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산 책
일상적으로 우연히 온라인 중고서점 갔다가 어김없이 또 걸려듦;
☆ 에드워드 윌슨 『인간 본성에 대하여』(신장판, 사이언스북스)
책값 줄이려고 꽤 오래 기다렸는데 드디어 샀다.
제법 고전 축에 드는데 이런 책조차 e book이 없는 건 뭘 말할까. 낮은 시장성이나 출판계 사정이라기보다 그것을 낳는 한국 사회 인식의 전반적 문제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지식에 열려 있고 공부해야 한다고 소리치지만(진짜?) 다양한 접근 방도를 고민하고 행동하는데 내 보기엔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중국의 문화혁명 같자는 소린 아니지만 한국 연간 독서 평균 통계는 너무하잖아. 하긴, 편한 책으로 혹은 아예 책 없이 마음의 안녕과 지적 허영 채우며 편안히 살겠다는데 내가 무슨 권리로....
정부고 전문가고 비전문가고 가리지 않고 주로 현상태에서 안주하려는 나태함. '그들은 나보다 뛰어나니까...' 이유를 붙이며 회피하지 말자. 돈이나 성공이면 다 돼! 세상 만드는데 일조하고서 뒤에서 세상의 온갖 푸념 늘어놓지 말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긴 하지만 공부는 속전속결이 아니다. 나는 지금 현실 속 N포 세대에게 요구하는 노~~오~~~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우려하는 건 힐링 세태가 심화된 도피적인 안주 경향이다. 자기계발 비스름한 적당한 격언조 문장과 책으로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까. 인식 변화는 그런 식으로 오지 않는다. 공감이나 동조가 아닌 도약에서 온다.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Franz Kafka)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면 이해할 만한 책만 골라 읽는 독서는 하지 않을 것이다.
헤르만 헤세가 니콜라우스 쿠사누스 《모름의 앎에 대하여》 서평에서 "삶이 견디기 힘든 시절에는 추상적인 사상의 문제보다 더 나은 피난처가 없다. 거기서는 그 어떤 싸구려 위안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시대를 초월한 가치들에 정신을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 말도 지금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경계하고 비판하는 자세 없이 기존 지식의 계승과 답습만 한다면?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란 무엇인가』(김영사)
앙리 푸앵카레가 아인슈타인보다 상대성이론을 앞서 밝혀냈지만 아인슈타인이 그것을 제대로 포장해낸 사람이다. 그에게서 직접 상대성이론을 배워보기로 한다. 도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예술론 (1906∼1926) -시인에 대하여, 체험, 근원적 음향 외 』 (책세상)
문장력 하면 빠질 수 없는 릴케
☆ 마세도니오 페르난데스 『계속되는 무』(워크룸프레스)
아방가르드도 좋아하고 제안들 시리즈는 모으는 거니까 재깍~
☆ 밀란 쿤데라 『웃음과 망각의 책』(민음사)
반복되는 소재와 메타포 때문에 밀란 쿤데라도 질릴 때가 있다. 일전에 읽은『정체성』이 좋아서 다시 발동 걸어 봄.
● 8월 독서 달력
당초 계획했던 경제도서 중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넛지』를 못 읽어서 아쉽지만 8월 경제 공부
계획 80% 성공~ 7~8월 읽은 책 리뷰 정리(못한 게 아직도 몇 권;), 갑자기 읽게 된 이언 매큐언 『솔라』, 정재승『열두 발자국』 돌발 독서를 참기 어려웠다ㅎ
내가 논문 쓰는 것도 아니고; 경제 책이 재밌는 건 아니니 딴짓도 좀 해야ㅎㅎ;;;
녹지 않을 거라 여겼던 '최후의 빙하'가 무너졌다는 뉴스와 함께 『솔라(solar)』가 도착했고, 이언 매큐언이 환경단체 케이프 페어웰 초청으로 북극해 스발바르를 견학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기후변화' 주제로 쓴 소설이니 의미가 더 와닿았다. 그리고 밤을 새고 말았다.
"래빗은 세상의 황폐화에 대해 생각하고 지구 역시 유한한 존재임을 깨달으며 커다란 기쁨과 함께 자신이 부자임을 느낀다."
ㅡ 존 업다이크 『토끼는 부자다』
인간은 더 부자이길 바란다. 무엇으로든. 그건 각자의 선택. 나도 이 소설을 읽는 것에만 만족할 수 없었다. 내게 깊은 메시지를 달라. 비만과 방탕 등 인간의 오욕 칠정을 마음껏 보여주는 듯한 주인공 마이클 비어드의 육체와 비슷한 형국으로 무너지고 있는 지구를 넌지시 비교하게 만든 게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 읽고 나서 내내 찜찜했다.
지구는 커녕 자기 코 앞의 안위만 살피는 우리는 요 며칠 태풍과 비에 겁먹었다.
※ 이언 매큐언 원작/각본『체실 비치에서』영화 개봉하던데 이 소설도 얼릉 완독을 해야!
이 달 독서 중 가장 굵직했던 책은 두
권.
☆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블랙 스완』
주석까지 논문으로 쓰고 있어ㅜㅜ! 진짜 이러깁니꽈!
경제경영, 과학, 확률, 수학, 철학, 생물학, 심리학을 두루 언급하며 이렇게 본격 에세이 일 줄 몰랐다ㅎ
일기와 감상 나열이 아닌 이런 에세이 책이 많다면 기꺼이 사겠다!
회의주의 시니컬 강도가 존 그레이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를 닮았다. 존 그레이 책 좋아한 사람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책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회의주의를 강조한 정재승 교수의 허점이 조심스레, 책의 부족한 완결성이 뚜렷이 느껴졌는데 이거 참;; 『열두 발자국』 리뷰 쓰기 전에 『블랙 스완』을 본 게 누구에게 잘 된 일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인간의 이야기 짓기 성향을 역이용해 진행하고 있는데 채사장이 이 책에서 모티프를 좀 얻었던 게 아닐까 생각도 되고.... 이런 식으로 생각을 전개하고 쓸 수 있구나 배우는 점도 많다.
📎
"관념은 잠시 왔다 잊혀지지만 이야기는 오래 남는 법이다."
"인간의 마음은 생물학의 포로로 수감된 처지여서 정교한 탈출 계획 없이는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 책 호불호가 좀 있을 거 같은데 나는 추천도서로 손/
도입부터 주제는 명확하다. 자신의 생각을 의심하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더욱 생각하라~
☆ 수전 팔루디
『백래시』
미국 7~80년대 사회사 공부 같아 지루한 감은 있지만 여성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라를 가리지 않고 별반 차이가 없는 듯한.
오늘 끝을 볼 거 같아 기쁩니다~
9월 초부터 또 밀린 리뷰 정리 압박;;;
8월에도 초반에 열심히 달렸는데
이 책 마라톤 언제 끝날까;
이번 달 또 다른 성과는 The Weeknd 공연 예매 성공T^T)ㅇ~~~
원하던 좌석이 매진되어서 하루종일 들락날락하다가 한밤에 딱 한 자리 생겨서 정말 운좋게 잡았죠.
12월까지 희망을 가지고 살 이유가 생겼어요ㅎ
9월에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