 포진한 코믹한

장면들까지 잘 버무려져서 소설 읽는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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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장으로 - 제139회 나오키상 수상작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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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들을 여러 편 읽어봤는데 대중적인 소설상답게

대부분의 작품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재미와 감동을 보장했다.

주로 미스터리 계열의 작품들을 즐겨 읽다 보니 나오키상을 수상한 미스터리 작품들은

거의 놓치지 않고 읽었는데, '내가 죽인 소녀'(102회), '마크스의 산'(109회), '얼어붙은 송곳니'(115회),

'이유'(120회), '부드러운 볼'(121회), '용의자 X의 헌신'(134회) 등 모두 미스터리의 묘미는 물론

문학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간직하고 있었다.

순수 문학작품이라 할 수 있는 책들도 '별을 담은 배'(129회), '공중그네'(131회),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135회),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142회)까지 여러 권을 읽었는데

139회 수상작인 이 작품도 과연 어떤 내용일지 기대가 되었다.

 

채굴장이란 좀 옛스럽고 촌스런 이미지가 연상되는 장소가 제목에 사용되어 묘한 느낌이 들었는데 책 표지에는 '그에게 끌린다. 남편을 사랑하는데... 더 이상 나아갈 수도 되돌아나올 수도 없는

마음의 갱도'라는 불륜을 암시하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왠지 막장드라마가 펼쳐지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예상 외로 한 여자의 담담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는 얘기가 담겨져 있었다.

한때 탄광업이 번영했지만 지금은 쇠퇴한 작은 섬에서 전교생이 열 명이 채 되지 않는 초등학교의

양호교사인 주인공 아소 세이는 그림을 그리는 남편과 함께 소박한 행복을 누리면 살고 있다.

3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아소 세이가 근무하는 학교에 이사와 사토시라는 남자 교사가 등장하면서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들을 그려내고 있는데, 책 표지에 쓰인 마음의 갱도에 갖혀 오도 가도 못하는

인물이 바로 아소 세이다. 사실 이 책 속에서 아소 세이가 이사와 사토시를 의식하는 듯한 느낌은

충분히 받을 수 있지만 그녀가 제대로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않기에 기대했던(?) 사건이 벌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아소 세이와 단짝 친구처럼 지내는 자유분방한 여교사 쓰키에가 이사와 사토시와

사고를 치는데, 그럼에도 아소 세이와 이사와 사토시 둘이 있는 장면들에선 뭔지 모를 감정의

교환이 느껴진다. 순진한 시골 아낙같이 구수한 사투리를 쓰다가도 때론 본토의 표준어를 쓰는

아소 세이의 모습에서 불륜이란 잣대를 갖다 대기는 뭔가 어색한 점도 있었지만 분명 그녀의 마음

 속에 남편이 아닌 이사와 사토시가 들어온 것은 분명한 듯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고 누구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음을 생각하면 그녀에게 불륜이란 주홍

글씨를 부여하기엔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결국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생각도

달라질 것 같은데, 아소 세이의 입장에 서면 남편에겐 좀 미안한 마음도 들겠지만 잠시 흔들린 것에

불과하니 별 일 아니라는 듯 합리화할 수도 있겠고, 남편의 입장이라면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마음이

움직인 걸 안다면 배신감과 속상함이 교차할 듯 하다. 암튼 아소 세이의 남편의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눈치채지는 않은 것 같아 누구에게도 고통스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고, 이사와 사토시가

1년 후에 불현듯 사라지면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남편과 아소 세이는 소박한 행복을 이어간다.

전반적으로 외딴 섬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인지라 아기자기하면서도 수수한

느낌을 줬는데 화끈한 불륜 얘기를 기대했다면 밋밋한 스토리에 좀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각종 MSG가 첨가되지 않은 재료 그대로의 맛을 맛볼 수 있는 그런 담백한 느낌의 소설이었는데 사람의 연애 감정은 어떻게 하기 어려운 미묘한 것임을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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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개정판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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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영화로 봤던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책으로 다시 볼 생각은 사실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화로 본 지가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불치병에 걸린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사랑하는 어린 연인이 이별하는 내용이라는 친숙한 스토리라는 기억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로 치면 황순원의 '소나기'와 유사한 내용의 동화같은 얘기라 할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 초특급 베스트셀러가 과연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같은 반 친구였던 히로세 아키와 마쓰모토 사쿠타로가

친구에서 서서히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아기자기한 추억들이 그려진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속 장면들이 조금씩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는데

왠지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흥이 나진 않았다.

세월이 지나 감정이 더 무뎌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대략의 스토리를 알고 봐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좀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젊은 연인들에게 흔히 있는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섬에서 아키와의 단둘이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사쿠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작전을 실행에 옮기는 부분은

왠지 우리가 흔히 배가 끊어져서 '오빠 믿지' 하는 남자들의 진부한 계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쿠와 아키의 사랑은 아무래도 소꿉장난하는 것 같은 귀여운 느낌을 줬는데

아키가 불치병에 걸리면서 두사람의 사랑도 안쓰러운 장면들을 연출한다.

분명 안타까운 모습들이 계속 나오지만 예상 외로 담담한 느낌이었는데

너무 뻔한 스토리라 그럴 수도 있고 최루성 멜로 특유의 강렬한 자극이 부족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암튼 사쿠와 아키의 사랑은 그렇게 애잔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아키의 병이 점점 병이 악화되어 가자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직감한 사쿠는

아키를 호주로 데려가 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서 아키와 함께 몰래 병원에서 도망치지만

아키의 몸이 결국 견디지 못해 두 사람의 마지막 추억여행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아키는 죽어서야 세상의 중심이라는 호주의 울루루에 사쿠와 함께 갈 수 있었는데

아키가 옆에 없은 사쿠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아키보다 생일이 늦은 사쿠는 자신이 태어난 이후 아키가 없었던 건 단 1초도 없는 전부 아키가

있던 세상이었는데 아키가 없는 미지의 세상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와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그녀가 죽고 나서야 그녀의 무덤을 파헤친 

사쿠의 할아버지의 모습과 사쿠가 묘하게 겹쳐 보였는데

비록 아키를 잃고 아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쿠지만 그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에 사쿠의 남은 삶이 괴롭게 힘들다고만 치부할 순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영화를 봤을 때의 가슴 저린 느낌이 샘솟진 않았지만

담담하면서도 싱그러운 청춘의 순애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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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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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은 영화나 소설 등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곤 한다.

인간의 삶에 있어 사랑이란 게 어떻게든 중요한 요소임은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인데

현실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걸 영화나 소설로 보충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왠지 제목부터 뭔가 느낌이 왔는데 유사품인 '1리터의 눈물'처럼

과연 왜 슬픔을 1파운드로 표현했는지 궁금했다.


이 책에는 총 10편의 다채로운 모습의 사랑 얘기가 담겨 있다.

먼저 '두 사람의 이름'에선 각자 자기 물건에 이니셜로 표시하는 동거 커플이 등장한다.

좀 계산적이고 각박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픈 새끼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성큼 좁혀졌다.

'누군가의 결혼식'에선 결혼식 피로연에서 만난 웨딩플래너와의 만남을,

'11월의 꽃봉오리'에선 꽃집에서 일하는 유부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단골손님의 얘기를 그리는데

조금은 낯선 웨딩플래너란 직업의 세계와 애환을 엿볼 수 있었고

권태에 빠진 결혼생활에 오아시스와 같은 설레이는 만남으로 삶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여직원이 동료 남자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목소리를 되찾는 '목소리를

찾아서'도 여직원이 남자 직원에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었다.

육 년 동안 사귀다 일 년 반 만에 다시 만난 남녀의 얘기를 담은 '옛 남자 친구'는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 시작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었고, 바에서 만난 작업남과 순진녀의 얘기를 다루는 '슬로 걸'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남녀가 사랑을 시작하는 모습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책 제목과 동명인 '1파운드의 슬픔'은 가장 야한 작품이었는데,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온 심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살 1파운드를 응용했다. 

원거리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이 만났다가 헤어질 때 느끼는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는데

나중에 써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ㅎ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와닿은

'데이트는 서점에서'는 책 읽는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등장해서 더욱 반가웠다.

좋아하는 책 얘기를 서로 나누면서 서점에서 데이트도 하고 서로 추천하는 책을 선물하기도 하는

그런 일은 나의 로망이기도 한데 이 작품이 딱 나의 로망을 소설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었다.

'가을 끄트머리의 이 주일'은 열 여섯 살이나 차이가 나는 부부의 얘기인데

아내의 생일에 매년 특별한 선물들을 준비하는 남편의 정성이 돋보였고,

마지막 단편 '스타팅 오버'는 옛날 직장동료에서 연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커플의 모습을 잘 보여줬다.

열 편의 단편들에 다양한 형태의 연인들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사랑이란 게

사람마다,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정말 다채로운 모습을 띠게 된다.

남녀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랑의 방정식이 존재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여러 커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

내 안에 멸종된 연애세포가 조금은 소생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ㅋ

주인공들이 30대라 그런지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 별로 없었지만

가볍지 않으면서도 평범한 남녀들의 진지한 사랑 얘기가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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