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흔적을 추스릴 겸 책을 살펴보는데, 밑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초저녁에 잠들어 한밤중에 일어나 살펴보는데, 베그르송과 에머슨의 연관성 아래에서 보지 않은 연유이기도 했다.  에머슨은 피터슬로터다이커의 <인간공학>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독립운동의 초석이기도 하며 삶의 다기성 긍정성을 내내 언급해주기도 한다. 프래그머티즘, 실용주의의 혁신성을 존듀이를 읽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는데, 이렇게 뒤늦은 깨달음은 베르그송을 다시 읽고서야 그 물결들이 이어지고 있음을 눈치챈다.  기억이란 이리 중첩되면서 밀려가기도 하고, 다시 중심을 잡고 서면 더욱 선명해지기도 하는 듯싶다. 









2.


저강도 운동이 지지부진한 이유와 베르그송의 <근육의 단련> 또는 근육힘쓰기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어 짚어본다. 시간의 공간화. 예를 들면 운동을 부위별로 한다든가? 시간을 양화시켜서 질적으로 달라지는 부분을 보거나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3.


신발을 사러가는 길. 이거는 공부다. 선택불안을 가중시키는 노동이기도 하다. 안정화 쿠션화 카본화와 왜 해부단어들을 알아야만 하는가? 그러고보니 아웃솔이 다 닳아 바꾸어야 한다고.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며 아치깔창으로 긴급보완을 잘했다고 해준다. 그렇게 주말 작업과 소소한 휴일일상들을 바쁘게 보내본다. 프리지어 세 단을 사서 세 네 곳을 밝혀둔다. 춘삼월. 사무실의 반려식물들도 <자태>로서 보답하는 모습이 참 좋다.  어서 어서 기분좋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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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치깔창을 챙기고 조금 일찍 나선다는 것이 십여분 늦다. 주차장을 찾았으나 주차할 곳이 없는 곳을 들어서 되돌아서 편한 주차장을 찾고 대회장을 향한다. 안개가 자욱해 보이지 않지만, 맑은 볕에 곧 금강이 드러날 것이다.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앞쪽에 서있다. 저 속도는 될 수 없겠지만, 뒷쪽이 50분 여성페이스메이커가 있으니 아마 그 사이가 될 것이다.


따듯한 날씨지만 손이 곱다. 이십년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짬달을 하던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익숙하고 낯익은 곳의 일터는 십오년쯤 공주로 이전하였다. 주로는 매끄럽고 곱다. 한일교라는 이정표가 없다면 몰랐을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5k는 무리없이 달린다. 23년전 나홀로달리기를 한 기록이 48' 50"였다는 걸 옛 일지를 보고나서야 알게된다. 신기한 일이다.


내려오는 길 챙겨간 책을 뒤적여본다. 어린 조셉 필라테스는 몸이 약했고 온갖 병에 시달린다. 하지만 병약한 유년기를 이겨내고 온갖 운동과 명상 호신술을 하며 탄탄한 체형을 갖게 된다. 서커스 단원이 되기도 하는데 1차 세계대전으로 수용소에 억류된다. 그러나 수용소에 있는 동안 자기만의 방식으로 운동 프로그램을 다듬고 체계화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운동법을 <컨트롤로지>라 이름 붙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간 필라테스는 독일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43세에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렇게 해서 아내를 만나고 뉴욕에 피트니스 스튜디오를 차린다.  


맞다 당신이 즐기고 있을 지도 모를 필라테스가 사람이름이다. 조셉 후베르투스 필라테스 Joseph hUBERTUS Pilates.








볕뉘.


1.


저 곳은 강변 모래가 아름다웠던 멱감기 좋았던 곳이다. 지금은 여전히 금강댐으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는 그 강이기도 하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합강지점이고 오른 쪽으로 꼬불꼬불 올라가면 부강-신탄진이 이어져 대전으로 간다.


2.


몸리터러시. 운동도 그러한가보다. 청소가 일의 전후를 매듭짓듯이 사소한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일의 매듭을 이어주는 부드러움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운동은 부드러움을 필요로 한다고 되새긴다. 나의 얄팍함에 질타를 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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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3-01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통 걷다가 뛰다가 하면서 한 6~7km를 대략 한시간 정도 운동하는 것 같은데 10km를 48분만에 주파하신다니 여울님 참 대단하신것 같아요^^

여울 2026-03-03 09:22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도 꾸준히 러닝해주시는군요. 작년 발목 뒤꿈치 부상이 있어서 예방하는 방법들을 찾고있어요. 쉬운 건 없는 것 같아요. 다치지 않고 꾸준히 컨디션 유지하면서 하는 것이 최상인 것 같아요. 무리하지 않기로 다짐해봅니다^^
 





이번 전시는 봄꽃풍경과 봄볕으로 꾸며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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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전시는 <문화88호> 와 달동네 시리즈로 꾸며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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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의 책을 읽은 뒤 <차이와 반복>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이 물밀듯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던 <차이와 반복>을 꺼내들고 여기저기 키링처럼 들고 다닌다. 














<이런이론>모임에서 다음 주제작가는 해러웨이로 정해 텍스트는 <해러웨이 공-산의 사유>다. 읽었는지 말았는지 어디까지 봤는지도 가물한데, 일단 찾고보자.


해러웨이의 책이 책꽂이 어디쯤 있어야 하는데 없다. 어디로 간 것인가 대전 소소에 있나 행방이 묘연하다. 결국 사택에선 찾지 못한다. <트러블과 함께하기 원서>, <선언문>, <겸손한 목격자>만 찾아 합방시켜둔다. 해러웨이는 오래 전부터 찾아 읽기 시작하고 원서 번역까지 맡기면서 읽었다. 하지만 선언문의 내용을 재독할 때, 처음독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은 재독을 완료하고 나서이다. 제대로 읽기 어렵겠지만 다시 한번 소화시켜낼 기회가 온 것이다.


더불어 책을 찾다가 의학사의 인물들을 미리 읽어냈음에도 기억에 없어 아련해진다. 그 책은 <근현대 프랑스철학의 뿌리들>이고 밑줄도 선명히 그어져있다. 이렇게 과거는 비의식 어느 편인가 꽂혀있긴 한 것이겠지. 아연해지지만, 먼 곳으로 우회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운 마음도 든다. 시몽동을 이런 흐름으로 읽어내지 못한 부끄러움도 살짝 들기도 한다. 부끄러움은 내 몫이지만, 이겨넘칠 기회가 온 것이니 설레기도 한다.







경험론자인 윌리엄 제임스를 인상깊게 읽던 기억이 새로운데 여전히 읽는 책 속에서 언급이 많이된다 싶다. 책들 사이 그가 대학교육만이 아니라 우주까지 관심을 가진 것은 긴가민가 했다. 그런데 책꽂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세상에나. 읽어보지도 않은 것인가?  다원주의자로서 제임스, 다중우주의 앞선 주장자인지 좀더 살펴봐야겠다. 





볕뉘


책들을 찾다가 못찾고 모둠별로 따로 모아두기만 해둔다. 읽겠지. 어디 도망가지는 않을꺼야. 흥미로운 독서가 봄처럼 기다리고 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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