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로스타임 - Novel Engine POP
니시나 유키 지음, 제로키치 그림, 조민경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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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5분. 나만 빼고 온 세상이 정지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매일 오후 1시 35분이 되면

한 시간 정도 발생하자 남자 고등학교를 다니며 모태솔로의 삶에서 벗어날 가망이 없어 보이던

아이바 코지는 시간 정지 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여자와의 스킨십을 꿈꾸며 이웃에 있는 남녀공학인

키비노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우연히 자신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는 미소녀 여학생

시노미야를 만나게 되는데...

 

나의 심금을 울렸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이후 최근에 라이트노벨 계열인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를 읽으면서 하이틴 로맨스물의

풋풋한 매력을 다시 맛보았는데 이번 작품도 그 연장선상에서 과연 어떤 얘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제목에 축구에서 나오는 로스타임이 들어가 있어 시간을 가지고 장난하는 게 아닌가 싶었더니 역시나

시간이 정지되는 황당한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타임리프는 SF소설의

단골 소재지만 이 책에선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처럼 특정 사람들을 제외한 세상 전부의

시간이 정지되는 설정을 하고 있다. 혈기왕성한 남고생답게 시간 정지된 상황에 응큼한(?) 수작을

시도하려 하지만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미소녀를 만나게 되면서 아이바의 꿈은 좌절되고

시노미야와 두 사람만의 특별하고 비밀스런 시간을 공유하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싹트게 된다. 이 특별한 시간에 아이바는 신이 빠뜨린 시간이란 의미로 '로스타임'이라고 부르자고

시노미야에게 간신히 허락을 받는데 로스타임 동안 두 사람이 한 일들은 로스타임이 끝나면 자동으로

로스타임이 시작되기 직전 순간으로 리셋된다는 특징이 있었다. 오직 두 사람의 기억 속에서만

로스타임 동안의 일이 남아 있는데 두 사람은 로스타임 동안 동물원에 가서 북극곰 껴안아 보기 등

실제 시간에선 할 수 없는 기발한 일들을 함께 하면서 자신들만의 추억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요리가 취미인 아이바가 시노미야에게 자신이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주자 그녀는 엄청난 식탐으로

화답한다. 이렇게 둘만의 알콩달콩한 로스타임도 아이바가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시노미야에게 뭔지 모를 비밀이 있을 거라곤 충분이 예상했고 드러난 비밀도 예상 범위 내라 할 수

있었다. 판타지적 요소들이 있다 보니 아무래도 현실감이 좀 떨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제3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딱 신파조로 흘러가고 말았는데 그렇게 마무리 될 줄 알았던 얘기는

마지막에 다시 반전을 이뤄낸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윌슨병이 정말 무시무시한 병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암튼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두 사람 사이의 풋풋한 연애모드는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물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름의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나에게도 만약 이 책에서의 '로스타임'이 주어져서 오직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아니 이런

로스타임을 함께 공유할 특별한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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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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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지하철을 이용해서 다니다 보니 왠만하면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이라는 게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회식 자리 같은 경우 2차가 넘어가다 보면

12시를 넘길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면 정말 막차 시간이 간당간당해서 마음이 조급해지기 일쑨데 

이 책은 제목만 보면 사람들이 막차에 대해 갖고 있는 그런 마음들을 담은 얘기들이 담겨 있을 것 같았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모두 막차가 소재로 등장하긴 하지만 각각의 사연은 전혀 달랐다.

첫 단편인 '파우치'는 다음 정차역인 K역에서 인사사고가 발생해 급정차한 전철 안을 배경으로 얘기가

시작된다. 좀 황당했던 게 주인공이 치마를 입었다고 해서 당연히 여자인 줄 알았더니 나중에 알고

보니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여장남자로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하다가 반격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는데 응급실에 구급차로 실려간 아내를 보러 서둘러 가다가 화장도 제대로 지우지

못해 아내에게 자신의 취미를 들켰지만 덤덤한 반응의 아내이 오히려 의외였다. '브레이크 포인트'도

역이 아닌 곳에서 정차하는 걸로 시작하는데 납부기한을 맞추기 사실상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팀이 매일 야근을 하다가 그 와중에 거의 강제로 휴가를 가는 얘기가 그려진다. 전철을 환승하다

막차가 끊겨 걸어가는 얘기가 나오는데 밤늦게 술에 취해 졸면서 가다가 내릴 곳을 한참 지나 다시

거꾸로 타고 가다 보니 내려야 할 역까지 열차가 운행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택시 타고 갔던

기억이 불현듯 떠올랐다. 이후 작품들 속에서도 막차와 관련된 얘기가 에피소드처럼 중간에 실려

있는데, 운동에 집중하느라 조금씩 소원해진 장거리 연애 중인 경륜 선수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여자의 사연('운동 바보')이나 한평생 이발사로 살아왔던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아들의 사연('오므려지지 않는 가위'), 첫 작품처럼 또 여장남자의 얘기가 나오는 '고가 밑의 다쓰코',

빨간 물감이 필요해서 자신의 손목을 긋는 황당한 짓을 했다가 자살시도로 오해를 받고 자신을

괴롭혔던 남학생이 등교거부를 하자 걱정하는 여학생의 얘기('빨간 물감') 등 막차 관련 에피소드를

병풍 삼아 아기자기하면서도 흥미로운 얘기들이 펼쳐진다. 마지막 작품인 '스크린도어'가 그래도

이 책의 설정과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33년 전 철도 선로에 떨어져 죽을 뻔

했다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 생명의 은인과 재회하기 위해 25년간 역 매점에서 일한

여자의 사연은 생명의 은인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놀라움과 함께 따뜻한 마무리를 안겨주었다. 

읽다 보니 매 작품마다 동일한 사고로 인해 열차가 멈추서는 등 나름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고

특히 여장남자가 상당한 비중의 역할을 수행했다. 가급적 막차를 타는 일이 없도록 일찍 귀가하려고

하는데 막차를 타는 사람들의 애환과 사연들을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잘 녹여낸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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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다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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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나오키상을 수상했던 모리 에토의 이 책은 6편의 단편을 싣고 있는데

다양한 형태의 만남과 이별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에 항상 마주하게 되는 만남과 이별을 돌아보게

만든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첫 번째 단편 '다시, 만나다'에서는 일러스트 관련 일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사람의 얘기를 그리고 있는데, '나이를 먹는다는 건 같은 사람을 몇 번이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만날 때마다 낯선 얼굴을 보이면서 사람은 입체적이 된다'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일 때문에 자주 만나다가도 업무 관계가 없어지면 멀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언제 다시 만나도 편하게 만날 수 있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좋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순무와 셀러리와 다시마 샐러드'는 맞벌이를 하는 주부가 식품부에서 산 샐러드에

이름과는 달리 순무가 아닌 무가 들어있다는 이유로 끈질기게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겨우 그럴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구느냐고 할 정도로 진상 고객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주부로서의 자존심을 걸고 사실을 확인하려는 주인공의 모습과 뜻밖의 반전이 묘한 재미(?)를

주었다. '마마'는 기억도 못하는 엄마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갖고 있는 남자와 그의 아내의 얘기를,

'매듭'은 초등학교 시절 반 전체가 30인 31각 경기에 나갔다가 자기 때문에 망쳤다는 아픈 기억을

가진 여자가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보통 자기

기준으로 기억을 간직하고 있지만 실제 상황은 본인 기억과는 사뭇 다른 경우가 많은데 다시 생각하기

싫은 끔찍한 기억 속에서도 전혀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면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며 안 좋은 기억을 공유하는 사람들과도 다시 만날 용기를 내보는 게

그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잘 보여주었다. '꼬리등'에서는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 듯 투우 경기에 나서야 하는 소와 강을 마주본 두 마을의 남녀를 거쳐 마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연상시키는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참사에 얽힌 부부의 얘기까지 광폭 횡보를 보여주었다. 마지막

'파란 하늘'에서는 아내를 잃은 후 아들을 처가에 데려다주러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죽은 아버지와

아내의 기억과 만나는 얘기가 펼쳐지는데, 흔히 생사의 기로에선 전 생애가 마치 파노라마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하듯 죽음의 위기에선 소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 같았다.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라 할 수 있는데 그 와중에서도 분명

더 소중한 만남과 인연이 있을 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반드시 있다고 하지만 그 수많았던

만남과 이별 속에서 소중한 추억들을 만들고 인연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바로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만남과 이별, 재회를 통해 그 각각의 소중함을 잘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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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Novel Engine POP 너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1
이카다 가쓰라 지음, U35 그림, 김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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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이 없는 고3 남학생 이이지마 야스키는 산속 교육센터에서 여는 여름 합숙에 참가했다가

밤중에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가는 데 당첨이 되어 갔다 오는 길에 학교에서 인기녀인 기타오카가

샌들이 끊어져 곤란해하는 상황을 자기 운동화를 빌려줘서 도와주는데...

 

얼마 전에도 라이트 노벨 계열의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를 나름 재밌게 읽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스타일의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나도 모르게 훨씬 어려진 느낌이 들 정도가 되었다. 오타쿠로 오해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던 남학생과 학교에서 잘 나가는 인기 있는 여학생 사이의

로맨스물이라고 하면 너무 뻔한 스토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두 사람이 펼쳐가는 아슬아슬한

밀당(?)이 청소년 로맨스 특유의 재미를 주었다. 여름 합숙에서 이이지마로부터 도움을 받은 기타오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이지마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운동화를 돌려주는 걸로 시작해서 전혀

소통이 없던 두 사람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는데, 기타오카의 이름이 에마여서 알고 보니 

에마뉘엘 베아르에서 따왔다고 한다. 영화 '천사와 사랑을'에 나왔던 엠마누엘 베아르는 그야말로 딱

천사 역할에 제격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런 초절정 미녀에서 이름을 따온 것은 물론 외모도 닮았다고

하니 기타오카 에마의 미모도 왠만한 배우로는 소화가 불가능할 듯 싶었다. 이런 책이 히트를 치면

보통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곤 하는데 캐스팅에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았다. 참고로

엠마누엘 베아르가 나왔던 '천사와 사랑을'에서 또 한 명의 하이틴 스타 출신의 여배우가 나왔는데

80년대 책받침 3대 여신 중 한 명이었던 피비 케이츠가 엠마누엘 베아르에게 전혀 상대가 안 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녀의 미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 같다. 암튼 엠마누엘 베아르 때문에 얘기가 

엉뚱한 데로 샜는데 이이지마와 기타오카는 수요일에 학원을 다니는 걸 기화로 학원 끝나고

같이 지하철을 타면서 학교 밖에서는 많이 친해진다. 하지만 자존감 제로인 이이지마는 인기녀인

기타오카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기타오카가 보내는 신호에

계속 엉뚱한 반응만 보여 기타오카의 화를 돋구는데...

 

두 사람이 엮어가는 알콩달콩한(?) 밀당은 풋풋한 청춘들의 전형적인 사랑스런 줄다리기로 보였는데

현실에선 과연 이런 관계가 이뤄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나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에서도 존재감 없는 남학생과 인기 좋고 예쁜 여학생 사이의

로맨스를 다루고 있는데 거의 공식처럼 이런 설정을 하는 건 이런 설정이 먹힌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라이트 노벨의 주고객층이 여학생들로 짐작했는데 상투적인 설정들로 봐서는 왠지

여친 없고 인기 없는 남학생들이 주고객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암튼 매주 학원을 마치고 같이

지하철을 타게 되면서 이이지마와 기타오카의 관계는 요즘 말로 썸을 타는 관계처럼 보이는데 눈치

없는 이이지마는 설마 기타오카가 자기처럼 별 볼 일 없는 남자에게 관심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좀처럼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구기대회에서의 해프닝이나 기타오카의

친구 구미코를 알게 되면서 겪는 묘한 질투심, 문화제에서 기타오카의 아픈 첫사랑의 얘기를 듣게 

된 일 등 두 사람 사이에는 하나 둘 사연이 쌓이고 지하철에서의 치한 트라우마가 있던 기타오카의

손을 이이지마가 잡아주면서 두 사람 사이가 급격히 가까워지는 듯 하지만 또다시 오해가 생기면서

애매한 결말을 맺고 만다. 사실 이 책의 마무리는 거의 절정에 도달하는 시점에 왠지 쓰다 만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는데 작가의 후기를 보면 문고 한 권 분량의 제약 때문이라고 하지만

16부작 드라마를 15편까지만 보다 만 그런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과연 두 사람의 인연은 어떻게

결말을 맺었을지, 정말 마지막 장면 그걸로 끝인지 하는 진한 여운을 남겼는데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의 아기자기한 전개는 나름 청춘 로맨스물 다운 면모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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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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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미오리 일당에게 부당한 따돌림을 당하던 고코로는 학교를 가지 않기 시작하면서 집에만

있는 날이 계속되던 중 어느 날 자기 방에 있던 전신거울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나오자 거울에

손을 댔다가 낯선 공간으로 빨려들어가고 그곳에서 늑대가면을 쓴 여자아이가 환영인사를 받는데...   

 

2018년 서점대상에 빛나는 이 책은 전에 작가의 '츠나구'를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는데 일본의 사회문제라 할 수 있는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를 판타지적

내용으로 엮어내고 있다. '이지메'란 집단 따돌림의 원조국가답게 이에 따른 등교거부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고코로를 비롯해 7명의 아이가 거울 속 외딴 성에 초대 아닌 초대를

받아 오게 되는데 내년 3월 30일까지 성 안에 있는 소원을 이뤄주는 열쇠를 찾으면 어떤 소원이든 하나를

이룰 수 있다며 늑대가면 소녀는 외딴 성의 여러 가지 규칙을 알려준다. 매일 성이 열리는 시간은

일본 시간으로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이고 그 시간까지 거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늑대에게 잡아먹히는데 한 명만 벌칙을 받아도 전원 연대책임을 진다는 황당무계하면서도 섬뜩한 얘기를

들려준다. 초대를 받은 7명은 모두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거울 속 외딴 성에

자주 모이면서 친해지게 되는데 열쇠를 찾아서 소원을 이루는 데는 별 관심이 없고 외딴성을 집에서

벗어난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다가 서로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하와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리온을 제외한 6명 모두가 유키시나 제5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해가 바뀌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이들은 1월 10일에 6명 모두 등교하기로 큰 결심을 하게 되는데...

 

요즘은 학교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집단 따돌림 등으로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우리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일본 정도의 수준은 아니겠지만 성적 위주의

학교교육 속에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보장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교육 현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학교는 문제만 생기면 감추려고 하고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하거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 학생도 문제가 있는 걸로 몰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학생은 믿을 수 없는 학교와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주변의 시선에 자연스레 등교거부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고코로의 경우에도 자신을 따돌린 아이들은 멀쩡히 학교를 다니고

본인만 학교를 안 가는 상황에서 학교에선 고코로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대처하다 보니 학교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그나마 고코로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봐 주는 기타지마 선생님같은 사람이

있어서 고코로는 다른 5명의 아이들과 함께 등교를 감행하지만 어쩐 일인지 학교에선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딱 느낌이 왔었는데 뭔가 묘하게 어긋났던

부분들의 원인이 뭔지 금방 짐작했지만 책에선 마지막에 가서야 진실이 드러났다. 아키가 규칙을

어기고 다섯 시가 넘어서도 돌아가지 않으면서 늑대가 출몰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 등 동화

'빨간모자' 속 늑대가 출현하는 듯 싶었지만 비밀을 알아챈 고코로가 위기에 처한 동료들을 구해낸다.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에게 그 학생의 입장에서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는데 우리의 학교교육의 현실에선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그래도 기타지마 선생님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등교 거부하는 아이들의 문제를 판타지를 섞어 절묘한 이야기로 만들어낸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츠나구'에서도 느꼈지만 츠지무라 미즈키는 판타지 요소를 적절하게 버무려

감동적인 작품을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서점대상을 받기에 충분한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얘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울릴 것인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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