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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개정판
카타야마 쿄이치 지음, 안중식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이미 영화로 봤던 너무 유명한 작품이라 책으로 다시 볼 생각은 사실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책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영화로 본 지가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불치병에 걸린 여자친구의 죽음으로 사랑하는 어린 연인이 이별하는 내용이라는 친숙한 스토리라는 기억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로 치면 황순원의 '소나기'와 유사한 내용의 동화같은 얘기라 할 수 있었는데
일본에서 초특급 베스트셀러가 과연 얼마나 위력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었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같은 반 친구였던 히로세 아키와 마쓰모토 사쿠타로가
친구에서 서서히 연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가는 아기자기한 추억들이 그려진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속 장면들이 조금씩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했는데
왠지 영화를 봤을 때의 그런 감흥이 나진 않았다.
세월이 지나 감정이 더 무뎌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대략의 스토리를 알고 봐서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좀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젊은 연인들에게 흔히 있는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섬에서 아키와의 단둘이서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사쿠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작전을 실행에 옮기는 부분은
왠지 우리가 흔히 배가 끊어져서 '오빠 믿지' 하는 남자들의 진부한 계략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쿠와 아키의 사랑은 아무래도 소꿉장난하는 것 같은 귀여운 느낌을 줬는데
아키가 불치병에 걸리면서 두사람의 사랑도 안쓰러운 장면들을 연출한다.
분명 안타까운 모습들이 계속 나오지만 예상 외로 담담한 느낌이었는데
너무 뻔한 스토리라 그럴 수도 있고 최루성 멜로 특유의 강렬한 자극이 부족했다고도 할 수 있다.
암튼 사쿠와 아키의 사랑은 그렇게 애잔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아키의 병이 점점 병이 악화되어 가자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 직감한 사쿠는
아키를 호주로 데려가 주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서 아키와 함께 몰래 병원에서 도망치지만
아키의 몸이 결국 견디지 못해 두 사람의 마지막 추억여행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결국 아키는 죽어서야 세상의 중심이라는 호주의 울루루에 사쿠와 함께 갈 수 있었는데
아키가 옆에 없은 사쿠의 모습은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아키보다 생일이 늦은 사쿠는 자신이 태어난 이후 아키가 없었던 건 단 1초도 없는 전부 아키가
있던 세상이었는데 아키가 없는 미지의 세상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와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그녀가 죽고 나서야 그녀의 무덤을 파헤친
사쿠의 할아버지의 모습과 사쿠가 묘하게 겹쳐 보였는데
비록 아키를 잃고 아키가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쿠지만 그녀와의 행복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기에 사쿠의 남은 삶이 괴롭게 힘들다고만 치부할 순 없을 것 같다.
솔직히 영화를 봤을 때의 가슴 저린 느낌이 샘솟진 않았지만
담담하면서도 싱그러운 청춘의 순애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