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안나 카레니나 2 펭귄클래식 12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윤새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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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아내는 레빈이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했지만, 2부를 읽으니 안나의 남편 카레닌이 더 불가능한 인물로 보이네ㅎㅎ
2권 후반부에 가서야 톨스토이 의도ㅡ오블론스키의 외도, 셰르바츠카야 가족, 키티와 레빈의 설정ㅡ가 정확히 잡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가 미하일로프 같은 인물이 과연 필요했는가? 레빈의 결혼 같은 감동적 순간이 있었지만 온갖 것을 말하고 싶어하는 톨스토이 때문에 너무 루즈한 이야기 전개가 된다는 게 1권에 이어 계속되는 실망이다. 톨스토이가 뛰어난 장편 소설가라는 생각은 안 든다. 도스토옙스키에 비해서도!

6.
‘이렇게 사람들이 미치는 거로구나.’ 그가 거듭 말했다. ‘이래서 자살을 하는 거구나······. 창피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천천히 말을 덧붙였다.

브론스키는 문으로 가서 문을 잠갔다. 그리고 시선을 고정하고 이를 악물고는 책상으로 다가가 권총을 꺼내 살펴본 후에 자물쇠를 풀고 생각에 잠겼다. 고개를 숙이고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약 이 분간 권총을 손에 들고 미동도 없이 서서 생각했다. ‘물론이지.’ 그는 흡사 논리적이고 연속적이며 명확한 추론 과정을 통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론에 이른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그가 확실하다고 여긴 ‘물론이지’란 말은 단지 족히 열 번은 되풀이해 회상하고 연상한 결과에 지나지 않았다. 영원히 잃어버리게 된 행복의 기억도 마찬가지였고 인생이 허망하다는 생각도 그랬다. 이러한 생각과 감정의 순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이지.’ 세 번째로 그의 생각이 예의 홀린 듯한 기억과 사고의 회로를 향하자 그가 반복해 말했다. 그리고 권총을 가슴 왼편에 대고는 갑자기 주먹을 쥐려는 듯 손아귀 전체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그는 총이 발사되는 소리를 듣지는 못했지만 가슴을 치는 강한 일격에 휘청거렸다. 책상 가장자리를 잡으려 했으나 권총을 떨어뜨리고 휘청대다가 주위를 놀란 눈으로 둘러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아래에서 올려다 보이는 책상의 휜 다리며 종이 담는 바구니, 호랑이 가죽 등을 쳐다보면서도 자기 방을 알아보지 못했다.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재빨리 응접실을 따라 다가오는 하인의 발소리 덕분에 정신이 들었다. 생각하려고 애쓴 결과 자신이 방바닥에 앉아 있음을 깨달았고 호랑이 가죽과 자기 손에 묻은 피를 보고서야 자신이 총을 쏘았음을 알아차렸다.

8.
‘안나는 브론스키와 살림을 차리겠지만 이 년쯤 지나면 그가 그녀를 버리거나 그녀가 새 남자를 찾을 것이다.’ 카레닌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비합법적인 이혼에 동의해 준 나는 그녀를 파멸시켰다는 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이런 생각을 수백 번은 하고 나서 그는 이혼 건이 처남이 말하는 것처럼 아주 쉽기는커녕 절대 가능하지 않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는 오블론스키가 하는 말은 하나도 믿지 않았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반론을 펼 수 있었지만 그저 듣기만 했다. 자신의 말에는 그의 인생을 조종하고 복종해야만 하는 광포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9.
"그러니까," 학교를 다닐 때 체득한 습관대로 말을 길게 잡아 끌면서 카타바소프가 말했다. "우리의 벗인 콘스탄틴 레빈은 정말 유능했답니다. 저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제 없거든요. 대학을 졸업할 때는 학문을 사랑하고 인간 문제에 관심이 있더니만, 이제 그의 반쪽은 자신을 기만하는 데 쓰고 다른 반쪽은 그 기만을 정당화하는 데 쓰고 있단 말입니다."

"결혼의 적으로 치자면 당신보다 더한 사람을 본 적이 없군요." 코즈니셰프가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결혼의 적이 아닙니다. 저는 노동의 분배에 찬성합니다. 아무 일도 못 하는 사람은 사람이라도 만들어야지요.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힘을 모아 그들이 깨치고 행복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게 제가 이해하는 바입니다. 많은 망상가가 이 두 가지 일을 혼동하지요. 저는 그런 족속이 아닙니다."2)

"자네가 사랑에 빠지면 정말 기쁠 걸세!" 레빈이 말했다. "그렇게 되면 꼭 나를 결혼식에 부르게."

"난 벌써 사랑에 빠졌는걸."

"응, 오징어 말이지. 형, 있잖아요." 레빈이 형에게 말을 걸었다. "미하일 세묘니치는 영양 섭취에 관해 글을 쓴답니다. 그리고······."

"아니, 혼동하지 마십시오! 아무려나 상관없습니다만 문제는 제가 정말 오징어를 사랑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자네가 아내를 사랑할 수 없는 건 아니잖나."

"하지만 아내가 방해를 하지."

"왜?"

"이제 두고 보게. 자네는 농사짓는 걸 좋아하고 사냥을 좋아하지. 하지만 이제 두고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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