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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선악을 다룰 수 있는가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9 Vol.17 ㅣ 스켑틱 SKEPTIC 17
스켑틱 협회 편집부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매일 웃는데 서글프게도 대부분 실소(失笑)다. 내 일상과 정치 사회 뉴스 속에서도
그렇고 과학과 종교의 대치를 봐도 그렇다. 현명함의 좌표를 그린다면 현대인은 어디쯤 해당될까. 과학이 발전하고 매일 세계는 급변하고 있지만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자 목적이며, 신이 창조하고 보살피는 존재라는 인간 중심적 견해”를 가진 이들은 여전히 많다.
스티븐 B. 그레이는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 「인간을
겸손하게 만드는 과학적 사실들」을 열거한다. 태양중심설, 진화론이 가장 충격적 영향을 미쳤고 그 외에도 우주와
지구에 대한 관측, 인간의 직관과 이해의 한계를 보여주는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론, 다차원과 다중 우주, 영혼의 부재를 밝힌 신경과학 등은 이
우주 속에서 인간 존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 유일한 존재라는 가치도 일깨운다. 이 과정을 살피면 신을 창조자로 넣을 이유도
자리도 없다.
랠프 M. 반스 「‘창조론 대 진화론’ 논쟁
연구」를 보면 과학자는 긍정적인 경험적 증거(변이를 동반한 유전에 특히 집중)에 의존하지만, 지적설계론자는
‘증거의 부재’와 추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창조론과 그 변형인 지적 설계론은 과학보다는 자연신학이나 변증학과 유사하다.
「설득을 위해 적의 소리를 들어라!」에서
앤드류 쿠퍼-샌손은 근본주의 기독교 단체, 음모론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범의
공통점은 ‘자신이 하는 말을 신봉’하기에 비논리적인 행동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과 부딪히면 자신의 근거가
부실하더라도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경향”(인지 편향)이 강하고, 반박을 당하면 정체성 공격으로 여기며, 특히 도덕 문제에 관해 논쟁할 때 이성을
잃는 경향이 많다. 대니얼 데닛은 “삶을 착각으로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예의 있게 일깨워줄 방법은 없다”라고 했다. 샌손은 우리와 의견이 다른
상대방이 믿음의 통제를 받고 있음을 통찰하고, 연민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주장과 그들의 핵심 신념과 제도를 파악하며, ‘왜 옳지 않는지’ 치명적
오류를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연민의 마음이 통하지 않으니 논쟁은 더 극심해지는 것 같으니 어쩐다.
무신론의 반박을 빠르게 핵심만 보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유익할 마이클 코헨 「무신론 연대기」는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연달아 나온
베스트셀러ㅡ샘 해리스 『종교의 종말: 종교와 테러 그리고 이성의 미래』(2004)와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2006),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2006) , 대니얼 C. 데닛 『주문을 깨다: 자연현상으로서의 종교』(2007), 크리스토퍼 히친스 『신은 위대하지 않다:
종교는 어떻게 모든 것을 망가트리는가』(2007) ㅡ를 통해 유신론과 종교에 대한 과학적 회의주의 반박을 담고 있다. 1930년 헨리 루이스
멩켄은 『신들에 관한 논고』에서 종교는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견딜 수 없는 자들을 깔아뭉개고, 우주를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개조시키려는”
인류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종교를 '불만'을 통제함으로써 문명의 질서를 유지하는 심리적 요소로 보고. 종교 사상의 두 원천을
‘유아기적 환상’(『문명 속의 불만』), ‘최초의 아버지와 신을 동일시하고 부성상 파괴에 대한 집단 죄의식을 문화적 신경증( 및 원죄 신화의
형성)과 동일시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강박신경증”(『토템과 터부』)이라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강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매우 더딜 것이라고
보았는데 현재 그렇다.
앞서 언급한 네 저자는 강경에서 온건까지 입장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줄기는 공통적이다.
①종교가 다른 형태의 앎으로 간주됨에 따라 종교적 믿음들이 불가침의 영역으로 정당화되는 상황을 더 이상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샘 해리스는
이성적 판단 없이 무언가를 믿는 사람들은 ‘미치광이’ 또는 ‘망상증 환자’로 취급받지만, 그러한 믿음이 보편적 지위에 오르면 ‘신앙’으로
불린다고 말한다.”) ②문화를 구성하는 도덕률을 ‘규정’하는 신은 없다.(세계 3대 종교의 경전에 나오는 모순되고 때론 터무니없거나 잔학한
구절들은 도덕적인 본보기와 거리가 멀다) ③이성과 사실에 반하고 각종 유혈 사태를 일으켜 반목과 증오의 “무시무시한 증폭기”(크리스토퍼
히친스)로 인간 생존에 득보다 해를 더 끼친다. ④우리가 “종교적 믿음을 그것이 종교적 믿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받아들인다면,” 오사마 빈 라덴의 믿음과 자살 폭탄 테러도 존중해야 한다는 도킨스의 주장에 대해 다른 작가들 역시 모두 동의한다.
도덕률이 신의 명령이라는 주장(플라톤 외)을 과학은 이렇게 설명한다.
현재 과학자들은 인간의 도덕성이 포유류가 구사하는 진화한 협동 전략들의 확장으로서,
사이코패스는 예외지만 ‘보편도덕문법’이 있는 것으로 본다. 도덕 규칙은 주관적인 이해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어 시대마다 기준이 달라지기도 했고
이념 또는 이데올로기로 사회를 파괴하는 폐해를 낳기도 했다(클래이 패리스 내프 & 앤디 노먼 「과학자가
선악을 탐구하는 방법」).
악마, 질병을 죄와 동일시하는 문화는 옛 믿음에 짜여 있어 현실 왜곡을 자주 하므로,
과학적 방법들을 통해 물리적 현상을 파악해야 한다(로버트 스턴은 「비과학적 사고가 만든 악의
흔적들」).
“악이 형이상학과 신학의 밖에 존재할 수 없고, 또 객관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선 역시 그런 식으로 존재하거나 정의될 수 없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악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관용에
대해」에서 조지 샐리스는 악을 진단하는 여러 방법론을
살펴보고, 기계론적 처벌보다 뇌의 메커니즘에 근거한 치료책을 제시한다. 『시계태엽 오렌지』나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섬뜩한 개조 약물이 아니라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 주입으로 피험자의 공감 및 감정 인지 검사 점수를 향상시킬 수 있다. “공감은 사이코패스와 관련하여
고려해야 할 주요 요소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전반적으로 무딘 정서를 경험하므로 스스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고통을 대리
경험하기보다는 동정심(기꺼이 도우려는 마음)을 키우는 것이 공감 훈련보다 더 훨씬 더 생산적일 수 있다.”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궁극적인 목표는 제2의 본성이 될 정책과 규범이어야 하고, 공감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다. 사랑과 같이 공감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부가 아니”라고 했다. 심각한 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강력한 법적 제재 얘기가 제일 먼저 튀어나오는데, “징벌에 대한 욕구는 인간 행동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지 못하는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통계나 공감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의
이분법을 폐기하고 양자가 작용하는 방식의 힘을 합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번 《스켑틱》 vol.
17에서는, 일본에서 넘어온 음이온 괴담이 가짜 과학과 엉터리 마케팅으로 성행하는 것을 고발하는
이덕환 「음이온 환상에 빠져버린 사회」, 탈리도마이드(임산부 입덧 치료제로 사용하다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된 사례) 같은 재앙 방지를 촉구하는 해리엇 홀 「임상 시험 중인 약,
써보시겠습니까?」, 여러 차례 의혹이 제기된 MBTI 검사를 ‘황홀한 자기 인식’으로 믿지 말라고 당부하는
캐럴 태브리스 「성격을 유형으로 나눌 수 있을까?」, 초자연적 주제를 홍보하고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합리성을 쉽게 내던지는지 보여주는 제임스 랜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생각을 찍는 법」, ‘생명우선론자’ VS ‘선택우선론자’ 모두 틀린 주장을 하고 있고 ‘인격 우선’ 입장에서
“인간 유기체가 인격이 되는 시기는 태아가 의식 능력을 획득하는 수정 후 약 25주 째”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제시하는
개리 위튼버거 「태아는 언제 인격을 가지는가」, “20세기의 유전학이 ‘유전체는 어떤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푸는 데 힘을 모았다면, 포스트게놈 시대의 유전학은 지난 세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전체(프로그램 코드)의
차이가 어떻게 표현형(프로그램 출력값)의 차이를 산출하는가’라는 문제까지 함께 풀어내야 하는 상황”임을 멘델부터 차근차근
설명하는 이대한 「유전학이란 무엇인가-변이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향하여」,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별’이라 설명하는 김상욱 「우주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행성을 가진 별의 비율’을 나타내는 드레이크 방정식의 계수를
설명하는 이명현 「행성을 거느린 별을 찾아서」, “역사는 음모보다는 혼돈의
산물”(미국 국가 안보보좌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이란 말처럼 끊이지 않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 음모론을 다룬
제임스 램버트 「음모론의 해악」(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JFK>가 워런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총체적으로 왜곡한 것을 예술적 허용으로 넘어가야 하는지도 고민해 볼 문제), “원시인 다이어트는 기대와 실패, 이상적인
건강의 추구,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인간이란 존재, 시간의 흐름을 피하고픈 욕망과 시간의 흐름과 하나가 되고 싶은 욕망 사이의
변증법”을 보여주는 에이드리엔 로즈 존슨 「원시시대 조상들의 삶이 더 좋았다고? - 구석기 다이어트와 유토피아의
꿈」 등 하나하나 다 읽어볼 가치가 있다. 우리의 행동은 ‘상황, 나이, 파트너나 동료, 성숙도, 직업의 요구나
사회적 요구’에 따라 달라지고, 우리에게는 ‘휴리스틱[*], 경험 법칙[**], 언어로 소통하는 능력, 수학 능력, 과학적 방법’ 등 각종
사고 소프트웨어도 많다. 그러나 근거 없는 믿음은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스켑틱》 은 많은 근거를 바탕으로 이렇듯 경고한다.
[*] 휴리스틱: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지 않고 나름의 기준에 따라 일부만을 취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문제 처리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올바른 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 경험 법칙: 이론보다는 일상 경험에 근거하는 규칙들로 어느 정도
신뢰할만하지만, 엄밀하게 정확하거나 모든 상황에서 작동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