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삶에서 그렇듯 여행에서도 늘 환상을 좇는 기분이다. 감각하므로 우리는 실제를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되는 걸까. 이번 여행에서도 나는 그랬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당황해하면서 환상 속에, 살아 있는, 나를 겪는 기분이었다.

 

 

 

드니 코테 <유령 마을> 놓친 건 정말 아쉬웠다. 그 때문에 이후 차례차례 꼬이기 시작했다.

<유령 마을> 예매를 못해 비슷한 시간대 <로호>를 예매했다가 떠나게 직전 <유령 마을> 예매에 성공! 3일 2회차 영화인 에두아르도 윌리엄스 단편까지 예매했으나 꾸무적대다 눈앞에서 시외버스를 떠나보냈다. 기사가 안타깝다는 듯이 비웃듯이 정말 눈앞에서 문을 닫았... 전날 김영하 『여행의 이유』를 읽지 않았다면, 밤새 리뷰를 쓰지 않았다면 이리 되지도 않았을 거라고 후회한 들 소용없었다. 전주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에두아르도와 <유령 마을>을 차 속에서 차례차례 취소했다.  예매 취소 안 하고 조율하는 스킬이 부족;해서 취소했던 <로호>를 다시 예매하고 하나라도 제대로 보겠구나 했는데..... 임박하게 도착해 택시를 탔고 내리자마자 휴대폰이 안 보여 순간 앞이 캄캄했다. 추격자로 분신하여 택시를 달리기 선수처럼 따라잡았더니 정작 가방에서 휴대폰을 발견했다. 안도와 함께 허탈이 어떤 영화를 본 뒤처럼 밀려왔다.

각종 번잡을 자초한 끝에 드디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벤자민 나이스타트 <로호>(2018) ★★★☆

197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를 무대로 하는데 한국의 독재 정권일 때랑 비슷한 정치 사회 상황이다. 무력하고 정신적인 피폐 상태에 있는 이들, 기회를 포착해 부를 누리거나 약자를 제압하는 두 부류로 크게 나뉜다. 그 사이의 중개자가 되기도 하고 악행의 동조자이자 주도자가 되기도 하는 변호사 클라우디오를 통해 흔들리는 인간의 면면을 보여준다.

어느 저녁 레스토랑에서 한 사내가 큰 모욕을 주며 자리를 뺏자 클라우디오는 민망할 정도로 모욕을 되돌려준다. 사내는 레스토랑 전체에 행패를 부리고 쫓겨나다시피 했는데 클라우디오와 그의 부인이 레스토랑을 나오길 기다렸다가 습격을 가한다. 그 사내가 총격 자살을 시도해 사경에 처하게 되자 클라우디오는 도와주려다가 결국 죽게 내버려 둔다. 이 지점이 정말 섬뜩하다. 그 사건이 나중에 자신의 발목을 잡을지 클라우디오는 상상하지 못했다. 사막에 시체를 버렸는데 누가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걸 찾는 사람이 있어야 영화가 되지! 그 사내의 실종을 수사하던 알파치노 닮은 탐정 역 배우도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인간이 무조건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말에서 클라우디오가 가발을 쓰는데, 우리에게 그 모습은 새 출발이 아니라 죄의식을 가리는 가면이다. 우리의 현실 속 모습도 그런 덧칠로 가득한 것은 아닐지 반문하며.

 

 

 

 

 

 

마이클 윈텀바텀 <웨딩 게스트>(2018) ★★

이 시간대 보고픈 영화가 없었지만 한 편만 보고 전주영화제 첫날을 마무리하기 아까워서 봤다.

스토리는 예상대로 진부했지만 파키스탄과 인도를 종횡무진하는 여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 갔던 여행지도 회상하면서.

인도 남부는 한 달 이상 머물고 싶은 곳!

 

 

 

 

 

오자마자 영화 보느라 밥도 10시...

여기 와서 한 잔 안 하고 그냥 자긴 아쉬웠므로 길맥을 했다.

전주에서는 Hite 병맥!

낮엔 이선균 배우가, 한밤엔 이장호 감독이 눈앞에 지나가는데 아는 척하기 참 머쓱> 내가 뭐라고, 난 유명인 사인받는 것도 안 좋아하는데;

 

 

 

 

 

첫 밤 이후 아침. 알라딘 굿즈 천국...

 

 

 

 

 

 

 

 

 

 

 

 

 

 

 

기욤 브락 <보물섬>(2018) ★★★★

홍상수 영화 음악을 자주 맡았던 정용진 음악 감독 참여도 있고 해서 홍상수 영화랑 비교도 하는데 홍상수 영화보다 더 좋아서 비교하는 것도 맞지 않는 거 같다. 다큐와 픽션의 절묘한 조화.

감독은 도시 외곽을 슬럼가로 보는 시각과 편견에 대해 반대하며 파리 근교의 한 수영장을 세상의 복사판으로 보여 준다.

가족 모임으로 보이는 현장에서 바베큐를 굽는 한 남자가 자신이 납치되었다가 살아난 얘기를 담담히 한다거나,  자기 나라에서 고위 간부의 행동을 지적해 곤혹에 처해 망명한 남자가 수영장의 경비 일을 하게 된 고백 등, 이 영화가 잔잔히 보여주는 풍경과 이야기의 충돌은 시종일관 생각과 마음을 뒤흔든다.

전주 와서 본 영화 중 내겐 최고였다👍

 

 

 

 

 

 

 

<나무라듸오>에서 잠시 휴식. 한적하고 친절하며 분위기는 좋은데 커피 맛은 아쉬웠다.

 

 

 

 

 

 

 

 

 

 

기요르기 폴피 <아버지의 목소리>(2018) ★★★☆

스타니스와프 렘 <아버지의 목소리>를 원작으로 한 영화. 스타니스와프 렘 소설 번역이 국내 별로 없는 가운데 타르코프스키가 영화화한 <솔라리스> 원작도 구하기 좀 어렵다. 원작과 많이 달라 감독과 작가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지만 명작이 된 <솔라리스>를 좋아해서 폴피의 영화도 꼭 보고 싶었다.

GV를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의 의도보다 더 훌륭하게 작품이 완성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런 것 같다. 음모론, 외계인 얘기는 진부했지만 전위적인 미장센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제 특수를 놓치지 않고 영화제 관람자 10% 할인ㅎ 전주 시민만 좋을 듯.

짐도 많은데 책 짐이 생길까 봐 아예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짐 커밍스 <썬더 로드>(2018)  ★★★☆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아내, 직장, 집, 정신까지 잃게 된 남자 역을 맡았던 브래들리 쿠퍼 같은 캐릭터가 나온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춤 퍼포먼스를 준비한 남자 지미 아르노. 거기엔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스포가 되므로 여기선 밝히지 않겠다. 아무튼 그 영상이 아내와의 양육권 소송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돼 딸까지 뺏긴다. 사람 사이의 질서와 윤리를 대리하는 역할인 경찰이지만 오히려 그 일에 몰두하느라 정작 자기 가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이혼에 해고에 딸과의 이별에 신경쇠약 상태로 몰린 그가 관객을 얼마나 울리고 웃기는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영화를 좋아했다면 이 영화도 좋아하고야 만다고 장담! 감독과 주연을 맡은 짐 커밍스 기억해둬야겠다. 운이 잘 따라준다면 벤 스틸러급이 될 수도 있겠음ㅎ

웃기면서 눈물 핑 돌게 하는 멋진 영화. 개봉하면 입소문으로 인기 끌 영화다.

 

 

 

 

 

 

 

 

 

 

 

 

 

 

 

 

와하하하하... 하루 종일 성공률 좋다가 미드나잇 시네마에서 빅엿을💦💦💦

세 편 중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미드나잇 시네마 1(23:59~06:11)

1. 얀 보니 <독일. 겨울 이야기>(2018) ☆

베키, 토미, 마이크 세 사람이 섹스와 폭력의 극단을 향해가는 이야기인데, 굳이 영화를 만들어 뭘 공유할 게 있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인종차별을 부추기기 위해 정부가 그들을 이용한다는 설정도 작위로 느껴졌다. 키에슬로브스키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같은 작품이면 좋겠다는 기대로 봤는데 별 1개도 아까웠다.

2. 켈리 코퍼 / 파볼 리스카 <죽은 자의 아이들>(2019) ☆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해서 기대하며 봤는데, 무성 영화 스타일의 카니발리즘 영화는 그 불친절함 만큼 내용이 너무 거칠어서 흥미를 단번에 잃게 만들었다.

3. 다니엘 칼파르소로 <더 워닝>(2018) ★☆

같은 장소에서 계속 일어나는 죽음의 패턴을 평행우주론으로 펼친 작품인데, 이 소재는 너무 식상해져 있는 데다 영화에서 인과 고리가 깨어지는 결말의 개연성도 없었다.

 

 

 

 

 

 

 

 

 

 

 

 

 

 

 

 

 

 

 

 

 

 

 

 

 

미드나잇 시네마가 전위적 작품이 많다는 건 감안하고 보지만 이번엔 정말 피곤하게 날이 새고 말았다. 한숨 쉬며 씻기 위해 이 근처 유일한 한옥 스파 사우나로 gogo~

근방 영업하시는 아주머니들이 많이 오셔서 다들 드라이기를 들고 다니시는 게 이색적. 100원 넣고 매일 쓰는 것도 은근히 낭비니까. 호탕하신 아주머니 한 분께 나도 얻어 썼다ㅎ

 

 

 

 

 

 거리 곳곳 멋진 풍경. 비도 안 오고 화창한 날의 연속이었다!

 

 

 

 

전주는 이런 언밸런스 풍경이 늘 매력적!

 

 

말끔히 씻고 오늘 마지막 영화 티켓팅도 성공!

커피를 마시려니 가고 싶은 카페들은 대부분 12시부터 오픈ㅜㅜ

 

 

 

바쁠 땐 1인 분 안 준다는데 객지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셔서 <전주식당>에서 백반 1인분.

아침을 제대로 못 먹으면 하루 종일 힘들더라는.

여기 김치찌개 맛있죠. 사과 샐러드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다.

크게 맛집은 아니고 영화관과 가깝고 적당히 먹을 만하다.

 

 

 

 

 

 

 4일까지 내가 본 영화 티켓 기념샷~

 

 

 

 

 

5일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히타 아세베두 고미스 <포르투갈 여인>(2018) ★★★☆

오스트리아 작가 로베르트 무질의 고전을 번안한 작품이라고 해서 봤는데, 간밤 심야 영화 관람의 여파로 집중을 못 한 게 많이 속상했다. 모든 쇼트가 명화처럼 아름다워서 이 영화의 영상미는 독보적! 인물들의 연극적인 대화, 미장센 등 브레송 감독이 연상되기도 했는데 포르투갈 현대 영화를 이끄는 이 여성 감독의 행보는 앞으로 더 주목된다.

단편 <포르투갈 여인>이 실린 로베르트 무질 『사랑의 완성』 책 갖고 있는데도 못 보고 내려가서 나를 원망했다.

 

 

 

 

 

 

 

 

이 영화를 끝으로 68년 전통의 풍년제과 빵과 센베를 사들고 전주를 떴다~👐 난 그리 맛있다 생각되지 않지만 어버이 날 선물~~

이상하게 영화제는 3일 정도 보면 질린다. 너무 몰아쳐 질리게 봐서 그런가.

 

 

 

 

 

 

 

 

 

 

 

 

 

 

 

 

 

 

 

 

 

 

 

 

 

 

 

예정대로라면 당진을 가야 했으나 전주에서 충남 당진 가는 게 너무 어려웠다. 군산을 가서 하루 두 대 있는 당진행을 타야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 서해 바다 보는 건 포기했다.

방향을 틀어 집으로, 바다로.

전주보다 우리 집이 맛집이었다.

도착하자마자 거하게 차려주신 엄마 밥상을 황송히 즐겁게 받았다.

화창한 날씨의 울산 바다도 보러 갔다.

대왕암 미역 장사 아주머니 성격 겨울 칼바람 같으셨다ㅎ

어느 관광객이 생미역 한 봉지 만 원이 비싸서 안 산다고 돌아서자마자 미역을 패대기를.

부산 태종대나 영도처럼 아래 해변엔 해녀(?) 간이 횟집이 있는데 아마도 비싸서 얼씬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천 진주 냉면 육전을 올린 특이한 냉면인데 왜 서울엔 이게 없지? 돈가스랑 냉면 먹는 느낌이다.

 

 

 

 

더 있다 가고 싶으나 부고를 들어 조문을 위해 급히 올라가기로 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부모님 장례를 치르는 심정을 나는 안다고 말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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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히 말해서, 본성상의 차이들이 더 이상 나타날 수 없는 관점, 아니 오히려 사물들의 상태가 존재한다. 진리의 퇴행 운동은 진리에 대한 환상일 뿐만 아니라 진리 그 자체에 속하기도 한다. "종교"라는 복합물을 정적 종교와 동적 종교라는 두 방향으로 나누면서, 베르그송은 덧붙인다 : 어떤 특정한 관점에 자리하면서, "사람들은 일련의 추이와 정도상의 차이들을 감지하지만, 실제로 거기에는 근본적인 본성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환상은 우리 본성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에도, 우리에게 우선 나타나는 존재의 측면에도 기인한다. 베르그송은 그의 처음 작품에서 마지막 작품까지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진화해갔다. 그의 진화의 두 주요한 요점은 다음과 같다: 베르그송에게 지속은, 사물들의 가변적인 본질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복합 존재론 ontologie complexe 이란 테마를 제시하기 위해서, 심리적 경험에로 점점 덜 환원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 공간은 그에게는 이 심리학적 실재성과 우리를 떼어놓는 픽션에로 점점 더 환원될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공간 그 자체 역시도 존재에 근거할 수 있도록 그리고 존재의 두 비탈 중의 하나를, 그 두 방향 중의 하나를 설명할 수 있도록 말이다. 베르그송은 말했다, 절대는 두 측면을 갖는데, 형이상학에 의해 간파된 pénétré 정신이 그 하나요, 과학에 의해 인식된 connue 물질이 다른 하나다. 그러나 정확히 말해 과학은 상대적 인식 즉 그 성공이나 효율성에 의해서만 보증받는 상징적 분과가 아니다 ; 과학은 존재론의 일종이며, 존재론의 두 절반 중의 하나이다. 절대는 차이이지만, 차이는 정도상의 차이와 본성상의 차이라는 두 표정을 갖는다. 따라서, 우리가 사물들 사이에서 단순한 정도상의 차이들을 파악할 때, 과학 그 자체가 세계를 이 측면에서 보게끔 우리를 초대할 때, 우리는 여전히 절대 안에 있다( "현대 물리학은 우리에게 질에 대한 우리의 구분 뒤에 있는 수적 차이들을 점점 더 분명히 보여주고......")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다. 그러나 우리가 첫번 비탈의 실제 풍경을 다른 비탈 위에 투사하는 한에서만, 그것은 환상인 것이다. 만약 환상이 억제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 다른 비탈 즉 지속이라는 비탈 덕인데, 이 비탈은 마지막 심의에서는 공간 속에서 그리고 이미 물질과 연장 속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비율상의 차이들에 상응하는 본성상의 차이들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 * *

따라서 직관은 이 세(또는 다섯) 가지 규칙들을 갖고서 하나의 훌륭한 방법을 이룬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문제화하고(거짓 문제의 비판과 참된 문제의 창조), 분화하고(재단[자르기] découpage과 마주침[음미] recoupage), 시간화하는(지속의 견지에서 생각하기) 방법이다. 그러나 어떻게 직관이 지속을 상정하는지, 그리고 반면에 존재와 인식의 관점에서 어떻게 직관이 지속에 새로운 확장을 부여하는지, 이것은 결정해야 할 것으로 남겨져 있다."

 

 

어버이날, 내 부모를 두고 타인의 부모, 나와 아무 연관 없는 죽음을 기리기 위해 안산을 향했다. 비용과 시간과 내 바람과 휴식을 포기하고 하는 모든 행위는 나를 짓누른다. 우리는 매 순간 이렇지. 이 과민한 선택의 연속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삶은 사실 예사롭지 않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거절하고 싶었고, 하고 싶지 않으면서 행했던 많은 말과 일. 진심은 정도의 차이인가 결과인가. 뭔가 안다고 말하려는 내 입을 제때 틀어막고 싶다. 며칠 어머니가 틀어놓은 tv를 통해 비틀린 인간 군상의 이모저모를 반복, 또 반복해 들으며 나는 계속 거르려 했다. 어머니와 나는 같은 방송을 보면서도 다른 상대를 향해 분노했다. 진위는 다 파악되지 않은ㅡ계부와 생모가 살해해 유기한 12살 소녀, 교통사고 이후 조현병 증상으로 흉기로 난동을 부린 한 남자, 러시아 항공기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기장의 잘못과 일부 승객의 이기적 행동으로 더 큰 피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로 현 정부와 대통령을 비난하는 종편 방송ㅡ 소식들도 나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내 생각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매 순간 조정된(한)다. 식물의 주광성(走光性)처럼. 바깥을 통해서는 사건을, 머릿속에서는 베르그송과 들뢰즈의 단어들을 따라가며 '지속', '차이', '존재론' 같은 개념들을 정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실재로서 작동시켜야 할 이유는? 어떤 이에게는 깨어 있음과 깨어 있음 사이, (내게는) 잠과 잠 사이, 하루는 많은 임의의 경계로 작동하지만 내 생에서 이것들은 차이로 인식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채 읽고 보고 듣고 걷고 방황하다 다시 돌아왔다. 이것도 잠의 연장이라 해야 하지 않을지. 다른 관점으로는 삶의 지속?

 

 

 

 

 

 

 

 

 

전주영화제에서 내가 애타게 유령처럼 좇기만 했던 영화, 드니 코테 <유령 마을>을 서울 아트시네마 특별 상영으로 서울에서 보았다.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리뷰는 내 마음속에 두었다.

이 영화가 빚어내는 공간감은 기대대로 내 취향이었다.

유령에 이민자 은유를 섞게 된 배경도 그렇고, 초자연적 영화가 흔히 그러듯 신을 끼워 넣지도 않은 지극히 인간적인 영화. 잔인함 1도 없는 마감을 보며 나라(캐나다) - 문화라는 게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재차 실감했다. 할리우드 스타일 호러 영화가 아니라 맘에 들었다.

여행에서 읽지 못했던 사무엘 베케트 책이랑 잘 어울리기도 했다.

 

 

 

 

📎

"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제 놓아달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동사를 사용했다. 그는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를 떠나기를 바라며 그런 말을 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나와 잠시 떨어져 있기를 바란 건지는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그걸 물어본 적은 없다. 나는 그가 지닌 질문들만을 궁금해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벗어나자 나는그의 삶에서 벗어났다. 어쩌면 이게 그가 원하던 것이었을지도모른다. 자문해보지 않고도 알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어느 날 그가 나에게 이제 놓아달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동사를 사용했다. 그는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그를떠나기를 바라며 그런 말을 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나와 잠시 떨어져 있기를 바란 건지는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그걸 물어본 적은 없다. 나는 그가 지닌 질문들만을 궁금해했을 뿐이었다. 어쨌거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그의 목소리에서 벗어나자 나는그의 삶에서 벗어났다. 어쩌면 이게 그가 원하던 것이었을지도모른다. 자문해보지 않고도 알게 되는 질문들이 있다. 

 

 

 

 

 

 

 

 

 

이 여행의 기록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하며 많은 시일이 지났다. 현재의 내 마음을 가장 잘 말해준 것은 권여선 작가의 단편들이었다.

 

 

• 권여선 <모르는 영역>(대상 수상작)

📎

"어디선가 새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 날갯짓의 급격한 감속, 날개를 접고 사뿐히 가지에 착지하는 모습, 가지의 흔들림과 정지……. 그런 정물적인 상태가 얼마나 지속되었을까, 새는 돌연 가지를 박차고 날아갔고 그 바람에 연한 잎을 소복하게 매단 나뭇가지는 다시 흔들리다 멈추었다. 멍하니 서서 새가 몰고 온 작은 파문과 고요의 회복을 지켜보던 그는 지금 무언가 자신의 내부에서 엄청난 것이 살짝 벌어졌다 다물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새가 날아와 앉는 순간부터 나뭇가지가 느꼈을 흥분과 불길한 예감을 고스란히 맛보았다. 새여, 너의 작은 고리 같은 두 발이 나를 움켜잡는 착지로 이만큼 흔들렸으니 네가 나를 놓고 떠나는 순간 나는 또 그만큼 흔들려야 하리. 그 찰나의 감정이 비현실적일 정도로 생생해 그는 거의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한참 만에 주위를 돌아보니 그저 저수지였다.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그에게 왔던 것은 이미 사라져버렸고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고 영영 지울 수도 없으리라고 그는 침울하게 생각했다. 단 한 번이라니…… 단 한 번이었다니…… 다영도 이곳에서 이런 무섭도록 강렬한 한 번을 경험한 것일까. 그래서 그에게 은밀한 보물이 묻힌 곳을 알려주듯 이곳으로의 산책을 권유했던 것일까. 순간 다영의 굳은 얼굴이 떠올랐고, 그게 그러니까…… 한 번은…… 한 번은 해도 됩니까 묻던 다영의 말이 식당 여자가 아니라 자신을 향한 것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해도 됩니까, 한 번은?"

• 권여선  <전갱이의 맛>(대상 수상작가 자선작)

📎

“그러니까 사람은, 사람이란 존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그렇게 감각하는 자체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더라고. 내가 지금 이걸 느낀다, 하는 걸 나에게 알려주지 못하면 못 견디는 거지. 어떤 식으로든 내 느낌과 생각을 내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감각이나 사고 자체도 그 자리에서 질식해버리고 마는 것 같았어.”

나는 잠깐 멍한 상태가 되었다. 그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지?

말이란 게, 하고 그가 말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나와 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그동안 난 쉴 새 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해왔는데, 그 말을 사실 나도 듣고 있었던 거지. 그런 의미에서 말은 순수히 타인만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던 거야. 그런데 말을 못하게 되면서 타인을 향한 말은 그럭저럭 포기가 됐는데 나를 향한 말은, 그건 절대 포기가 안 되더라고.”

.

.

.

나만의 말은, 그는 힘주어 말했다.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기억되거나 발견되는 거야. 내가 어떤 언어를 간절히 원했던 순간을 기억하거나, 그 간절함이 생겨나는 그 순간을 발견해서 내 말로 삼는 거지. 그러니까 내 말들은 어원을 잃는 법이 없어. 최초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그 위에 다른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말 속에 삶이 깃드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때로는 뜻을 알 수 없는, 그저 표현으로 먼저 생겨난 말도 있고, 가끔 아주 외설적인 말도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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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5-21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며칠 전 전주, 5년만에 다녀왔습니다. 출장이긴 했지만, 전주는 갈때마다 묘한 설레임이 있습니다. ^^

AgalmA 2019-05-23 02:07   좋아요 1 | URL
중부 지역이 대체로 그런 느낌을 주는데 전주도 안온한 분위기 같은 게 있는데다 한옥 풍경이 많아 정감도 가죠. 예전 인사동 느낌나서 좋은데 지금의 인사동이나 그 일대 같이 안 변했으면 좋겠어요. 서울 외 중소도시에서 이런 분위기의 도시도 드물죠. 게다가 수많은 맛집까지 있으니 매력 만점!

북다이제스터 2019-05-23 20:11   좋아요 0 | URL
어찌 아셨습니다. 그때 가서 1인당 3만원 막걸리집 갔는데, 반찬 60 가지 나와서 엄청 놀랐습니다. ^^
 

 

 

● 새 책과 안녕

내 책장에 갑자기 동물들 관련 책이 많아졌다;

민음사 북클럽 에디션 책들도 동물 관련한 콘셉트 책이고, 임정아(글)/ 낭소(그림) 『우리 산책할까요』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고 그들을 잃은 뒤의 슬픔 등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한 에세이다.

아래층에 큰 개를 키우며 이웃의 원성을 듣는 이가 있다. 까맣고 커다란 개가 목줄도 없이 우다다 층계를 뛰어 올라와 나도 기겁한 적 있다. 개가 무슨 잘못이겠나. 그렇게 살도록 생긴 게 아닌 애가 그렇게 사니 저도 괴로울 것이다. 주인 없는 빈 방에서 그 개가 서럽게 우는 걸 들을 때면 동물은 외로움과 고통을 모르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개가 한밤에 조용히 맞는 소릴 들으면 내가 더 괴롭다. 제발, 자신을 위해서만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 뜻밖의 고생 / 시집 (※ '뜻밖의 고생'은 내가 중고 도서를 팔면서 겪게 된 좌충우돌을 종합한 표현)

수학과를 나오신 것으로도 유추되는데 함기석 시인도 꽤나 난해시를 쓴다. 사람들이 시를 어렵게 쓴다고 성토하는 걸 들을 때면 그렇게 써야 할 그들의 특성, 취향, 이유, 목적도 좀 생각해 보시라 말하고 싶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쉽게, 말해 달라는 요구가 모든 곳에서 적절한 게 아니다. 그래서 복잡해도 재밌게 쓰는 기술이 필요한 거겠지만.

『착란의 돌』(2002, 천년의 시작, 품절)

『뽈랑공원』(2008, 랜덤하우스, 절판)

암튼 잘 읽었고 이제는 안녕을 고할 때.

 

 

 

 

 

 

 

 

 

 

 

 

●  여행 발동 1

작년 이맘때 통영 갈 땐

파스칼 키냐르 『음악혐오』(Franz)

나탈리 레제 『사뮈엘 베케트의 말 없는 삶』(워크룸프레스)이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2018년 부산영화제 갈 땐

전야제로 김연수 여행산문집 『언젠가, 아마도』(컬처그라피)를 다 읽고 리뷰를 남기고 떠났다.

길동무는 레몽 드파르동 『방랑』(포토넷)이 되어 주었다.

 

이번 2019년 전주영화제 길동무 1순위는

김영하 『여행의 이유』(문학동네)

4월에 부지런히 책을 샀더니 파스칼 키냐르 신간도 가지고 있고 여행책 고민이 없네ㅎ

그런데 김영하 책 내려가기도 전에 다 읽을 거 같어😆

이번 여행에도 베케트가 동행이 될 지도.

 

책으로 시작하고 책으로 끝나는 나의 여행.

이번 여행은 어쩐지 서해 일주가 될 스멜~ 어쩌다 보니 당진에도 가게 생겼다. 거기 뭐가 있는지 나는 모른다.

 

 

 

 

 

 

 

 

 

 

 

 

 

 

 

●  여행 발동 2

김영하 『여행의 이유』는 몇 페이지 남지 않아 길동무에서 아웃ㅎ 여행가기 전에 읽기 잘한 듯. 그가 말하는 '우리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참 공감되었다.

작년에 민음사에서 워터프루프 북을 낸 적 있다. 아이디어 좋다고 생각했지만 선정된 책에 대해서 나는 말줄임표를......

[82년생 김지영 / 보건교사 안은영 / 한국이 싫어서 / 해가 지는 곳으로]

과연 휴가지에서 읽고 싶은 책일까. 페미니즘 부상, 여성 독자 타깃을 겨냥한 구성이 확연히 보인다. 그런데 나는 그 책들 다 여행에서 읽고 싶지는 않았다. 젖은 책을 말려가며 두고두고 읽고 싶지도 않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이 프로젝트 큰 반응 못 얻었을걸요. 좋은 아이디어가 콘셉트와 어울리지 못해 사장되는 게 안타깝다. 이 워터프루프 북 이후 또 나온 게 있는지? (아직 없다) 또 나올 예정이 있는지? (아이디어가 아까워 한 번 더 도전해 볼 수는 있겠지만 아마 어렵지 싶은데요) 차라리 김영하 『여행의 이유』 같은 책이 워터프루프북으로 나오면 이 여름 잘 팔릴 겁니다. 듣고 있나요? 문학동네 ㅎㅎ

아무튼 나는 이번 여행에 영화 관련 책ㅡ데이비드 보드웰 『영화 스타일의 역사』(2002, 한울), 질 들뢰즈 『시네마 1 : 운동-이미지』(2002, 시각과언어, 절판, 현재 희귀도서)ㅡ를 가져갈까 하다가 너무 무거워서;; 제프 다이어 『지속의 순간들』(2013, 사흘, 절판)과 사뮈엘 베케트 『죽은-머리들 / 소멸자 / 다시 끝내기 위하여 그리고 다른 실패작들』(2016, 워크룸프레스)로 결정.

내가 생각하는 여행책의 조건 1. 가벼운 휴대성 2. 당장의 고민거리를 좀 떠나 생각과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줄 다채로운 볼거리와 아름다운 문장 3. 나머지는 차차 또 생각. 저 두 책은 이런 이유에서 채택했다.

 

 

 

 

 

 

 

 

 

●  뜻밖의 고생

옥타비오 파스 『활과 리라』(2001, 1판 2쇄 소장, 솔출판사, 품절)

ㅡ 좋은 시론집인데, 많은 메모 지우기가 아까워 판매 불가 통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영웅들의 꿈』(2018, 현대문학)

ㅡ 중남미 문학은 공감과 이질감이 늘 함께 하지.

 

테리 이글턴 『성스러운 테러』(2007, 생각의 나무, 품절)

ㅡ 고전과 철학과 심리학을 종횡무진 오가는 이글턴의 달변을 읽다가 정작 테러 생각은 뒷전이 되던ㅎ 이 책은 우리 사유의 총체적 모순을 지적한다. 동네 도서관에 없어서 판매 불가 통보.

 

"종교적 근본주의는 무엇보다 우연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신의 무능력인데, 우주의 존재 자체가 이런 종류의 교조주의에 설득력 있는 반박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근본주의자들은 필연적 존재 이유를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인간 역시 전혀 존재의 필연성을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하지 못한다."(p65)

 

 

 

질 들뢰즈 『베르그송주의』(문학과 지성사, 품절)

ㅡ 길 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읽고 보내면 좋겠는데 아아, 매일매일 중고 주문 때문에 너무 바쁘다ㅜㅜ 다시 다 내릴 수도 없고. 흑흑)

 

 

 

 

 

 

 

 

 

 

번역 비교를 문의하신 분이 있어서 살펴본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1988, 문예출판사)

ㅡ 내가 가진 책은 옛날 책이라 문예출판사인지도 몰랐다ㅎ; 이덕형 번역으로 아직도 나오고 있는데, 1983년 초판 번역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아서 개정판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2018년 에디션 콜렉션도 번역은 똑같더군요.

소담출판사와 비교하면 문예출판사 번역은 정돈되지 않은 문장으로 많이 읽힌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길 떠나기 전에 병원도 들렀다. 피로로 인한 과민 상태라고. 전주영화제 가서 심야 상영 보며 밤 꼴딱 새워야 되는데 수면제 처방ㅋ 운동도 많이 해야 된다고 했는데 그러려고 여행을 가는 겁니다ㅋ 움직이기 시작하면 너무 혹사해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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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05-04 2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너무 과로를 하셨군요... 건강에 유의하시고 좋은 여행 하시길요.

AgalmA 2019-05-11 00:02   좋아요 0 | URL
이번 여행도 순조롭지만 않았는데요. 제가 과로를 자초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ㅎㅎ; 겨울호랑이님은 연휴 잘 쉬셨길.

겨울호랑이 2019-05-11 15:19   좋아요 1 | URL
AgalmA님은 항상 하얗게 불태우시는 분이니 일정도 빠듯하게 세우시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만 ㅋ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여행과 인생의 공통분모라 여겨집니다.^^:)
 

 

 

 

● 번역 비교 :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소장하고 있는 종이책 까치 출판사(제3판 개역본), e book 펭귄클래식 두 책을 비교해 보았다.

 

📎

「제18장 군주는 어디까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가」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중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모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까치 출판사)

"군주는 짐승처럼 행동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여우와 사자에게서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속수무책이고 여우는 늑대에게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펭귄클래식)

 

 

 

『군주론』은 여러 출판사에서 나와 있으나 가격, 번역의 질, 챕터 요약, 충실한 부록(인명과 용어 해설 등)을 고려하면 까치 출판사가 제일 나을 듯.

 

 

 

 

 

 

 

 

 

 

 

 

 

 

 

 

 

● 현대미술 - 규모의 전쟁

마이클 윌슨 『한 권으로 읽는 현대미술』(마로니에북스)

ㅡ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 보고 나니 미술, 현대미술 책이 읽고 싶어져 다시 펼쳐들기 시작~ 지금의 예술작업을 파악할 컨템포러리 미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들을 알게 되어서 좋긴 한데 모든 아티스트 설명이 2페이지로 끝나니 감질남! 그러나 재밌다. 확실히 요즘 현대미술은 아이디어보다 규모의 전쟁. 규모있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미 아이디어다. 3층 이상 크기의 무언가를 만들어보라. 그것은 반드시 이슈가 된다. 강물 위의 거대 병아리처럼.

 

 

 

 

 

 

● 당신의 책 - 어떤 말이 당신에게 가닿았을까를 생각했다

그장소,

언젠가 당신이 같이 읽자 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걸 말하는 책이 아닐 거라 짐작해서 다른 책 읽느라 바쁘다고 헤헤헤 하며 사양했었지.

내 예상은 맞았지만 가볍게 읽기엔 재밌었다. 나와 당신과 다른 듯 닮은 사람이 많단 걸 또 느끼며.... 지금에서야 당신을 잃고 생각하며 읽는다.

진심은 우리 생각과 달리 반만 보일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도 우리는 닮았고 언제나 늦다.

 

📎

「어른이 되려다 보니」

 

현명한 사람이 된다는 게 정확히 어떤 사람이 되는 건지는 몰라도 무엇이 ‘현명하지 않은 행동’인지는 알고 있다.

그걸 지워나가면 되겠지.

 

때론, 기쁨은 나누면 반이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배가 된다.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위로를 듣고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 힘든 마음 자체보다 더 소모적이다.

 

요청한 적도 없는 배려와 선의를 베풀고 나서

넌 왜 제대로 보답을 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사람들.

 

해맑고 순수한 사람들은

때로 그 선의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왜, 보통 내가 누구한테 상처를 줬을 땐 나도 모르게 그러는 경우가 많잖아. 물론 작심하고 할퀴고 싶을 때도 있지만 나는 사람들이 언제나 타인을 찢어발길 준비를 하고 산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그렇다고 해도 내가 부지불식간에 타인에게 상처를 입힌 게 무죄가 되진 않아. 상처를 받은 사람이 과민한 게 아니라, 거기까지 미처 배려하지 못한 내가 무심했던 거라고 생각하는 게 현대 지성인의 자세 아닐까?

그러니까 모르는 건 죄야.

늘 죄인의 마음으로 살아.

 

감사는 내게 넘치는 걸 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필요로 하는 걸 주는 것.

위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주는 것.

 

사람들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지 않는 것과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않는다’는 것은 책임감이고

‘그러니 난 아무 약속도 하지 않겠다’는 무책임함이다.

어디 말 같지도 않은 소릴 하고 있어.

 

김나연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문학테라피), p63~65

 

 

 

 

 

● 명확히 나뉘는가

브라이언 어거스틴 외『배트맨 - 가스등 아래의 고담(A Tale of the Batman)』

어떤 생각은 경험에서만 나온다. 어떤 경험은 우리의 생각을 바꾼다.

자신의 어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나 영웅 배트맨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린 일상에서도 이미 양면적 아니 다면적이다. 이 책에 브루스 웨인이 1889년 빈에서 프로이트와 상담하는 장면도 잠깐 나오는데, 최근 읽은 『정신분석학의 근본 개념』 을 보면 프로이트는 인간 심리의 이원론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이른바 생 충동과 죽음 충동의 이원성은 진화론에서 유전자와 자연 선택의 결합처럼 간단명료한 정리 같기도 하지만 더 나은 종합은 없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는 사회 문화적인 힘인 '밈'까지 추가한 거겠지만.

 

 

 

 

 

 

 

 ● 또 절판?

2017년에 나왔는데 벌써 품절이다. 상황으로 봐선 이 버전으로는 다시 나올 거 같지 않다.

폴 발레리 『테스트 씨』는 테스트 씨를 캐릭터로 세우고 사유에 대해 치열히 고찰하는 소설이다.

폴 발레리가 이렇게 소설을 잘 쓰다니! 더 놀라운 것은 현상학, 철학에 꿀리지 않는 통찰!

기회가 된다면 읽어 보시길.

 

 

 

 

 

 

 

 

● 詩 - 까욱, 까아욱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Wheat Field with Crows](1890)이 연상되는 시

 

 

 

 

 

 

 

● 1일 1그림 - 게으르지만 틈틈이...

 

 

갑자기 내리던 빗속에 인상적이었던 이미지를 이제야 남긴다.

우산을 챙기지 못해 짜증 날 상황이었을 텐데도 웃으며 아가와 쌩쌩 달려가던.

두 사람은 오랫동안 외롭지 않을 거 같아 나는 그 모습을 눈 속에 오래 담았다.

단지 한순간의 긍정일 뿐이더라도 이렇듯 향기롭게 퍼질 때도 있다.

행복하세요. 이름 모를 당신들.

(BGM : 신해철 & NXET "아가에게")

 

 

 

 

 

 

내가 생각하는 창작의 첫 번째 관건은 대상에 압도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뇌리에 인상 깊게 다가오면 어찌 되든 표현해 본다. 대상에 압도되기만 했을 때는 도취에 빠진다. 종교화가 대표적인 예. 상상적 실재를 좋아하는 인간인 우리는 그 분위기에 쉽게 빠진다.

글도 마찬가지인데 도취에 빠진 글은 무미건조하다. 그런 글이 숱하게 많다는 걸 모르거나 무시한다. 감상적인 글이란 표현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마르케스의 마술적 사실주의나 카프카의 변신과 알레고리는 압도되지 않은 문학의 힘을 보여준다. 그들은 인과를 무시하고 자신이 구축한 내재적 구조로 밀어붙인다. 쉽게 말하면 객관화의 성공 예라 하겠으나 아시다시피 객관과 주관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그것의 수용은 확률적 운이지만 인정받게 되면 '개성'이라 불린다.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건 인과를 더 쉽게 부술 수 있기 때문. 생각하고 그리는 내 사고가 갇히지 않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1시간 정도 지나면 그리기 싫어진다. 일이 아니니까 멈춘다. 화가 되긴 그른 건가😓

신나게 그렸고

밖은 다시 어두워지고

여전히 내 옆엔 라벤더

이런 하루도 괜찮아.

무언가 남아 있는 느낌을 곰곰이 느낀다.

아냐, 남아 있다는 건 틀렸어. 이 세계는 항상 무언가로 넘친다. 나는 그 흐름을 느끼는 거고 늘 헷갈리지. 내가 도대체 어디 있는지. 그래서 꽃이든 사랑이든 대상이 필요한 걸 거야. 라벤더는 벌이 필요 없지. 날 그리고 싶어 하지도 않아. 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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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도


 

다른 서점 다 둘러봐도 기형도 30주기 기념 굿즈로는 이게 최고👍 『기형도 전집』 있는데도 기형도 30주기 시전집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도 사고 싶다!!!

표지 재질이 스크래치 잘 생겨서(벌써 하나 생김ㅜㅜ) 가지고 다니는 건 안 되겠음💦

희미해서 잘 안 보일 텐데 저 『기형도 전집』 표지에 있는 타이포그래피가 필사 노트 표지 앞뒤에 프린트되어 있음!

필사 노트에 1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포도밭 묘지」가 필사 노트에 없어서 아쉽다. 내가 쓰면 되지😋📝 

 

그래서 썼다.

 

 

 

「포도밭 묘지 1」

나는 이 시에서 "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에 밑줄 그었다.



 


 

「포도밭 묘지 2」

이 연작시는 처음 읽었을 때부터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오마주라는 느낌이었다.

세사르 바예호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1998)에서도 골라 써봐야징~

노트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기형도 필사 노트 생겨서 필사 재미에 빠지다^^

 

 

 

• 탄산수와 독서

 

 

 

 

📎

"합리성이 없다면 당신은 그저 감정적 짐승에 불과할 것이다.

감정에 대한 이런 견해는 수천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플라톤도 이런 식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부처, 데카르트, 프로이트, 다윈 등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 폴 에크먼Paul Ekman, 달라이 라마Dalai Lama 같은 유명한 사상가들도 이런 고전적 견해에 뿌리를 둔 설명을 제시한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내장된 것이 아니라 더 기초적인 부분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이다. 감정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감정은 촉발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감정을 만들어낸다. 감정은 당신의 신체 특성, 환경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발달하는 유연한 뇌, 이 환경에 해당하는 당신의 문화와 양육 조건의 조합을 통해 출현한다. 감정은 실재하지만, 분자나 뉴런이 실재하는 것과 같은 객관적 의미에서 실재하지는 않다. 오히려 감정은 화폐가 실재하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 실재한다. 다시 말해 감정은 착각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의 합의의 산물이다.

내가 구성된 감정 이론theory of constructed emotion이라고 부르는 견해에 따르면 멀로이 주지사의 연설 중 일어난 사태를 매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멀로이 주지사의 목이 메었을 때, 이것이 내 안의 슬픔 회로를 촉발해 일련의 전형적인 신체 변화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순간 내가 슬픔을 느낀 까닭은 특정 문화 속에서 성장한 나의 입장에서 볼 때 특정한 신체 감각이 끔찍한 인명 피해와 동시에 일어날 경우 ‘슬픔’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오래전에 배웠기 때문이다. 총기 사고에 대한 나의 지식, 그 피해자들과 관련된 나의 예전 슬픔 같은 과거 경험의 조각들을 사용해 나의 뇌는 내 몸이 이런 비극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신속히 예측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새로운 세대의 과학자들은 감정을 이해하고 감정의 작동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적 구성을 바탕으로 여러 이론을 발전시켜 왔다. 이런 이론들의 가정이 모두 똑같지는 않지만, 이것들의 공통된 출발점은 감정이 촉발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는 점, 감정이 매우 가변적이며 지문이 없다는 점, 감정이 원칙적으로 인지나 지각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ㅡ 리사 펠드먼 배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과 연계해 보면 재밌다. 카너먼은 우리의 사고 작용을 “제1형 사고 - 자동적이고 기계적이며 때로는 무의식적이고, 연상적인 일관성”을 띤 지각과 직관, “제2형 사고 - 통제되고 의식적인 노력이 더해지며 규칙에 지배받고, 논리적인 일관성”을 띤 종합적 사고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럿의 분석이나 최근 읽고 있는 여러 책을 보면 감정은 일관되고 보편적 무엇이 아니고 복잡하고 깊게 우리 사고에 영향을 미친다. 즉 합리적 사고라는 경계도 매우 임의적이다.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자부하지 마시길. 그 속에 섞인 당신의 각종 감정과 비합리를 보는 눈이 있다. 없으면 곤란하죠.

 

 

 

내가 요즘 탄산수를 자주 마시는 이유는 《Axt》(no 23, 2019. 3. 4) 때문. 악스트 이번 호를 읽는다면 당신도 겪게 될 듯.

금주하는 사람들은 무알코올 맥주, 탄산수를 대용품으로 자주 쓴다. 나도 종종 그랬다. 맥주 마시는 시간보다 깔끔해서 좋기도 하고. san pellegrino보다는 내 입맛엔 san tavittoria가 더 맛나다. 이게 더 싼데 더 좋잖아! san pellegrino가 더 부드럽지만 santa vittoria가 더 쨍한 탄산 느낌에 짠맛이라 그런 듯. 대체로 심심한 맛보다 짠 걸 더 맛나게 느끼니까. 짜다는 게 사실이야? 왜 짜다고 느끼는 거지? 탄산수를 더 탐구해야 할 일 발생. 흐엉.

 

 



이번 호 서평 키워드는 '항구' 재밌군.

김종옥 작가 하루키론도 좋다.


◇ cover story 윤이형!​

📎

윤이형 작가는 몇 년 전에, 문단 성폭력 문제가 수면에 드러났을 때 「나는 여성 작가입니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썼다. “아직 말해지지 않은 많은 것들이 지속적으로 말해지길 바랍니다.” 지금 그녀는 말해지지 않은 많은 것들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지면에도 등장하지만, 그녀는 그것들을 잘 쓰기 위해 ‘좌충우돌’ 중이라고 말했다

ㅡ손보미

그렇다. '좌충우돌' 정말 그녀 이미지다.

그동안의 인터뷰어들 생각하면 손보미 X 윤이형 인터뷰는 좀 심심했다^^; 후반에 정용준 참여 너무 짧았다. 악스트 인터뷰는 두 사람 대담보다는 복수로 떠들썩하게 진행되는 게 더 재밌는 듯.

​​

focus 진이정 특집!​

📎

그것은 랩의 언어, 불량 청년의 넋두리에 가깝다. 진이정이 내뱉은 저항과 반역의 언어들, 내면의 파열을 드러내는 요설의 시는, 기본적으로 사바세계와 한판 싸움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부터 발원한다. 진이정의 시는 자기를 욕보이는 자기모멸을 앞세운다는 점에서 김수영과 닮아 있고, 시대의 추문을 사인화(私人化)한다는 점에서는 이성복이나 황지우의 시적 언술과 가깝다.

1990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을 빨아들이고 대중적 전위주의를 표방한 진이정의 시는 일종의 방언이다.....(중략)....“우린, 애욕의 싸움에선 백전노장이다”(「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8」)라고 짐짓 의연함을 가장하지만 시적 자아를 지배한 것은 모호한 두려움이다.“나는 무서웠던 거야”라고 실토하는 무의식에 도사린 두려움은 어디에서 시작한 것일까? 이 두려움은 사랑의 불모성과 마주하고 선 자의 공포다. “창포로 머리 감은 처녀와 하루만 살고 싶다”는 순결한 사랑에의 의지는 사랑이 포르노로 대체된다.

ㅡ장석주 : 디스토피아를 건너오기

장석주 시인 시 비평도 참 좋지.

문득 그런 생각을 해. 진이정의 유고 시집이 이토록 오래 재출간되지 않는 건 시대적인 특징이 뚜렷해서 오는 거리감, 현란한 무속적 요설 때문에 지금 독자들과 소통하기 어려울 거라 짐작해 저어하는 건 아닐까 하고. 한편으로는 한국 문단의 엘리트주의도 의심하고 있다.



 

 


 

 

「"이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이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요" 라고 너는 내게 말한다.

"다 가버렸어요. 응접실, 침실, 정원에는 인적이 없습니다. 모두가 떠나버려서 아무도 없지요."

나는 네게 이렇게 말한다. 누가 떠나버리면, 누군가가 남게 마련이라고. 한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이제 아무도 없는 곳이 아니라고. 그저 없는 것처럼 있을 뿐이며,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곳에는 인간의 고독이 있는 것이라고. 새로 지은 집들은 옛날에 지은 집보다 더 죽어 있는 법. 담은 돌이나 강철로 된 것이지 인간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집을 짓는다고 그 집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집에 사람이 살 때 비로소 세상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집이란, 무덤처럼,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이지. 이것이 바로 집과 무덤이 너무너무 똑같은 점이지. 단, 집은 인간의 삶으로 영양을 취하는 데 반해서, 무덤은 인간의 죽음으로 영양을 취한다는 게 다른 거다.

그래서, 집이 서 있고, 무덤은 누워 있는 법.

모두들 집에서 떠났다는 것은 실은 모두들 그 집에 있다는 것. 그렇다고 그들의 추억이 그 집에 남은 게 아니라, 그들 자신이 그 집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실제로 그 집에 산다는 말은 아니지. 집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속할 수 있다는 것일 뿐. 집에서 각자 맡았던 일, 일어났던 일 같은 것은 기차나 비행기, 말 같은 것을 타고 떠나거나, 걸어가버리거나, 기어서라도 떠나버리면 없어지지만, 매일매일 반복해서 일어나던 행동의 주인이었던 몸의 기관은 그 집에 계속 남는 법. 발자취도 가버렸고, 입맞춤도, 용서도, 잘못도 없어졌다. 집에 남아 있는 건, 발 · 입술 · 눈 · 심장 같은 것. 부정과 긍정, 선과 악은 흩어져 버렸다. 단, 그 행동의 주인만이 집에 남았을 뿐.

ㅡ세사르 바예호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그장소...

나처럼 시를, 폐가를 좋아했던 당신. 당신은 가고 당신이 있던 자리, 내 마음 어딘가도 그리되었다. 오늘도 집으로 돌아오다 이걸 어찌하나 울컥했다. 영원히 복기할 지점으로 남은 하나의 집. 형체는 없고 내내 맴돌기만 할 정원.

그때 ……다면 그날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까. 당신을 좋은 곳에 데려가 쉬게 해주고 싶었다.  그때 우리는 서로를 찾는 이가 아니었던 게지. 그 일이 있기 전 당신은 바다를 갔지. 그게 마지막이었어. 그때 당신 모습은 어떠했을까 나는 내내 그 생각을 해. 바다를 왜 그렇게 아프게 바라봤는지 이제 알게 되었지만 그건 내 비밀이 아니지.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여기까지야. 둘이 마주 보고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을 우리는 이해했고 내내 포기해야 했지만 이젠 그조차 할 수 없어.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도 증오하는 일도 다시는 그처럼 할 수 없어.

힘들게 돌아오지 않아도 되는 길. 이젠 좀 나은가, 당신.

당신이 보낸 엽서는 영영 바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 뜻밖의 고생

사무엘 베케트 『몰로이』(1995 초판, 절판, 희귀도서) 중고 주문이 들어 왔는데 김현 선생 번역이라 판매 불가 통보.

이 책은 특이하게 문학동네 출판사 직인이 아니라 김현 선생 도장이ㅎㅎ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몰로이』는 번역자가 다르다. 안타깝군. 사람들이 김현 선생 번역으로 보지 못하다니.

표지 그림은 박상순 시인.

임제 선사 『임제어록』(한국선문화출판사)

임제 선사 책은 국내에 제대로 된 정리본이 없었다. 몇몇 책도 그나마 최근에 나옴. 이 책은 구하기 어려우므로 판매 불가 통보. 禪 사상에 관심이 있다면 『임제어록』은 필독서.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필사도 한 애정 어린 책이었는데 도서관에서 볼 수 있으니깐 눈 질끈 감고 보내기로 한다ㅜㅜ



 

 

 

 

 

 

 

 

 

 

• 숨 가쁜 독서기록

오노 가즈모토 엮음 『초예측』 (웅진지식하우스)

제목과 저자 네임드에 낚인 거 맞는 거 같음ㅎ; 참고할 내용이 더러 있긴 하지만 별 셋 이상은 아님. 1, 2장을 화려하게 시작하는 유발 하라리와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특히 실망스러움. 큰 줄기들은 그들 저작에서 다 했던 얘기. 일본 잡지 게재를 위한 기획이어서 일본 중심이고 한정된 지면이다 보니 모든 인터뷰가 얘기를 하다 만 듯한. 세계 전반을 다룬 예측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마이클 셔머 『천국의 발명』 (arte)

아재 유머? 미국식 유머? 가 많이 나와 ㅋㅋㅋ 재밌게 완독. 책값 안 아까울 책. 셔머의 이전 책들을 최신 정보로 보완해 좀 더 대중적으로 쓴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도서👌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

반 정도 읽은 상태. 『스토너』 여성 버전? ㅎㅎ 가난한 시골뜨기 여성 로즈의 상경기. 어찌 보면 흔하고 별거 아닌 얘긴데 먼로는 참 귀 기울이게 하는 재주가 있음! 역시 작가야.

 

 

 

 



 

 

 

 

 

 

•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밤 사이 앨리스 먼로 『거지 소녀』를 다 읽었다.

1970년대부터 자립하는 여성이 되기 얼마나 어려웠나를 보여준다. 여전히 이 세계에서 여성이 남성과 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대다수 남성들은 얼마나 이해할까. 해코지를 당할까 봐 눈치를 보는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높다. 일상조차 늘 이런 스트레스가 가득한데 양비론으로 맞서며 자기도 피해자라고 말하는 남성들은 요즘의 대안 우파와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여성도 늘 피해자 방패로 나설 일도 아니다. 인식과 정치와 사회를 바꿔야지 성별 싸움으로 뭘 해결할 수 있나.

사람은 거지로 태어나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거지로 평가받는다. 패트릭이 로즈를 '거지 소녀'로 봤듯이.

 

• 뜻밖의 고생

우에노 지즈코 『위안부를 둘러싼 기억의 정치학』(2014, 절판, 품절, 현실문화)

- 주문이 들어왔는데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이다. 이런 책을 찾아 읽겠다는 사람이 반가워 보내고도 싶은데 오늘도 일을 해야 해서 한 번 더 읽고 보낼 시간이 없다. 이걸 어쩐다 고민. 최대한 서둘러 보냈다.

 

• 선행 / 자선 / 가난에 대해서

봄이어도 추위는 좀체 떠나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트럭에서 과일 행상을 하는 사람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대추라는 이름의 개가 담요를 덮은 채 얌전히 곁에 있는 모습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딱했다. 일에 지친 채 늦게 귀가해 과일 사기 어려운 내 처지도 생각해 과일을 샀다. 노상에서 그것도 밤에 사는 과일 상태가 안 좋다는 걸 여러 번 경험했지만 기부하는 셈 치고 샀다.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김은성 『내 어머니 이야기』에서 이복동녀 여사가 떨어진 사과 주워 파는 얘기가 나오는데 내가 산 사과는 어느 창고에서 묵힌 듯 더 좋지 않은 상태였다. 유기농 과일 챙기는 세상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좋은 과일을 어떻게 얼마나 팔 수 있을까. 향기도 가난한 과일을 말리며 휘발되지 않는 가난의 고리를 생각한다. 생각할수록 아득하다. 

그리고 또 그장소가 생각났다. 이번에 말린 사과를 못 보내서 슬펐다. 더 많이 더 자주 못 나눈 것도. 

 

 

 

 

 

 

『초예측』 때문에 다른 예측서들에도 관심을

혼자서도 초예측 잘 하시는

스티븐 호킹 『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까치출판사)

빅 퀘스천 답변에 물리학 강의가 자꾸 나와서 한참 집중해서 들었더니 머리 아픔. 도대체 이 공부는 언제 수월해지는 겨!

'인공지능과 격차 갈등' 문제는 다들 인지하고 있는 거 같고(요즘 이거 못 느끼는 사람 있나;;), 북핵으로 인한 &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핵 전쟁을 상당히 두려워하는 게 공통적인데 내가 너무 안전불감증인가 a;; 북한이 그렇게 돌아이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초예측』에서 아무도 하지 않았던 말도 하심. 지구가 앞으로 1000년을 더 버텨줄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라!" ㅎ0ㅎ 정말 초미래적 석학!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안티 프래질』(와이즈베리)

요즘 미래 예측 책 보다 보니 왠지 얘도 읽어야 할 거 같아서 읽게 됐는데 참 재밌는 경제학 에세이.

탈레브에 대한 내 인상은 경제학 배운 니체? 문헌학자였던 니체처럼 고전에서 비전을 더 살피고, 호통치며 지적하는 에세이스트 모습이 니체랑 비슷ㅎ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에서 나도 좀 못마땅하게 여겨 지적한 적 있었지만 탈레브는 한술 더 뜨네. '악당 경제학자 장하준' ㅋㅋㅋ 책에다 이렇게 써도 명예훼손 아닌 거야요ㅋㅋ

나도 통계와 자료에 너무 의존한다고 탈레브에게 까일 거 같지만ㅎ

 

 

 

 

📎 1

2009년 가을, 나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저명인사들과 함께 한국에 있었다. 패널 중에는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부총재 다카토시 카토Takatoshi Kato도 있었다. 패널 토론이 진행되기 전에, 그는 우리에게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 경제를 전망한 파워포인트 자료를 돌렸다.

당시 나는 등산을 자주 가고 말을 천천히 점잖게 하는 사람들에게 모욕을 주기보다 참기로 다짐한 것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토의 이야기를 듣고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2000명의 한국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버럭 화를 냈다. 너무 화가 많이 난 나머지, 내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프랑스어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는 연단으로 나가, 앞으로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미래를 예측하는 사람에게는 과거의 예측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의 경우, 카토는 2004년부터 2007년 사이에 경제 위기가 일어난 2008년과 2009년을 예측했던 자료를 보여줬어야 마땅하다. 그러면 청중들은 존경하는 카토 부총재께서는, 정중하게 말해서, 예측 업무에 아주 능숙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것이다. 비단 카토 부총재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대하지만 드물게 일어나는 경제와 정치 현상을 제대로 예측했던 경우의 수는 0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그냥 0이다. 나는 즉석에서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잘못된 예측 결과를 내놓은 놓은 사람들을 모두 감옥에 보낼 수는 없으며, 예측을 중단할 수도 없다. 또 미래를 약속하는 사람을 고용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카토의 예측을 포함한 모든 예측이 우리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다. 그런 세상은 독특한 속성을 갖고 있다. 바로 ‘강건함’이다.”

트라이애드에 담긴 생각은 바로 그 자리에서 비롯되었고, 내가 느꼈던 좌절감에 대한 대답이 되었다. 프래질—강건함—안티프래질은 예측 방법론에 대한 대안이다.

ㅡ 『안티프래질』, <8장. 예측, 근대의 산물>

 

 

📎 2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를 떠올리면서 어떤 조건이 다른 조건을 선행하는가를 생각해보면 된다. 이제 악당 경제학자 장하준의, 단순한 것이 더 낫다는 식의 강력한 주장을 살펴보자. 1960년 대만의 문해율은 필리핀보다 훨씬 더 낮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절반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날 대만의 국민소득은 필리핀의 10배다. 당시 한국의 문해율은 아르헨티나(문해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보다 훨씬 더 낮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5분의 1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국민소득은 아르헨티나의 3배다. 더구나 같은 기간 동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은 문해율이 크게 높아졌지만, 생활수준은 오히려 낮아졌다. 철저한 프리쳇의 연구에 이런 사례는 엄청나게 많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이 왜 이처럼 자명한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지 몹시 궁금하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단순하게 연상시키는 오류, 즉 무작위성에 속아 넘어가는 오류를 저지른다. 부자 나라의 교육 수준이 높으면, 확인도 하지 않고 교육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생각해버린다. 여기에서도 부수 현상이 나타난다. 이런 추론이 갖는 오류는 교육이란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희망적 관측에서 비롯된다. 나는 사람들이 국가의 부를 퇴폐처럼 나쁜 것과 부수적 연상을 시키지 못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리고 퇴폐나 높은 자살률처럼 부가 낳은 다른 질병이 부를 창출한다고 추론할 수도 있지 않은가?

 

개인에게 교육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교육은 직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용장 역할을 한다. 그러나 국가를 단위로 생각했을 때 이런 효과는 는 사라진다. 교육은 여러 세대에 걸쳐 가정의 소득을 안정시켜준다. 상인이 돈을 벌고, 그의 자식들이 소르본대학교에 가서 의사가 되고 판사가 된다. 조상들이 물려준 유산을 다 써버리더라도, 자격증은 오랫동안 돈을 벌면서 중산층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국가에게 중요하지 않다.

ㅡ 『안티프래질』, <14장. 두 가지가 서로 같은 대상이 아닐 때>

 

📎 3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최근의 것을 좋아하는 불치의 네오매니어일 가능성이 높다.

오늘 밤 나는 레스토랑에서 친구들을 만날 예정이다[타베르나taverna, (그리스 지방의 작은 레스토랑 - 옮긴이)는 적어도 25세기 동안 존재해왔다. 나는 5300년 전 오스트리아 알프스 지역의 빙산에서 발견된 남자 미라가 신던 신발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신발을 신고 그 레스토랑으로 걸어갈 것이다. 그곳에서 메소포타미아인들의 기술로 만든 은식기를 사용할 것이다. 이것을 사용하면 양고기의 다리를 뜯는 동안 손이 데이지 않아 아주 편리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킬러 애플리케이션killerapplication(어떤 분야나 서비스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거나, 크게 보급시킬 계기가 된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 또는 콘텐츠 - 옮긴이)’이 될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리고 최소한 6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와인을 마실 것이다. 이 와인은 페니키아인의 후예인 나의 레바논 동포가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유리잔에 채워질 것이다. 만약 출처가 의심스럽다면, 페니키아 상인들은 최소 2900년 동안 유리 장신구를 팔아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메인 요리를 마치고 나면, 최근 기술로 만든 수제 치즈를 먹는다. 이것은 장인들이 수세기 동안 대를 이어 변함없이 만들어왔던 치즈라서 값이 더 비싸다.

1950년에 누군가가 이처럼 사소한 모임을 예상했다면 아주 다른 모습을 상상했을 것이다. 따라서 감사하게도, 나는 합성섬유로 만든 반짝이는 우주복을 입지 않아도 될 것이고 스크린을 통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영양학적으로 최적화된 알약을 먹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 저녁식사 파트너들은 돌아가면서 내 얼굴에다 병원균을 뿜어댈 것이고, 은하계 저편에 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요리사들은 상당히 낡은 기술(불)과 로마 시대 이후 (몇 가지 금속 제품의 품질을 제외하고는) 거의 변하지 않은 주방용품들을 사용해 음식을 준비할 것이다. 나는 최소한 3000년은 이어져 내려온 의자라는 물건에 앉아 있을 것이다. 이 의자는 고대 이집트인들의 위엄 있는 의자보다 덜 화려하게 장식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레스토랑으로 가기 위해 날아다니는 오토바이를 타지도 않을 것이다. 주로 걸어서 가거나 늦었다면 1세기 전의 기술로 만든, 이민자들이 운전하는 택시를 이용할 것이다(1세기 전의 파리에서는 러시아 귀족들이 택시 운전을 많이 했다. 지금 택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베를린과 스톡홀름에서는 주로 이라크와 쿠르드 난민들이, 워싱턴 D.C.에서는 주로 에티오피아 출신의 박사후과정 학생들이,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주로 음악을 좋아하는 아르메니아인들이, 뉴욕에서는 국적을 불문한다).

데이비드 에드거턴은 21세기 초반에 우리는 자동차에 비해 자전거를 2.5배나 더 많이 생산하고 있고, 기술적 자원의 대부분을 기존 장비를 유지하거나 기존 기술을 세련되게 다듬는 데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이런 현상이 단지 중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서구 도시들은 자전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의미 있는 기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말을 꺼내기 꺼리는 콘돔 제조 기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콘돔은 기술이 별로 필요 없는 제품으로 여겨지길 원하지만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의미 있는 개량 과정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다.

따라서 가장 커다란 실패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상상해보라는 주문을 받으면 현재를 기준으로 하여 여기에 새로운 기술과 제품, 그리고 이치에 맞는 그럴듯한 무엇인가를 더하는 방식으로 과거의 발전의 연장선에서 이론적으로 숙명이라 여겨질 만한 것을 이끌어내려는 경향이 있다. 또한 소수의 비관론자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유토피아에 따라 주로 자신의 소망에 이끌려 미래를 표현하려고 한다. 결국 미래에는 우리들의 소망이 녹아 들어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지나치게 기술화하고 앞으로 1000년 동안 우리가 마주하게 될, 여행용 가방의 작은 바퀴와 같은 기술의 위력을 과소평가한다.

ㅡ 『안티프래질』, <20장. 시간과 프래질>

 

 

 

 

 

 

 

제프리 웨스트 『스케일』(김영사)

그림을 제시하며 설명하는 대목이 많은데 e book에서는 그림이 많이 빠져 있네요. 보완이 좀 필요할 듯.

아무튼 내가 읽은 올해의 책 10위권 순위에 들어갈 책.

읽다 보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잃어버릴 수 있으니 이 책을 두 권 사라고 강력 추천한 이유를 알게 된다. 그래요. 저는 종이책이랑 e book 두 권 샀다는ㅋㅋ

생물학과 물리학의 절묘한 만남!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서 살 것인가』 쓴 유현준 저자에게 추천하고픈 책. 주제넘은 말이지만 세계를 설명하고자 한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할 겁니다. 왜 '도시'는 이렇게 형성되었는지, 보일러'가 왜 중요했는지 님의 주장보다 더 타당한 추론도 나오거든요.

비교하기엔 제프리 웨스트가 압도적으로 우월한 건지도;

1993년 미국의 초전도 초충돌기(SSC) 계획 취소로 물리학에서 생물학으로 방향 전환한 게 제프리 웨스트에게는 전화위복이었는지도.

저자도 고민했듯이 그리 재밌게 쓴 건 아니지만ㅎ 정말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는 책.

탈레브와 마찬가지로 분야 통합적 통찰, 세계의 비선형성, 복잡계 파악이 앞으로 미래 예측의 관건.

 

 

 

 

 

 

 

 

 문학동네 북클럽 영화 시사회 <콜레트>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삶이 워낙 다채롭다 보니 작가적인 면보다 그녀가 작가가 된 시점까지의 파란만장한 행적들을 보여 준다. 난봉꾼 작가 남편을 만난 콜레트는 그의 비서 역할을 하며 착취 당하지만 그 시대 여성들이 대개 그렇듯 나름대로 만족하며 산다. 여러 대필 작가를 두고 작가 사업을 하는 윌리는 경제 사정이 최악에 이르렀을 때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처박아두었던 『클로딘』을 첨삭 수정해 출판하기로 결심한다. 『클로딘』 은 대필 작가가 부족하자 윌리가 콜레트에게 소설을 써보길 권유해서 나온 작품이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해온 이야기를 담은 『클로딘』은 콜레트가 남편을 만족시키기 위해 썼고 암묵적 강압으로 유명 작가인 윌리의 이름으로 출판했는데 어이없게 대박! 시리즈로 계속 쓰게 됐고 연극 상영까지. 영화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이 책의 판권 소송까지 이야기가 길다.

 

연기 잘하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윌리에게 결별을 선언하는 장면이 압권.

일화 중심이다 보니 영화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전기 영화치곤 재미는 있다. 별 ★★★

문학동네 시사회니 당연히 책을 파는 홍보도ㅎ

영화가 콜레트의 작가 초기를 다룬다면 문학동네에서 나온 『여명』은 50대가 된 콜레트의 이후 삶을 조망할 소설. 자전성과 소설의 묘한 줄타기는 콜레트 작품의 특징인 듯.

 

 

 

 

 

 

지만지에서 나온  『방랑하는 여인』이 콜레트가 자기 이름으로 낸 첫 책.

 

 

 

북클럽 문학동네 오픈 행사엔 유일하게 참여한 거 같은데 이런 다양한 이벤트 좋군요🌸

김금희 & 이다혜 GV는 들을 만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관객 질문들이 평이. 북클럽 회원이면 책도 많이 읽는 사람들 아님? 열혈 책 마니아라고 하기엔 실망스러운 질문들이었다.

나라면 콜레트와 뒤라스의 비교를 요청했을 텐데 까임ㅋㅋ 먼저 손들걸~

콜레트가 시골 출신이라 소설에 자연친화적인 요소를 많이 도입하지만 68 혁명, 히피 문화가 그랬듯 다분히 벨에포크 시대 자유 지향적인 파리지앵의 영향이 그녀의 삶 전반에 녹아든 거 같다. 프랑스에서는 콜레트를 국장까지 치를 정도로 높이 평가하지만 세계적으로는 그 후대를 잇는 여성 작가 뒤라스가 더 유명하지 않나. 당신들은 왜 그렇다고 생각하나. 내 답은 담론을 탑재한 차이라고 본다.

윤이형 작가는 《Axt》인터뷰에서 그간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페미니즘이 강렬히 요구되는 시류 속에서 최근 작품에 그런 시대적 고민을 담는 데 고심한다고 했다. 결국 작가는 자기 정체성 고민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김금희 작가가 지금 시대 속에서 고민하는 주제성은?

 

 

 

 

•  뜻밖의 고생 - 오늘의 음악

내가 고생스럽다고 하는 게 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게 어딨더라 찾는 것부터 일이다.

책만 파는 것도 아니다. 음반도 판다. 스트리밍 무제한 감상만으로도 만족하는 소박한 음악 감상인이 되었으므로.

가뭄에 콩나물 나듯이 가끔 중고 음반 주문이 들어오는데, 책 사는 사람보다 더 반가운 게 시디 사는 사람.

내일은 This mortal coil [blood](1998) 음반과 안녕. 다시 들어도 좋았다. 수록곡이 무려 21곡인데 다 좋아! 요즘 같으면 음반 두 개로 나눌 텐데ㅎ;

시디 튐이 없는지 체크해야지. 이러다 진정한 장사꾼이 되... 기는 뭘, 내 능력에 췟. 미니멀리스트 되기 참 고달프다. 많은 취미생활도 이젠 버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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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9-03-29 0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탄산수 대목에서 움찔^^; 무알콜 맥주와 탄산수를 아무리 마셔봐도 알콜과 대체불가능임을 느껴서ㅠㅠ;; 좋아요 여러번 누를 수 있으면 좋겠는데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기형도 전집 갖고 있는데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살까말까 합니다. 필사노트도 갖고 싶고-_-;;;;

AgalmA 2019-04-10 00:46   좋아요 0 | URL
그...그렇습니까^^; 탄산수도 습관이라 콜라처럼 계속 찾게 돼요. 맥주도 그런 게 있겠죠ㅎ;
저도 기형도 전집이 있어서 트리뷰트 시집 사서 겨우 필사 노트를 받긴 했는데 하나 더 갖고 싶어서 고민 중이오ㅎ;; 하나로 만족 못하는 인간의 심리여ㅜㅜ

2019-03-29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0 0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3-29 1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 이정도 페이퍼 쓸라믄 시간이 엄청나겠는데...늘 경탄을 금치 못합니다 ^^

AgalmA 2019-04-10 01:50   좋아요 1 | URL
이젠 여긴 공공장소 같아서 시시콜콜하게 매일 올리는 게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매일 남기는 책기록을 모아서 올리다 보니 이리 되네요^^; 너무 많아서 추리고 추려서 올리는 게 이 정도입니다ㅎ;;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9-03-29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음악애호가는 못 되는 수준입다만, LP판위에 바늘이 처음 떨어졌을 때 그 소리를 무척 사랑합니다^^:) 시디 이야기가 나와 뜬금없이 말해봅니다. ㅋ

AgalmA 2019-04-10 00:52   좋아요 1 | URL
저는 그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심장마비 올 거 같이 긴장되어서 오히려 싫더라고요ㅎㅋ;;;
책보다 부피는 덜 하지만 시디도 보관하기 어려워서 이젠 모으기 벅차네요
 

 

 

현재 1,000여 권의 책을 정리! 이걸 언제 다 정리하나 한숨 푹푹 쉬었는데 매일 꾸준히 하니 이것도 정리가 된다. 하자고 들면 안 될 건 없다. 적어도 책 정리는. 자자, 힘을 내서 나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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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회로 책 상태도 살피고 재밌는 연결도 만들어보는 재미

<문학 /소설>

줌파 라히리 『저지대』

헤르타 뮐러 『저지대』

- 언제 저지대 이어 읽기 해봐야겠군ㅎ

 

 

 

 

<희귀도서 / 절판 / 품절>

앙토냉 아르토 『나는 고흐의 자연을 다시 본다

션끼에비츠 외 『폴란드 문학의 세계

찰스 부코스키 『우체국』, 『여자들』

- 찰스 부코스키는 신간도 열심히 나오면서 이전 책도 열심히 품절되고 있는 재밌는 작가ㅎ;

민음 세계시인선 리뉴얼판으로 또 신간이 나왔던데 『창작 수업』,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ㅋㅋㅋ 문장 잽 날리기 고수인 부코스키 입담에 어울리는 제목👍

나는 찰스 부코스키만 생각하면 눈물겨우면서도 푸풉~ 웃음이 나와

 

 

 

 

 

 

 

 

 

 

 

옛날책 모아보니 운치있다^^

• 러시아 시집

알렉산드르 블로크 · 표도르 솔로구프 · 미하일 쿠즈민 『오 나는 미친 듯 살고 싶다』

(열린책들의 흑역사? 열린책들에서 나온 옛날 시집)

• 청하출판사 시집 표지 디자인은 지금 봐도 예술!

좋아하는 시인만 말고 더 많이 모았어야 했어!

잉게보르크 바하만 『소금과 빵』

실비아 플라스 『거상』

프랑시스 퐁쥬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

H. M. 엔첸스베르거 『늑대들의 변명』

옥파비오 파스 『태양의 돌』

같은 제목으로 창비에서 나온『태양의 돌』은 라틴아메리카 현대대표시선으로 파스의 단독 시집이 아니다.

파스 시론집 『활과 리라』도 품절 상태던데(이 책도 좋죠)

• 셰이머스 히니 『북쪽』

한겨레도 시집을?

셰이머스 히니 시전집이 문학동네에서 나왔는데 43200원이라는 거금;; 노벨문학상 시인이라 큰 노력하신 듯;

• 중국시

정우광 엮음 『뻬이따오의 시와 시론』

• 단편소설

베르톨트 브레히트 『상어가 사람이라면』

브레히트는 시와 희곡으로 유명한데, 단편소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유명한 거 챙겨 읽기도 벅차지만^^;

 

 

 

 

 

 

 

 

 

 

 

 

 

 

 

 

 

 

 

 

 

당장 팔 생각이 없는데 왜 자꾸 주문이 들어옴😭;;;

이거 팔면 살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냐;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시집과 이별할 생각이 없다.

진이정 당신은 왜 이리 유명한가.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 (세계사)

기형도 『입속의 검은 잎』에 김현 선생 해설이었다면 진이정 시집은 황현산 선생 해설이어서 어찌나 좋은지!

기형도만 키우지 말고 진이정 시집이나 재출간하시오! 이연주 시 전집도 나왔잖습니까~

 

 

 

 

뜻밖의 고생은 계속된다.

책 정리를 하면서 요며칠 눈 뜨자마자 나를 기다리는 건 중고 주문😑

나는 중고도서 보낼 때 커피 스틱이나 연필, 굿즈들을 함께 보낸다. 후딱 없애고픈 게 아니라서 떠나보내는 아쉬움이 있고, 좋은 책 보는 분께 보내는 응원으로!

택배 포장을 하며 하루를 시작해야 하다보니 출근이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

스트레스 해소로 커피와 젤리(마이구미 딸기 넘 마시썽!)를 마구 섭취 중.

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 뇌과학, 인지심리학, 경제학 필독서. 강력 추천.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이 책을 『국부론』, 『꿈의 해석』과 동급 수준이라고 말한 게 과찬이 아니다. 자주 읽기 위해 종이책 팔고 이북으로 살 계획.

 

스털링 P. 램프레히트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

 

 

허연 『불온한 검은 피』(세계사, 초판, 희귀도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기보다 시를 읽는 게 좋다. 죽음이 햇살보다 잘 녹아 있으니까.

허연 시집은 민음사에서 개정판이 나왔는데도 더 비싼 이 시집을 굳이... 그 맘 모르는 바 아니다. 구판 디자인으로 읽을 때 더 잘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그래서 안 판다!

이성복, 기형도 등의 영향이 느껴지는 시가 많지만(이성복 시의 제목, 문장, 구조, 시적 정황을 리메이크한 게 특히 티가 나는데) 그럼에도 허연의 개성과 성찰이 담긴 문장들이 있다. 이성복 시와 비슷한 「그날도 아버지」 경우 "당신 분노의 발끝도 모르는 세상 한가운데" 같은 마지막 문장.

 

 

 

안녕, 너희들을 나란히 보는 것도 마지막.

에밀 시오랑(1911~1995)은 품절, 절판이 자주 되는 작가이고, 마니아도 꽤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는 『절망의 끝에서』로 꽤 입소문이 난 작가였는데 오랜 절판 속에 있었다. 2004년 문학동네에서 나온 『독설의 팡세』(1952)도 한동안 구하기 어렵다가 다시 재출간한 걸로 알고 있다. 2103년 챕터 하우스에서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두 권이 나와 환호했는데 또 품절 사태가;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나 『독설의 팡세』는 e book까지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는 종이책도 품절이고 e book도 없다. 그리 오래된 책도 아닌데 출판사가 왜 이렇게 진행했는지 모르겠다.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는 1934년 시오랑의 첫 작품이다. 이 책으로 그는 신예 작가에게 주는 루마니아 왕립 아카데미상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1973)는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시종일관 말하고 있다.

모국어 루마니아어를 버리고 프랑스어로 사유를 적어나간 것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존재 조건에 대한 증오와 무관하지 않다. 불면과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유혹 속에 삶을 분석하는 그의 글들이 탄생했듯이.

📎

"조상을 향한 끊임없는 반발 속에서 나는 평생 동안 나 아닌 다른 사람이고 싶었다. 스페인 사람, 러시아 사람, 아니면 식인종이고 싶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이기를, 자신의 것 이외의 다른 모든 조건을 가져 보길 원한다는 것은 결국 망발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절대를 가리키는 모든 단어들을 읽어 본 날, 나는 내가 길을 잘못 들었음을, 조국과 언어를 잘못 택했음을 깨달았다."

-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4. 「그저 그렇게 세월 따라가고 있죠」

 

 

 

예전에 그의 책을 처음 만났을 때는 내 생각을 대변해 준 듯해 동감으로 호응했다면 지금은 그를 이해하며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그의 말처럼 "사람들이 '지혜'라고 부르는 것은 실은, 끊임없는 그 '잠깐 생각해 본 것'일 뿐"이라는 걸 실감하기에. 물론 그는 '객관적'이라는 것도 비판한다.

📎

"객관적이라는 것은 물체를 다루듯, 시체를 다루듯 다른 사람을 취급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해 장의사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2.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엇을 하십니까」

 

 

 

 

 

이제 나는 전보다 내 사유를 좀 더 능숙히(?) 다룰 수 있게 되었고 그의 사유 몇몇과는 안녕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우상이 필요하지 않고 당신도 알다시피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

"그가 쓴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난파의 느낌 때문에 나는 그의 글을 읽는다. 처음엔 이해한다. 그리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이윽고 조용한 소용돌이 속에 아무 두려움 없이 휘말리며 내가 흘러가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그러면 정말로 나는 흘러간다. 그러나 진짜로 물에 빠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너무 멋지겠지만! 나는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며 다시 이해한다. 그가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이 보이고, 그가 말하는 것을 내가 이해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나는 다시 제자리에서 맴돌고 그리고 흘러간다. ……. 이 모든 것은 심오해 보이길 원하고 있고 또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리자마자 나는 그것이 난해했을 뿐이라는 것, 진정한 심오함과 가장된 난해함 사이의 간극은 계시와 변덕스러운 기분 그 양자의 사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 『지금 이 순간, 나는 아프다』, 5. 「비극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1987년 절필하면서 낸 『고백과 저주』가 출판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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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8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9 07: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9-03-08 2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애독서였던 <지금 이 순간~~> 제 글에 무지 인용을 많이 했던 책이죠. 아니 페이퍼 쓸 때 인용문을 많이 넣었죠.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도 사서 꼼꼼히 읽었는데 지금 이 순간~만 못했어요.
요즘 새 책으로 다 바꾸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책이 오래되니까 먼지가 앉고 누렇게 되고 그래서요.
님의 책들을 보니 새 책이 더 갖고 싶네요. 그런데 이미 읽은 책들을 새 책으로 구입하는 건 낭비이고 욕 먹을 짓이겠죠.
참기로 합니다. ㅋ
책 구경 알차게 하고 갑니다 .

AgalmA 2019-03-09 14:07   좋아요 1 | URL
에밀 시오랑은 제가 옮겨적은 문장이 가장 많은 작가이기도 한데요. 예전에 절판이 오래여서 도서관 대출해 읽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ㅎ;;
지금 그의 글을 읽어보면 예전만 같진 않아요. 문장은 참 아름답고 공감되는 게 많지만 비합리적인 사유, 독선도 꽤 많아서요ㅎ;

저는 구판 팔고 새로 사는 경우 꽤 있어요. 번역책은 개정판이 대부분 좋으니까요. <이기적 유전자>나 <감시와 처벌> 경우도 구판 번역보다 개정판이 오류도 많이 잡고 뜻도 제대로 잡힌 게 많더라고요. 절판이 아니면 구판은 값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파는 게 낫죠ㅎ;;
한국 시집은 번역 문제 같은 게 없으니 저는 구판을 그대로 갖고 있죠^^;

겨울호랑이 2019-03-10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저는 가져가야할 이유를 여럿 만들어 쉽게 못버리는데그래도 1,000권 정리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 서재에 쌓아둘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머리에, 가슴으로 옮겨야 하는데, 이 이사는 평생 걸려도 하지 못할 듯 합니다. ‘우공이산‘하는 마음으로 해내가야겠지요...

AgalmA 2019-03-10 09:16   좋아요 2 | URL
일단 나중에 처리하기 쉽게 올려두기라도 하자 싶어서 업로드했는데 계속 주문이 들어오니 참 난감하더라고요. 도서관에 있거나 앞으로 더 읽을 거 같지 않은 책은 그냥 팔기로^^;; 현재 사고 읽는 책도 소화를 못하면서 욕심부려봐야 세월만 더 흐르고... 가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또 사는 거 겪으니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는;;;
겨울호랑이님이야 깊이 있는 책들을 많이 읽으시니 쉽게 팔 수 없는 게 당연하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