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인간, 동물, 기계 - 기술과 은유,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메건 오기블린 지음, 최지숙 옮김 / 갈마바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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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도착한 로봇개로부터 출발하여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뻗어나가는 현대의 AI 기술, 그 속에 만연한 은유, 인간 존재의 의미를 찾아나가는 방대한 여정이 개인의 서사와 만난다. 최첨단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존재의 본질을 뚫고 들어가는 기념비적 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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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 주연의 <맨 끝줄 소년>의 원작은 스페인 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동명 희곡이다. 고등학교 문학 수업 시간에 제출한 학생의 과제 내용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제 관계의 이야기 원작은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는 최민식이 대학 교수로, 그에게 작문 과제를 제출하는 학생은 같은 대학의 공대생으로 변주되고 작문 내용 또한 조금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드라마틱하게 각색됐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이 친구의 집에 들어가 그 가족을 향한 관찰과 관음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게 되는 기본적인 설정은 같다. 이 이야기의 전개에 집요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교사의 욕망과도 미묘하게 얽혀 있다.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만든 타인의 삶의 서사는 그 진실성에 있어서도 흔들리는 기준이 교차하고 빗나간다. 각자의 진실은 각자의 몫인 동시에 모두의 욕망을 반영한 기만과도 만난다. 드라마도 희곡도 탄탄한 서사와 묵직한 메시지가 각기 다른 색채로 공명한다.

















죽어가는 태양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 자살 임무를 떠맡게 된 전직 과학 교사가 다른 항성계에서 조우한 외계인과 친구가 된다면, 그는 과연 지구에 영웅이 되어 돌아올 것인가? 모두가 열광하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 질문을 시종일관 강력한 에너지로 끌고 가는 이야기다.



이렇게 애정이 가는 외계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앤디 위어는 분명 특별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보통 연상하는 괴이하고 공격적이고 소름 끼치는 외계 종족 같은 건 여기에 없다. 외계인 로키는 착하고 귀여운 츤데레 스타일이다. 결국 주인공이 하게 되는 선택에도 외계인 로키는 생각보다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맨 끝줄 소년>에서 헤르만 교사가 좋은 결말이라 이야기했던 "필연적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거. 그럴 수밖에 없으면서 반전이 있는 거."에 정확히 부합하는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왜 이 소설이 이렇게나 많은 사랑과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지 설득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 끝줄 소년>의 교사가 이 소설을 봤다면, 그런 결말을 써냈다고 칭찬해줬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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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헤일메리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알라딘 리커버 특별판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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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의 가장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도비였던 것처럼 헤일메리도 외계인 로키가 다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결말은 처음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행복, 행복!을 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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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시대의 종말
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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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온 세상이 사랑을 믿었다"는 비비언 고닉의 첫문장이 아니다. 이 책의 비범함은 여기에 있다. 케이트 쇼팽, 진 리스, 윌라 캐더, 카버, 헤밍웨이를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오늘날에는 공명할 수 없는 바로 그 지점을 기습해서 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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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7-08 1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1020세대들은 과거와 달리 연애 자체를 잘 안한다고 하네요.그런면에서 본다면 현대는 책 제목대로 연애시대의 종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blanca 2026-07-08 20:11   좋아요 0 | URL
비비언 고닉도 이제 더는 연애가 구원의 서사가 될 수 없는 시대라고 이야기했더라고요.
 

비비언 고닉의 <연애 시대의 종말>을 읽고 있다 화들짝 놀랐다. 뒷북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나 아렌트와 마르틴 하이데거가 각각 열여덟 살의 대학 신입생, 삼십 대의 교수로 만나 실제 불륜 관계로 나아갔으며, 이후 각자의 길을 가고 나서도 결국 노년에 다시 재회했다는 얘기를 비비언 고닉을 통해 알게 됐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한나 아렌트가 한때 나치에 협력했던 하이데거와 연인관계였던 것도 모자라 노년에는 그를 변호하는 데에 힘을 보탰다고? 비비언 고닉은 용감하게 아렌트의 허점을 공략한다. 즉, 그녀가 자신의 갈망, 사랑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삶에 통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평생 감정에 휘둘리게 된다. 감정을 이해하더라도 삶에 통합하지 못하면 오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감정을 부인하고 감정의 힘을 무시하면, 완전히 망한다.

-비비언 고닉 <연애 시대의 종말>






'아렌트와 하이데거 이야기는 비평가가 아니라 극작가의 영역'이라는 고닉의 이야기는 맞다. 머리로 옳고 그름을 재단할 사안이라기보다는 십대의 영특한 여학생이 학문적으로나 위계로나 자신을 압도하는 젊은 유부남 교수와 함께 '마의 산'을 읽고 사랑에 빠지는 일, 그리고 헤어지고 나서도 자신의 의지에 반해 그 영향력으로 다시 회귀하는 일은 비평가가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이 사랑을 지지하지 않지만, 어렵게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관계를 전면에 내세워 모두가 행동하는 지식인이라 칭하는 한 사람의 신화를 벗겨내면서도 그 사람의 성취나 기여를 폄하하지 않는 비비언 고닉의 다층적이고 섬세한 글쓰기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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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7-06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렌트 최대 수치가 하이데거라고 하는데… 저는 둘 다 그럴 수 있으려니 합니다. 나중에 다시 만난 것도… 완벽한 인간도 없고 모순 없는 인간은 더더욱 없는지라…. 하이데거가 아렌트의 수치라기보다는 하이데거가 그 높은 지성으로 나치 부역한 게 더 수치죠… 에효.

blanca 2026-07-06 18:08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은 이미 알고 계셨군요. 저는 처음 알아서... 사실 충격 받았어요. 그냥 인간이란, 인생이란 그럴 수 있는 거더라고요. 인간은 생각보다 더 약한 존재 같아요.

다락방 2026-07-06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나 아렌트를 좋아하는 지점이 바로 아렌트가 자신의 스승 하이데거를 뛰어넘었다는데 있습니다. 하이데거가 유부남에 나이도 많으면서 영민한 제자 꼬셔서 사귄것도 빡치고 그런데 아내랑은 헤어지지 않고, 심지어 아내와 아렌트가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렌트는, 하이데거가 잘못된 말과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은 그의 아내 탓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하여간 이 둘의 관계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제가 보기에 잘못된 것이었습니다만,

그러나 제가 이 사랑의 당사자가 아닌데 남의 사랑에 뭐라 할 수 있을것인가... 싶다가, 그런데 한쪽이 십대였고 한쪽이 애까지 잇는 유부남이었다는 데에서, 게다가 거기엔 위계가 존재했다는 데에서 그냥 또 쌍놈 되고 그렇습니다.

블랑카 님, 이들의 사랑에 대해 쓴 얇고 재미있는 책이 있어요. ‘엘즈비에타 에팅거‘ 의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입니다.부제는 무려 ‘행간에 놓인 사랑과 철학, 위대한 대화들‘ 입니다. 추천합니다!

blanca 2026-07-07 10:27   좋아요 0 | URL
여튼 저는 너무 놀랐어요. 노년의 재회도 무슨 드라마 같고요. 십대 제자를 유부남 교수가 그것도 당시에 이미 학계에서도 유명했던 하이데거였으니... 아마 이 영향은 아렌트 평생을 갔을 것 같아요. 죽은 시기도 너무 비슷해서 또 놀랐고요. 다락방님, 권해주신 책은 꼭 읽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