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의 대표적인 대중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거의 묻지마식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예상 외로 단편집이어서 약간 당황했다. 제목과 동명의 단편을 비롯해서 총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가족관계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첫 작품인 '성인식'은 5년 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을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부부가

딸이 치렀을 성인식을 본인들이 직접 치르면서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자식이 죽으면 부모의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듯이 딸 스즈네를 잃은 부부는 딸과 함께 하던 예전의

활기찬 삶을 잃어버리고 부부사이도 점점 메말라가는데 스즈네를 대신한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스즈네를 잃은 상실감도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부부사이도 다시 가까워지는 가슴뭉클한 장면을 연출한다.

'언젠가 왔던 길'은 화가로서 재능이 있던 큰딸을 잃고 둘째 딸을 화가로 만들기 위해

과도한 억압을 했던 엄마를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 딸이 찾아와서 재회하는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자식의 능력이나 희망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만드려고 하는 부모와 그런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고통 받는 자식 사이의 갈등을 잘 보여줬다. 보통 이런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는

쉽게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지 못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엄마의 치매로 인해 안타까운 상황만 보여줬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유명인사들을 손님으로 받았던 이발사가 외딴 바닷가에서 운영하는 이발소에

찾아간 한 남자의 얘기로 이발사가 손님에게 자신이 살아온 파란만장한 인생스토리를 들려주는데

그의 얘기를 듣고 있으니 이발사와 남자 손님의 관계를 딱 짐작할 수 있었다. 

'멀리서 온 편지'는 기대했던 결혼생활이 되지 않자 심통이 나 친정으로 가버린 아내가

무덤덤한 남편과의 묘한 밀당을 벌이는 장면을 보여주고,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는 부모의 학대를

받거나 불화로 인해 고통을 받는 아이들의 얘기를, 마지막 '때가 없는 시계'는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수리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전반적으로 6편의 단편 모두

가족간에 일어날 수 있는 갈등과 상처, 치유와 극복의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다루었는데 각각의

사연들이 남의 얘기같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가슴에 와닿았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면서도

가장 상처를 주기 쉬운 존재인 가족간의 다양한 얘기들을 풀어낸 단편집이었는데 왜 나오키상을

수상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가족간의 문제를 잘 그려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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