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우미관은 가본 적이 없다. 후끈거리다 못해 비닐하우스에 들어온 듯 갑갑하다. 문은 열려있지만 화기는 어디로 도망가기엔 문이 좁아보인다. 달랑 한대의 선풍기만 돈다. 메뉴를 고르다가 잡탕밥은 뭐지 궁금해 이과두주와 함께 시킨다. 좁은 문은 닫히고 에어콘은 켜지고 선풍기는 회전되어 바람이 퍼진다.


덥다더워. 에어콘 기운 없이 주방일을 하던 여주인은 연신 도망가지 못하는 땀방울을 훔친다. 죽순, 오징어, 새우에 알맞은 농도의 전분에 맛나는 샊깔에 밥알은 곱게 잠긴다. 


이과두주 한잔, 국물에 밥을 곁들인다.


곧 이어나온 남주인은 홑옷에 런닝이다.


여름을 난다는 일 속엔 더위에 싸우거나 지치거나 무릎쓴 일꾼들 때문이란 걸, 그 덕이란 걸 조심스럽게 마음갈피에 상처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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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 라이딩-30'조깅-6k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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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더블 베이스,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들었을 때, 내장감각을 자극하는 걸 느꼈다. 가슴 아래 뱃 속을 울리는 느낌이 묘하다. 콘트라베이스 반주에 노래하는 주인장의 모습이 다른 반주 보다 훨씬 멋지게 보인다 싶다. 단체 예약이 잡힌 날, 들어오시라고 해서 프런트에 앉게되어서, 그 얘기를 건넸더니 요즘 사람들 좋아하지 않는다고 이런 악기는 별반 관심없다고 한다. 그래도 따로 찾는 사람들이 늘거라고 새겨둔다.


-1


창고같이 생긴 건물에 문이 어딘지 모르겠다. 방화벽같은 곳에 문고리가 보여 열고 들어간다. 빼곡하게 쌓인 LP판들에 음향음질이 어둑어둑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그리고 벽에 손님들이 남긴 메모지를 살펴보는데 2012년의 것도 있다. 찰나의 순간 달팽이책방 쥔장이 가끔 간다는 곳이 여기였네 싶다. 제주에일을 마시고 사진을 찍다나니 쥔장이 신청곡도 받는다고 메모지를 건넨다. 밥말리  두 곡, 존 레논 두 곡을 신청하니 한 곡씩 틀어주신다. 엘피판 표지를 보이는 곳에 게시하고 선곡한 곳을 찾는 모습이 익숙하다.


-3


이 곳이 악기 거리인지는 <고바우식당>이란 노표에 여러 번 온 뒤에 눈치챈다. 민화방이란 액자를 한 끝머리 부분에 드럼연습과 악기 소리가 나고서야 아 그랬군 했다. 


0


책 벗이 내려와  장대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지만 이곳으로 정한다. 작업실에서 실론티 홍차 한잔 하며 진행중인 주제와 컨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장소를 옮긴다. #두루치기오징어반반 안주는 두루치기보다 비싸지만, 아는 손님들만 찾는 메뉴이다. 끝무렵에 한 공기 볶아 달라하면 허전한 배를 달랠 수 있다. 포항, 도구막걸리와도 제법 잘 어울린다. 빗방울이 조금 긋기 시작하자 차수를 옮긴다.  짙은 가수의 노래를 반주하고 있고, 리허설 준비도 하고 있는 연주자들이 앳되다. 시작하기 전, 시간이 조금 남는지 쥔장이 직접 연주에 노래다. 떠블베이스다. 언제 들어보겠어. 신기한 듯, 궁금한 듯 테이블이 연신 폰으로 촬영각이다.


1
















빗 속을 뚫고 돌아와 그간 책 이야기를 나눈다. 책 벗은 종교와 역사, 그리고 국내 소설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팔로우하고 있는 이시영노시인의 근황과 작품, 산문집은 놓치지 않고 봤다는 김훈의 <허송세월>을 추천받는다.


2




























종교란 믿음에 대한 부분인데, 그 이력을 알고있는 책벗의 반응이 궁금해서 추천하고 피드백을 받기로 한다. 유머나 농담, 웃음에 대한 관심사는 작업의 주제이기도 한데, 부채의 저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집안 내력, 사상에 연관된 것이기도 하다. 자본론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지만 <부채>란 책이 스케일이 더 크고 다른 맥락을 잇게해주는 매력있는 책이라고도 전한다. 


3


이분법, 이원론에 대한 부분도 #연일물회 집까지 이어진 토론 주제이기도 한데, 얽힘이나 중첩, 다시선 등 삼분법의 출발점으로서 그나마 쉬운 책이라고 <객체란 무엇인가>를 전한 셈이다. 양자 역학을 안다고 하는 자체가 모른다는 증표이듯이, 들뢰즈 역시 그 이상이라는 말.


도서실에 출근하는 독서가이자 애서가이기도 한 책벗은 이렇게 다짐한다. 이 번에는 읽게 될 것 같다고 말이다. 맥락도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볕뉘. 


시집이 있나해서 책방을 들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플레이 사장님은 락매니아란 소식이다. #팝스 소식은 핫한 모양이다. 콘트라베이스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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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원론으로 사유한다. 그것은 벗어나는 일은 철학이나 정치의 한 맥락을 잡고 해석하여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시겠지만, 그것은 자신을 요동시켜 그 그물의 사유찌꺼기를 말끔히 털어버리는 일이다. 그것은 또한 스칼라, 양이 아니라 벡터의 사유이기도 하다. 방향과 힘을 갖고 있는 흐름으로 고정된 세계의 사유를 뒤집어 엎는 일이기도 하다. 알고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습속들을 낱낱이 드러내어 재조립하는 것이다.


-1


그렇다. 조립의 문제 역시 잘못본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0


79년생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객체론들이 잘못 밟고 있는 지점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다. 친절하게도 역사의 선상에서 처음부터 되짚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근차근 연습할 수 있게 해준다.


1


가다보면 양자론과 맞닥뜨리게 된다.  로벨리, 양자 중력이론, 플랑크 길이와 다시 만난다. 얽힘과 캐런 바라드 또한 만날 수 밖에 없다. 밑절미 삼아 또 다시 탐색해보는 수 밖에 없다.


















 











332 객체는 아무리 사소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제작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종종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객체를 관계적 과정으로 간주한다면 어쩌면 그로 인해 우리는 관찰 사건의 특이성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객체를 가능한 상태들의 총체가 결여된 비결정적 과정으로 간주한다면 어쩌면 이것은 우리로 하여금 진행 중인 특이한 변화에 더 민감하도록 고무할 것이다. 게다가 어쩌면 이런 운동적 해석은 운동 중인 물질의 진정한 참신성과 창조성뿐만 아니라, 그런 참신성의 공-생산자로서 과학자들의 역할을 더 정확히 반영할 것이다. 그들은 중립적 관찰자들이 아니라 운동적 조작자들이다.

 

333 폴 디랙은 객체를 고정된 특성들을 갖춘 이산적인 정적 양자로 간주하기보다는 오히려 관계적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어떻게 될까? 위치, 속도, 각운동량, 그리고 전자기 퍼텐셜이 오직 다른 객체들과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출현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하여 우리는 전이-중인-양자를 설명하는 전적으로 상대론적인 양자론을 갖추게 될 것이다./ 디랙이 장과 입자를 수학적으로 통일했을 때 그는 시간과 공 334 간이 균질하지 않다는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제시되는 모형을 좇았다. 양자장은 그 진동 또는 들뜸이 이산적인 층위 또는 에너지 준위에서 입자가 출현하게 하는, 진동하는 기타 현처럼 작용했다. 디랙은 입자와 장을 동일한 움직이는 물질의 진동으로 간주했다. 그는 광자란 연속적인 비결정적 전자기장의 들뜸 또는 진동이라고 주장했다. 디랙은 이것을 양자 전기역학이라고 일컬었다.

 

335 1970년대 물리학자들은 기초 물리학이 여태까지 고안한 가장 성공적인 단일 모형에서 중력을 제외한 모든 관찰된 장, 입자, 그리고 힘을 통합했으며, 그 모형을 표준 모형이라고 일컬었다. 1973년에 과학자들은 이 모형을 완성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그 모형은 다양한 실험에서 견지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대략 열다섯 가지의 양자장에 관해 알고 있는데, 그 양자들은 전자, 쿼크, 뮤온, 중성미자, 그리고 힉스 보손을 비롯한 기본 입자들이다. 오늘날(물질에 관한 쿼크 이론 같은) 기본 입자들에 관한 모든 이론은 양자장 이론이다. 입자는 근저에 자리하는 장의 에너지 들뜸으로 여겨진다.(2013년 힉스장, 2017년 중력장)

 

336 중력이 가장 최근에 양자장 이론에 추가하고자 하는 부분이 된다. 양자 중력 이론은 장이론 방정식들을 사용하여 공간과 중력이 에너지의 양자 요동에서 출현함을 서술한다....양자 중력은 여전히 확증되어야 하지만, 많은 물리학자에게 그것은 미래의 통합된 만물 이론에 대한 가장 개연성 있는 후보이다.

 

337 양자장 이론은 비결정론적이다. 어떤 장의 최저 에너지가 영도 아니고 어떤 결정적 양도 결코 아님을 깨달았다. 양자장에는 이른바 양자 요동이라는 매우 작은 비결정적 진동 상태가 있다. 이런 요동 상태는 이 상태에 있지도 않고 저 상태에 있지도 않기에 엄밀히 따지면 객체가 아니다. 양자 진공은 텅 빈 공간과 유사하기보다는 오히려 충만한 공간과 유사한다. 338 돌발적으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물질과 반물질의 일시적인 입자들로 들끓고 있다. 가상입자는 가상적이지도 않고 입자도 아니라 오히려 장 자체의 실재적이고 비결정적인 운동적 진동이다.

 

338 이런 요동의 운동을 난류성 소용돌이로 서술하고, 그것이 양자장 이론의 방정식에 미치는 효과를 섭동 이론으로 서술한다. 진공 요동은 단지 입자를 교란하는 것만은 아니다. 입자는 장의 진동이다. 양자장 이론에서 모든 물질은 어떤 지점에서 진공으로부터 생겨나는 요동이다. 사살상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 대부분은 해당 질량의 1퍼센트를 구성한 따름인 쿼크들에서 비롯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들의 비결정적 진동 요동들 또는 가상 입자들의 움직임의 결과이다. 자연은 진공을 혐오하지 않는다. 자연은 진공을 경애한다.

 

340 주위의 진공이 요동하면서 움직이는 대야 속의 물의 파동처럼 자신에 반응함에 따라 그것은 자신의 입자들의 준안정한 상태를 교란한다. 이런 역반응은 디랙이 자신의 방정식에 결코 전적으로 만족하지는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장들이 관계적인 동시에 끊임없이 벼화하고 있다면, 각각의 변화는 모든 장 관계를 거듭해서 계속 변화시키고 있다. 전자의 실재는 파동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서 현시되는 방식이다.

 

341-342 양자장에 생겨나는 들뜸은 그 장 표면에 선회하는 소용돌이 선회또는 거품을 형성함으로써 그 장이 자신 및 다른 장들과 상호작용하게 한다. 변환 사이클에서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고리를 형성하거나 고리 양자 중력은 시공간 자체의 본질적 알갱이적인 짜임새를 구성한다. 이런 양자장 고리의 회집체는 물리학자들이 스핀 거품 네트워크를 만든다.

 

343 사물들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들이 사물의 개념을 정초한다. 양자역학의 세계는 객체들의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사건들의 세계이다. “객체는 한결같은 과정이다파도가 바다로 또 다시 용해되기 전에 잠시 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돌은 잠시 그 구조를 유지하는 양자들의 진동이다. 객체는 장의 창발적 면모이다. “가상 입자들의 매개적 교환을 통해서 자신(그리고 다른 입자들)과 내부작용한다. 그러므로 이처럼 무한히 많은 가상적 내부작용의 에너지-질량은 전자의 질량에 무한히 이바지한다. 이렇게 해서 양자 객체론은 비결정적 되먹임 효과로부터 구축된다.

 

343-344 양자 되멱임의 또 다른 중요한 사례는 얽힘이다. 얽힘은 양자역학을 특징짓는 하나의 특질이 아니라 오히려 유일한 특질, 즉 양자역학을 고전적 사유 노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도록 강제하는 특질이다. ”우리는 계 전체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것의 상이한 부분들이 서로 얽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49-350 양자장들이 진동하고 상호작용함에 따라 그것들은 공간과 시간을 형성한다. 고리 양자 중력의 방정식에서 우리는 에너지를 플랑크 길이라는 양화 가능한 최저 한계까지 모형화할 수 있다. 이것은 어떤 알려진 입자 또는 가능한 실험 측정값보다 상당히 더 작다. 플랑크 길이 아래서는 에너지 요동이 근본적으로 비결정적인 것이 되기에 우리가 그것을 관찰학자 할 때 요구되는 광자 에너지가 너무 강력하여 블랙홀이 생성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플랑크 길이를 양자론의 자연적 차단으로 서술한다. 양자 고리’ ‘방울그리고 거품의 내부에는 접근할 수 없는 방대한 미시 블랙홀들의 바다가 존재한다고 추측하는 이론가들도 있다. /에너지는 플랑크 길이 아래에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매우 근본적으로 비결정적인 것이 되기에, 알려진 물리 법칙들은 붕괴하게 된다. 351 예를 들어 플랑크 길이 히하의 크기를 갖는 상자 속에 입자 하나를 넣는다면 그 위치의 비결정성은 그 상자의 크기보다 더 클 것이며, 그리고 그것의 질량은 플랑크 길이의 두 배가 되는 반경을 갖는 블랙홀을 산출할 것이다. 이 반경을 가로지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플랑크 시간의 네 배일 것이다. 이런 초강력 에너지 상태에서는 공간의 용동과 곡률이 매우 비결정적인 것이 되기에 우리는 양자 중력 이론을 사용하더라도 그것들과 관련하여 유의미한 것을 전혀 계산할 수 없다.

 

351 운동적 조작자는 텅 빈 공허가 아니라 들끓고 있는 생성적 비결정성이다. 플랑크 길이 아래로 진입하는 블랙홀의 핵심에서 에너지와 운동량은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비결정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블랙홀은 에너지를 파괴하는 우주적 진공이 아니라, 에너지를 풀어서 다시 엮는 직조기다. 매우 작은 플랑크 크기의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시공간을 대단히 불안정한 거품투성이의 것으로 만드는 엄청난 비결정적 양자 요동의 원천일 수 있다.

 

352 플랑크 길이 아래에서 양자 비결정성은 더 상위의 설명이 없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물리학에 알려진 모든 예측 방법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해석에 따르면 우리는 비결정성을 무작위적인 것, ‘결정론적인 것, 또는 확률론적인 것이라고 일컫지 말아야 한다. 이것들은 근대적 객체론에서 수입된 관념들이다. 나의 논점은 비결정성이 우리에게 다른 방향을 가리키리라는 것이다. 물질/에너지의 움직임이 객체들로 환원될 수 없고, 오히려 객체들의 내재적이고 총체화될 수 없는 조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적으로 실행 가능한 해석이다.

 

355 물질의 역동성은 새로운 사물들을 세계에 생성한다는 의미에서 생성적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들을 산출한다는 의미에서도, 세계의 진행중인 재배치에 관여한다는 의미에서도 생성적이다. 신체는 단순히 세계에서 자기 자리를 차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신체는 단순히 특정한 환경에 처하거나 자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환경과 신체는 내부작용을 통해서 공-구성된다. 신체는 존재하는 것의 중추적 부분이거나 역동적 재배치이다.

 

356 에너지, 엔트로피, 그리고 얽힘은 플랑크 상수 아래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점점 더 비결정적인 것이 될 따름이다. 객체는 더 작은 근본적인 단위체들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비결정적 접힘의 운동적 조작에서 생겨난다.

 

358 새로운 운동적 객체론을 향한 길은 비결정적인 얽힌 운동을 결정론, 무작위성, 또는 확률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오히려 자연을 근본적으로 운동적인 것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양자과학은 운동 중인 물질의 패턴들을 무언가 다른 것에 의한 궁극적인 설명을 추구하지 않고서 추적함으로써 완벽하게 잘 작동한다. 운동적 장은 물질의 움직임을 어떤 더 심층적인 원리 또는 근본적인 측정 단위체로 설명하지 않은 채로 공-창조하고, 그 지도를 그리는 내재적 장 또는 범위이다.



2.

 이 책도 겹쳐져서 읽을 필요성을 느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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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취호공원 


여행이나 관광을 예찬하지 않는 나는 상상력의 공간을 압축시켜 없애는 걸 빌미 삼는다. 하지만  다녀온 관광의 흔적이 아니라 여행의 기억을 건네주면, 불쑥 그것이 빌미가 된다.


아를이란 마을에 가고싶단 마음이 파도처럼 인 것이 몇 주 전이다. 미술관들이나 예술가, 작가의 삶이 묻어있는 곳이라면... ... 언젠가.


취호공원은 저자인 시인에게 마음의 평온과 시를 만들게 해 준 배경같다는 느낌을 준다. 낯선 곳의 낯선 날들이 가져다주는 안온함과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마음의 여백같은 공간이 되어주는 곳 말이다. 



2.부


1988년, 반지하의 제본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 달력을 만들 때는 야근이 허다하고,  또래의 모습은 핏기도 없고 일상은 쳇바퀴처럼 돌아갔다. '1997년, 어느 지하실의 기억' 저자는 미싱공 시다 생활을 한다. 반지하에서....몇달 간의 생활을 마치고 군대로 가는 나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벗어난다는 것까지는 아니었지만 그 기억이 예전으로는 돌아가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삶을 이어주는 모스신호같은 것은 아닐까 한다. 


2부에서 시인은 그런 마음들을 모아 표현한 듯 싶다. 새롭게 자라고 싶다는 '삭발', 모든 빗줄기가 울음이고 싶다는 '장마',  스스로 반추하는 '불량품'과 온몸으로 기다림의 축적물이라는 '개화'는 서로 겹쳐 같이 있다. 바다에 귀 기울이는 '소라', '개미떼를 죽이다'는 이런 면에서 살얼음처럼 이어지는 마음들이다. 먼 뫔의 기억으로부터 자라나는 새싹들인 것이다.



3.부


사회학자인 시인은 이 곳에서 사회학이 담아내지 못하는 논문 이상을 담아내고, 사회를 읽어내게 만든다.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경계인들 '지금 우리는' '어느 노동자의 항변' '백수白手'에 대한 담백한 기술에 너머 개인이 스스로의 꿈까지 잡아먹고 있음을 여실히 밝힌다. '방1' '방2' '꿈'이란 시에서 그 '지구' 란 집합 안의 하나의 기호로서 여실히 골라내고 있음에 섬뜩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허영덩어리' '부부들에게'는 그 증상들을 적확하게 묘사한다. 이런 세상에서 삶은 온전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시라도 쓰는 삶이 아니었으면 작게 흔들리는 것들을 부여잡는 시인의 마음마저 온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4.부


'산책' '삐삐 롱스타킹'  아픔과 구조의 그물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자본주의' '프레카리아트' '오월' 이란 삶 안에 풍요로운 섬하나는 가꾸어야 한다. '소매물도' '긍정주의자'란 시가 그렇다면  그 속에 흔들리는 나도 나일 수밖에 없다. '어째서 자꾸 나는 슬퍼지는가' 


우리는 아름다움 한점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햐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비'


연약한 날개 짓

바람에 홀려 춤을 춘다.


창공을 가르는

현란한 빛깔은 서글프게 고와


내 마음을 삼키고


아무것도 아닌 이곳에

아름다움,

그 하나의 의미를 남긴다.



5.부


어쩌면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들에게 삶은 그래도 살아지게 만들지 않을까. 각박과 척박이란 세상의 비를 피하거나 막는 작은 우산, 우산 살이 망가졌지만 그래도 아주 잠시 빗자락은 피할 수 있는 묘수 말이다.  '정거장' 그냥 대충 사세요. '이상주의자' '유서'를 쓴다는 건 '희망'에 대한 강한 확신이기도 하다. 갈 때까지 가 보자 '인생'은 결기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시인의 외침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바람'


아무리 둘러 봐도

아무리 쥐려 해도

바람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나 바람 부는 날에

그 속에 서면 나는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아야.


때로는 따사로운 햇볕

때로는 시원한 비

때로는 하얀 눈송이와 함께

슬며시 내 주위를 감싸는 

바람


아, 나는 아무것도 없는 바람 속에서

하늘을 세상을 뛰어 넘고 싶어요.


볕뉘.


'영혼의 노래, 詩'


시 모임을 한다. 누구는 시도 공부하느냐고 웃어젖혔다는데, 

그래도 우리는 모였다. 회원은 셋 서진배 시인, 노현승

대표 그리고 나, 이상한 조합이다. 전에 살갑게 대화

한번 나눈 적 없던 사이인데 시가 좋다고 이렇게 함께하니

시란 도대체 뭐람? 안도현, 박준, 이시형의 시를 읽었다.

시어를 허공에 풀어 휘휘저저 낚아 올린다. 가끔은 꿈

틀거리나 잽싸게 패대기도 쳐본다. 이리 저리 부유하며

떠도는 언어. 표정도 향기도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시란 도대체 뭐람? 고통의 모퉁이에서 홀로

노래하는 시인아, 서러워말기를. 당신의 영혼은 무지개를

타고 밤하늘을 수놓으리. 그러니 찬란하게, 찬란하게 生을

살아내어라. 이다음에 새싹처럼 쑥쑥 자라 시인이 되겠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시도 공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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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꽃이 바람에 눈처럼 날린다. 무척이나 이른 아카시향은 바닷바람에 드세다. 곳곳에 폭우 소식과 이어이어 보이는 지구는 두바이에도 브라질, 중국, 미국에도 인정사정 없다. 매일 마무리가 엉크러진듯 반듯하지 못해 싱숭한 마음자리가 쉽지 않다. 올 여름은 어쩐다. 냉천 공사는 한정없이 늘어지는 듯싶다. 오고가는 길 쓸데없는 생각들이 뿌려진다싶다.


-5. 


연일우체국 주차장에 미니벨로 뒷바퀴와 짐받이를 둥그렇게 이어서 잠근 뒤, 준등기 볼 일을 마치고 돌아선다. 티딕, 자전거가 나아가질 않는다. 에구 무슨 일이람. 뒷 체인기어 사이에 파고 들어간 자물쇠의 꼬다리가 파쇄되어 날라가고 없다. 천천히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더 복잡해지지 않게 풀어내면서 마무리한다.  


-4.


많은 일들이 셈해진다. 막내녀석도 짧은 3주 군사훈련을 받고 오고, 벗의 북콘서트, 딸아이 결혼 사이사이 잔 일들이 평균보다 높은 간극과 강도로 이어진 셈이다. 저 멀리 부친의 이별만이 아니라 반대 극의 전시도 몇 번 하고, 일터의 일들도 간간히 아니 촘촘히 이어진 것이다. 


-3.


년휴 기간 동안 작업실에서 온전히 작업을 한 것 역시 드문 일이다. 내리 3-4일 작업을 했으니 이리 밀도높게 작업만 한 시간도 근래 가뭄에 콩나듯 한 일이다. 작업실내 공간이 분리가 되지 않아 어젠 오전 내내  버리고 쓸고 닦고 한다.  마음이 조금 추스려진 것이다.


-2


작업실 자전거 퇴근 겸 청림동 바닷가까지 에돌아 간다. 도구 앞 바다로 가는 길은 이어지지 않아 섭섭했지만, 일월 바다를 잠깐 구경한 것도, 저번에 넘어진 주유소를 지나친 것도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고 돌아오는 길, 이런 '상실'이 어디에서 온 연유인가 더듬어지기 시작한다.


-1


작업공간 겸 글 작업을 하던 카페하며, 드문드문 손님을 치루던 활어 초밥집 사장님이며, 화실이며 그리고 가끔 들른 조선통닭 호프집 하며 벌써 지워진 시공간이 한 두곳이 아니다. 시대의 우울이 아니라, 마을의 우울을, 동네의 상실감이 저변에 깔려있음을 문득 깨닫는다.  지키고 싶던 것이다. 나이가 들고 그러하리라 여기던 것이 하나 둘, 곁을 떠나고 그 아쉬움들이 차곡차곡 쌓인 것은 아닐까.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알아채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고 할까.


0


이미 복잡해진 작업공간 역시 하나하나 아쉬움처럼 쌓였던 것이다. 답답함은 키만치 자라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나하나 제자리에 돌려놓고서야 마음도 이제서야 빈 여백이 생긴다는 걸 눈치챈다. 


1


어느 사람에 대한 상실감과 아쉬움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밀도 높은 일상들은 여기저기서 아우성이었던 것이다. 미련하게 그 짐을 모른채하고 버티고 서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2


<뒷것 김민기> 를 조금씩 보다 <봉우리>란 가사가 다시 들어온다. 10년 전. 고갯마루 지금여기가 봉우리일지도 모른다는 가사 말에 꽂혔는데, 이제는 '바다'가 들려온다. 오라고 손짓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외치고 있던 것인지도 몰라. 부끄러워졌다.  한 10년 뒤에는 다른 부분이 다른 말이 들릴 것이라고 하며 노래를 보내본다.


























3


<앞것>들은 잘 되고 나서도 먹고 살기 힘들어.  먹고살기 힘드니 앞뒤전후좌우를 어찌 살피겠어. 더 올라가기에 급급하지.  학전 33년. 문을 닫아도 되는 건가.  뒷것 부모들은 그리 뼈 빠지게 대학을 보내도 그 놈의 자식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잖아. 자기가 다 잘나서 된 줄 알아.  앞것들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세상이니. 참. 미련이 남아서 하는 소리는 아니야. 그렇다는 게지. 이렇다는 게지.


4


앞가림하는 순간, 끝나는 게임이지. 그저 휩쓸려갈 뿐. 많은 것들은..작은 것들에게 마음길 손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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