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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망 없는 불행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5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평점 :
어떤 작가는 뛰어난 에세이스트로서 문학을 일궈나가는데, 페터 한트케도 그렇다. 그가 초기작에서 서사성을 완강히 거부하려 했던 이유가 짐작된다.
[소망 없는 불행]
전쟁과 가난의 양차 곤경 속에 있었던 세대에 대한 탐구이자 그 속에서 소망을 잃으며 살았던 여성으로서의 어머니를 살펴보고자 한 한트케의 서술은 감성을 자극하는 쪽으로 흐르지 않아서 좋았다. 모든 세대가 자신의 부모 세대 이야기를 남기는데 지금 부모 세대에 대해서는 어떤 기록이 남을까.
[아이 이야기]
한트케는 연극배우였던 첫 아내의 가출로 갑자기 아이를 기르는 상황에 처한다. 글쓰기만으로도 힘에 부쳤을 작가가 아이를 기르는 상황이라니^^;; 대작을 쓰겠다는 작가적 야심과 한 아이의 부양, 원하지 않게 부대끼는 일상 생활과 이방인으로서의 삶 속에서 한트케가 성숙한 작가이자 어른이 되는 성장담을 보는 것 같다.
얻는 게 없다시피 살았고 모든 걸 스스로 잃기로 작정한 어머니의 죽음(<소망 없는 불행>)과 모든 것이 새로운 딸의 탄생과 성장(<아이 이야기>)을 담은 소설이 수미쌍관으로 잘 배치된 듯도.
한트케를 읽으며 같은 오스트리아 태생인 로베르트 무질, 토마스 베른하르트와 공통점도 느꼈다. 서사보다 자전적 이야기와 함께 철학적 사유를 문학으로 풀고 싶어한 점.
이 소설집을 읽고,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2008, 현암사, 절판, 부모님과 형의 부음을 받고 고향에 가 장례식을 치르는 사흘 동안의 일을 그린 소설), 로베르토 무질 『특성 없는 남자』와 비교해 보시라. 이들의 서술 스타일의 유사성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로베르트 무질이 사망한 해 페터 한트케가 태어난 것도 재미난 우연.
※ 페터 한트케 국내 출간된 작품 읽을 순서
1966년 희곡『관객모독』(2012, 민음사)
1968년 희곡『카스파』(1999년, 성균관대출판부, 절판)
1970년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2009, 민음사)
그의 작품에서 주요 사건 배경이 되는
1971년 아내와 이혼 후 미국 여행, 그해 말 어머니 자살
1972년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2011, 문학동네)
『소망 없는 불행』(2002, 민음사)
시집 『시 없는 삶』(2019 신간, 읻다출판사)
1976년 『왼손잡이 여인』(2003, 범우사)
1986년 『반복』(2013, 종문화사)
1987년
『어느 작가의 오후』(2010년, 열린책들)
빔 벤더스 감독과 공동 작업한 영화 대본『베를린 천사의 시』(2003, Cinezon(씨네존), 절판)
1997년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2001, 문학동네)
2004년 『돈 후안』(지크프리트 운젤트 상 수상, 2005년 나왔다가 2019 베가북스 재판)
시기 파악이 잘 안 되는
『세잔의 산을 찾아서』(2006, 아트북스, 절판)
한트케는 최근까지 꾸준히 희곡과 소설, 에세이를 발표하고 있는데 최신작은 국내에 소개가 안 되고 있다.
고전 외엔 독일문학이 한국에서 큰 인기가 없지^^;
빔 벤더스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영화 시나리오 작업의 덕도 있었다고 보는데, 페터 한트케는 그나마 소개가 많이 된 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