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안나, 선량한 레빈.
지루한 사냥 씬은 재미난 사냥개 묘사 때문에 봐준다.
˝‘글쎄, 주인이 하라니까 하겠다만 여기에 내 책임은 없는 거다.’ 개는 이렇게 생각하고 네 다리를 힘껏 뻗어 언덕 사이로 돌진했다.˝
ㅋㅋㅋ
1.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웃으며 레빈이 말했다. "형에게는 약점이 없어. 사랑에는 그게 필요한데 말이오······. 난 항상 형을 부러워했소. 심지어는 행복에 겨운 요즘도 어쨌거나 형이 부럽다오."
"아주버니가 사랑에 빠지지 못하는 게 부러워요?"
"형이 나보다 훌륭하다는 게 부럽소." 웃으며 레빈이 말했다. "형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않아. 오로지 의무에 헌신하는 삶을 산다오. 그래서 평온하고 만족스러운 거요."
4. 안나는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수없이 확신시킨 결론을 끝까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불행한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게 하는 데 이성을 쓰지 않는다면 대체 왜 이성이라는 것이 주어졌겠어요?"
그녀는 돌리를 쳐다보고 대답을 듣기 전에 말을 이어갔다.
"난 언제나 그 불행한 아이들 앞에 죄지은 심정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면 적어도 불행하진 않죠. 그리고 그 아이들이 불행하다면 그건 다름 아닌 나 한 사람의 잘못이에요."
5. 그리 말하고 리자베타 페트로브나는 한 손에(다른 손으로는 손가락만을 이용해 꼼지락대는 뒷통수를 받쳤다.) 그 기이하고 꼼지락대며 포대기 가장자리에 머리를 파묻는 핏덩이를 들어 레빈에게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코도 있고, 곁눈질을 하는 눈도, 쪽쪽 소리를 내는 입술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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