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에겐 사랑에 대한 갈구보다 더 지독한 버릇이 있다. 바로 평가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도 끝난 후에도 오래 반추한다. 나, 타인, 사회, 세계 등 우리의 생각이 미치는 모든 것에 대해 가치 판단한다. 생존 본능이니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감정에 좌우되고 잘못된 잣대로 판단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는 매일 이런 문제를 목도하고 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조지 레이코프는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프레임에 갇혀 사고하는 것에서 비롯된 각종 사회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뿐인가. 사람은 올바른 길을 알면서도 반대로 행동하는 경우도 많다. 시스템의 편의, 다수의 기준에 따라 좀 편하게 살고 싶은 욕구도 있다. 이게 정답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반발과 의심도 가진다. 인간은 단순한듯하면서도 복잡하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흥얼흥얼.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는 평가 기준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살면서 배우고 취하게 된 것이다. 토드 로즈는 이 책을 통해 말한다. 많은 측정 방식과 평가 기준을 통해 말해지는 ㅡ평균적 신체지수, 평균적 지능, 평균적 성격, 평균적 학생, 평균적 직원 같은 ㅡ 일상화된 개념들은 잘못된 과학적 상상이 빚어낸 허상이다. 평균적 사람은 없는데 우리는 시스템을 통해 그것을 도모하며 자신을 망치고 있다. 문제의 기원으로 토드가 중요하게 지적하는 것은 1840년대 케틀레의 사회물리학적 착안에서 비롯된 평균적 인간 개념, 골턴의 계층 개념, 테일러주의에서 비롯된 평균주의 기업 모델이다.

 

벨기에의 천문 과학자였던 아돌프 케틀레는 스물세 살에 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수학 수재였다. 그는 뉴턴처럼 우주의 작동 법칙을 발견해내고 싶은 야심이 있었다. 그런 과업을 수행할 천문대 완공이 혁명으로 불투명해지자 그는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사회적 행동 속에 숨겨진 패턴을 천문학에서 쓰던 평균적 측정값을 응용해 산출하고자 했다. ‘평균적 인간’을 제시하는 케틀레의 개념은 혼란스러운 사회에 질서를 부여하는 듯했고 타인들을 정형화하고 싶은 인간의 충동에 정당성을 입증해주니 호응은 뜨거웠다. 지금도 이런 호응은 여전하다. ‘1만 시간의 법칙’, ‘마시멜로 실험’, ‘밀그램의 복종 실험’ 등 그런 실험과 통계들이 조금만 신빙성이 있다 싶으면 우리는 쉽게 끌린다. 케틀레 개념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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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분야의 학자들과 사상가들이 사회를 지배하는 숨겨진 법칙을 밝혀냈다며 케틀레를 천재로 치켜세웠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은 케틀레의 개념을 간호에 적용시키며 평균적 인간이 “신의 섭리”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칼 마르크스는 케틀레의 개념을 취해 공산주의 경제 이론을 세우며 평균적 인간이 역사 결정론historical determinism을 성립시켜주는 증거라고 밝혔다.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Maxwell은 케틀레의 수리에 착안해서 기체역학의 고전적 이론을 세웠다. 내과 의사 존 스노John Snow는 런던에서 콜레라와 싸우던 중 케틀레의 개념을 활용하면서 공중위생 분야의 서막을 열었다. 실험심리학의 아버지 빌헬름 분트Wilhelm Wundt는 케틀레의 글을 읽고 이렇게 단언했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제외한 그 어떤 철학자들보다 통계적 평균이 심리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p57~58)

 

 

19세기의 프랜시스 골턴은 은행업과 제조업으로 떼돈을 번 영국의 부유한 상인 계층이었다. 지금은 인류학자로 소개되는 이 인물은 수학과 의학까지 공부한 데다 찰스 다윈이 사촌이었으니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영국의 우월한 사회계층이 쇠퇴해가는 것을 재건하려는 야심을 가졌고 케틀레의 유형 개념을 응용해 인간이 “우월층”과 “저능층”으로 나뉜다고 평가했다. 독일 나치 때문에 유명해진 바로 그 우생학(eugenic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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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반에 이르자 인간은 능력별로 하위에서부터 상위까지 분류된다는 관념이 사실상 사회과학계와 행동과학계 전체에 침투하게 됐다.

평균의 시대, 다시 말해 1840년대 케틀레의 사회물리학적 착안에서 비롯돼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그런 문화적 시대를 특징짓자면 사회의 거의 모든 일원들이 무의식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2가지 가정을 꼽을 만하다. 바로 케틀레의 평균적 인간 개념과 골턴의 계층 개념이다. 케틀레가 그러했듯 우리 모두도 평균이 정상을 판단하는 믿을 만한 기준이라고 믿게 됐다. 특히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성격, 경제적 지위와 관련해서 유독 그런 믿음이 강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성과라는 편협한 기준에 따른 개개인의 계층이 개개인의 재능을 판단하는 유용한 도구라는 믿음도 갖게 됐다. 이 2가지 개념이 현재 전 세계의 교육 시스템, 대다수의 채용 관행, 상당수 직원 업무 평가 시스템 이면에서 구성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케틀레가 개개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사고방식에 끼친 영향력은 아직도 우리의 시스템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우리의 사생활을 보다 확실하고도 밀접하게 틀어쥐고 있는 것은 바로 골턴의 유산이다. 우리는 누구나 가능한 한 평균을 훌쩍 뛰어넘으려는 압박감을 느낀다. 우리가 평균 이상이 되려고 그렇게 기를 쓰는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평균 이상이 되려고 기를 쓰는 이유가 아주 분명하기 때문이다. 즉 평균의 시대에서 성공하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평범하거나, 아니면 (정말 끔찍하게도!) 평균 이하로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p63~64)

 

 

 

수학을 활용해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시도했던 유럽의 두 과학자의 추상적인 ‘평균주의’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기업과 학교의 주류 원칙으로 올라서게 된 것은 미국의 기업가 프레더릭 윈슬러 테일러에 의해서였다. 1880년대 농업에서 산업 경제로 전환돼가는 시기를 살았던 그는 하버드 법대를 자퇴하고 산업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공장 생산 시대의 문제점들을 눈여겨보았고, 업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평균주의의 중심 지침, 개개인성의 등한시 개념을 받아들였다. “시스템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라는 테일러의 신념에 따른 ‘표준화 시스템’을 구축한 주역이다.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자동차 생산의 조립 라인을 대량 생산방식으로 바꾼 ‘포드 시스템’도 연장선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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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컨설턴트, 기획 부서, 능률성 향상 전문가 모두가 분석의 수행에서 평균이라는 수리에 의존했다. 관리자들은 케틀레와 골턴의 과학을 정당성의 근거로 삼아 근로자 각자를 스프레드시트의 셀처럼, 일람표의 숫자처럼, 교체 가능한 평균적 인간처럼 다뤄도 된다고 여겼다. 관리자들로선 개개인성의 경시를 별 어려움 없이 선뜻 받아들였다. 개개인성을 경시하면 자신들의 직무가 그만큼 더 수월해지고 안정적이 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인간 관련 결정에서 유형과 계층을 활용할 경우 항상 옳지는 못하더라도 평균적으로 옳은 편이 되며 표준화된 공정과 역할들로 수두룩한 거대한 조직으로선 그 정도로도 만족스러워할 만했다. 관리자들이 사원에 대해 오판을 내린다 해도 시스템에 잘 맞추지 못한 탓이라고 그 사원에게 허물을 씌우면 간단히 해결됐다.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러버 컴퍼니, 인터내셔널 하비스터 컴퍼니, 제너럴 모터스는 모두 과학적 관리법을 채택한 초창기 회사들이었다. 테일러주의는 이런 고무 제조업이나 수확기 제조업이나 자동차 제조업 외에도 벽돌쌓기 공사, 통조림 제조업, 식품 가공업, 염색업, 제본업, 출판업, 평판인쇄업, 철사 세공업에도 적용됐고, 이후엔 치과업, 은행업, 호텔용 가구 제조업에도 적용됐다. 프랑스에서는 르노가 테일러주의를 자동차 제조에 적용했는가 하면 미쉐린도 타이어 제조에 응용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국가 계획 시스템은 아예 드러내놓고 테일러주의를 모범으로 삼았다.

테일러주의는 대체로 미국의 자본주의와 동일시됐으나 국경과 이데올로기마저 넘어서는 호응을 얻었다. 소련에서 레닌이 과학적 관리법을 러시아의 공장들을 활성화하고 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을 구상하기 위한 핵심으로 선언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무렵 프레더릭 테일러는 소련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만큼이나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도 레닌과 스탈린과 마찬가지로 열렬한 테일러주의 지지자 대열에 합류하며 전시 산업에 테일러주의를 도입했다.

한편 아시아의 여러 집단주의 문화에서 과학적 관리를 서구 문화권보다 훨씬 더 무자비하게 적용시키면서 미쓰비시와 도시바 같은 기업들은 표준화와 사원-관리자 분리 원칙에 따라 철저히 탈바꿈했다.”(p80~81)

 

 

 

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해줄 자격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들의 기준은 매우 수상하다. “개개인의 측정치 배분을 그룹의 측정치 배분으로 대체해도 무방하다는 식의 별난 가정”을 우리도 인정해야 하는가. 과학이 반대 증거에 열린 자세인 ‘반증 가능성’(칼 포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전제해도, 등급화와 유형화 같은 평균주의 방식은 인간이 냉동 클론(복제 생물)이라는 가정을 취하고 있다. 토드는 이런 ‘에르고딕 이론’의 오류를 지적한 피터 몰레나의 ‘에르고딕 스위치’ 이론을 가져왔다. 에르고딕 이론은 물리학에서 기체 분자의 종합적 작동 방식을 활용해 개별 기체 분자의 평균적 작동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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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예측에서는 2가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 그룹의 모든 구성원이 동일할 것. 두 번째, 그룹이 모든 구성원이 미래에도 여전히 동일할 것. 특정의 독자적 그룹이 이 2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그 그룹은 ‘에르고딕’으로 인정되면서, 그룹의 평균적 행동을 활용해 개개인에 대한 예측을 이끌어내도 무방하다고 간주된다.”(p100~101)

“케틀레는 이 에르고딕 스위치로 인해 평균적 인간의 존재를 믿게 됐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이 에르고딕 스위치를 통해 평균이 이상에 해당하고 개개인은 오류에 해당한다는 자신의 가정을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응용과학의 150년은 케틀레의 원초적 착각에 의해 이미 예견돼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그 어떤 여성의 몸과도 일치하지 않는 ‘노르마’, 그 어떤 사람의 뇌와도 일치하지 않는 뇌 모델, 그 누구의 생리에도 꼭 들어맞지 않는 표준화 치료 요법, 신용할 수 있는 개개인들에게 불리한 점수를 부과하는 금융 신용 정책, 전도유망한 학생들을 걸러내버리는 대입 프로그램, 비범한 재능을 과소평가하는 고용 정책 등이다.”(p103)

 

'노르마' 선발 대회에서 기준에 딱 맞는 여성이 없어서 근사치의 여성을 선발했다.

 

 

 

토드는 우리 대다수가 평균주의 과학에 길들여져 은연중에 개개인보다 시스템을 우선시하는 일차원적 사고를 통해 재능을 평가해 들쭉날쭉한 인간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런 사고에서 탈피하려는 기업들이야말로 지금 가장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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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주의 사고에서 탈피해 맥락과 관련된 상황 맥락별 기질을 의식하게 되면 개인적·직업적 삶에서 굉장한 이점이 생긴다. 개인적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 자신이 빛을 발할 만한 상황을 보다 쉽게 깨닫게 돼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서로 협력해 일하는 팀의 일원으로서는 출중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개별적으로 따로따로 일하는 경우에는 애를 먹는 편이라면 직무 시간의 90퍼센트를 집에서 독자적으로 일해야 하는 조건의 파격적 승진을 제안 받을 경우 승진에 따른 혜택과는 별개로 그 직무가 당신의 상황 맥락별 기질에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맥락의 원칙은 불리하거나 자멸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될 만한 상황적 요소를 분간하게도 해준다.”(p177)

“테일러주의에서 비롯돼 100여 년에 걸쳐 뿌리내려온 평균주의 기업 모델이 그동안 우리를 설득시켜온 논리는, 시스템이 잘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을 스프레드시트의 셀과 같이 쓰고 버릴 수 있는 평균적 직원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완전히 틀린 것이다. 앞에서 자세히 이야기했다시피 딜로이트, 구글, 애들러 그룹, IGN은 비록 암묵적이라 해도 개개인성의 원칙을 채택해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이 기업들은 일차원적 사고, 본질주의 사고, 규범적 사고라는 정신적 장벽을 버림으로써 직원들이 적극 동참하며 경쟁력 있게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이런 기업들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가 남긴 유산을 버릴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막대한 자원을 가졌거나 (IT 업종처럼) 비정통적인 기업 경영 방식에 남달리 열려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개개인성의 원칙을 적용하는 일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모든 업종의 모든 기업이 이용 가능한 선택이다.”(p215)

 

 

70년 전 테일러주의에서 벗어나 개개인성의 원칙으로 나아갈 때 개개인의 자유, 창의력, 책임의식을 포용하면서 자유로운 모험심을 희생시키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토드는 본다. 우선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 현존 고등교육 시스템은 1세기 전에 설계된 것이다. 표준화된 커리큘럼 수행력으로 학생들을 등급 매기고 분류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개인별 학습과 진도를 평가하는 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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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이 학생들의 개개인성을 완전히 무시하도록 짜여 있어요. 온통 평균과 선별 타령을 하면서 10대들이 입학 사정관의 눈에 들기 위한 허울이나 쫓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승화하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이게 교육 시스템이라는 것이 할 짓입니까? 모든 학생을 평균에 비교하는 일방적 시스템이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일까요? 아이들은 합격을 의식해 논술을 꾸며 쓰려 하고 별 신념도 없이 기계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합니다. 해외에서 실시되는 SAT에서 부정행위까지 저지릅니다. 제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뭔지 아세요? 이 대학이나 저 대학에 입학하려면 사회봉사 활동을 몇 시간이나 해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해주죠. 성공한 인생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학생 자신의 독자적인 개개인성을 이해하고 발현시키는 것이라고요. 그런데 너무도 많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이 학생의 개개인성을 발현시키는 것이 아니라 감추는 데 급급합니다. 이 모든 것은 다른 모든 학생들이 스스로를 부각시키려 기를 쓰는 방면에서 자신을 부각시키려 기를 쓰면서 비롯되는 문제입니다.”(p243)

ㅡ 휴스턴 대학 입학 상담사, 쥬디 무어

“대학 입학은 대체로 평균의 게임입니다. 사람들은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으며 그 평균의 게임을 펼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아지기 위해 자신의 독자성을 버리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되려고 기를 쓰는 목표상에서 조금 더 뛰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요. 하지만 평균을 놓고 겨루면 평균적으로 성공하기가 힘듭니다.”(p244)

ㅡ 하버드 대학교 입학 및 학자금 지원 책임자, 빌 피츠시몬스 

 

 

 

토드는 ‘학위가 아닌 자격증 수여, 성적을 실력으로 대체하기, 학생들에게 교육 진로의 다양한 결정권 허용’을 제시한다. 개개인의 수행 능력 안배 없이 애초에 재능 있는 학생들과 재능 없는 학생들로 구분해놓고 표준화된 시스템을 따르라는 것은 많은 실패를 발생하게 하는 구조를 만든다. 모두에게 ‘평등한 접근권’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토드가 제시하는 개개인의 능동적 교육 구조라면 평생 학습의 습관이 길러질 것이다.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사는 구세대 운운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요즘 유튜브나 각종 도전으로 주목받은 노인들을 생각해보라.

요즘은 그 의미가 다소 퇴색된 ‘아메리칸 드림’이란 신조어는 1931년 제임스 트러슬러 애덤스가 대공황 시절 테일러주의 세계관의 확산에 우려하며 반대 의견으로 제시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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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드림'

“이것은 자동차와 높은 임금을 향한 꿈이 아니라 사회질서를 향한 꿈이다. 남녀 모두 누구나 다 타고난 재능을 한껏 펼칠 수 있고 타인들로부터 출생이나 지위라는 우연에 따른 배경과 무관한 본연의 모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사회질서를 동경하는 꿈이다.”(p271)

ㅡ 제임스 트러슬러 애덤스

 

 

 

 

평균을 말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남보다 좀 낫기를 바라며 그 카테고리의 우월성을 느끼고 싶어한다. 내 위와 내 아래를 가늠해보는 중간지대는 허상이다. 스스로를 흙수저라 말하는 기괴한 자괴감에 휩싸이는 사람들, 내로남불 핑퐁게임을 하는 한국. 개인별 맞춤 학습도 한국에서는 과외를 얼마나 할 수 있는가 경쟁력 여부가 되고 있다. 능력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시선, 성공을 부의 축적이나 타인을 이기는 능력으로 보는 사고방식 그런 것들이 참을 수없이 답답하다. 늘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토드가 평균주의의 나쁜 예만 제시한 거 같아 평균주의로 얻을 수 있었던 좋은 점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토드의 이 이론들이 ㅡ불확실하기에 오히려 다양성과 가능성을 품고 있는ㅡ 이 세계에서 블랙스완 개념으로 제시된 것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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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8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9-08-28 18:37   좋아요 0 | URL
네^^ 평생 기성복만 입을 운명이죠^^;
저희 동네에도 오래된 양복점이 있는데 안 사라지고 있는 게 신기해요. 양장점보다 오래 남는 양복점의 특수성도 좀 신기하고요ㅎ;
가게에 갇혀 일하셨던게 답답하셨던 걸까요. 돌아다니는 택시 운전을 하시게 된 게 재밌습니다.

먹는 거 입는 거 큰 신경 안 쓰고 대충 떼우고 입고 다녔던 사람이라 이런 분야 장인들에게 죄송스럽네여^^;

카알벨루치 2019-08-28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다가 도서관에 다시 반납했는데....아 ㅋㅋ

AgalmA 2019-08-28 19:33   좋아요 1 | URL
다른 책에 치여서? 반골 기질 저자 논리가 맘에 안 들어서? 두껍지 않아 금방 읽는 책인데 왜 그러셨는지 궁금하네요^^ 더 폭넓은 관점이 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교육제도 개선에 대한 저자의 의견엔 저도 동의해서 결론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카알벨루치 2019-08-28 19:57   좋아요 1 | URL
다른 책에 치였다는 말이 맞겠죠 책을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연체하다가 결국 반납했더랬죠 ㅎㅎ

겨울호랑이 2019-08-28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순한 것이 좋다고 하지만, 이제는 저자의 말처럼 단순한 수치의 함정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평균값을 대신한 중앙값, 표준편차 등을 통해 평균의 이면을 들여다보려는 인식의 변화를 희망해봅니다.^^:)

AgalmA 2019-09-04 17:31   좋아요 1 | URL
정답, 해결을 바라는 인간 심리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현상일텐데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도 그렇고, 과학계도 그렇고 요즘의 경향은 불확실성의 변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19-08-28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개 긴 글 남기신 걸 보니 분명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

AgalmA 2019-09-04 20:58   좋아요 1 | URL
예리한 판단력의 북다이제스터님이 읽으시면 한계와 아쉬움 많이 찾아내실 거 같은데요.
저자가 19세기에 집중해 원인을 찾고 있지만 평균주의는 인간의 사유 시작부터 이미 존재하는 거였잖습니까. 황금비율, 평균율, 비례 등등을 찾는 것부터 말이죠. 저자는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부분만 말한 어찌보면 안전하고도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싶은데요. 시대를 이 잡듯이 잡아 복잡하게 제시하는 거보다 이렇게 명쾌한 것도 대중서로서의 장점이자 나름의 방도라면 방도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